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62화 (961/1,307)

# 962

현수의 가짜 제자가 된 로스톤은 미녀들의 애교에 녹아나는 중이다. 하지만 덮치거나 할 수는 없다.

현수의 제자라 하였기에 주어진 호사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본인은 현수에게 처벌받기 위해 끌려온 상태이다. 그렇기에 함부로 누릴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순간, 현수 역시 여러 여인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현수의 집무실로 준비된 ‘세상의 중심’이란 이름이 붙은 방이다.

현수는 아공간에서 꺼낸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다.

앞에는 아드리안 왕국 제1왕후의 공주 소피아, 2왕후의 공주 아이리스가 공손히 시립해 있다.

바로 뒤에는 로레알 공작의 손녀 아그네스와 필립스 공작의 손녀 이사벨이 있고, 이들 곁에는 할렌 후작의 손녀 나오미와 화이트 후작의 딸 마샤가 있다.

가장 어린 소피아는 이제 겨우 16세이다.

한국으로 치면 이제 겨우 고1인데 이실리프 마탑주의 여인이 되기 위해 대기 중이다.

가장 나이 많은 마샤도 21세에 불과하다.

한국 같으면 한창 꿈 많을 대학생쯤 된다. 그럼에도 한 사내의 여인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 중이다.

이들 여섯은 요즘 왕궁에서 파견한 시녀장으로부터 잠자리 교육을 받고 있다.

어떻게 사내를 유혹하고, 어떻게 하여 사랑을 받으며, 어떻게 하면 사내가 육체를 탐하게 할지에 대한 집중 교육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이는 현수가 단 하루도 헥사곤 오브 이실리프에서 자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당도한 날 현수는 6명의 여인과 이들의 수발을 들어주는 시녀 144명, 그리고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기사와 병사들을 위해 피자와 만두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곤 피곤하여 잠잘 것이니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는 쪽지를 붙어놓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닷새가 지났을 때 마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먼지 한 점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보고를 받은 국왕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를 마탑주를 잡아두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지시했다.

언제고 다시 오기만 하면 어떻게든 하여 뼈와 살이 타는 밤을 보내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각종 방중술까지 배우고 있다.

“소녀, 소피아가 주인님을 알현하옵니다!

“아이리스가 위대하신 분을 뵈어요.”

“마탑주님! 저는 아그네스예요. 다시 뵙게 되어 지극한 영광이옵니다.”

“오래 기다렸사옵니다. 소녀, 이사벨이옵니다.”

“탑주님! 저는 나오미예요. 다시 뵈오니 좋네요.”

“마샤가 마탑주님께 재회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섯 명의 여인은 방중술 교육을 받으면서 낯을 붉히고 있었다. 오늘부터 아주 본격적인 내용을 배우게 되어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었던 때문이다.

그런데 마탑주가 당도했다는 전갈이 왔다. 이에 모든 걸 파하고 후다닥 달려와 모인 것이다.

“그래, 오랜만이군. 잘들 있었지?”

“네! 매일매일 주인님만을 그리며 기다렸사옵니다.”

“저도요!”

“꿈속에서라도 뵙고 싶었어요.”

여섯 송이 꽃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어 몸짓하는 것처럼 조금씩 다가선다.

‘그런데 의복이 조금… 야하군!’

모두들 그리스 여인처럼 한쪽 어깨가 드러난 옷을 입고 있다. 가슴의 거의 절반 또한 드러나 있어 조금만 몸을 숙이면 못 볼 것까지 다 보일 지경이다.

아드리안 왕국의 국왕은 현수의 겉보기 나이가 25세이니 정력 또한 절륜할 것이며, 욕정 또한 청년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여 이처럼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도록 했다.

이곳은 여인들만 머무는 곳이라 다 벗고 다녀도 상관없을 곳이기에 가능한 의복이다.

“잠시 쉴 것이니 가서 의복을 갈아입고 오도록 하라.”

“…네, 주인님!”

명이 떨어지자 여인들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곤 뒷걸음질로 물러난다.

‘흐음! 사부님의 안식처를 준비하라 했는데 다 되었을까?’

