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69화 (968/1,307)

# 969

이들은 형이 확정된 후 평균 9개월 만에 사면을 받았고, 모두 현직에 복귀한 바 있다.

그야말로 돈 있다고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헌법에 명기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어떤 사람이 15만 원을 훔쳤다. 이에 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했고 즉시 구속 수감했다.

비슷한 시기에 모 재벌의 총수는 위장계열사의 빚을 계열사가 대신 갚는 방식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

이는 특경법상 배임이며, 피해액은 무려 1,585억 원이나 된다. 그런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되었다.

15만 원을 훔친 사람은 3년간 감옥에 갇혀 있는데, 1,585억 원의 손실을 끼친 사람은 그대로 풀려난 것이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의무에 위반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재벌총수는 배임하여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 주식회사이니 주주들이 손해 입은 당사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거의 무죄나 다름없는 판결이다.

이게 어찌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인가!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며 독약을 마셨다지만 이는 어리석은 짓이다.

법이 이렇듯 무의미하고 편향적이라면, 공정한 처벌을 기대하기보다는 최대한 이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현수는 부자이다.

그것도 그냥 부자가 아니라 인류역사상 최고의 부자이다.

법이 사회 부조리들을 공정하게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 돈으로 법 위에 군림하면 된다.

살인이나 강도, 배임이나 횡령, 세금 포탈, 뇌물공여 같은 범죄행위가 아니니 지탄받을 일도 아니다.

◎ 이실리프 대학교에서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학창시절에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휘둘렀거나, 금품을 갈취한 자는 뽑지 않겠다.

◎ 이실리프 대학교에서는 문제 있는 고등학교 졸업자들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 이실리프 그룹은 이실리프 대학교에서 공부한 사람들 중 군복무 또는 대체복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로만 채우겠다. 여성과 장애인의 경우는 사회봉사 시간이 일정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 이실리프 그룹에서는 특정 종교에 심취한 사람은 단 하나도 뽑지 않겠다. 나중에라도 그 종교에 빠져 타인을 불편하게 하면 오지 발령을 내 스스로 그만두게 하겠다.

◎ 이실리프 그룹에서는 특정 사이트 회원은 뽑지 않겠다. 나중에라도 그 사이트에 가입하여 활동하면 컴퓨터가 없는 곳으로 발령 내겠다.

◎ 이실리프 그룹에서는 특정 종교에 심취한 자와 특정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자가 있는 회사와는 거래하지 않겠다.

◎ 이실리프 뱅크에서는 특정 종교에 심취한 자와 특정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자에겐 예금 및 대출을 거절하겠다.

이런 정도라면 손가락질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공정거래법 운운하면서 태클을 걸면 회사 전체를 외국에 소재한 이실리프 자치령으로 이전시키면 될 일이다.

아무튼 인구가 줄어듦은 소비자 또한 감소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거의 모든 업종이 된 서리를 맞은 것처럼 움츠러들게 될 것이다. 이렇듯 급변하는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도태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쓸 만한 것들만 골라서 매입한 뒤 체질개선을 계획한다. 특히 사회적 물의를 빚어내는 기업들은 모조리 골라내서 지워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싸지고, 학원비 지출이 줄어들면 가계부채 또한 줄어든다.

이자 부담이 덜어지니 재산 형성이 보다 쉬워질 것이고, 씀씀이는 커질 것이다. 자연스레 위축되었던 경제가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 것이다.

팍팍하기만 하던 삶에 윤활유를 두른 것처럼 여유가 생기면 출산율이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줄어든 인구가 원상으로 회복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현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메모를 하자 로니안 공작과 세 영주는 입을 다문 채 조용히 기다렸다.

감히 마탑주의 일을 방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을 메모하던 현수는 주변이 조용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이런……!’

대화를 하다 다른 생각에 너무 깊이 잠겨 있었음을 깨달은 현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주는 출입증이 있으면 몬스터들이 달려들지 못할 것이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출입증 자체에 어떤 힘이라도 있는 겁니까?”

“출입증에 드래곤 피어 마법진을 그려 넣으면 어떨까 생각했네. 필요할 때만 작동되도록 하면…….”

현수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가 나직한 탄성을 낸다.

“아……!”

방금 전까지 출입증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느껴진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마탑주님!”

“신경 써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소중히 잘 보관토록 하겠습니다.”

영주들이 앞다퉈 고개 숙이며 예를 취한다.

이제 라수스 협곡을 드나들 수 있는 출입증은 다른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게 된다.

드래곤 피어 마법진이 구현되면 근처엔 어떠한 몬스터들도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거는 물론이고 드레이크를 만나도 안전하다.

심지어 그리폰이나 와이번 같은 비행 몬스터들도 다가오지 못하게 된다.

바다에선 확인되지 않았지만 레비아탄이나 씨 서펀트에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막무가내인 크라켄은 제외이다.

본능만 남은 놈인데다가 천성이 흉포하고, 반쯤 먹이에 미친놈이기에 빼는 것이다.

어쨌거나 출입증은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지역으로 갈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어쩌면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고대 던전을 제집 드나들 듯 그렇게 오갈 수 있는 기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출입증에는 여러 마법진이 그려진다. 따라서 각각의 영주들은 이것들 되돌려 받는 걸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드래곤 피어 마법진 이외에도 마나 집적진과 트랜스 페어런시 마법진이 그려지게 된다.

출입증의 효능이 반영구적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고, 누군가의 복제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 밖에 귀환마법진 또한 그려진다. 언제든 시동어를 외치면 영주의 손바닥 위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영주 본인이 시동어를 망각하는 바보가 되지 않는 이상 도난을 걱정하지 않을 방법이 마련된 것이다.

