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33화 (932/1,307)

# 933

청나일강에 설치될 나흐다 댐 때문에 이집트와의 분쟁이 심각하려 우려된다는 첩보가 입수된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두 달 사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이집트가 노골적으로 나흐다 댐 건설에 딴죽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착실히 준비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무기 도입이 가장 시급한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KAI는 제가 인수했으니 최선을 다해 FA―50과 수리온 등이 납품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나머지도 귀국하는 대로 다시 한 번 점검토록 하겠습니다.”

현수와 은정은 방위사업청을 방문하여 수출진흥과 홍덕만 과장을 만난 바 있다.

그때 FA―50 20대, 수리온 18대, K―2 흑표 100대, 다연장로켓포 구룡 100문, K―9 자주포 100문에 대한 수출의뢰를 한 바 있다.

이 밖에 사거리 500㎞짜리 현무―3A, 1,000㎞짜리 현무―3B, 그리고 사거리 1,500㎞짜리 현무―3C도 각기 50발씩 수출할 것이라 했다.

차기 다연장로켓인 천무 역시 100대가 필요하다.

뿐만이 아니라 K―2소총과 삼영 E&C에서 개발한 단파통신체계 도입도 의뢰했다.

그때 이후 방위사업청에선 시라즈 페게싸 셰레파 국방장관과 직접 통화하여 무기수출 의뢰 건을 확인한 바 있다.

‘쩝! 제수씨 만났을 때 그걸 확인 안 했구나.’

꼼꼼한 이은정이 무기 수출에 관한 보고를 하지 않은 까닭은 별다른 진전사항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건가?’

현수는 군 수뇌부와 우호적인 관계이다.

오정섭 국방장관을 비롯하여 송지호 육군참모총장, 강병훈 해군참모총장, 김성률 공군참모총장 등이 그들이다.

그야말로 핵심 중의 핵심은 모두 아는 셈이다.

이들을 움직이면 무기 수출에 관한 승인은 금방 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각 군이 필요로 하는 것들도 수출품목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흐음, 어쩌지? 여기 수출하자고 생산라인을 늘리라 할 수는 없고, 고민이네.’

에티오피아의 사정도 있겠지만 우리 국방이 우선이다.

따라서 각군이 요구하는 무기 먼저 도입하도록 한 연후에야 수출하자는 말을 꺼낼 수 있는 것이다.

현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비아니 아자한 비서실장은 계속해서 국방장관의 의중을 전했다.

급한 일이 있어 오늘 만날 수 없으므로 현수에게 꼭 전해달라고 했던 말들을 가는 길에 하고 있는 것이다.

“여어, 어서 오시게. 오랜만이네.”

현수를 맞이하는 기르마 올데 기오르기스 대통령은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네, 반갑습니다. 대통령님! 몸은 좀 어떠신지요?”

“내 몸……? 하하, 성자께서 돌봐주신 몸이니 당연히 괜찮지. 덕분에 아주 좋네. 조언한 대로 체중도 많이 줄였네. 운동도 했지만 쉐리엔의 덕이 제일 크네.”

“아! 그래요? 그거 다행입니다.”

“자자,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세.”

이쯤 되면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 현수는 너스레를 떨었다.

“네, 그래야지요. 근데 커피 한 잔은 주실 거죠?”

“그럼, 그럼! 최고급으로 준비해 뒀네. 기대해도 되네.”

“하하! 네에, 그럼 큰 기대하며 들어가겠습니다.”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니 여러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로마우 바이할 의무장관과 쥬네이디 샤또 농무장관처럼 아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처음 보는 인물들이다.

소개를 받아보니 내무부, 건설부, 법무부, 산업부장관 등이다.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모두들 현수에 대한 기대가 큰지 우호적인 웃음을 지어 보인다.

“자, 일단 자리에 앉아 시급한 일부터 처리합시다.”

모두가 착석하자 비아니 아자한 비서실장은 준비된 것들을 꺼내왔다.

아와사 지역을 200년간 조차한다는 조약서이다.

“내용을 읽어보시게.”

“네, 그래야지요.”

