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81화 (980/1,307)

# 981

“그렇게 부르지 말고 현수 아저씨라고 불러.”

현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자 제프는 눈을 크게 뜬다.

“아저씨요?”

3장 아저씨라고 불러

현수는 방금 아저씨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tonton(통통)이라는 어휘를 썼다. 이 단어는 원래 가족관계상 삼촌에게만 쓰이는 단어이다. 주로 아이들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엔 그 쓰임이 확장되어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친밀한 남자 어른’에게 쓸 수 있다.

그런데 제프는 이를 알지 못한다.

제프에게 있어 ‘통통’이란 진짜 삼촌을 이르는 말이다. 주변엔 그렇게 부를 만한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자의 아들인지라 제프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른이라도 그렇게 부르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참고로, 한국산 파이류 과자 중에 ‘몽쉘통통’이란 것이 있다. 프랑스어로는 ‘mon cher tonton’이다.

이것의 뜻은 ‘존경하는 나의 아저씨’라는 의미이다. 과자 이름치고는 참으로 해괴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자라 해놓고 질소를 파는 회사이니 이런 이상한 이름을 붙이는 듯하다.

어쨌거나 현수는 제프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아저씨라 불러도 된다.”

가에탄 카구지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내무장관이다. 나중엔 대통령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고관대작이다.

현재의 현수는 이실리프 자치령의 주인이다.

남들이 보기엔 대등하다 여길 수 있으나 실제는 아니다.

현수는 지구에 단 하나뿐인 마법사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존재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제 겨우 파이어 애로우나 아이스 볼트를 쓸 수 있는 저서클 마법사가 아니다.

마법사들이 널려 있는 아르센 대륙에서도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못한 10서클 마스터이다.

게다가 20m짜리 검강을 시전할 수 있는 그랜드 마스터이며, 화살촉에 오러를 실을 수 있는 보우 마스터이기도 하다.

아울러 물, 바람, 불, 땅의 4대 정령을 부리는 정령사이기도 하다. 그것도 최상급 정령이니 누군가의 말처럼 거의 정령신에 가까운 존재이다.

따라서 제프에게 아저씨라 부르라는 건 많이 봐준 셈이다. 어쨌거나 제프는 눈빛을 반짝인다.

없는 삼촌이 하나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게 불러도 되요, 통통?”

“그래. 앞으로도 쭈욱 통통이라 불러.”

“헤헤! 좋아요. 근데 나 자는 동안 뭐 했어요?”

“뭐 하긴, 제프가 아프다 해서 고쳐줬지. 어때, 하나도 안 아팠지?”

“…정말요?”

제프는 아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침들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사용한 것 같지 않아서이다.

제프의 시선을 따라 본 현수는 환히 웃었다.

“오는 동안 들었겠지만 이 아저씨는 못 고치는 병이 없단다. 제프가 자는 동안 어떤지 봤더니 큰 병이 아니었어. 그래서 여기 있는 이 침 하나로…….”

현수는 말을 하며 자연스레 침 하나를 뽑아 들었다. 그리곤 그걸로 자신의 손등을 찌르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이걸로 이렇게 제프의 손등을 살짝 찔렀어.”

제프는 얼른 제 손을 살펴본다. 그런데 아무런 흔적도 없다. 찌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정말요? 그랬더니요?”

“그랬더니 다 나았지. 어때? 기운이 좀 나?”

“네? 정말요?”

눈을 크게 뜬 제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어라? 아, 아픈 게 없어졌어요.”

간혹 느껴지던 통증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너무도 멀쩡하다. 그렇기에 제프는 제 몸 여기저기를 만져본다.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모양이다.

“제프는 이제 다 나았으니까 친구들하고 같이 공도 차고 그러면서 놀아.”

“정말요? 정말 애들하고 축구해도 돼요?”

그동안 제프가 가장 하고 싶던 게 바로 축구이다.

전에도 축구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현수가 일본 사회인축구팀을 박살낸 경기였다.

