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92화 (991/1,307)

# 992

‘그래, 수고했어. 나중에 또 부를게.’

‘네, 이만 물러갑니다. 참, 전에 지시하셨던 일은 다 끝냈습니다. 다른 곳에 있는 것들도 거기에 모아놓을까요?’

‘전에 지시했던 일? 아, 그거? 수고했네. 다른 거에 대한 건 나중에 이야기할 테니 너무 멀리 가 있지는 마.’

대한민국은 공해상 심해저 활동을 관리하는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북동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의 망간단괴 광구에 대한 독점 탐사권을 승인받은 바 있다.

정부는 해저 5,000m에 약 3,700억 달러에 이르는 망간단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은 이 광구 중심부에 단괴들이 밀집되어 있다.

노에디아가 엘리디아와 협력하여 사방에 흩어져 있는 것뿐만 아니라 지나와 일본 광구에 있는 것들까지 완전히 싹쓸이하여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약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다.

이것들은 채취하기 엄청 쉬울 것이다. 한곳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았으니 위치만 제대로 잡으면 된다.

한국은 이 밖에도 세 곳의 해저열수광상 독점탐사권 또한 승인받은 바 있다.

통가 배타적 경제수역(EEZ)광구와 피지 EEZ광구, 그리고 인도양 공해상 중앙해령지역에 위치한 광구이다.

해저열수광상이란 심해에서 마그마의 뜨거운 열에 의해 끓은 물이 온천처럼 솟아나는 과정에서 금속이온이 차가운 물과 닿아 굳어진 광물자원이다.

금, 은, 구리, 망간, 이외에도 니켈과 코발트 등이 포함돼 있어 차세대 전략자원으로 여기는 것이다.

인도양 해저열수광상 탐사는 2029년까지 15년간 독점 탐사광구 1만㎢에 대해 정밀탐사를 수행하고, 최종 개발지역 2,500㎢를 선정하여 개발권을 ISA에 신청할 계획이다.

지나와 러시아도 한국처럼 각 지역에 독점개발권을 가진 해역이 있다.

한편, 일본은 2008년부터 5년에 걸쳐 자신들의 영해에 위치한 해저열수광상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오키나와 해역과 이즈―오가사와라 해역에 해저열수광상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최첨단 해양자원조사선 등을 활용해 정밀 지형조사와 해저 전자기 탐사, 그리고 시추조사 등을 실시한 결과이다.

오키나와 해역 이세나 해구에만 해저표층부 자원량이 340만 톤이나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해저면 아래에도 광체(鑛體)가 있는데 표층과 심층부를 합쳐 500만 톤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즈―오가사와라 해역 이외에도 세 곳에 더 많은 해저 광물 자원이 부존(富存)함을 파악한 바 있다. 아직 정식 보고서로 작성되지 않았을 뿐이다.

일본이 일으킨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결과 조선의 농경지는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죽거나 포로가 된 사람이 너무 많아 인구 역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화재가 불타거나 약탈되었다.

한일합방으로 인한 피해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독도 침탈 야욕을 드러낸다.

현수는 일본이 해저열수광상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것을 두고 볼 생각이 없다. 하여 노에디아로 하여금 모든 지하자원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그런데 아직 노에디아의 능력의 한계를 모르기에 한곳에 모아놓도록 하고 있다.

알았다면 망간단괴 등을 보다 쉽게 채취하기 쉬운 연안으로 이동시켰거나 아예 육지에 마련된 창고 속에 넣도록 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노에디아가 물러가자 현수는 침통을 꺼냈다. 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다.

“흐음!”

현수는 침 끝을 살펴보곤 조심스레 시침을 시작했다.

침을 놓은 자리는 간유, 담유, 경문, 기문, 장문혈이다. 모두 담낭 결석을 다스리는 혈(穴)자리이다.

