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49화 (948/1,307)

# 949

게리 론슨은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 동굴 내부를 찍었다. 그러다가 아까는 보지 못한 곁가지 동굴을 발견하였다.

“저건……!”

“아! 저거요? 저쪽으로도 금맥이 이어져 있어요. 저쪽에서도 일부 금을 캤지요. 가볼래요?”

“네! 그래도 되겠습니까?”

게리 론슨은 순진한 견학자처럼 눈빛을 빛낸다. 이에 현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당연히 되죠. 이것과 저것 덕분에 제가 이실리프 자치령을 여기저기 얻는 건데요. 가서 봅시다.”

현수를 따라 곁가지 동굴로 들어간 론슨은 입을 딱 벌렸다. 한동안 바닥에만 흠이 있었는데 조금 더 들어가자 양쪽 벽면까지 온통 누런 황금이다.

“여기서 캔 건 영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에 팔았지요.”

“아! 그렇습니까?”

“여기서 캔 걸로 1,000톤쯤 만들었지요. 아까 저쪽 동굴에서 캔 건 제련소에서 제련하는 중입니다. 작업이 다 되면 한 2,500톤 쯤 될 겁니다.”

“아! 네에.”

게리 론슨은 충분하고도 남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CIA 비밀요원이자 특수요원 하나가 바보 되는 순간이다.

게리 론슨은 동굴 탐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것저것을 묻는다. 특히 동굴의 길이가 얼마나 되며 금맥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를 궁금해했다.

“글쎄요. 다 파봐야 알 거예요. 현재 금맥의 깊이가 조금씩 깊어지고 있어요. 아까 입구 쪽에선 50㎝였지요?”

“네? 아, 네에, 제가 보기에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깊어져서 약 1m 깊이까지 금이 있더군요. 함량은 여전하구요.”

“헐……!”

폭 3m에 깊이 1m, 길이 1m의 부피는 3㎥이다.

이 중 50%가 금이라면 약 29톤이 생산된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헬기를 타고 다시 킨샤사로 오니 어둑어둑하다.

“저녁이나 들고 가시지요.”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헬기를 타고 오는 동안 게리 론슨은 현수의 추종자로 변모했다. 엄청난 양의 금이 쏟아져 나오는 금광의 주인답지 않게 소탈하고, 인간적이라는 느낌을 받은 때문이다.

게다가 큰 선물도 받았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현수는 게리 론슨에게 절대 충성 마법을 걸지 않았다. 그래봤자 써먹을 일도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며 상담을 진행시켰다. 이 과정에서 재무부와의 통화가 여러 차례 시도되었다. CIA 요원인 게리 론슨이 모든 일을 결정한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보안 때문인지 이리듐 통신을 이용하여 통화했다.

그 결과 미국 재무부에서 1차로 2,000톤을 매입하기로 했다. 금괴 인도 장소는 반둔두에 있는 이실리프 자치령의 모처이다. 장소는 현수가 정한다.

미국은 수송헬기 CH―47D 치누크(Chinook)를 동원하기로 했다. 구형이지만 이것을 쓰는 이유는 항속거리가 길고, 물 위에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치누크는 유효 적재 중량 10.8톤, 최대 이륙 중량 22.7톤이며, 항속거리 426㎞이다.

한 번에 10톤씩 실어도 200번이나 왕복하여야 하기에 20대의 치누크가 동시에 동원될 예정이다.

그래도 10번은 왕복해야 한다. 이것들에 대한 호위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양해 하에 미 해군 전투기가 맡는다.

반둔두 지역으로부터 마타디항 외곽까지의 거리는 대략 560㎞ 정도 된다. 한 번에 갈 수 없다는 뜻이다. 하여 중간에 임시 기착지를 두어 연료를 보충하도록 할 계획이다.

어쨌거나 중간 기착지에서 연료를 보급받은 헬기는 곧장 미 해군 함정으로 가서 화물을 내려놓는다.

극비리에 펼쳐지는 군사작전이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거래는 비밀 엄수가 전제 조건으로 내걸렸다. 그리고 거래 대금은 여러 곳으로 분산하여 송금하기로 했다.

