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0
아무튼 거래 대금 69조 5,620억 원에 해당되는 위안화는 여러 경로를 거쳐 이실리프 뱅크 에티오피아 지점으로 가게 될 것이다.
거기도 개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괴 인도 시점은 미국의 공수 작전이 끝나고 10일 후부터이다. 인도 장소는 콩고민주공화국 남쪽에 있는 앙골라 담바(Damba) 지역이다. 반둔두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
이곳까지 운반 책임은 현수가 진다. 텔레포트 마법과 아공간만으로도 미국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지나가 이곳을 택한 이유는 울창한 수림 덕분에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의 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 건설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나인들이 돌아다녀도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는다.
아무튼 담바에서 금괴를 인도하면 콴고강을 이용하여 바다에 접한 은제토(N’zeto)까지 운반한다. 거기엔 때 맞춰 당도한 지나의 화물선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지나는 앙골라가 1975년에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이후 국가 재건에 든든한 동반자였다.
110억 달러에 이르는 차관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 결과 앙골라는 지나의 최대 원유 공급처가 됐다.
이런 정부 간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지나는 도로, 철도, 100만 호 주택 사업 등을 거의 싹쓸이했다.
그 결과 건설 노동자 등 앙골라에 거주하는 지나인은 대략 50만 명이다. 불법체류자까지 포함된 숫자이다.
그런데 앙골라 사람들은 동양인을 보면 ‘시네시(Chinesi)’라고 외친다. 포르투갈어로 ‘지나인’인 이 말에는 우리말의 ‘되놈’처럼 멸시와 조롱의 뜻이 담겨 있다.
지나인들에 의한 원주민 홀대와 무시가 빚어낸 결과이다.
지난 2009년엔 지나의 건설사가 지은 국립병원 건물이 지은 지 2년 만에 외벽에 금이 가고 건물 전체가 기울어 환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각종 공사에 현지인 대신 운남성 등에서 저급한 노동자를 데려와 급조한 결과이다.
이에 앙골라 정부는 지나와의 거리를 두는 중이다. 지나가 이득만을 추구하는 욕심 많은 존재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현재는 일본, 스페인, 러시아, 브라질 등 4개국과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나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어쨌거나 아직까지 앙골라에선 지나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공사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동원하여 금괴 운반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것들 역시 귀환마법진이 그려진 것이다. 어딘가에 보관되겠지만 인도일로부터 6개월이 되면 현수의 아공간으로 옮겨온다.
지나가 그것을 녹이지 않는 한 마법진을 중심으로 반경 3m 내에 있는 이동 가능한 물체까지 딸려온다. 팔기는 1,000톤을 팔았지만 더 많이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무튼 왕리한은 아주 흡족한 표정이 되어 물러났다. 그의 가방에도 2㎏ 정도 되는 금광석이 있기 때문이다.
13장 걸려드는 지나와 일본
다음 날 일본 대사관의 가와시마 야메히토가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예상대로 금괴 매입이다.
게리 론슨이나 왕리한처럼 헬기를 타고 동굴까지 갔다 왔고, 상당히 많은 사진이 촬영되었다. 확실히 지나 놈보다는 꼼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본에서 1차로 매입하게 될 금은 1,500톤이다. 100톤당 57억 6,800만 달러이니 865억 2,000만 달러이다.
일본 역시 외환 보유고가 없으므로 전액 엔화 결제를 하겠다고 하여 0.5%를 추가시켰다.
추가적 엔저 현상이 염려된 때문이다.
처음엔 완강히 버티던 가와시마 야메히토는 현수의 논리적인 추론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의 외환 보유고가 형편없음을 잘 아는 몇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사관에 근무하는 참사관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일본 중앙은행(BOJ) 외환 담당 팀장인 것이다.
가에탄 카구지의 노천금광 발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왔기에 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 최종 매각 대금에 4억 3,260만 달러가 추가되는 것을 즉시 승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거래 대금은 869억 526만 달러로 늘었다. 한화로 약 10조 4,343억 원이다.