사람들은 뾰족한 바늘을 신중하게 꽂아 넣는 현수를 보며 시선을 교환한다. 처음 보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누군가의 입에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외친 유레카 같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저건 대장금에서 봤어! 침이야, 침!”

한국의 드라마 대장금은 상당히 많은 나라에서 방영되었다. 현재 90여 개국에 수출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2007년에 하바로프스크 지상파 채널인 극동 국가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사(DVTRK)를 통해 방송된 바 있다.

이때 상당한 인기를 끌었기에 종영된 직후 러시아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VGTRK를 통해 다시 전국에 방영되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때 본 것이 기억난 모양이다.

“맞아! 그 드라마에 나왔던 거 맞아.”

누군가 동조하고 나서자 나머지 사람들도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한때마나 자신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낯선 동양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현수는 침착한 표정으로 시침을 마친 후 잠시 기다리다 맥문을 잡았다. 이 순간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리커버리!”

샤르르르르릉―!

서늘한 푸른빛 마나가 할아버지의 체내로 스며든다.

그러자 담석으로 인해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졌던 각종 장기가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진다. 나이 들어 노쇠해진 것까지 원상태로 복귀되니 젊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나포션을 같이 복용한 것이 아니라 장인과 장모님들처럼 10년쯤 젊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편, 담석이 깨져 가루가 된 뒤 손목으로부터 스며든 기운을 느낀 할아버지는 형용할 수 없는 시원한 느낌에 지그시 눈을 감는다. 지구인치고는 마나 감응도가 상당히 높았기에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이다.

곁에 있는 할머니는 현수와 남편을 번갈아 바라본다. 뭔가 설명해 줬으면 좋겠는데 둘 다 아무런 말도 없기 때문이다.

현수는 설명 대신 침을 뽑았다.

“자, 이제 다 되었습니다.”

“저, 정말인가?”

“네, 이제 괜찮으실 거예요.”

“……!”

지금껏 구경하고 있던 모두가 입을 딱 벌린다.

세상 경험이 많기에 담석증이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었기에 증세가 심해져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상태로 조치 없이 놔두면 얼마 못 가 사망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도 바빠 비싼 의료비를 부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뾰족한 침 몇 개를 쿡쿡 찔러 넣더니 이제 괜찮을 거라고 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정말 괜찮은 건가?”

누군가의 물음에 현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대답 대신 환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조금 전까지 당신을 괴롭히던 통증이 어떠냐는 뜻이다.

“어? 그러고 보니 하나도 안 아파. 안 아프다고. 다 나았나 봐. 세상에……!”

환자 본인이 아프지 않다고 하니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이때 누군가의 입에서 또 한 번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혹시 코리안 빌리지의 성자인가?”

“뭐? 코리안 빌리지의 성자? 그건 또 뭐야?”

누군가의 반문에 소리쳤던 할아버지가 빠르게 설명한다.

킨샤사에서 일어난 기적에 대한 것이다.

오늘 오전, 외신을 통해 짤막하게 보도된 뉴스가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내무장관인 가에탄 카구지의 막내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있었는데 완치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병을 치료한 사람은 에티오피아에서 여러 번 기적을 일으킨 바 있는 코리안 빌리지의 성자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에서도 손을 놓은 말기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한 것은 뾰족한 침 몇 개뿐이다.

그런데 최첨단 항암치료로도 해결할 수 없던 게 말끔하게 나았다.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한 일이 일어났기에 외신을 탄 것이다.

코리안 빌리지의 성자는 한국인이며, 콩고민주공화국 영토 내에 이실리프 자치령을 200년간 조차 받은 인물이다.

총면적 20㎢에 이르는 토지를 이실리프 테마공원 및 이실리프 의료원, 그리고 이실리프 농장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하려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무마하려는 수였다.

아무튼 방금 전 탄성을 낸 할아버지는 할 일이 없어 매일 TV만 보고 있었기에 우연히 본 것이다.

