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35화 (934/1,307)

# 935

40억 달러일 때는 1㎞당 약 540만 달러이다.

그런데 천지건설이 내놓은 금액은 1㎞당 약 508만 달러에 불과하다. 6%나 적은 금액이다.

만일 지나가 60억 달러로 공사비를 늘리면 1㎞당 약 810만 달러가 된다. 이쯤 되면 확연한 차이가 나니 아예 비교의 의미가 없다.

“질문하겠습니다. 천지건설은 이번 공사 역시 고속도로와 같이 설계변경, 노선변경 등이 없는 겁니까?”

“네! 고속도로 공사와 동일한 원칙입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건설부 장관이 착석하자 대통령이 시선을 준다.

“장관! 이번에도 공사비가 적은 겁니까?”

“그렇습니다. 지부티―아디스아바바간 철로 부설공사 금액과 비교했을 때 6% 정도 저렴합니다.”

“아……!”

모두가 현수에게 시선을 준다. 신뢰감 가득한 눈빛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부티―아디스아바바간 철로 부설공사는 금액 네고가 끝난 계약 금액이고, 천지건설의 것은 제시 금액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더 낮은 금액이 될 수도 있다.

참고로, 철로부설 공사가 고속도로 공사보다 금액이 적은 이유는 노면을 다지고 철로를 놓는 것이 끝이기 때문이다.

이때 건설부장관은 대통령에게 설명을 이어간다.

“지나의 건설사들이 설계변경 등을 사유로 공사비를 늘릴 경우 62.7%나 저렴한 금액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

모두의 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탄성이 튀어나온다.

이때 현수가 끼어들었다.

“참고로, 저희가 제시한 금액은 철로 부설공사에 국한된 것입니다. 그 위를 달릴 열차는 별도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한국에도 철도는 있죠?”

누군가의 질문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KTX라고 고속철도가 있습니다. 이 밖에 차세대 고속열차(HEMU―430S)를 개발하는 중입니다. 속도로 따지면 세계 4위에 해당됩니다.”

“그래요? 그걸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겁니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에 설치되는 철로는 고속열차용이 아닙니다. 화물수송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해무열차를 도입할 경우엔 설계변경이 필요합니다.”

“그럼 일반 열차도 들여올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주문하시면 도입될 것입니다.”

현수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지금껏 침묵을 지키던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잘 들었습니다. 천지건설에서 우리를 많이 생각해 주고 있음이 느껴져 개인적으론 흡족합니다. 세부사항은 관할 부서와 협의하여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대통령이 클로징 멘트를 하려 할 때 현수가 마이크 가까이 입을 가져갔다.

“잠깐만요, 대통령님!”

“……?”

“저희가 추가로 제안할 사안이 있습니다. 잠시만 더 시간을 내주십시오.”

대통령은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들 시간이 되느냐는 뜻이다. 아무도 고개를 젓지 않는다.

“…그렇게 하십시오.”

“박 과장!”

“네, 부사장님.”

박진영이 기기를 조작하자 스크린 가득 에티오피아 지도가 뜬다. 아디스아바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가 있는 곳엔 붉은 원과 함께 명칭이 쓰여 있다.

오늘 조차가 결정된 아와사 지역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이실리프 자치령이라는 명칭이 보인다.

“화면을 보시면 여기 저희 이실리프 자치령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각종 곡물 및 축산품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저희가 예상한 생산량은 표를 보시면 됩니다.”

화면이 바뀌면서 각종 곡물의 그림과 예상 수확량이 명기되어 있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달걀, 치즈, 우유, 분유, 야쿠르트 등의 생산량 또한 나타난다.

화면 하단엔 에티오피아의 전체 소요량 또한 기록되어 있다. 비교해 보니 아와사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만으로도 100%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치이다.

식생활과 관련 있는 농림부와 의무부 관료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빠른 속도로 메모하느라 바쁜 것이다.

“다시 원래 지도를 보시겠습니다. 이 지도를 보시면…….”