2차 매입은 2개월 후로 그때에도 1,500톤을 매입하기로 했다. 물론 두 번에 걸친 거래 모두 비밀이다.
금괴는 FCL화물이 되어 마타디항 컨테이너 야드에서 일본 화물선에 실리게 될 것이다. 보안을 위해 콩고민주공화국의 농산물로 위장되어 실리게 된다.
이 금괴들 역시 귀환 마법진이 그려진다. 6개월 후 3m 이내의 이동 가능한 것까지 함께 돌아올 것이다.
매각 대금은 이실리프 자치구 아와사 지점으로 보내기로 했다. 조만간 조성될 우간다와 케냐 자치령을 개발하는 데 쓰여질 것이다.
이로써 미국, 지나, 일본을 낚았다. 가만히 있음에도 자치령 개발에 드는 자금이 저절로 들어온 셈이다.
가와시마 야메히토가 돌아간 후 현수는 느긋한 마음이 되어 홀로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깊은 밤이 되었을 때, 현수는 서재 책상 앞에 앉아 뭔가에 골몰해 있다.
눈에 보이는 곳으로 즉시 이동하는 마법을 완성시키기 위해 연구 중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현수의 어깨로 아리아니가 날아와 앉는다.
“주인님, 주인님!”
뭔가 용무가 있지 않으면 절대 귀찮게 하지 않는 존재가 아리아니이다. 하여 얼른 대꾸해 주었다.
“그래, 아리아니!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구요. 노에스가 보고드린대요.”
“노에스가……? 시킨 일도 없는데? 아무튼 오라고 해.”
“네! 노에스 이제 나와도 돼.”
말 떨어지기 무섭게 연한 갈색의 노에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노에스가 마스터를 뵈옵니다.”
“그래, 내게 보고할 게 뭐지?”
“아리아니님의 명을 받아 노천금광을 만들었던 인근 지역을 수색한 결과를 보고드리려 합니다.”
“그래? 그런 걸 했어? 근데 뭐 좋은 거 있어?”
콩고민주공화국은 코발트와 산업용 다이아몬드 매장량 및 생산량이 세계 1위이다. 코발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36% 이상을 차지하고, 다이아몬드는 25.9%나 된다.
구리 매장량은 약 500만 톤으로 세계 13위이다.
이밖에 철, 주석, 아연, 망간, 금, 니오븀, 리튬 등 많은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자원 부국이다.
그런데 반둔두와 비날리아 지역엔 이런 게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쉽게 조차가 결정된 것이다.
하여 현수는 별 기대 없는 표정이다.
“마스터! 그 동굴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3㎞ 지점 지하 12㎞에 다이아몬드가 많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동북쪽 2.5㎞ 지점 지하 18㎞엔 금이 매장되어 있고, 동쪽 6.3㎞ 지점 지하엔 원유가 있습니다. 이 밖에…….”
노에스의 말은 중간에 잘렸다.
“잠깐! 다이아몬드, 그리고 금과 원유가 있다고? 방금 말한 곳들 위치 좀 표시해봐.”
커튼을 제치자 콩고민주공화국 전도가 드러난다.
“여기에 다이아몬드가 있어요. 여긴 금이 있구요. 여기가 원유가 상당히 많이 매장되어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여긴 은이 있구요. 구리는 여기, 주석은 여기에 있어요.”
노에스는 계속해서 지도의 몇몇 곳을 짚는다. 그때마다 D, G, O, S, T, C라는 글씨를 써두었다.
D는 Diamond, G는 Gold, O는 Oil, S는 Silver, T는 Tin, C는 Copper의 이니셜이다.
“다이아몬드와 금은 얼마나 있는데?”
“다이아몬드는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데 커다란 트럭으로 두 대 분량은 될 거예요.”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뜻이다.
“그럼 금은……?”
“우리가 동굴에서 작업한 거 정도 되요.”
“정말? 그렇게나 많아?”
미국과 지나, 일본을 낚느라 사용한 금의 총량은 대략 8,000톤 정도 된다.
대부분이 불순물 많은 히데요시의 금화와 금괴였다.
