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56화 (955/1,307)

# 956

또한 아르센 대륙은 남녀의 성비가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잦은 전쟁과 몬스터의 습격 때문에 남자의 수가 여자보다 훨씬 적기에 일부다처제가 관습화된 것이다.

현수는 왕국을 선포했고 스스로 국왕위에 올랐다. 당연히 4명 이상의 왕비를 둬야 하는데 신하들로서는 이것도 몹시 신경 쓰이는 일이다.

국왕의 총애가 어느 방향이 되느냐에 따라 권력의 향방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위 귀족들은 서로 자신의 여식으로 하여금 왕비, 내지 황후가 되도록 온갖 술수를 부린다.

이 때문에 귀족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때론 내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현수는 다섯 명의 왕비가 있다고 선언했다. 신하들 입장에선 골치 썩을 일 하나는 완벽하게 정리된 셈이다.

그런데 누군지 궁금하다는 눈빛을 빛낸다.

“제1왕후는 라이셔 제국의 퍼거슨 에델만 드 로이어 공작의 영애 카이로시아이다. 참고로, 대륙 전체에 유통망을 가진 이레나 상단이 공작가에 속해 있다.”

“……!”

왕이 되기도 전에 공작의 딸과 혼인한 사이라니 모두들 놀란 표정이다. 그러다가 현수의 신분을 되새기곤 고개를 끄덕인다.

이실리프 마탑의 탑주이자 그랜드 마스터이다.

공작의 쪽이 감지덕지해야 할 사위이다.

“제2왕후는 미판테 왕국의 데니스 로니안 드 테세린 공작의 영애 로잘린이다. 테세린은 내 상단인 하인스 상단의 본점이 있는 곳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장인이 공작이라 한다. 왕국에 문제가 생겼을 때 라이셔 제국과 미판테 왕국에 연락하면 지원군이 온다는 뜻이다.

왕국의 국민으로서 든든한 우방이 있다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하여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제3왕후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 신전의 성녀 스테이시 아르웬이다.”

“허억……!”

이번엔 모두들 놀란 표정이다. 성녀의 부군이 어떤 자리인지 아는 사람들은 알기 때문이다.

대지의 여신을 모시는 라이셔 제국엔 성녀에 버금가는 신분이 딱 둘뿐이다. 하나는 황제이고, 다른 하나는 교황이다.

성녀가 결혼할 때 이들 둘은 성녀 쪽 증인이 된다.

성녀의 부군은 성군(聖君)이라 불린다.

성녀와 합방하면 추기경급 신성력을 쓸 수 있게 되고, 금슬이 좋을수록 더 진한 신성력을 갖는다.

성군은 성녀와 더불어 경배의 대상이며, 교황과 황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이다.

라이셔 제국의 전통은 성군에게 후작의 작위를 부여하고 평생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반역만 아니면 어느 누구도 성군의 영지를 상대로 영지전조차 걸 수 없다.

이것보다 더 놀란 건 성녀의 남편이 되려면 여신의 점지가 있어야 한다. 둘이 맺어지는 것 여신의 뜻이라는 것이다.

성녀는 여신을 부를 때 ‘어머니’라는 표현을 쓴다. 따라서 가이아 여신은 국왕의 장모님이시다.

가이아 여신을 장모로 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여 모두가 턱이라도 빠진 듯 입을 딱 벌리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은 계속된다.

“제4왕비는 미판테 왕국의 공작이자 7서클 마법사인 아르가니 에이런 판 포인테스의 공녀 케이트이다.”

“우와! 미판테의 현자가 장인이시다.”

“그러게! 진짜 대단하시다.”

모두들 감탄사를 터뜨리지만 조금 전과 같지는 않다. 하긴 여신과 공작을 어찌 같은 선상에 놓고 보겠는가!

“마지막 제5왕비는 라수스 협곡의 지배자인 레드 드래곤 라이세뮤리안 옥타누스 카로길라아지바랄의 여식인 다프네이다.”

3장 다프네 어디 있어?

“헉……! 드, 드래곤의 딸……?”