현수로선 마다할 일이 아니므로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1차 거래 대금 1,153억 6,000만 달러 중 1,000억 달러는 이실리프 트레이딩 계좌로 보내진다.

참고로, 2013년 11월 기준 뉴욕증권시장(NYSE)의 시가총액은 17조 3,973억 달러이다.

나스닥(NASDAQ)은 6조 113억 달러이다.

1,000억 달러는 NYSE의 174분의 1 정도 된다.

나스닥은 60분의 1이나 되니 이 정도면 미국 증시를 한바탕 크게 휘젓고도 남는다.

IMF 때 외국인들이 국내 우량 기업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한 것을 합법적으로 되갚아줄 기회가 온 것이다.

나머지 153억 6,000만 달러는 이실리프 뱅크 반둔두 지점으로 송금된다. 이것은 전액 이실리프 자치구 개발 사업에 투입될 것이다.

이 중 상당액이 콩고민주공화국 국민들의 급여와 소비재 매입 대금으로 지불된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빠져나가는 것 없이 대량의 외화가 유입되는 효과가 있으니 이번 작전에 흔쾌히 동의할 것이다.

첫 거래 후 2개월 경과 시점에 인도될 물량 역시 2,000톤이다. 국제 금 시세가 나날이 오르고 있지만 통 크게 현재 가격으로 계약을 해주었다. 대신 이것의 대금 1,153억 6,000만 달러 중 20%인 230억 7,200만 달러는 선금으로 받는다.

이것은 전액 이실리프 뱅크 몽골 지점으로 송금되어 개발 사업에 충당될 예정이다.

두 건의 거래로 미국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1,384억 3,200만 달러이다. 이 중 약 72%에 해당되는 1,000억 달러가 미국을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에 매우 흡족해했다.

이 거래의 대금 지불자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연방준비은행 FRB이다. 본인들이 보관하던 것을 분실한 때문이다.

게리 론슨이 양해를 구하고 옆방으로 가서 재무부에 보고할 때 현수는 엿듣기 마법으로 내용을 모두 들었다.

게리 론슨은 동굴 속의 금괴의 양을 추산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금맥의 끝까지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말하길 최하 10,000톤은 너끈히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상대가 그에 대한 증빙을 요구하자 본인이 촬영한 사진을 보고서에 첨부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현수가 선물로 준 금덩이도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과 금광석의 순도를 대조해 보면 양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수가 준 금덩이는 정부에 제출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직무와 관련하여 받은 게 아니라고 우긴 것이다. 이런 거 보면 대찬 놈인 듯싶다.

통화 내용을 모두 들은 현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유태 자본에 커다란 흠집을 내줄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미국으로 가는 금괴엔 이전과 마찬가지로 귀환마법진이 그려질 것이다. 복귀 시점은 육 개월 후이다. 그때쯤이면 세 번째 거래가 끝났을 때이다.

FRB는 현재 은밀히 금괴들을 매입하고 있다. 3차례에 걸쳐 현수로부터 매입할 양은 대략 7,000톤으로 잡고 있다.

나머지 1,000톤은 FRB의 실제 주인인 유태인들이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채워 넣을 것이다.

따라서 6개월 후 귀환마법이 구현되면 FRB가 애써서 채워놓은 금괴 8,000톤이 또 한 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의심 많은 놈들이므로 현수로부터 구입한 금괴에 대한 조사가 분명히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무게조차 느낄 수 없는 마법진을 어찌 감식해 내겠는가!

어쨌거나 금괴 8,000톤이 사라지면 FRB는 물론이고,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까지 나서서 조사를 할 것이다.

그래 봐야 증거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누가 와서 금괴를 가져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공을 초월하여 현수의 아공간으로 이동한 것이다.

미치고 환장하겠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분통 터지겠지만 FRB는 다시 한 번 금괴 매입에 열을 올려야 한다. 두 번이나 분실하였으므로 전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보관 장소를 물색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또 적당량을 팔아치운다. 이것엔 마법진을 그려 넣지 않을 생각이다. 200톤만 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괴에 고정된 CCTV를 준비하겠지만 마법진이 그려지지 않은 그것은 꼼짝도 않고 제자리를 지킬 것이다.

