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999화 (998/1,307)

# 999

현수로부터 발생되는 이익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온 힘을 기울여 무기 밀매와 고리대금업, 그리고 온갖 이권에 개입하여 벌어들인 돈보다 쉐리엔 한 품목으로 발생되는 이득이 더 크다.

전혀 불법적이지도 않기에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 밖에 듀 닥터와 스피드도 초히트 상품이다.

뿐만이 아니다. 지르코프 상사가 취급하는 항온의류 역시 어마어마한 이득금이 발생될 예정이다.

이것 모두 경쟁 상대가 아예 없거나 유사 상품조차 만들기 어려운 거의 완전한 독점 품목이다.

따라서 아주 오랫동안 조직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해줄 초특급 희귀 아이템이다.

이 모든 게 현수로부터 나왔으니 조직에서도 보스 자리를 승계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국가로부터 완벽하게 법적 보호를 받는 자치령의 왕이니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는 할 것이다.

머리가 좋은 이들이기에 한때 모든 게 완성된 후 자치령을 둘이 나눠 갖는 상상을 해보았다.

일인지하이니 현수만 자리를 비우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포기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파악한 바에 의하면 현수의 성품은 전혀 포악하지 않다.

따라서 자신들이 그의 권력을 탐하지 않는 이상 자리를 보존해 줄 것이다.

하긴 대대손손 공작가 내지는 대공가 비슷한 위상을 갖게 될 텐데 뭐하러 위험을 자초하여 모든 것을 다 잃는 우를 범하겠는가!

그렇기에 유리 파블류첸코와 안드레이 자고예프는 현수가 손아래 동서이기는 하지만 상전으로 여기고 있다.

식사하는 동안 그간의 준비 상태가 언급되었다. 둘은 인맥을 활용하여 유능한 인재들을 모집하고 있다.

하나의 나라를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거의 모든 직종의 사람들을 뽑는다.

러시아 사람으로 국한된 건 아니다. 다른 유럽 국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의 관심 밖 사람들도 있다.

첫째, 지나인, 일본인, 그리고 유태인이다. 이들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뽑지 않는다. 가족 중에 이들이 포함되어 있으면 그 가족 전체가 배제된다.

둘째, 종교 광신자들도 뽑지 않는다. 기독교는 물론이고 이슬람교나 다른 종교도 망라되어 있다.

우선적으로 뽑는 사람은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몰도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 ·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그루지야)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카레예츠’라 부르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고려사람(Koryo―saram)이라고 부른다.

고향을 잊지 않았고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들은 스탈린에 의해 1937년 9월 9일부터 10월 말까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다. 짐짝처럼 화물열차에 실려 가다 중앙아시아의 황무지 곳곳에 내팽개쳐졌다.

당시 강제 이주된 고려인 수는 17만 5,000여 명이었는데, 이 중 1만 1,000여 명이 도중에 숨졌다.

얼마나 가혹했는지 충분히 상상이 된다.

2005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각국에 흩어져 있는 고려인의 수는 53만 2,697명이다.

상당히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과 예절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여 이들을 돕고 싶어 가장 먼저 선발하라고 한 것이다.

지나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경우가 약간 다르다. 뽑기는 뽑되 지나화된 사람들은 배제하라고 했다. 지나화된 조선족은 교포가 아니라 지나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렇듯 인적 자원을 모으는 한편 각종 건자재와 중장비 확보에도 나섰다.

필요한 양이 엄청나므로 아예 그런 걸 생산하는 기업을 사기도 했다. 하여 상당히 많은 기업이 이리냐의 명의로 되어 있다.

유리 파블류첸코와 안드레이 자고예프가 현수로부터 임무을 부여 받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측량이었다.

하여 이실리프 자치령엔 많은 측량기사가 파견되어 있다. 최단시간 내에 끝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지질 조사는 뒤로 미뤄진 상태이다. 현수에게 복안이 있기 때문이다.