잠시 현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교점으로 하는 거대한 X자형 철로가 놓여진 이후에 대한 내용이다.

이것을 중심을 시차를 두고 지선(支線)을 추가한다면 비약적으로 교통 상황이 좋아진다. 이는 물류의 흐름이 빨라짐을 의미하고 그로인한 각종 산업의 발전 속도 또한 개선된다.

거대한 X자형 철도가 에티오피아의 미래를 어찌 바꿔놓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것이다.

모두들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한다.

모든 설명이 끝나자 건설부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주무부서 장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안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총연장은 얼마나 됩니까?”

“저희가 입안한 계획서에 의하면 약 8,000㎞입니다.”

“공사비도 뽑아봤습니까?”

“네! 1㎞당 약 515만 달러 정도 됩니다.”

장관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계산기를 실행시킨다.

“그럼 412억 달러 정도 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열차 매입비용은 별도입니다.”

“흐음! 아와사―베르베라 간 철로의 경우는 ㎞당 508만 달러였는데 왜 7만 달러가 더 많은 거죠?”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싶었는지 모두들 현수에게 시선을 준다. 설명해 보라는 뜻이다.

“아와사―베르베라 간 철도의 경우는 기착역과 종착역, 그리고 중간에 2∼3개의 역만 있을 뿐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노선은 중간중간 더 많은 역사(驛舍)를 지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경관 좋은 곳엔 휴게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잠시 말을 끊은 현수가 기기를 조작하자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전경이 나타난다. 최근에 고속도로를 이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요즘의 휴게소는 예전과 많이 다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훨씬 고급스럽고, 스마트해졌다.

현수는 계속해서 휴게소의 내·외부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식당, 화장실, 편의점, 휴식 공간 등의 모습이다.

한국 사람의 눈에도 괜찮다 싶은데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눈에 어찌 보이겠는가!

모두들 입을 딱 벌린다.

“그럼, 이런 것까지 짓는 비용이란 겁니까?”

“물론입니다. 저희가 제시한 금액은 모든 역사와 휴게소 건설공사를 포함한 금액이었습니다.”

“아와사―베르베라 노선에도 휴게소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2개가 있습니다.”

“끄으응!”

건설부 장관이 뒷머리를 잡고 주저앉는다. 그간 지나 놈들에게 얼마나 많은 바가지를 썼는지 확실히 깨달은 것이다.

이때 한 사내가 일어선다. 경제부장관이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계획한 대로 되면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재정이 빈약하여…….”

돈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의 표정이 확 바뀐다.

현수가 설명한 대로의 일이 벌어지면 좋기야 하지만 공짜로 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지불할 능력이 안 되니 부풀었던 희망이 물거품처럼 꺼지는 느낌이라 낯빛이 어두워진다.

한마디로 꿈 깬 것이다.

이때 현수가 마이크를 당겨 잡는다.

“비용에 관한 것이라면 또 하나 제안드릴 것이 있습니다.”

“……?”

모두의 시선이 또 쏠린다. 무슨 좋은 해결 방안이라도 있느냐는 표정이다.

“우리는 이 공사를 입안한 후 에티오피아 정부가 가용한 외환이 부족함을 알았습니다. 하여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한 바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게 뭡니까?”

경제부장관이 반색하며 묻는다.

“해결 방안이 있기는 합니까?”

건설부 장관 역시 상기된 표정으로 바뀌어 있다.

모두 궁금한 표정이다. 없는 돈을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들렸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현수는 짐짓 뜸을 들였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합의만 해주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잠시 자료를 보아주십시오.”

다시 에티오피아 지도가 나타난다. 그런데 아까와 달리 다섯 곳에서 노란별이 반짝이고 있다.

“저건 뭡니까?”

“에티오피아 영토 가운데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곳을 표시한 겁니다.”

노란색 별이 반짝이고 있는 곳은 오가덴 지구대, 청나일강 지구대, 메켈레 지구대, 감벨라 지구대, 남부 지구대이다.

“…이 자료는 어디에서 확인한 겁니까?”

