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11화 (1,010/1,307)

# 1011

검사가 비늘을 얻으면 마나의 힘으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되므로 누구보다도 성취가 빨라질 것이다.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쉽사리 제거하기 힘든 상태가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드래곤들은 누가 켈레모라니의 후계자가 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기에 잊고 있었다.

“비늘이 있다면 금방 알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제가 드러내는 걸 별로 내켜하지 않습니다.”

마법으로 마나의 존재감과 발산을 억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10서클 마법사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켈레모라니 님의 유전을 이었는지는 몰랐습니다.”

옥시온케리안의 눈빛은 조금 전과 약간 달라져 있다. 많이 부드러워진 것이다.

“아! 네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현수가 정중히 예를 갖추자 옥시온케리안 역시 마주 예를 취한다. 고룡 켈레모라니의 유전을 이었으니 더더욱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분의 존체는 어떠합니까?”

“보존마법 덕분에 아직은 괜찮습니다만 조금씩 흩어지고 있습니다. 그게 그분의 뜻인 듯싶어 존체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아! 그랬군요.”

고개를 끄덕인 옥시온케리안이 아리아니에게 시선을 돌린다. 중간계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존재이다. 숲의 요정은 딱 하나뿐인 것이다.

“하인스님을 잘 모시거라.”

“네, 로드!”

아리아니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예를 갖춘다. 잠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옥시온케리안이 아공간 속에서 뭔가를 꺼내 든다.

수정구와 비슷한데 그보다 약간 큰 반투명한 물질이다.

“네게 드래곤 로드로서 가호를 내린다. ᛄᛇ ᚥᚪᛞᛡ ᛔᛗᚧ ᚮ᛭ᛣ ᚻᚾᚱᛃᛩ ᚡᛟ ᛯᛤᛠᚸ ᚣᛪ!”

앞의 말을 알아들었지만 뒷말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전능의 팔찌에 부여된 특수기능 중 하나인 통역마법으로도 해석이 안 되는 말이다. 짐작컨대 용언일 것이다.

인간과 드래곤은 종족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인간의 언어를 통역해 주는 기능으론 번역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현수는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럴 분위기가 아닌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로드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 너는 주신께서 내게 주신 권능으로 육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느니라. 충심으로 하인스 마탑주를 보필할 것이며 불편함이 없도록 애를 쓰도록 하라.”

“네! 로드.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아리아니가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추자 옥시온케리안이 현수에게 시선을 준다.

“앞으론 아리아니가 마탑주를 더 잘 모실 겁니다.”

“아! 네에. 감사합니다.”

아리아니가 육신을 얻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여전히 신장 30㎝짜리 날개 달린 팅커벨인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손해 볼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로드의 뇌리로 뭔가 스치는 상념이 있다는 듯 묻는다.

“그런데 어스 대륙엔 진짜 몬스터나 마수들이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죠? 병력을 파견하여 모조리 소탕한 겁니까? 흐음, 그래도 완전한 박멸은 힘들 텐데.”

몬스터와 마수의 공통점은 사납고, 포악하며, 괴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행동이 몹시 은밀하다.

위험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피할 줄 알며, 상대가 약해지면 그 즉시 반격하는 과감성도 가졌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기사와 병사를 파견해도 몬스터와 마수들을 완전히 박멸시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특히 베헤모스 같은 마수는 병력수가 많다 하여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덩치의 차이도 어마어마하지만 도검으로 상처를 입힐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여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본다. 어찌 대답해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건 저희 선조들께서 나약한 인간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무기라는 것을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나약한 인간을 탈피하는 무기요?”

“네! 그게 있어 흉포한 모든 짐승이나 몬스터 등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이곳 아르센 대륙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궤가 다른 것이지요.”

“궤를 달리하는 무기라구요?”

뭐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달라는 표정이다. 그런데 그걸 어찌 말로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제 고향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열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확실하다는 뜻이지요. 로드! 여기 이걸 한번 보시겠습니까?”

현수가 저장해 두었던 폴더에서 재생시킨 영상은 커다란 항공기가 이륙하는 장면이다.

구 소련 시절 안토노프에서 제작한 An―225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기로 폭 88.4m, 길이 84m, 높이는 18.1m짜리이다.

덩치가 큰 만큼 이륙하려면 최소 3.5㎞짜리 활주로가 필요하다. 무려 250톤에 달하는 화물을 실은 이놈이 활주로를 박차고 떠오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옥시온케리안과 라세안은 날갯짓을 하지 않았음에도 날아오르는 모습이 이상했는지 많은 걸 묻는다.

하여 비행기의 이륙 원리에 대한 설명이 잠깐 이어졌다.

특히 양력(揚力)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이어지자 몹시 놀란 표정이다. 그런 걸 어찌 수치화할 수 있으며, 그걸 어떻게 정교하게 적용했는지에 대한 문답이 오갔다.

현수는 수학과 출신답게 논리적이면서도 간단명료한 설명으로 둘을 납득시켰다.

다음으로 보여준 것은 전투기 동영상으로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전투기 F―15K Slam Eagle에 관한 것이다.

제원을 보면 항속거리가 5,700㎞이고, 최고 속력은 마하 2.5이다. 그런데 속력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음속(340㎧, 1,224㎞/h)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 아르센식으로 환산하여 설명해 주었다.

다음은 공대공 미사일에 관한 동영상이다.