전체 지도는 실라디온에게 명하여 해결할 생각이다.

아마 실제 지형을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을 만큼 정밀한 지도와 지형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인간이 측량한 결과는 이것에 맞추면 된다.

이것이 준비되면 노에디아로 하여금 지질 및 지하자원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지시한다.

자치령은 하나의 국가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철, 구리, 납, 아연, 우라늄 등의 금속광물과 석회석, 고령토, 형석 등의 비금속광물, 그리고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자원 등이 어디에 얼마만큼 매장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니오브, 리튬, 탄탈, 루비듐, 베릴륨 같은 희유금속에 관한 것도 찾아보게 할 생각이다.

이 모든 것이 끝나야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

가스전이나 유전 위에 대규모 공장을 설치할 수는 없고,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는데 지상에 시가지를 만들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모든 조사를 마치면 가장 쉽게 채광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내게 할 예정이다. 유전이나 가스전의 경우는 가장 쉽게, 가장 많이 뽑아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물의 최상급 정령 엘리디아는 눈에 뜨이는 강 이외에 온천과 지하수에 대한 것을 확인하게 된다.

불의 최상급 정령 이그드리아는 지열발전이 가능한 곳을 파악토록 할 것이다. 러시아의 겨울은 아주 춥기 때문이다.

지각 아래엔 뜨거운 열기를 가진 마그마가 존재한다. 이것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전기를 만드는 데 사용할 뿐만 아니라 겨울철 난방에도 아주 좋다. 초기 개발에 드는 비용 이외엔 유지, 보수 비용만 들 뿐이니 아주 좋다.

자치령은 전체가 사전에 계획된 바에 따라 개발될 예정이다. 따라서 도로를 개설할 때 마그마의 열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한겨울에도 얼지 않을 것이다.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빙판이 되어 사고 나는 일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도 제작을 마친 실라디온에겐 또 다른 임무가 부여된다. 풍력발전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아내는 것이다.

10만㎢에 이르는 광활한 땅을 언제 다 돌아보고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겠는가!

이런 일은 정령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농땡이를 부리지도 않을 것이고 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 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는다.

지하자원을 확인하고 온 노에디아에게도 추가임무가 부여된다. 피곤을 모르는 존재이기에 미안해할 일은 아니다.

그에게 내려질 새로운 임무는 농지가 될 곳으로 양분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곳으로 결정된 곳의 것들을 옮겨놓는다.

예를 들어 시가지가 형성될 곳, 공장지대가 될 곳, 또는 도로 예정지는 굳이 양분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농사를 지으려 땅을 조차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방금 언급된 것들을 누군가에게 용역을 준다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겠는가! 게다가 이 일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는가!

정령들은 최단시간 내에 가장 확실한 결과를 아무런 비용 없이 해결할 것이니 일석삼조인 셈이다.

저녁 식사 후 현수는 자리를 옮겨 이바노비치와 지르코프를 따로 만났다.

또 다른 사업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바노비치는 쉐리엔과 슈피리어 듀 닥터, 그리고 스피드와 엘딕 등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현수는 얼마나 잘 팔리는지,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들으며 흐뭇해했다.

항온의류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지르코프가 초도 물량으로 8천만 벌을 주문했다는 말에 이바노비치는 통 큰 친구라며 껄껄 웃는다.

“핫핫! 이 친구 이거 큰 인물이 될 거라 생각한 내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군. 잘했네. 아주 잘했어!”

이비노보치는 많은 돈이 필요했을 텐데 왜 상의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어마어마한 액수를 선수금으로 보냈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지르코프가 말을 했다면 아마도 총력을 다해 지원해 주었을 것이다. 현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지르코프는 심복이 아니라 후계자였기 때문이다.

“제 힘으로 커야 보스를 제대로 보필하지요.”

“핫핫! 그런가? 아무튼 장하네. 쉽지 않았을 텐데…….”