다섯 개의 별 중 몇 개는 에티오피아 정부조차 모르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 자료는 모종의 경로를 통해 어렵게 얻은 겁니다. 죄송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누가 확인한 건지 알려줄 수 없다는 뜻입니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개발부 장관의 표정엔 불쾌함이 배어 있다.

“웬만하면 알려줄 수 있지 않겠소?”

대통령까지 거들고 나선다. 현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런 말씀은 드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며 이것 때문에 국제적 분쟁이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국제적 분쟁이라는 표현 때문인지 모두의 낯빛이 바뀐다.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도 말씀해 주십시오. 이 자료 어디에서 난 겁니까?”

의무부 장관도 거들고 나선다. 가만히 있으면 모든 장관들이 나설 듯하다.

“휴우∼! 알겠습니다. 이 자료는 천지건설 정보팀이 구해온 겁니다. 자료의 출처는 지나인데 정부인지 기업인지는 불명확합니다.”

“지나에서 우리 영토 내의 유전 가능성이 있는 곳을 어찌 알았다는 겁니까? 저 중엔 우리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말입니다. 알고 있는 사실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개발부 장관의 물음이었다.

“으음! 이 자료를 입수한 사람의 보고에 의하면 지나에서 파견한 유전 기술자들이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안내인으로 고용하여 다녔다고 합니다.”

“어떤 썩을 놈들이……!”

누군가 욕지기가 나오려는 모양이다. 돈 준다고 외국인들의 염탐 행위를 협조했다는 게 기분 나쁜 것이다.

“아마 많은 돈을 미끼로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건… 어느 분께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비서실장님.”

현수와 시선이 마주치자 비아니 아자한 대통령 비서실장은 왜 불렀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나온다.

현수는 품속에 있던 종이를 꺼내 건넸다.

A4용지를 접은 것으로 지나 국안부 3국 컴퓨터에 있던 내용을 프린터로 인쇄한 것이다.

당연히 한자로 쓰여 있다. 비아니 아자한 비서실장은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냐는 표정이다.

“그건 지나인들의 길 안내를 맡았던 사람들이 묻혀 있는 장소입니다. 제가 보니 13명이더군요. 안내가 끝난 후 모두 살해한 후 암매장했답니다.”

이간질의 정점을 찍는 한마디였다.

“네에……? 뭐라고요?”

“방금 뭐라 했습니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과 내무장관 등이 벌떡 일어난다.

외국인에 의한 자국민 살해사건이 자국 영토에서 일어났다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뒤에 있던 박진영과 구본홍은 갑작스레 살벌해진 분위기에 이게 대체 뭔 일인가 하는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차분한 음성으로 대꾸한다.

“제가 비서실장님께 드린 자료는 지나인들이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에티오피아 곳곳을 염탐하였고, 안내했던 사람들을 살해한 후 암매장한 장소를 표시한 자료입니다.”

아까 칵뉴부대 이야길 할 때 중공군의 포격을 받아 부상자와 전사자가 발생되었음을 이야기한 바 있다.

아와사―아디스아바바 간 고속도로 공사를 이야기할 때엔 지나 건설사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함이 밝혀졌다.

철로부설공사에서도 지나의 건설사들은 폭리를 취했다.

단가도 비쌌지만 천지건설처럼 역사까지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철로만 놓아주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몰래 자국을 염탐했고, 정보가 새나갈까 싶어 살인멸구까지 했다니 분노가 솟는 모양이다.

현수는 에티오피아와 지나 사이를 확실히 갈라놓는 이간질이라는 걸 알지만 일부러 그랬다. 지나인들이 아프리카 전역을 헤집고 다니는 게 마뜩치 않은 때문이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각 부 장관들 사이로 수많은 의견이 오간다. 얼핏얼핏 들리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향후 지나인들이 에티오피아에서 공사를 수주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

또한 Made in China를 수입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암매장했다는 곳은 즉시 확인하고 지나 측에 항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저어, 죄송하지만 제가 한 말씀드려도 되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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