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97화 (996/1,307)

# 997

전직 판사인 올가의 남편 유리 파블류첸코의 부친은 로스 아톰(RosAtom)의 사장이다.

이 회사는 러시아 원자력부를 대신하는 국영기업이다.

밑에 여러 자회사가 있는데, 국내 원전을 건설 및 관리하는 아톰에네르고프롬(Atomenergoprom)과 핵무기 콤비나트, 원자력 연구소와 원자력 안전청이 있다.

전직 검사인 나타샤의 남편 안드레이 자고예프도 배경이 좋다. 그의 부친은 현재 UAC의 부사장이다.

UAC는 United Aircraft Corporation의 이니셜로, 러시아의 모든 군수 및 민간 항공기 제조사를 합병시킨 회사이다.

미코얀(Mikoyan), 수호이(Sukhoi), 일류신(Ilyushin), 이르쿠트(Irkut), 투폴레프(Tupolev), 야코블레프(Yakovlev), 베리에프(Beriev)사 등이 망라되어 있다.

여러 회사로 분산된 항공사들을 통합해서 경쟁으로 인한 낭비를 최소화하고 체계적인 항공기 개발을 하려는 의도로 추진된 병합이었다.

둘 다 친 정부 인사들이다. 따라서 푸틴은 이들의 자식들이 중책을 맡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자치령 개발 사업에 마피아가 참여하기는 하지만 주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체면을 고려한 것이다.

게다가 항온의류와 쉐리엔 유럽 독점 판매권을 줌으로써 세수가 크게 늘고 마피아의 활동이 음지에서 양지 쪽으로 지향하게 된 것은 더 좋았다.

경제는 점점 더 활성화되고, 더 많은 세금이 걷히며, 국민들이 뚱뚱해져서 소모되는 의료 비용은 줄어들고, 추위 때문에 위축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에게 있어 현수는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에 현수를 보는 눈빛에 친근함이 배어 있다.

“자치령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 상당히 많은 건축 자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건설사들에겐 많은 일감이 주어질 겁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담합입니다.”

“담합?”

“네, 미리 말씀드리지만 자재상들이 담합할 경우 전량을 한국에서 실어올 수도 있습니다. 건설사 역시 과도한 공사비를 요구할 경우 천지건설이 들어올 겁니다. 그때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

현수의 이런 우려는 러시아로 진출한 많은 외국인 회사가 겪는 일이다. 담합하여 건자재 가격을 올리는 일이 다반사이며, 건설사들 역시 비슷하다.

사실은 레드마피아가 개입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상황을 모르기에 한 말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우리 정부가 주시할 테니. 안 그런가, 총리?”

“그럼요! 가격 단속, 확실히 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메드베데프는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김 회장이 방금 말한 대로 한국산 건자재를 들여오고 천지건설이 공사를 맡는 것에 대해 이의 없네. 내가 약속하지.”

푸틴의 눈에선 믿어달라는 눈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고맙습니다. 노파심에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자칫 상대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발언일 수도 있기에 한 말이다.

“아닐세. 사업가란 모름지기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지. 김 회장의 생각이 옳네. 적극 협조할 테니 원하는 대로 해보게.”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총리님.”

대화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현수는 계속해서 자치령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푸틴과 메드베데프는 간간이 메모를 하며 경청했다.

러시아와 몽골에 있는 자치령 두 곳에 대한 개발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러시아의 경제는 매우 활성화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도 될 정도이다.

실업률은 제로에 수렴되고 소비가 활발해진다. 더 많은 세금이 걷히고 불만에 찬 목소리는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개발 사업은 일석십조쯤 되는 일이다.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훨씬 이익이기에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현수는 한 가지를 다시 확인했다.

조차지에 매장되어 있을지도 모를 지하자원에 관한 내용이다. 푸틴은 조약서에 기록된 대로 소유권을 인정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주었다.

* * *

“자기! 흐흑!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요.”

크렘린궁을 나와 저택에 당도하니 이리냐가 뛰어나온다. 와락 품게 안기며 눈물을 흩뿌린다.

너무도 사랑하는 임이지만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안, 미안! 그동안 잘 있었지?”

“흐흑! 네, 그럼요!”

현수가 이리냐의 눈물을 닦아주자 환히 웃는다. 빗속에 핀 장미처럼 아름답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자.”

“흐흑! 네.”

이리냐는 현수의 왼편에 서서 힘주어 팔짱을 낀다. 당연히 뭉클한 무언가가 팔꿈치에 닿는다.

현수는 피식 웃고는 팔을 빼서 어깨를 보듬어 안았다.

“우리 이리냐, 그동안 힘들었나 봐.”

“네? 왜요?”

“조금 마른 거 같아서. 쉐리엔으로 살을 뺀 건 아니지?”

이리냐는 입술을 삐죽인다.

“쳇! 쉐리엔은 적정 수준 이하로는 살이 안 빠지는 거 모르세요? 쉐리엔은요…….”

잠시 설명이 이어진다.

체질량 지수(BMI)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신장과 체중의 비율을 사용한 체중의 객관적인 지수이다.

체중을 신장을 제곱한 것으로 나눠서 산출하며 단위는 kg/㎡이다. 18.5∼22.9가 정상 범위이다.

예를 들어, 현수의 신장은 184㎝이다.

정상은 62.6∼77.5㎏이며, 이때의 체지방은 10.1∼16%, 체수분은 61.5∼65.8% 범위 내에 들어야 한다.

