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79화 (978/1,307)

# 979

부지의 크기는 약 30만 평으로 실내 온실과 야외 정원으로 나뉘어 있다.

온실은 ‘클라우드 포레스트’와 ‘플라워 돔’으로 나뉘고, 야외 정원을 전망할 수 있는 ‘수퍼트리 그로브’가 있다.

그런데 너무 넓어서 정원을 한 바퀴 볼 수 있는 가든 크루저(Garden Cruiser)로 트램을 타고 다닌다.

훗날 이실리프 가든으로 불리게 될 바이롯 재배지의 면적은 10㎢. 가든스 바이 더 베이보다 10배 정도 넒은 약 300만 평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바이롯 재배를 위해 사용될 뿐 전체가 농장은 아니다.

인근에 끌어올 수 있는 전단토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가능한 넓은 면적에 바이롯을 재배하고 나머지는 정원으로 꾸밀 것이다.

엄청나게 넓은 면적이지만 관광객이 드나들 곳은 아니다. 따라서 이곳을 관리하게 될 직원들은 트램 대신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전기 카트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곳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수 일가와 초청받은 극소수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때론 전체를 조망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여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있는 수퍼트리 그로브와 비슷한 개념의 전망 시설도 배치된다.

이것은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되는데, 하나는 전망을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마나를 끌어모으는 용도이다.

이것에 새겨질 마나집적진은 바이롯 재배 및 기타 마법 구현을 위한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현수는 머릿속으로 많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연희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공사를 위해 영국에서 찍어온 여러 사진 속엔 큐 가든(Kew garden)의 이미지가 있다. 영국 왕립식물원이다.

이 밖에 프랑스 지버니 마을에 위치한 ‘모네의 정원’ 사진도 있다. 인상파 화가 클라우드 모네의 집을 둘러싼 두 개의 주요 정원을 찍어온 것이다.

꽃의 정원이라 불리는 클로스 노맨드와 물의 정원인데 예술가의 손길이 닿아 그런지 인상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리쎄의 키우켄호프(Keukenhof) 정원과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밧차트(Butchart) 정원, 이탈리아 티볼리의 빌라 디에스테(Villa d’Este), 독일 포츠담의 산스 소우씨(Sans Souci),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Palace of Versailles) 사진도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태국 파타야의 수안 농 누츠(Suan Nong Nooch)의 이미지도 있고, 일본 신주쿠의 교엔 국립정원 사진도 있다. 마지막은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Brooklyn) 식물원 사진이다.

천지건설 업무지원팀에서 제출한 보고서에 첨부된 이미지들은 주로 국내의 정원을 찍은 것이다.

창덕궁 원림, 인천 월미도 한국전통정원,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순천만 한국정원,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 영양 서석지, 양평 세미원, 장흥 송백정 등이다.

300만 평에 달할 바이롯 재배단지엔 작업과 보관, 연구와 생산을 위한 각종 건축물이 필요하다.

현대식 건물보다는 자연친화적인 한옥이 아주 잘 어울릴 것이다. 그런데 바세른 산맥 아랫자락에 자리한 이실리프 자치령에 아주 훌륭한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현수는 이를 사진으로 찍어온 바 있다.

한국의 전통 정원들을 참고하여 나이즐 빌모아가 나름대로 재정립한 배치이다.

목재가 주요 구조재인 한옥인지라 화재에 취약할 수 있다. 하여 연못과 수로 등이 조화롭게 배치된 한옥 단지이다.

이걸 참조하면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하여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았건만 벌써 완공된 듯한 기분이 든 탓이다.

“흐음! 괜찮겠어. 정말 괜찮겠어.”

상상 속의 완공된 장면을 떠올린 현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저택을 중심으로 우측엔 이실리프 의료원이 들어서고, 좌측엔 그보다 훨씬 큰 테마파크가 배치된다.

전면엔 직원과 환자 보호자를 위한 시가지가 건립되고, 후면은 300만 평짜리 정원이다.

바이롯 재배는 직원들이 할 일이고, 현수는 체력 단련을 위한 조깅로 겸 산책로를 주로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 길은 관절 보호를 위해 잔디가 깔리게 된다.

우레탄 트랙도 푹신하기는 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테마파크와 바이롯 재배지, 그리고 저택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물론 저택을 중심으로 봤을 때 그러하다.

이것들의 면적을 모두 합산하면 524만평짜리 저택이 된다. 모르긴 해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집이 될 것이다.

“흐음! 여긴 바이롯을 심고, 러시아나 몽골 자치령엔 포인세 재배를 하면 어떨까?”

‘주신의 숨결’이라는 뜻을 가진 포인세는 마나가 주요 생장 요소이다. 당연히 마나가 풍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마나가 희박한 곳에서는 자라지 못하거나 아주 느린 속도로 성장한다. 그리고 기름진 토양과 풍부한 수분, 그리고 많은 일조량도 필요하다.

포인세는 천연 향수의 원료가 될 뿐만 아니라, 그 향기는 아주 강력하게 부패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성분을 파악하여 음식물 등에 적용할 수만 있으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유통 기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대폭 감소한다.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될 일이다.

“흐음! 어쩌면 향수보다 그게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줄 수도 있겠네.”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부지 전체를 둘러보았다.

“주인님!”

“그래, 아리아니.”

“근처의 뱀은 모두 쫓아냈어요. 근데 들소와 사슴, 그리고 멧돼지와 하이에나가 있던데 모두 쫓아낼까요?”

“뭐? 근처에 하이에나가 있어?”

현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긴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가 활보하던 곳이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사람의 생명을 앗을 수 있는 맹수가 있다고 하니 깜짝 놀란 것이다.