제프는 ‘Dieu du football(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현수의 모습을 보곤 홀딱 반했다.

특히 현수가 드리블을 할 때 일본팀 수비수들이 마치 제풀에 쓰러지는 것 같은 모습을 인상 깊게 보았다.

당연히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어한다.

“그럼. 얼마든지 그래도 되지. 근데 조심해야 하는 거 알지? 그동안 제프는 운동 부족 상태라서 뼈가 약해.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제 제프는 마구 달려도 된다. 리커버리 마법의 효능으로 뼈의 상태가 나아지는 중이기 때문이다.

“네, 통통!”

“하하! 녀석, 그나저나 침 맞느라 고생했으니 아이스크림 하나 주지.”

현수는 가방 속에서 붕어 사만코 두 개를 꺼냈다.

“자, 같이 먹자.”

포장을 벗겨주자 제프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이스크림이라고 했는데 아닌 것 같아서이다.

“에이, 이건 아이스크림이 아닌데요?”

“후후, 과연 그럴까?”

현수는 피식 웃으며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아이스크림과 단팥의 맛, 그리고 과자의 맛까지 한꺼번에 느껴진다.

베어 문 단면을 보여주자 제프의 눈이 커진다. 안에 든 게 아이스크림이 맞는 것 같아서이다.

정말 그런지 확인하려는 듯 얼른 한입 베어 문다.

“…으읏! 우와아! 정말 맛이 있어요!”

콩고민주공화국 소년의 입에 한국산 아이스크림이 들어갔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제프는 콱콱 씹어 삼키곤 또 한입 베어 문다. 붕어 사만코 하나가 없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삼 분이다.

“어때? 맛이 괜찮았어?”

“네, 통통!”

“하하! 녀석. 그나저나 이제 슬슬 나가볼까? 밖에서 엄마, 아빠가 기다리실 테니.”

“네, 통통!”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기다렸다는 듯 가에탄 카구지 부부가 다가선다. 시선이 마주쳤지만 묻지는 않는다.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두려워서이다.

현수는 불안, 초초해하는 부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제프야!”

“네, 통통.”

현수의 뒤쪽에 숨어 있던 제프가 얼굴을 삐죽 내민다. 아주 밝은 표정이다.

“제, 제프야……! 괘, 괜찮아? 응? 아픈 덴……?”

“엄마, 나 하나도 안 아파. 여기 있는 통통이 아픈 거 다 낫게 해줬어.”

“…고맙네!”

가에탄 카구지의 눈에 감사의 빛이 가득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빼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의료원이 생기면 제프 같은 아이들을 더 많이 구해낼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최우선적으로 처리하지! 그건 그거고, 정말 고맙네! 정말 고마워!”

장관의 눈엔 눈물이 글썽이고 있다. 냉정해야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한 아이의 아빠로서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 * *

“흐음! 덕분에 일이 조금 빨라지겠네. 그나저나 이준섭 전무가 많이 바쁘겠네.”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탁자 위에 놓인 잔을 들었다. 몸에 좋은 사과주스가 담긴 것이다.

자가용 제트기가 킨샤사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하기 직전 현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가에탄 카구지가 건 것이다.

오늘 콩고민구공화국 정부는 현수에게 저택 인근 부지 20㎢를 무상으로 기증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실리프 의료원과 이실리프 테마파크, 그리고 부속 시설 등이 조성될 부지이다.

국가 차원에서 준비해도 시원치 않을 일을 개인이 자신의 재산으로 조성한다고 하니 얼른 의결해 준 것이다.

국무회의를 하는 동안 가에탄 카구지는 열변을 토했다.

이실리프 의료원 등의 설립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처음엔 시큰둥한 표정을 짓던 국무위원들은 제프 이야기와 코리안 빌리지의 성자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들 눈빛을 반짝였다.