현수는 조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

애초에 이야기된 대로 아와사 지역 40,000㎢를 20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한다는 문구가 있다. 애초엔 100년을 요구했는데 콩고민주공화국 등의 선례를 참조한 듯싶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가능한 많은 에티오피아 국민을 근로자로 고용해야 하며, 그들이 받는 급여에 대한 세금을 원천징수 해달라고 되어 있다.

이실리프 자치령에선 단 한 푼도 세금으로 걷을 생각이 없으니 이중과세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내용이다.

다음은 생산된 각종 산물의 처분에 관한 내용이다.

전체 생산량 중 50%까지는 에티오피아 정부에게 우선 구매권을 부여한다. 무엇을 얼마만큼 구매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에티오피아 정부의 의향에 달려 있다. 어차피 적당한 이윤을 붙일 것이니 이것 역시 문제되지 않는다.

다음은 조차지의 무장에 관한 내용이다. 자치령 전체가 에티오피아 영토 내에 있으므로 군대를 가질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다만 치안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경비는 가능하다.

마지막은 극심한 가뭄 등으로 식량난이 예상될 경우 생산량 전부를 에티오피아 정부가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어차피 팔려고 생산하는 것이니 이것 역시 문제될 게 아니다.

현수는 조차에 관한 문서를 꼼꼼히 읽고 사인을 했다. 대통령 역시 사인을 하고 서로의 것을 건넸다.

이로써 법률적 효력을 갖는 조약이 성립된 것이다.

마지막 과정, 그러니까 조약서에 사인을 하고 서로의 것을 건네주는 장면은 ENG카메라에 담겼다.

국가의 발전과 안녕을 갈망하는 에티오피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이다.

아와사 지역을 200년간 이실리프 그룹에게 조차한다는 조약식을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 자리 배치가 바뀌었다.

이제부터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시로 사회를 맡은 이는 쥬네이디 샤또 농무장관이다.

조약식에 참석했던 모든 이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농무장관에게 시선을 주고 있다.

“이제 아와사―아디스아바바간 고속도로 공사에 관한 내용을 논의합시다. 준비되어 있습니까?”

드디어 시작이다. 농무장관의 시선을 받은 현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곤 박진영에게 시선을 주었다.

“박 과장! 준비되어 있죠?”

“네, 부사장님!”

현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박진영 과장은 준비한 서류를 참석자들에게 분배하고, 구본홍은 빔프로젝터를 설치한다.

일련의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단상으로 나간 현수는 입구 쪽에 서 있던 국장급 공무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철도와 관련된 업무를 보기에 이 자리에 참석해 있는 것이다.

“입구에 계신 분! 잠시 불 좀 꺼주시겠습니까?”

현수와 시선이 마주친 국장급 공무원이 고개를 끄덕이곤 스위치 쪽으로 이동한다.

“창가에 계신 분들은 커튼을 닫아주셨으면 합니다.”

말 떨어지기 무섭게 일어나 제법 두터운 커튼을 친다.

이 자리는 정상급 회담이 열릴 때 사용되는 곳이다.

현대의 첨단 도청기술은 음파로 인한 유리창의 진동을 감지하여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두꺼운 천으로 만든 커튼이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다.

커튼이 모두가 쳐지자 빔프로젝터로부터 뻗어 나간 빛줄기 속의 먼지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많이 움직여 미세먼지가 날린 듯하다.

아무튼 커튼이 쳐지고 모든 조명 또한 꺼졌다.

스크린엔 암하라어로 쓰인 ‘아와사―아디스아바바간 4차선 고속도로 신설공사’라는 굵은 글씨가 떠 있다.

“지금부터 고속도로 공사에 관한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노선부터 보시지요.”

화면이 바뀌면서 에티오피아 지도가 뜬다.

다음 순간 아와사 지역을 강조하는 스팟이 두 차례 반복된 후 붉은색 굵은 실선이 아디스아바바까지 그려진다.

“가칭 A―A 고속도로는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여러 경유지를 두고 있습니다.”

현수의 말이 떨어지자 중간 경유지가 된 샤세메네와 나즈렛 등이 강조되는 화면이 잠시 이어진다.