마피아 보스이지만 사업가이기도 하기에 무력을 동원하지 않고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말은 안 하지만 지르코프는 선수금을 만들어서 보내느라 애를 많이 썼을 것이다.

이바노비치는 쉐리엔의 수출 물량을 대폭 늘려달라는 요청을 했다. 유럽 각국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하여 몸살 날 지경이라며 엄살을 떤다.

슈피리어 듀 닥터 역시 가능한 많이 보내달라고 한다.

러시아 여인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가 있으며 물량이 부족하자 사재기 현상까지 빚어졌다고 한다.

“그나저나 그냥 듀 닥터와 슈피리어 듀 닥터의 유럽 판매권도 우리에게 주면 안 되겠는가?”

이바노비치가 꺼낸 본론이다. 마음 같아선 스피드에 대한 판매권도 달라고 하고 싶지만 이건 러시아 내수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인지라 말하지 않은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귀국하는 대로 이실리프 코스메틱 사람들과 협의한 후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가급적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네.”

“네.”

“그나저나 손자는 언제 안겨줄 셈인가?”

“네? 아, 네.”

“우리 이리냐가 독수공방을 너무 오래한 것 같네. 안 그런가? 후후후!”

“네, 제가 좀 바빠서…….”

“그건 그렇지. 아무튼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이름을 지어줘도 괜찮겠나?”

“네?”

이리냐를 양녀로 맞이하였으니 외조부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 임신도 안 했기에 저도 모르게 반문한 것이다.

“사내아이라면 알렉산더라 해주게.”

알렉산더와 알렉세이는 같은 어근에서 나온 말이다.

참고로 알렉산더는 마케도니아 국왕이었는데 그리스와 페르시아, 그리고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바 있다.

그 결과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시킨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가 이룩되었다.

이바노비치가 이 이름을 고른 이유는 자신의 이름과 유사한 때문이고, 현수의 뒤를 이어 이실리프 자치령의 국왕으로 살라는 의미이다. 그보다는 이름을 지어준 어른으로서 후견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이름 좋네요. 저와 이리냐 사이에서 태어난 사내아이의 이름은 알렉산더 킴입니다. 한국에선 다른 이름으로 불리겠지만 이곳 러시아에선 그게 정식 이름이 될 겁니다.”

“고맙네, 내 뜻을 받아줘서.”

이바노비치가 환히 웃으며 한 말이다. 이제 현수와의 관계는 이리냐가 배제되더라도 돈독 그 이상이 된 때문이다.

“나는 알렉산더의 영세명을 골라도 되겠는가?”

지르코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참고로 러시아에선 전 국민의 75%가 러시아정교 신자이다. 이 밖에 상당수가 로마 가톨릭, 유대교, 개신교를 종교로 가졌다. 따라서 아이가 태어나면 영세를 받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에 한 말이다.

“제 어머니의 종교가 가톨릭입니다. 미스터 지르코프가 골라주시면 좋아하실 겁니다.”

“진짜 영세명을 내가 골라도 괜찮겠나?”

아직 잉태되지도 않은 아이의 이름이 결정되었고, 이번엔 영세명까지 확정되려는 모양이다.

현수는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알렉산더도 좋아할 영세명을 골라주십시오.”

지르코프는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자 환히 웃는다.

“…미카엘 어떤가? 대천사이지.”

“미카엘이요? 좋은 이름입니다.”

가톨릭에서 미카엘은 대천사의 자리에 있다. 칭호는 ‘신을 닮은 자’이고, 역할은 ‘천사 군단의 최고 지휘관’이다.

그리고 미카엘의 심벌은 ‘칼집에서 뽑아 든 검과 저울’이다. 지력은 물론이고 용맹함까지 갖춘 천사계의 제1인자라고 보면 된다.

한국 가톨릭 신자들은 예비자가 영세명을 고를 때 신중하라고 충고한다. 자신이 고른 성인과 비슷한 인생을 살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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