제프가 아팠다는 것과 아디스아바바에 소재한 코리안 빌리지에 성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가에탄 카구지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비암바 마리 무톰보 병원으로부터 제프의 백혈병이 완치되었음을 확인한다는 확인서를 받아왔다.

그 장본인이 현수라 하자 모두들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소아암 관련 세계 1위 병원인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에서도 손대지 못한 것을 완치시켰다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대통령은 곧바로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물었고, 그 결과가 만장일치였던 것이다.

자가용 제트기의 유일한 승무원인 스테파니는 이러한 통화 내용을 모두 들었다.

하여 자축하라는 의미에서 주스를 내온 것이다.

“스테파니.”

“네, 회장님.”

“모스크바에 당도할 때까지 혼자 할 일이 있어.”

“아, 그러세요? 알겠어요. 물러나 있을게요.”

스테파니는 현수를 존경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엄청난 성취를 이루어냈고, 어마어마한 일을 벌이면서도 조금도 교만하지 않고, 늘 정중하면서도 유쾌하고, 자상하며 세심하니 이러는 것이다.

한때 미인계와 더불어 육탄 돌격까지 감행해 볼 것을 심각히 고려해 본 바 있다. 현수의 아내가 되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하지만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를 보곤 마음을 접었다. 모두들 자신보다 한 수 위의 미모였으며, 마음씨가 비단결처럼 고운 여인들이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하여 시선을 돌렸다.

아제르바이잔으로 갈 때 현수의 곁에서 수행비서 역할을 한 구본홍 대리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생긴 걸로만 따지면 현수에 뒤지지 않는다. 둘 사이엔 많은 격차가 있지만 구본홍 대리는 총각이다.

그리고 자신과의 썸씽을 간절히 바라는 듯하다. 수시로 곁눈질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여 대화를 나눠봤다. 문제는 언어였다. 간절한 마음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둘의 영어 실력은 별로였기 때문이다.

하여 구본홍 대리는 귀국 즉시 독일어를 배우기로 했다. 스테파니도 한국어 교습을 결심했다.

독일어와 한국어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영어를 쓰기로 했다.

방금 전 현수는 혼자만의 시간을 요구했고, 스테파니는 그 즉시 물러났다. 한국어 교본을 보고 싶어서이다.

어쨌거나 스테파니는 승무원만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현수는 기체의 내부를 눈짐작으로 계산해 보았다.

이제부터 앱솔루트 배리어와 타임딜레이 마법을 구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흐음! 규모를 줄여야겠군.”

앱솔루트 배리어가 구현되면 기체 바깥까지 영향을 받는다. 공항에 계류 중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비행 중이다.

현수는 복잡한 계산을 시작했다.

마법 구현 범위를 축소시키려는 것이다. 범위를 늘이고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여 상당히 길고 복잡한 계산을 해야 했고, 검산 또한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현수의 IQ는 인류 최고이다.

어렵고 복잡한 계산이었지만 결국엔 해냈다.

“앱솔루트 배리어!”

샤르르르릉―!

구현된 결계의 크기는 이전에 비해 월등히 줄어들었다.

투명하기에 답답함은 덜할 것이고, 공기가 통하니까 호흡 곤란과 같은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타임 딜레이!”

또 하나의 마법이 구현되자 결계 내외부의 시간 흐름에 왜곡이 발생된다. 1 : 180이다.

결계 안으로 들어간 현수는 이전에 구상하던 마법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였다.

하나는 중력과 관련된 마법이다. 중력을 조절하여 어떤 물체를 원하는 높이까지 올려놓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인공위성 제작 기술은 어느 정도까지는 되어 있지만 이를 궤도에 올려놓는 기술은 아직 없다.

한국이 우주 강국이 되려면 발사장과 인공위성, 그리고 로켓이라는 기본 요건이 자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우주 개발에 있어 자립국가라고 볼 수 없다.

2014년 현재 위성 자립도는 위성체 부분에서 평균 70%, 위성 활용 부분에선 평균 68.6%이다.

발사체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비교해 69%라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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