금 매장량 1위가 호주이고 7,300톤이라 한다. 8,000톤이면 단숨에 세계 1위라는 뜻이다.
“네! 그 정도 되요.”
현수가 가장 관심 깊은 건 원유이다. 자치령이 유지됨에 있어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전기를 생산해 내기 위한 연료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전기는 태양광 발전만으로도 충분하다.
원유를 정제하면 LPG,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윤활유, 아스팔트피치, 석유, 코크스 등이 나온다.
이것들을 이용하여 플라스틱, 비닐, 등을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건설, 전자, 섬유, 각종 생활 용품을 비롯해서 비료, 농약, 페인트, 화장품, 세제 등이 원유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럼 원유는 어느 정도 있어? 그런 것도 알 수 있지?”
“네, UAE라는 나라보다 조금 더 많아요.”
“뭐어? 아랍에미리트보다 많은 매장량이 있다고?”
현수는 확실히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978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랍에미리트는 매장량 서열 7위에 해당한다.
6위인 쿠웨이트가 1,040억 배럴이다.
이들 사이라고 하면 1,000억 배럴 쯤 된다는 뜻이다.
참고로,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은 하루에 약 200만 배럴을 사용한다. 이걸 기준으로 따지면 약 137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그런데 콩고민주공화국 이실리프 자치령은 대한민국보다 넓이는 넓을지 모르나 인구는 훨씬 적을 것이다.
따라서 2개로 나뉜 자치령이 200년간 자급자족하는 것은 물론이고 콩고민주공화국까지 공급해 줄 수 있다.
물론 당장 개발해선 안 된다. 너무도 막대한 양인지라 조약 자체를 무효화하자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은 도로와 농지 조성이 우선이다.
이것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유전을 발견했다 하고 적당히 나눠서 써야 한다.
매장량 역시 비밀이 되어야 한다. 노에스에게 지시하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반둔두에서 비날리아까지 송유관을 건설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기엔 너무 멀기 때문이다.
비날리아 인근 반군 점령 지역에도 유전은 있다.
현재 이실리프 자치령은 반군과의 사이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매우 우호적이다.
따라서 이곳의 원유를 킨샤사까지 공급해 주는 대신 비날리아는 동북부 유전의 원유를 공급받는 것으로 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선 어차피 자신들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곳의 원유를 쓰는 것이니 싫다 하지 않을 것이다.
반군에겐 안정된 직업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 된다.
이실리프 자치령이 그쪽 유전을 개발하게 되면 거주지도 제공하고 살기 편한 여건이 주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실리프 자치령 안에 머물면 정부군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 이실리프 자치령은 최후의 순간에도 몸을 피할 곳이 된다.
반군 지도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이실리프 자치령으로의 원유 공급을 허가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수의 반군과 그 가족들이 들어와 살게 된다.
그런데 이실리프 자치령은 살기가 너무 좋다.
하여 시간이 흐르면 정부와 굳이 반목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음을 알게 되므로 무력 충돌은 차츰 줄어들 것이다.
등 따습고 배부르면 화낼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아무튼 구상대로 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구경꾼까지 좋은 일이 된다.
“근데 마스터! 다이아몬드와 금은 어떻게 할까요? 가서 캐와요?”
“아니! 그냥 둬. 그런데 내가 전에 해저 망간단괴들 이전시키라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됐어?”
“아! 그거요? 그건 거의 다 했어요. 이제 며칠만 더 움직이면 지시했던 해역으로 모두 이동 완료 됩니다.”
“그래? 수고했네. 고마워.”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마스터께 감히……. 지시하셨으니 의당했어야 할 일입니다.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노에스는 현수의 칭찬을 받는 것이 너무도 황송하다는 표정이다. 주인이 아랫것에게 일을 시켰는데 그 일 다 했다고 고개 숙여 예를 갖추는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그 일이 다 끝나면 다이아몬드 원석과 금광석의 위치 이동을 시키라고 하면 어려운 일이야?”
“아, 아닙니다. 당연히 아니지요. 제가 누굽니까? 땅의 최상급 정령입니다. 원하시는 위치까지 언제든 이동시킬 수 있으니 지시만 내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