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2
최상급인 엘리디아가 등장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겠지만 최상급 정령에게 그런 걸 하라고 시킬 수는 없다. 정령도 체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세상 어디에서 이런 분수쇼를 구경할 수 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환장하며 볼 것이다.
“테마파크 좋지! 그게 만들어지면 관광 수입도 늘겠군. 좋아! 그럼 나머지 땅엔 무얼 할 텐가?”
“나머지 면적엔 전에 드렸던 천연 비아그라 농장과 연구소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바이롯 말인가?”
가에탄 카구지 장관은 테마파크보다는 농장에 구미가 당긴다는 표정이다. 바이롯의 효능을 톡톡히 체험한 때문일 것이다.
“네! 여기서 그걸 재배하여 본격적으로 생산해 볼까 합니다. 괜찮죠?”
“그럼! 하게, 꼭 하게! 내가 전폭적으로 밀어주겠네. 그러니 꼭 하게. 알았지?”
농장이 생기면 바이롯을 얻기 쉬워질 것이다.
따라서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무조건 되도록 해줘야 한다. 그만큼 절실히 필요한 것도 드물기 때문이다.
바이롯을 재배할 땅의 크기는 대략 10㎢ 정도 된다. 약 300만 평이다. 이 땅은 저택 뒤쪽 부지와 맞닿게 될 것이다.
바이롯 관련 보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곳은 무언가를 재배하는 농장처럼 보여선 안 된다.
대체 무엇을 키우는지 조사하러 올 놈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거대한 호수를 이용한 여러 가지가 조성될 것이다. 그늘을 만들어줄 숲도 있고, 정원도 있다.
물론 위에서 볼 때 그렇다. 정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바이롯이 재배될 것이다.
아무튼 킨샤사 저택의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네버랜드 전체 크기와 맞먹는 거대 저택이 탄생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저택의 바로 곁에 이실리프 테마파크가 있다는 것이다. 네버랜드의 그것보다 훨씬 넓고 크다.
이것까지 합산하면 저택은 17.3㎢ 정도 된다. 무려 524만 평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넓이가 된다.
2.9㎢짜리 여의도 전체 면적의 약 5배가 넘는다.
“네에, 고맙습니다. 꼭 하죠. 그리고 앞쪽엔 직원들을 위한 집과 학교 등을 지어볼 생각입니다.”
“집과 학교까지 지어?”
“네! 의료원과 테마파크, 그리고 농장과 연구소에 직원이 많이 있어야 하니 그들의 자녀를 위한 것도 필요하니까요.”
“……!”
의료진으로 자국 국민을 채용하라는 말은 할 수 없다. 그럴 만한 자원이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호조무사 또는 테마파크 직원, 그리고 농장 인부 등은 콩고민주공화국 국민들을 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지약품과 더불어 이실리프 그룹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가장 양질의 직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급여도 높고, 직원들에 대한 처우 또한 상당히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급여 수준이 높고, 승진은 빠르다. 게다가 아주 인격적으로 대해주기에 마음 다치는 일이 드물다.
가장 놀란 것은 점심 식사를 회사에서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한 뷔페식이다. 하여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 하는 곳이 천지약품과 이실리프 그룹이다.
어쨌거나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면 실업률을 떨어뜨리는데 좋은 듯싶다. 따라서 학교 짓는 걸 도와야 한다.
“학교도 짓게. 근데 외국인 전용 학교가 되는 건가?
“아뇨, 콩고민주공화국 아이들도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을 겁니다. 참, 커리큘럼은 저희에게 일임해 주셨으면 합니다.”
“커리큘럼을……? 어찌할 생각이신가?”
“의료진 자녀들 또한 재학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한 학습 시스템을 갖추려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특히 의사의 경우는 학창 시절의 성취도가 높아야 가능한 직업이다.
이들의 자녀 또한 우수한 두뇌를 가졌을 확률이 높다. 부모의 교육열 역시 남다를 수 있다.
하여 두 개의 체계로 나누어 공부시킬 계획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머리가 좋은 녀석들이 포함된 학급과 그렇지 못한 학급으로의 운영이다.