어쨌거나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게리 론슨은 기분 좋은 얼굴로 저택을 떠났다. 곧바로 귀국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현수는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온다던 손님을 영접했다.

지나 통상부 국장 왕리한이라는 사람이다.

창문 너머로 보니 두 대의 벤츠에서 여섯 명이 내린다. 국장과 비서, 그리고 경호원들인 듯싶다.

행동을 보니 누가 왕리한인지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금테 안경을 쓴 40대 중반의 사내이다.

현수는 현관까지 나가 맞아들였다.

“아! 어서 오십시오. 김현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왕리한이라 합니다.”

“오는 길이 불편하지 않으셨는지요?”

“괜찮았습니다. 특히 저택 진입로가 인상적이더군요.”

킨샤사 저택으로 들어오는 진입로는 누가 봐도 아름답다 할 정도로 잘 가꿔진 상태이다.

“아! 그거요? 좋게 봐주셨군요. 아무튼 오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왕리한 국장은 차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덥다는 듯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낸다.

잠시 후, 둘은 접객실에 앉아 차를 마셨다.

알리사가 차를 내오기까지 왕리한은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감탄사를 터뜨린다. 예술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멋진 저택이었던 때문이다.

“정말 좋은 집입니다.”

“칭찬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는……?”

본론으로 들어가자 정색하며 시선을 마주친다.

“이실리프 자치령에 노천금광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금 보유량을 늘리려 해서 왔습니다.”

금을 사러 왔다는 뜻이다.

“아! 그렇습니까? 얼마나 필요하신지요?”

“가급적 많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캐내셨는지 모르지만 저희가 다 사겠습니다.”

“…전부요?”

“네! 전부 매입하겠습니다.”

왕리한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가에탄 카구지가 이실리프 자치령에 노천금광이 있다는 발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따라서 얼마나 있겠느냐는 생각인 듯싶다.

“그래요? 제련된 것만 약 1,000톤 정도 있는데 그걸 다 사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네에……? 처, 천 톤이요? 그렇게나 많이……? 세상에……!”

왕리한의 눈은 대번에 커져 버린다. 상상을 초월한 때문이다. 그러다가 금방 말을 잇는다.

“저, 정말 그렇게나 많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다만 비밀이 지켜져야 합니다.”

“아……! 물론입니다. 오히려 저희 쪽에서 바라는 바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쉽게 속내를 드러내는 걸 보면 왕리한은 닳고 닳은 인물 같지는 않다.

지나는 막대한 양의 외화가 사라지고, 공상은행에서 보관중이던 금괴까지 사라지자 전방위 수사를 실시하는 중이다.

사용된 폭약의 출처와 사건 당일 인근에 있던 모든 사람이 조사 대상이다. 물론 은밀히 수사하는 중이다.

그러는 한편 통상부 관리들을 파견하여 금괴 매입을 시작하였다. 외화가 거의 모두 사라졌기에 달러화나 유로화로의 매입은 불가능하다.

대신 위안화를 남발하는 중이다. 이걸로 금을 사서 외화가 필요할 때 시장에 내다 팔아 결제를 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극비 사항이다.

왕리한은 금괴 매입 임무를 부여받은 많은 관리 중 하나이다. 명함엔 국장이라 새겨져 있지만 실제론 국장보이다.

대외적인 업무보다는 서류 작업을 주로 했기에 밀고 당기기 같은 고도의 심리전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어쨌거나 금괴가 필요하다고 한다.

현수는 게리 론슨이 당한 것처럼 왕리한 또한 혼을 쏙 빼놓았다. 물론 헬기를 타고 다시 한 번 동굴까지 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왕리한과 그의 비서는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다.

어쨌거나 금괴 1,000톤의 가격은 576억 8,000만 달러이다. 한화로 환전하면 69조 2,160억 원이다.

이런 큰 거래를 왜 안 하겠는가!

미국만 눈치채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이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법이라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전액 위안화로 결제를 한다고 한다. 최근 들어 위안화의 가치는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국제 금 시세에 0.5%를 올려서 받기로 했다. 그래도 한화로 3,46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더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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