현수는 네 개의 문 중 북문에 해당하는 것을 열었다.

이곳 헥사곤 오브 이실리프는 특별경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가로 500m, 세로 700m 정도 된다.

350,000㎡이니 10만 평이 약간 넘는다. 조선의 정궁(正宮)인 경복궁이 약 13만 평이니 거의 궁궐 크기이다.

현수의 집무실 ‘세상의 중심’은 중앙부에 위치해 있다.

전면엔 마탑주로서 행해야 할 공식적인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좌우엔 144명이나 되는 시녀들의 거처가 있다.

이것을 지나치면 후원이 된다. 온갖 기화이초를 옮겨 심어 계절별 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정원이 가꿔져 있었다.

후원은 여전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후원의 담장이 전보다 훨씬 뒤쪽으로 이동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전엔 약 300m 전방에 높이 10m짜리 담장이 있었다. 돌을 깎아 모서리를 절묘하게 맞춰놓은 것이었다.

이것이 약 300m 정도 더 뒤쪽으로 이동되어 있다. 기존의 담장을 헐어서 그대로 옮긴 듯하다.

아무튼 새로 조성된 공간은 가로 500m, 세로 300m짜리 공간이다. 여기엔 전에 없던 여러 가지가 건축되어 있었다.

그중 눈에 뜨이는 것은 거대한 오벨리스크이다.

높이를 가늠해 보니 대략 40m쯤 되는 것 같다.

이 정도면 지구에 있는 투트모세 1세(23.2m, 143t)와 하트모양수트 여왕(29.6m, 325t)의 그것보다도 더 크다.

현수는 앞에 쓰인 글귀를 읽어보았다.

6장 헥사곤 오브 이실리프

아드리안 왕국의 건국시조

이실리프 마탑의 제1대 마탑주

9서클 마스터에 이른 대마법사

아드리안 멀린 반 나이젤이시여 영면하소서!

세로로 쓰인 명문을 읽은 현수는 후원으로 나갔다. 좀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함이다.

지난번 방문 이후 대대적인 공사를 한 듯싶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오벨리스크의 앞에는 멀린이 영면할 묘실이 조성되어 있다.

미스릴 관에 담긴 사체가 현수의 아공간에 있기에 아직 덮지 않은 상태이다.

묘역의 규모는 가로 100m, 세로 100m이다.

좌우엔 왕실 후손들과 고관대작들이 참배할 수 있도록 여러 시설이 갖춰져 있다.

‘신경을 많이 썼군. 하긴……! 이실리프 마탑의 초대 마탑주이자 아드리안 왕국의 건국시조이니 당연한 일이지.’

오벨리스크 바로 앞쪽에 묘실이 조성되어 있는데 관이 들어갈 자리 밖에는 세 겹의 통로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여러 개의 함정이 있는데 특정 부위를 밟으면 벽에서 창이 튀어나오는 것, 바닥이 푹 가라앉으면서 독액에 빠지도록 한 것 등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도굴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 뚜껑을 덮지 않은 상태인지라 훤히 보인다.

‘흐음! 이것 가지곤 부족하지. 도굴을 막으려면 적당한 마법진들이 필요하겠군.’

잠시 통로를 살핀 현수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어느 곳을 뚫고 들어오든 최외곽 통로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다. 이 통로의 벽에 감응 체인 라이트닝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누구든 이 통로에 발을 들여놓으면 15번의 체인 라이트닝 마법이 연속하여 구현되도록 한 것이다.

마나석을 박아놓고는 마법진의 효력이 영구하도록 마나 집적진, 오토 리차지 마법진 또한 그렸다.

마지막은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진이다.

현수는 10서클 마스터이다. 게다가 마나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이실리프 마탑의 마탑주이다. 그렇기에 마법진이 있음을 알아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세 겹의 통로 중 가운데 통로엔 8서클 마법인 헬 파이어 마법진을 그려놓았다.

이것 역시 마법진이 영구하도록 온갖 조치를 취했다.