“이곳들의 공통점은 경관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미리 연결해 두면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에티오피아 정부요직 인사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경치가 뛰어난 곳이기는 하지만 돈이 창출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접근로가 험하고, 숙박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고속도로가 이곳을 거치고, 그곳에 숙박시설 등을 지으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이곳의 공통점은 태고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유지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일종의 힐링 여행 같은 테마를 정해 사업을 진행하면 괜찮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질 때 현수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이 고속도로의 총 연장은 약 603㎞입니다. 이것이 완공되면 아와사 지역으로부터 생산된 각종 산물이 아디스아바바로 직송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현수의 설명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러는 내내 모두의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여진다.

공사비에 관한 부분이 나오자 모두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나름대로 산출해 본 게 있기 때문이다.

“이곳까지 이어지는 공사비는 턴키베이스가 될 때 약 110억 달러로 산출되었습니다.”

“110억 달러요?”

지금껏 조용하던 건설부 장관의 반문이었다.

“네! 110억 달러면 공사가 가능하다 판단됩니다. 물론 설계변경 또는 노선변경이 있을 경우 가감될 수 있습니다.”

“…정말 그 돈이면 공사를 할 수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공사비 산출내역은 저희가 제출한 자료의 뒤쪽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아스팔트 두께는 얼마나 됩니까?”

“에∼ 저희가 설계한 것은 40㎝입니다.”

참고로 아스팔트는 두께가 두꺼울수록 하중으로 인한 도로 손상이 적다. 국내의 경우 통행량이 많은 경부고속도로 같은 간선고속도로의 포장 두께는 40㎝이다.

기타 고속도로는 30㎝이며, 일반국도는 25∼30㎝ 정도이다. 그리고 자동차보다 훨씬 육중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의 활주로는 105㎝ 정도 된다.

천지건설에선 간선고속도로 기준으로 설계한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장관의 시선이 건설부 장관에게 쏠려 있다. 오늘 아침 따로 알아본 공사비 내역을 조약식 직전에 전달받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연다.

“장관! 천지건설이 산출한 공사비가 적당한 겁니까?”

에티오피아엔 여러 나라 건설회사가 들어와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엔 한국기업들도 있지만 지나의 건설사들도 상당히 많이 진출해 있다.

오늘 받은 두 개의 견적서는 각기 다른 도로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지나의 건설사들로부터 받은 것이다.

참고로, A라는 건설사는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많은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이다.

A가 제출한 견적서를 보면 총연장 544㎞짜리 노선으로 아스팔트 두께는 30㎝이다. 공사비는 130억 달러이다.

수주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거의 실비 수준이니 깎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건설사 B가 제출한 것은 총연장 561㎞이며, 아스팔트 두께는 동일하게 30㎝이다. 이 회사의 수주 예상가는 134억 3천만 달러라 되어 있다.

이를 단가로 환산해 보면 A는 1㎞당 2,390만 달러이다. B는 1㎞당 2,394만 달러이다.

아스팔트 두께 10㎝ 늘렸을 때로 환산하면 A는 3,187만 달러 정도 되고, B는 3,192만 달러에 해당된다.

사전에 담합이라도 했는지 거의 비슷한 가격이다.

어쨌거나 천지건설에서 제안한 것을 1㎞당 단가로 환산해 보면 1,824만 달러 정도 된다.

A와 B 모두 천지건설 제시금액의 1.75배 정도 된다.

“잠깐만요.”

건설부 장관이 뒤쪽에 있던 실무자들에게 손짓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다가선다.

이때 건설부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현수님! 그리고 대통령님과 각 부 장관님! 저희에게 잠깐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건설부에서 아와사―아디스아바바간 고속도로 공사의 세부내역을 확인하는 시간이 약간 필요해서 그럽니다.”

“흐음! 그럼 그렇게 하시게.”

고개를 끄덕인 대통령은 현수에게 시선을 준다.

“우린 나가서 커피나 한 잔 합시다.”

“네에, 좋습니다.”

잠시 후 건설부 직원들을 뺀 나머지 모두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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