“마음 써주어 고맙네. 그나저나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 일찍 떠나는 건 어떻겠는가?”

그러고 보니 석양이 뉘엿뉘엿 지고 있다. 현수 본인은 상관없지만 뒤따를 기사와 병사, 그리고 작업인부들은 아니다.

빛 한 점 없는 숲으로 들어가면 전부를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장담 못한다.

통제를 벗어나는 인간이 꼭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요. 내일에 아침 일찍 출발하시지요.”

로니안 자작이 라수스 협곡을 거쳐 테세린으로 가고 싶다고 했을 때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준 것은 텔레포트 마법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때문이다.

다프네 마을과 켈레모라니가 영면에 든 호수, 그리고 몇몇 경치 괜찮은 곳과 드래고니안 마을만 들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원이 대폭 늘어났다. 이들 전부를 데리고 텔레포트를 하자고 마음먹으면 못할 일은 아니다.

28,000명을 코리아도에 데려다 놓는 작업도 했으니 그에 비하면 월등히 쉽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상단이 오갈 도로를 닦을 수 없다. 내심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로니안 자작은 예비장인이고, 로잘린은 예비신부이다.

바라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고맙네. 그럼 오늘은 일찍 쉬시게.”

“네, 그러시죠.”

여럿에 둘러싸여 있느니 혼자 있는 게 편하다.

하여 고개를 끄덕이는데 여관 주인이 와서 안채를 깨끗이 청소했다고 한다.

보나마나 나무로 만든 침상에 지푸라기를 깔고 천을 덮은 침대일 것이다. 사방 벽에는 벌레들이 우글거릴 것이고, 서까래 위에는 쥐새끼가 있을지도 모른다.

“저는 제가 쓰는 숙소가 따로 있습니다. 그러니 저에 대한 신경은 안 쓰셔도 됩니다.”

“아! 그런가?”

로니안 공작과 세 영주는 대체 어떤 숙소인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할 수 없이 여관 뒤쪽 공터로 갔다. 잡초만 무성했던 곳인 듯싶다.

[아리아니! 노에디아 불러서 여기 땅 좀 편평하게 하라고 해줄래?]

[물론이에요, 주인님!]

잠시 후 다소 울퉁불퉁하던 지면이 유리면처럼 편평해진다. 사람들은 마법이라 생각했는지 놀랍다는 표정이다.

이런 마법이 있다는 건 생각해 보지도 못한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곤 침실로 꾸민 취침용 컨테이너를 꺼냈다.

이것엔 항온마법과 공간확장마법, 그리고 에어 퓨리파잉 마법이 적용되어 있다. 지구에서 숙소가 마땅치 않은 상황일 때 쓰려고 준비해 둔 것이다.

지구에서는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와 함께 움직일 수도 있다. 하여 두 개의 킹사이즈 침대가 들어 있다.

이 밖에 소파 한 세트가 있다. 물론 아주 푹신한 것이다. 화장대는 3개가 있다. 넷이 함께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정엔 라이트 마법진이 있어 따로 전등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컨테이너의 위에는 무소음 휴대용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헤어드라이어나 고대기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컴퓨터를 쓸 수도 있다.

화장대 곁에는 작은 냉장고가 있다. 음료수도 보관 가능하지만 주 용도는 화장품 보관용이다.

안에는 슈피리어 듀 닥터 세트가 들어있다.

바닥엔 푹신한 양탄자가 깔려 있다. 집먼지 진드기 같은 벌레나 먼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양탄자 아래에 클린마법진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수가 컨테이너를 꺼내놓자 공작 등은 눈을 크게 뜬다. 너무도 정갈한 때문이다.

이때 또 하나의 컨테이너를 꺼냈다.

이번엔 위생용 컨테이너이다. 셋이 동시에 샤워할 수 있고, 커다란 욕조도 있어 다 함께 목욕도 가능하다.

곁에는 건식사우나도 있다. 보일러를 사용하거나, 전기를 쓰는 게 아니라 항온마법진이 적용된 것이다.

이외에 두 개의 화장실도 있다. 샤워 후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전실 또한 마련되어 있다. 거울이 붙어 있어 간단한 화장이 가능하며, 옷장을 열면 샤워가운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 컨테이너의 위에는 물탱크가 올려져 있다.

항온마법진이 그려진 파이프를 통과하는 동안 물이 덥혀지도록 되어 있다.

마지막은 주방용 컨테이너이다. 싱크대와 냉장고가 있다.

가스레인지가 있을 자리엔 온도 선택이 가능한 항온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양문형 냉장고 3개 모두 항온마법진이 그려진 것이다.

세 개의 컨테이너를 구경한 로니안 공작과 세실리아 부인, 그리고 로잘린과 세 영주는 입을 딱 벌린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기물(奇物) 때문이다. 특히 욕실의 전신거울과 희디흰 샤워가운은 세 영주의 혼을 쏙 빼놨다.

그제야 자신이 걸치고 있는 의복이 얼마나 꾀죄죄하고 더러운지 깨달았다.

“이런 세상에……! 역시 마탑주님이십니다.”

“네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것들을…….”

차마 뒷말을 이을 수 없는지 말끝을 흐린다.

“공작님과 공작부인을 위해 하나 더 꺼내놓겠습니다.”

“우리… 것도 있나?”

공작은 자신들도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말에 눈을 크게 뜬다. 세실리아 공작부인도 자못 기대된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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