“세, 세상에……! 드래곤이 장인이야.”

“그러게! 말도 안 돼!”

모두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눈이 커진다. 인간을 사위로 맞이한 드래곤이 얼마나 있겠는가!

게다가 레드 드래곤 라이세뮤리안의 악명은 미판테 왕국은 물론이고, 전 대륙에 퍼져 있는 상태이다.

성질 흉포한 것으로 이름난 레드 드래곤의 딸을 왕비로 맞이했다는데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하여 모두들 경악한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볼 뿐이다.

인간 같지 않은 사람이다. 모든 마법사의 정점인 위저드 로드이면서, 세상 모든 기사의 수장인 그랜드 마스터이시다.

게다가 보우 마스터이고, 4대 정령을 수족처럼 부리는 정령신의 권위를 가졌다.

이러니 어찌 한낱 인간이라 하겠는가!

그런데 공작 셋이 장인이고, 여신은 장모이다. 마지막으로 레드 드래곤까지 장인이라고 한다.

하여 놀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결정타가 먹여진다.

“아! 깜박하고 말을 하지 않았는데 제4왕비 케이트는 마법사이다. 골드 드래곤 제니스케리안 인터누스 지노타루이마덴의 유일한 제자이기도 하다. 참고로 제니스케리안은 현재의 드래곤 로드와 쌍둥이다.”

“끄으응……!”

털썩-!

누군가 앓는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주저앉는다. 오금에서 힘이 쭉 빠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진 결과이다.

이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연속적으로 쓰러진다.

털썩! 털썩-! 터털털털털썩-!

왕비로 모시게 될 이들 가운데 단 하나도 평범하지 않으니 어떻겠는가!

훗날에도 이들은 단체로 놀란다.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다.

첫째는 왕비들을 처음 알현할 때이다. 인간이라 하기엔 너무도 아름답기에 모두가 놀란다.

왕궁이 다 지어진 날엔 가이아 여신으로부터 연유된 빛이 왕궁 전체를 감싸는 모습을 보고 놀란다. 그게 여신의 축복이라는 건 나중에 알려진다.

그날 라이세뮤리안은 육중한 본체로 돌아가 왕국 위를 맴돌면서 수호룡 선포를 한다.

중간계의 조율자, 위대한 존재, 마법의 조종 등의 수사로 불리는 드래곤을 본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다들 처음 보는 상황이었는데 그 동체가 너무 커서 입을 딱 벌린다. 그런데 그날 왕궁에는 많은 귀빈이 와 있다.

라이셔 제국, 카이엔 제국, 그리고 크로완 제국의 황제들과 아드리안 왕국, 미판테 왕국, 테리안 왕국의 국왕들이 있다. 그리고 가이아 여신의 교황도 함께한다.

뿐만 아니라 대륙 7대 마탑의 마탑주와 부탑주 전원, 그리고 5서클 이상 마법사 전원이 참석한다.

하긴 위저드 로드이자 그랜드 마스터의 보금자리가 완성되었다는데 어찌 발걸음을 하지 않겠는가!

이들 이외에도 약 30개 나라에서 국왕과 공작, 후작들이 직접 온다. 이실리프 왕국과 안면을 터서 나쁠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들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라이세뮤리안은 수호룡 선포에 이어 화염의 브레스를 선보인다.

브레스가 스치고 지난 바다 위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삶아진 채 떠오른다. 이를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이세뮤리안은 일부러 전력을 다한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리는 자리도 되기 때문이다.

그다음 날, 이실리프 왕국민들은 또 놀란다.

드래곤 로드 옥시온케리안과 쌍둥이 동생인 제니스케리안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른 드래곤들도 따라온다. 블랙, 그린, 실버, 블루, 화이트 일족의 수장들이다.

골드와 레드가 빠진 이유는 옥시온케리안과 라이세뮤리안이 일족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왕국민들은 이 밖에도 여러 번 놀랄 일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때만큼 크게 놀라긴 힘들 것이다.

* * *

“흐음! 숲이 너무 울창하군.”