잘하는 아이들은 한국과 미국 등의 교육 방법이 혼합된 시스템에서 생활하게 된다.
주입식 교육의 장점과 창의적 교육의 장점을 취합한 시스템이다. 외울 건 반드시 외워 써먹을 수 있게 하고, 창의적 생각 또한 가능한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함이다.
의료진의 자녀라 할지라도 학습 의욕이 없거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녀석들은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소질과 개성의 계발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한국처럼 졸업 후 단 한 번도 써먹지 못할 것들은 가급적 교육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독서와 글쓰기, 여러 가지 현장 학습 등을 통해 사려 깊은 인재가 되도록 한다.
일련의 설명을 들은 가에탄 카구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네, 학교 문제는 특례법을 만들어주겠네.”
“고맙습니다.”
현수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가에탄 카구지에게 진심을 담은 예를 갖췄다.
“학생 선발권 또한 주지. 자네 뜻대로 해보게. 대신 우리 아이들은 받아줄 거지?”
다소 익살스런 표정까지 짓는다. 농담이지만 진심도 담겨 있을 것이다.
“장관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장관님의 자제들은 저희 학교에 안 보내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나중에라도 특혜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훗날 더 큰일을 하실 수도 있는데 자칫 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네. 내 생각이 조금 짧았네, 그냥 농담으로 여겨 주시게.”
9장 고향에 다녀오세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꽃도 열흘 동안 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화려한 꽃이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진다.
이를 권력에 비유하면 영원한 권력이 없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비슷한 말로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것이 있다.
이 세상 어떠한 권력이라도 10년간 유지되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 꼭 10년이라는 뜻은 아니고 영원할 것 같지만 오래 가지 못해 결국엔 무너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 대통령인 죠제프 카빌라도 언젠가는 권력을 놓을 것이다. 그런데 가에탄 카구지는 그걸 거머쥘 생각을 품고 있다. 다시 말해 차기 대권 주자가 될 생각이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푸틴과 메드베데프와의 관계도 둘과 비슷한 때문이다.
죠제프 카빌라 대통령의 입장에선 다른 어느 누구보다 정치적 동반자인 가에탄 카구지가 권력을 쥐는 것이 좋다.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정치 보복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배제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장관을 하고 싶으면 제자들 논문을 베끼지 말라는 말이 있다. 위장 전입도 해선 안 되고, 여자 문제가 있어서도 안 된다. 본인은 물론이고 아들의 병역 비리도 있어선 안 되고, 부동산 투기나 세금 탈루 경력이 있어서도 안 된다.
하물며 대통령은 어떠하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엄한 잣대가 들이대질 것이다. 따라서 아주 엄격한 삶을 살아야 차기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
그렇긴 해도 예외는 늘 있다.
한국에선 전과 14범이 대통령을 해먹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놈들도 대통령 짓을 했다.
어쨌거나 흠집이 있어 좋을 일 없다. 따라서 이쯤 해서 선을 그어주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그렇기에 현수는 웃는 낯으로 방금 전의 말을 정의 내려주었다.
“그럼요! 조금 전에 하셨던 말씀은 분명 농담이었습니다.”
“그렇지? 농담 맞네. 그나저나 바이롯은 조금 더 없나?”
화제를 돌려야 하는 시점이기는 하지만 눈빛을 보니 그것보다는 간절한 무엇이 있는 모양이다.
어찌 없다고 하겠는가! 이럴 걸 이미 예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가방을 열어 안에 담긴 것들을 꺼냈다. 15병이다. 푸틴이 선택했던 듀 드롭 타입 글라스락 스윙병에 담긴 것이다.
“이건……?”
“네! 바이롯입니다. 이거 15병이면 적어도 1년간은 밀림의 제왕처럼 군림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인가?”
가에탄 카구지의 눈빛이 반짝인다. 몹시 흥미로우며, 기분까지 매우 좋다는 뜻이다.
“그전에 이것부터 한 병 드십시오.”
현수가 건넨 것은 마나포션이다. 바이롯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함이다.