최외곽 통로를 운 좋게 벗어난 자가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통구이가 되어버릴 것이다. 통로 전체로 엄청난 열기를 가진 화염이 뿜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피할 곳은 당연히 없다. 사방에서 뿜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무단침입하면 한 줌 재가 될 것이다.

묘실 바로 바깥쪽 통로에도 마법진을 그려놓았다.

이번엔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Ice crystal of storm)이다. 이것 역시 8서클 마법으로 빙정의 폭풍이 통로 전체를 꽁꽁 얼리는 것이다.

한국의 건축법을 살펴보면 ‘동결선’이란 용어가 있다. 이것은 추운 겨울철에 땅이 얼어붙는 깊이를 의미한다.

당연히 위도에 따라 다르다. 남쪽은 얕고, 북쪽은 깊다.

겨울이 되면 땅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된다.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체적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다가 계절이 바뀌어 봄이 되면 해빙되면서 부피가 줄어들며 주저앉는다.

이때 건축물의 기초가 동결선보다 위쪽에 있으면 구조에 악영향을 준다. 건축물이 통째로 주저앉을 수 있는 것이다.

하여 건축물의 기초는 땅이 얼지 않는 동결선 아래까지 내려서 시공하라는 법 규정이 있다.

참고로, 수도관 역시 동결선 아래로 시공하지 않으면 겨울에 얼어터지게 된다.

어쨌거나 서울의 경우 동결선의 깊이는 약 80㎝이다. 가장 깊은 곳은 인제 지역으로 약 130㎝ 정도 된다.

현수가 적용시키려는 아이스 크리스탈 오브 스톰이 시전되면 순식간에 땅속 100㎝까지 완전한 얼음이 된다.

사람은 물론이고 어떠한 동물이나 몬스터도 이런 추위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돌파하고 묘실의 벽을 허물게 되면 멀린의 시신이 담긴 미스릴 관은 텔레포트된다.

이것의 목적지는 바세른 산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멀린의 레어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이니 어쩌면 가장 안전한 곳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곳에 묘역을 조성하는 이유는 후손들의 참배를 받으라는 의도이다.

어쨌거나 현수는 어느 누구도 감히 스승의 시신에 위해를 가할 수 없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했다.

마법진들은 안치식이 끝난 직후부터 구현될 것이다. 이것의 존재는 왕실과 마탑주에게만 계승되도록 할 예정이다.

“온 김에 안치식을 하도록 해야겠군.”

언제까지고 스승의 관을 아공간에 담고 다닐 수는 없다.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행사를 치르는 것이 맞다.

현수는 이실리프 왕국에서 필요로 하는 곡물 및 생필품 수량을 점검하고 있었다. 아직 국왕을 만나기엔 이른 시간이다. 하여 남는 시간을 활용하던 중이다.

“주인님!”

부드러운 여인의 음성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화사하게 화장한 소피아가 서 있다.

“누구? 아, 소피아 공주! 왜?”

“아바마마께서 만남을 청하셨사옵니다.”

“아바마마? 아! 국왕께서……? 어디 계시지?”

“정문 앞에 계시옵니다.”

“정문? 왜 그곳에 계시도록 하였나? 얼른 뫼시지 않고.”

현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곳은 아드리안 왕국의 영토 내이다. 따라서 국왕에 대한 대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헥사곤 오브 이실리프엔 오로지 주인님 이외의 사내는 머물 수 없사옵니다. 하오니 주인님께서 나가셔야 하옵니다.”

이곳은 아드리안 왕국 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부지 전체가 이실리프 마탑에 헌납되어 있다.

그리고 이곳은 왕국의 법도 효력을 끼치지 못한다. 제아무리 위급한 상황이 벌어져도 국왕조차 출입 불가인 땅이다.

그렇기에 한때 사내들이 추근대는 것을 피하기 위한 귀족가 또는 왕가 여인들의 피신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마탑주의 허가가 있으면 드나들 수 있으나 그것도 특별한 경우에만 그러하다. 어쨌거나 마탑주가 없는 동안엔 헥사곤에 머무는 여섯 여인이 이곳의 운영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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