현수가 코리아도로부터 텔레포트해서 당도한 곳은 아드리안 왕국과 미판테 왕국의 접경지인 틴포스 마을 외곽이다.

변경을 지키기 위한 기사와 병사, 그리고 마법사들이 주둔하는 성채가 보인다. 제법 규모가 크다.

하지만 다프네는 이곳엔 없을 것이다. 엄청나게 비싼 몸값을 치르고 사갔는데 고작 이곳에서 하급 마법사나 하급 기사들을 상대로 처분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수는 성채를 바라보기만 했을 뿐 다가서지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 현수는 많은 것을 하리먼에게 일임하고 왔다. 실종된 다프네를 찾는 일이 시급한 때문이다.

물론 상당히 많은 지시사항을 남겼다.

이것들은 A4용지로 약 300페이지에 걸쳐 기록되었다.

이실리프 군도를 어떻게 개간하고,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다.

가장 먼저 도로를 내고 지형에 적합한 농지를 개간토록 했다. 울창한 숲이 베어지지만 워낙 수림이 우거져 있는지라 그 정도로는 환경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은 주택 건설이다.

농지를 조성하면서 발생되는 목재를 이용하여 주택을 건설하는데 남는 목재와 부산물들은 따로 모아두도록 했다.

장차 펠릿 제조를 위한 재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은 2층으로 짓는데 아래층엔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욕실과 창고가 자리한다. 위층은 침실과 거실이 들어간다.

당연히 상수도와 하수도 개념이 도입되어 있다. 모든 가구가 주방에서 물을 쓸 수 있으며, 목욕도 가능하도록 한다.

화장실은 수세식과 정화조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냄새는 정화마법진으로 해결토록 했다.

위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쯤만 해도 거의 주거혁명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대소변을 아무 곳에나 버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군도는 지구로 치면 적도에 가까운 곳이므로 더운 물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어 보일러는 없어도 된다.

각각의 집은 농지에서 너무 멀면 이동 시간만 소요되니 적당한 규모로 마을의 단위를 조절하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각종 참고자료를 인쇄하여 주었으니 지시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없을 듯하다.

하리먼은 현수를 대신하여 금은보화를 처분하고, 해적들로 하여금 배를 몰아 아드리안 왕국과 미판테 왕국, 그리고 제라스 왕국으로 가라는 명령을 내리게 될 것이다.

곡식과 생필품을 매입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청사진 이외에 남긴 것은 라면이다.

코리아도의 주민수는 12만 5,618명이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하루에 두 끼를 먹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한 달 이상 먹을 수 있을 물량이 필요하다. 하여 전 인원이 아침에 한 개 저녁에 두 개씩 35일간 먹을 물량은 약 1,320만 봉지이다.

다행히 아공간엔 이보다 많은 라면이 있었다.

백두그룹 라면공장에서 가져온 1,400만 봉지와 백두마트 세 군데를 털 때 가져온 것이다. 그렇기에 1,320만 봉지를 꺼내주고도 약 80만 봉지가 남아 있다.

이 밖에 상당히 많은 밀가루와 소금, 설탕, 후추, 식초, 간장, 고추장, 된장, 양파, 감자, 당근, 파,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쌀, 보리, 콩, 팥, 귀리, 찹쌀, 고춧가루 등 온갖 식재료를 꺼내주었다.

이것들은 공간확장 마법과 보존마법이 걸린 세 개의 컨테이너에 보관되었다. 컨테이너 하나는 똑같은 것 여섯 개의 부피와 같으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것들은 궁내 시녀장이 된 라이사가 관리하는데, 향후 왕국의 대소 연회에 쓰일 음식을 개발하고 만들어보라는 뜻에서 준 식재료들이다.

현수가 없는 동안 많은 음식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것에 대한 품평은 하리먼과 컬리, 로드젠 등 주요 인사들에 의해 행해질 것이다.

현수는 식재료 이외에도 각종 레시피도 주었다.

메뉴는 한식과 양식 위주이다. 이곳에서도 된장찌개를 먹고 싶을 때가 있을 것 같아서이다.

“흐음! 여기서 가장 가까운 영주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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