“아뇨. 이 근처는 아니고요, 저쪽 멀리 있어요. 중간에 제법 큰 개울이 있어서 쉽게 넘어올 수는 없구요. 근데 그놈들, 어떻게 해요?”

“흐음, 이곳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데?”

“주인님 보폭으로 7,000보를 조금 넘을 거예요.”

성인 남자의 보폭은 대략 70㎝쯤 된다. 따라서 약 5㎞ 떨어진 곳에 짐승들이 있다는 소리이다.

“…조금 더 멀리 가도록 해줘. 근데 가능해?”

“물론이에요. 뱀보다는 머리가 좋은 녀석들이니 제가 말하면 들을 거예요.”

“기왕 보내는 거니까 각각 다른 데로 가게 해줘.”

“네, 알겠습니다.”

사슴과 들소는 사람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지만 멧돼지와 하이에나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 하여 둘만 쫓아낼 순 없다. 나머지 둘 모두 초식동물이라 포인세 재배에 방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 모두가 한 공간에 있으면 사냥당할 수 있기에 따로 보내려는 것이다.

아리아니가 다시 멀어질 때 노에디아가 스르르 나타난다.

“마스터, 전단토 이전 작업은 어떻게 합니까?”

“우선은 그냥 둬. 설계를 마치면 이야기할게.”

“네! 그럼 저는 이만…….”

노에디아가 땅 속으로 스며들자 현수는 등을 돌렸다.

저택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동안 호수의 물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이 호수는 아래에선 샘이 솟는다. 당연히 맑은 물이다.

그런데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데다 이것저것 섞여들어 조금씩 썩던 중이다.

아직은 석촌호수보다는 낫지만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면 곧 그 정도가 될 것이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인 BOD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흐음! 부레옥잠이 필요하군.”

수생식물 부레옥잠(Water Hyacinth, 玉簪)은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졌다. 물속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인 질소와 인을 아주 잘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가로, 세로 각기 100m에 분포되어 있는 부레옥잠은 1년에 질소(N) 1,700㎏과 인(P) 300㎏을 거뜬히 빨아들인다.

이는 500명의 사람이 배출시키는 더러운 물을 모두 깨끗하게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게다가 어린 물고기나 새우의 좋은 서식지 역할도 한다.

물에서 흡수한 질소와 인, 그리고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 자란 부레옥잠을 걷어 올려 퇴비로 만들면 좋은 천연 비료가 된다.

현수의 생각대로 이 호수엔 부레옥잠이 서식하게 된다.

덕분에 엘리디아의 수고는 덜어진다. 정기적으로 수질 정화 작업을 하지 않아도 그 역할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어 저택으로 돌아온 현수는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내려오니 엘린이 다가온다.

“주인님, 주스요.”

“고마워요.”

“고맙기는요. 당연한 일인걸요.”

엘린의 부드러운 미소에 현수 역시 웃어주었다.

주스 잔을 받아 들고 계단을 딛고 오르는데 피터스 가가바가 황급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주인님!”

“……?”

“주인님, 소,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이요? 이 이른 시각에?”

현재 시각은 오전 7시를 갓 넘겼다. 그리고 저택은 킨샤사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누군가 이곳을 찾아오려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오전 6시 반에는 움직여야 한다. 비포장도로 구간이 꽤 길어서 속력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시각에 누군가 왔다고 하니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님이십니다.”

“네에? 어서 모시세요.”

“네, 주인님. 그럼 접견실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세요. 옷 갈아입고 내려온다고 말씀드려 주세요.”

“네, 주인님.”

현수는 우당탕거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곤 빠른 속도로 의복을 갈아입었다. 예의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접견실 문을 여니 가에탄 카구지의 서성이는 모습이 보인다.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고 손은 마주 비비고 있다. 뭔가 조바심 나는 일이라도 있는 듯하다.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아닐세, 아니야.”

“이렇게 이른 아침에 무슨 일로……. 연락 주시면 제가 찾아뵐 텐데요.”

“자, 자네에게 부탁이 있어서 왔네.”

“부탁이요?”

가에탄 카구지가 할 부탁이랄 게 별로 없다. 권력의 중심에 있으니 적어도 콩고민주공화국에선 못할 일이 없다.

게다가 빼돌린 재산도 상당하다.

모르긴 해도 스위스 은행이나 케이먼 제도 은행 계좌엔 적지 않은 돈이 들어 있을 것이다.

“내 아들, 내 아들 제프가 아프네. 고쳐주시게.”

“네?”

“자네가 코리안 빌리지의 성자라는 걸 이제야 알았네. 부탁하네. 제발 우리 제프, 제프 좀 어떻게 해주게.”

“제프가 아파요?”

“그러네. 소아 백혈병이라 하네. 제발 좀 고쳐주게. 응? 자넨 성자라며? 못 고치는 병이 없다 들었네. 제발……!”

가에탄 카구지에겐 어린 아들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몸에서 열이 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물었지만 제프는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

그래서 카구지 장관의 아내는 그냥 감기인가 싶어 해열제를 사다 먹였다. 그런데 며칠 뒤 제프는 뼈가 아프다고 했다.

그제야 병원을 데려갔다.

킨샤사에 있는 ‘비암바 마리 무톰보 병원’은 미국 NBA의 노장 디켐베 무톰보에 의해 최근에 건립된 병원이다.

현수가 코리안 빌리지의 성자로 불린다면 무톰보는 킨샤사의 성자로 불린다.

어쨌거나 자신의 조국에 1,500만 달러를 기부하여 건립한 이 병원의 명칭은 모친의 이름을 딴 것이다.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와 전염병 연구센터로 이루어진 이 병원에서는 제프가 소아 백혈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미 상당히 많이 진행되었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말에 제프는 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은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이다.

미국 내에서 당뇨병 등 여섯 개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소아암 분야에서도 최우수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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