고개 숙인 사내들이 위풍당당함을 되찾게 되면 필연적으로 과도한 힘을 쏟는다. 밤의 제황임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여자들이야 좋겠지만 사내는 기력 쇠잔을 겪게 된다.
바이롯이 정력을 좋게 해주는 것이지 기력까지 북돋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게 바이롯의 유일한 부작용이다.
어쨌거나 기력이 쇠잔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각종 질병이 야기될 수 있다.
마나포션은 이를 미연에 방지할 묘약 중의 묘약이다. 기력증진에 특효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건 뭔가?”
“장관님의 기력이 너무 쇠하지 않도록 돕는 보조제입니다. 좋은 거니까 일단 드세요.”
뿅―!
뚜껑이 열리자 향긋하면서도 그윽하고 청량한 향기가 풍긴다. 허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틀림없이 몸에 좋은 것이라 생각했는지 가에탄 카구지는 두말 않고 받아서 마신다. 물론 현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이 바탕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꿀꺽, 꿀꺽, 꿀꺽!
가에탄 카구지는 본인이 얼마나 비싼 영약을 먹는지도 모르면서 잘도 삼킨다. 아무튼 마나포션이 장관의 목으로 모두 넘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0초이다.
“흐으음!”
긴 숨을 내쉬는데 뭔가 느껴지는 게 있는 듯 지그시 눈을 감는다. 비강을 통해 빠져나가는 향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걸 하루에 반병씩 한 달간 복용하십시오.”
“그럼 정말 1년간 효력이 유지되나?”
“네! 다만 이를 믿고 너무 과도하게 힘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셨죠?”
가에탄 카구지도 권력자의 하나이다. 높을수록 깨끗하고, 정의로워야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그렇지 못하다.
한국의 예전 대통령 중 하나는 국민의 눈이 닿기 어려운 곳에 비밀 연회장을 갖춰놓고 사흘에 한 번 꼴로 질펀한 술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엔 일류 탤런트와 가수를 비롯하여 연예인을 꿈꾸는 여대생까지 술 시중 여인으로 불려갔다. 놀라운 것은 동일인이 두 번 이상 자리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방송을 보다 예쁜 여자가 나오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 여자 괜찮군, 한번 봤으면 좋겠어.”
이렇게 지목당한 여인은 채홍사 역할을 하던 의전과장에 의해 술자리에 불려갔고, 원치 않는 관계를 가져야만 했다.
정확한 인원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당한 인원이 350명을 넘는다고 한다.
국정 총책임자로서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할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하여 수많은 여인을 유린한 것이다.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다!
아무튼 가에탄 카구지는 현수에게 더없이 협조적인 인물이다. 여러모로 덕을 보았기 때문이며, 어펜시프 참 마법의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여 현수의 청이 무엇이든 들어주려 애를 쓰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게 하지 않는다.
뇌물도 많이 받아먹었고, 향응도 수없이 즐겼다. 그러다 현수를 알게 되었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권지현, 강연희, 그리고 이리냐의 자태를 본 이후론 외국의 모델들까지 불러들여 질펀한 자리를 갖기도 한다.
지극히 은밀한 사생활이니 현수는 이를 알지 못한다. 다만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하여 과도한 기력 소모를 자제하라는 충고를 한 것이다. 이건 여인들을 배려한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가에탄 카구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는 걸 체득하고 있는 때문이다.
“알겠네. 그리하지. 따로 부탁할 건 더 없나?”
“헬기를 타고 자치령을 다녀올까 합니다.”
“헬기……? 알겠네. 조치하지.”
현수가 탄 헬기를 보고 정부군과 반군 모두 상대편인 것으로 알고 오인 사격을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장관은 공군에 호위 비행을 지시할 것이다.
현수는 공군을 동원해서라도 보호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그래! 자치령에 다녀오거든 한 번 더 보세.”
“네! 그러지요.”
“참! 출발하기 전에 귀찮은 것들을 한 번씩은 만나주게.”
미국과 지나, 그리고 일본에서 온 자들을 뜻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