쉐리엔은 정상 범위 하한을 넘어서도록 살을 빼주진 않는다. 다시 말해 부작용이 전혀 없는 다이어트 보조제이다.

모든 설명을 들은 현수는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 그랬어? 몰랐네. 근데 그건 어디서 발표한 결과야?”

“어디긴요, 이실리프 메디슨이죠. 거기 연구실에 있는 김지우 박사라는 사람이 연구하여 발표한 결과예요. 그래서…….”

또 이리냐의 말이 이어진다.

김지우 박사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쉐리엔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중이다. 인류가 꿈꾸던 부작용 없는 완벽한 다이어트 식품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쉐리엔으로 살 뺐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그래그래, 알았어. 근데 뭐 좋은 소식 없어?”

“좋은 소식이요? 어떤 좋은 소식 말씀하는 거예요?”

“글쎄! 우리 이리냐가 임신을 했다든지 하는 거?”

“쳇!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나 혼자 독수공방시켜 놓고선……. 혹시 언니들 임신했어요?”

이리냐는 거의 매일 지현과 연희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직접 통화할 때도 있고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한 채팅을 주로 한다. 전화 통화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한국에서 개발한 채팅 앱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엔 아니다.

한국의 국가기관이 개인의 대화까지 사찰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자유롭게 소통하는 SNS의 특성을 무시한 ‘일단 털고 보자’ 식의 압수 수색 관행이다.

사적인 대화 내용을 누군가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그러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국산 채팅 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권력을 동원하여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무시로 이런 짓을 자행한다.

현재의 정권은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일개 통치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을 반증하는 처사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시작은 다음과 같이 명기되어 있다.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다.

공화국은 주권을 가진 국민이 직접, 또는 간접선거로 일정한 임기를 가진 국가원수를 뽑는 국가 형태라는 것이다.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항은 1항을 더욱 강조하는 의미와 더불어 국민이 직접, 또는 간접선거로 선출한 국가원수가 국민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헌법의 시작에 이처럼 강조된 것을 현재의 한국 정부는 곡해하고 있는 듯하다.

채팅 앱뿐만 아니라 언론과 방송을 사찰 및 통제하며 국민들에게 선별된 뉴스만 내보내게 하고 감시한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국민의 뜻을 대리하는 존재인지를 망각했음을 의미한다.

위에서 지시한다고 그대로 따라하는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한 존재가 아니고 정권을 쥐고 있는 자의 하수인 내지는 앞잡이에 불과하다.

어쩌면 호가호위하며 패악을 자행하던 예전의 마름보다도 못한 개자식들일 수도 있다.

몇 푼 안 되는 월급과 일신의 영달을 위해 국민을 배반했으니 정의가 살아 있다면 이런 자들은 당연히 일벌백계해야 한다. 파면은 당연한 것이고, 법을 개정하서라도 퇴직금 전액 및 연금 혜택을 박탈해야 한다.

아울러 영원히 공직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조치해야 옳다.

아무튼 현재의 정부는 국민을 자신들이 통제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자신들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으니 지극히 잘못된 시각과 자세이며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언젠가 반드시 처벌을 가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튼 한국에서 사용하는 채팅 앱은 국가가 마음대로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현수는 스타 중의 스타이다. 한때는 국민전무로 불렸고, 지금은 축구의 신으로도 불린다.

현재는 거대 은행의 은행장이며, 초거대 기업의 수장이기도 하다. 게다가 뛰어난 작곡가이며, 작사가이기도 하다.

당연히 현수의 사생활을 알고 싶은 이가 많을 것이다.

빙판의 여신으로 불리던 김연아 선수에 대한 호기심보다 훨씬 더 많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으며, 어떤 잠자리에서 자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등등이다.

그런데 국산 채팅 앱을 사용하다 부인이 셋이라는 것과 마법사라는 게 드러나게 되면 몹시 시끄러울 것이다.

하여 보안이 철저한 텔레그램 메신저로 바꾼 것이다.

참고로 이 회사의 서버는 한국 내에 존재하지 않고, 암호화된 메시지가 전송되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독일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러시아의 최대 사회관계망인 브이콘탁테를 창시한 사람들이 만든 회사이다.

이리냐는 오늘 아침에도 둘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지금껏 임신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그럼에도 현수가 임신 운운하자 눈을 크게 뜬다. 언니들만 임심하고 자신은 못한 상황이 아닐까 저어된 것이다.

하여 진실을 말해달라는 표정으로 현수를 직시한다.

“아니. 아직 안 했어. 이리냐도 아직이지?”

“쳇! 하늘이 없었잖아요. 근데 무슨 수로 별을 따요? 남편이 없이으 임신 못하는 거 몰라요? 바쁘기만 엄청 바빠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아, 바빴어? 뭐가 그리 바빴는데?”

이리냐에겐 이 저택의 관리와 자금 집행만을 맡겼다.

저택의 관리는 집사장인 안톤이 알아서 잘했을 것이고, 자금 집행은 올가와 나타샤의 남편인 두 형부로부터 요청이 있을 때마다 온라인으로 송금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송금한 돈의 사용 내역을 이메일로 보내면 임무 끝이다.

모든 일이 집에서 편히 앉아서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기가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저택 뒤에 온실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리냐는 그간 자신이 한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저택 내부에선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었다. 이 공사를 위해 한국에서 사람들이 왔다. 러시아보다 한국이 훨씬 더 발전된 인테리어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두 형부가 추진하는 일이 잘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믿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혹시 빠뜨린 것이 있다 싶어서이다.

“참, 테리나 언니가 여기 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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