외신이 보도된 직후 아디스아바바 코리안 빌리지를 연결한 추가보도가 이어졌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사람은 세나이 아브라힘이다. 얼마 전, 현수에 의해 진폐증이 완치된 스잔의 외삼촌이다.

당연히 흥분된 음성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현수는 하늘에서 강림한 신의 아들쯤 되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숨 쉬는 것조차 불편했는데 폐 속에 박혀 있던 분진 덩어리가 차례대로 배출되었고 아무런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신의 아들이 아닌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후엔 에티오피아 국영방송국에서 세나이가 토해낸 분진 덩어리를 물에 풀어낸 뒤 성분조사를 한 장면이 화면에 나왔다. 아래엔 긴급입수된 참고자료라는 자막이 떴다.

그리고 아디스아바바의 신문 1면이 화면에 떴다.

한국에서 의료봉사를 온 성자가 침 몇 개로 못 고친 병이 없었다는 것이 굵은 글씨로 쓰여 있다.

그 아래엔 완치시킨 질병들이 나열되어 있다.

폐결핵, 녹내장, 아토피성 피부염, 만성비염, 파킨슨병, 만성 신부전, 루게릭병 등이다.

9장 이주를 권합니다

이 방송이 끝난 후 ‘일침학회’의 러시아 방문을 다큐멘터리로 찍은 것이 방영되었다. 일침학회 한의사들이 러시아 국립중앙군인병원을 방문했을 때의 영상이다.

치료 대상은 치료를 포기한 환자들이다.

첫 대상은 강한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어깨 통증을 견딜 수 없는 여의사였다.

하지만 침 몇 방에 한결 편안한 표정이 된다.

두 번째 환자 역시 의사였는데 몇십 년째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 사람이다. 그는 가슴 부위의 근육통 때문에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손가락에 침 한 대를 맞자 전보다 허리가 많이 숙여진다. 발가락에도 침을 놓자 허리를 마음대로 쓰게 되었다.

마지막 환자는 한쪽 얼굴 근육이 마비된 환자이다.

한쪽 눈과 입이 감기지도 않고 벌어지지도 않는 심각한 상태의 구안와사였다.

침을 맞은 뒤 이 환자는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시침 과정을 직접 지켜본 러시아 의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침학회는 동의보감과 사암오행침을 바탕으로 발전된 독창적인 한의학의 한 유파이다.

이 학회 소속 한의사들은 시침할 때 1∼4개의 침만 사용한다. 병의 근원인 혈 자리를 자극하여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시침할 때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아픈 부위가 아닌 다른 곳에 침을 놓는 것이 지금까지의 침술과 다른 점이다.

2004년엔 모스크바에 ‘호일침 교육센터’를 열고 러시아 의사들을 상대로 침술 강의를 한 바 있다.

2006년 6월과 2007년 1월엔 러시아 최대 일간지인 이즈베스티야에 한국의 침술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 결과 2007년에 러시아 우주인협회 블라디미르 코발레노프 회장이 자신의 고질적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해 방한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마리아나 리츠키나와 얀 가도프스키 역시 침 치료를 받으러 방한한 바 있다.

특히 얀 가도프스키는 반복되는 무용 동작으로 인한 만성 요통을 앓고 있었는데 침 치료를 받은 뒤 요통과 관절 통증이 바로 없어졌다며 매우 신기해했다.

어쨌거나 드라마 대장금과 일침학회 덕에 러시아 사람들에게도 침술은 완전히 낯선 의술이 아니다.

하지만 침술이 만병을 다스리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난리가 벌어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침술로 온갖 난치병을 치료한 성자가 등장했다. 당연히 뉴스가 될 만하다.

러시아가 큰 나라이기는 하나 의술까지 빼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1억 4,500만 명이나 되는 전체 인구 중에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현수가 치료한 것엔 난치병과 불치병이 망라되어 있다. 현대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던 것을 뾰족한 침 몇 개로 완치시켰다니 당연히 관심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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