둘은 쏜살보다도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가 목표물을 산산조각 내는 장면을 눈여겨본다.

내친김에 러시아의 S―19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관한 것도 보여주었다. 사정거리가 무려 18,000㎞나 되며, 발사 중량은 200톤인 것이다.

동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수많은 질문을 해댔고 현수는 그때마다 친절한 설명으로 둘을 납득시켰다.

옥시온케리안은 물론이고 라세안도 크게 놀란다.

너무도 생생한 동영상인지라 조작된 가짜라는 건 상상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라세안이 화제를 돌린다.

“그나저나 자네가 전에 말했던 핵배낭 말이네.”

지금껏 신경이 많이 쓰였던 모양이다.

“아! 핵배낭? 그게 궁금했나? 그건 이걸 보면…….”

현수는 핵배낭의 폭발력과 히로시마에 떨어진 15㏏짜리 핵폭탄 리틀보이의 위력을 비교해서 보여주었다.

핵배낭의 무게는 약 30㎏에 불과하나 그 위력은 10T에서 1㏏ 정도 된다. 그래도 리틀보이와 비교하면 66분의 1 내지 15분의 1밖에 안 된다.

내친김에 구 소련이 터뜨린 차르 봄바(Tsar Bomba)와 버섯구름 크기를 비교해 놓은 페이지도 보여주었다.

사실은 비교조차 무의미한 일이다.

차르봄바는 50MT짜리이다. 이를 TNT의 파괴력으로 환산해 보면 한번에 500만T이 터지는 위력과 같다.

이를 어찌 핵배낭과 비교하겠는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무기인 이것은 1961년 10월 30일, 북극해의 노바야제믈랴 섬에 실험되었다.

이것이 폭발하자 지름 8㎞짜리 파이어볼이 생성되었다.

9서클 대마법사라 할지라도 최고가 100m 정도이니 얼마나 큰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버섯구름의 높이는 64㎞였으며, 폭은 30∼40㎞ 정도 되었다.

100㎞ 밖에 있던 사람은 3도 화상을 입었고, 270㎞ 이상 떨어져서 관찰하던 실험 관계자들도 무지막지하게 뜨거운 열을 느꼈다고 한다.

900㎞ 떨어진 핀란드에선 유리창이 깨졌고, 그 충격파는 700㎞ 바깥까지 전해졌다.

동시에 진도 5∼5.2 정도의 지진파가 지구를 세 바퀴나 돌았다. 이 폭발은 1,000㎞ 밖에서도 관찰되었다.

옥시온케리안과 라세안의 눈빛엔 공포가 감돌고 있다.

이같이 무지막지한 건 본 적은커녕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건 차르 봄바라 하는 건데 100서클 마법사도 이 정도 위력은 낼 수 없습니다. 저같이 10서클에 오른 마법사가 10만 명이 있어도 불가능하죠. 이게 터지면 아마 바세른 산맥은 평지가 되고, 주변 국가 모두가 영향을 받을 겁니다.”

현수의 말은 사실이다. 차르 봄바의 초동 폭발반경은 80㎞이었고, 낙진반경은 1,200㎞였다.

폭발로 7,850㎢가 작살났다. 서울 면적의 13배 정도이다.

낙진이 쌓인 곳은 4,521,600㎢로 대한민국의 45배 면적이다. 당연히 바세른 산맥과 주변 국가 전부가 피해를 입게 된다.

“……!”

둘은 입을 딱 벌린 채 멍한 표정이다. 이쯤 되면 제대로 된 협박을 해야 효과가 크다. 하여 뻥을 치기로 마음먹었다.

“저희 코리아 제국엔 차르봄바가 약 100여 개 정도 비축되어 있습니다. 그중 열 개가 제 영지에 보관되어 있지요. 그것에 대한 발사권한은 제게 있습니다.”

라세안과 옥시온케리안은 열 개의 차르봄바가 한꺼번에 터지는 장면을 상상하는지 몸을 부르르 떤다.

중간계가 엉망이 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중간계의 조율에 관한 책무를 위임받았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주신의 처벌이 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모든 드래곤이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무릇 협상이란 강온책을 유효 적절히 사용하며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한다. 하여 현수는 화제를 돌렸다.

“참! 최근에 저는 10서클 마법 하나를 창안했습니다.”

“오호! 10서클 마법이요? 뭡니까?”

옥시온케리안은 9서클 마스터일 뿐 아직 10서클에 오르지 못했다. 로드로서의 책무가 많아 명상에 잠겨 수련할 시간도 부족하지만 딱히 10서클이 되려는 마음도 없다.

9서클 마스터인 것만으로도 자족하는 것이다.

라세안은 8서클 마스터와 9서클 비기너의 중간 정도에 머무는 중이다. 라세안 역시 고되고 지루한 수련이 싫다.

하여 굳이 9서클에 오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그랜드 마스터가 되기 위한 수련을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현수가 휘둘렀던 길이 20m짜리 검강이 부러웠던 것이다.

아무튼 새로 창안한 10서클 마법이라는 말에 둘 다 눈을 크게 뜬다. 듣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하여 둘 다 바싹 당겨 앉는다. 이때 현수의 입이 열렸다.

“제가 이번에 개발한 것은 ‘아공간 텔레포트’ 마법입니다.”

“아공간 텔레포트요? 그게 뭡니까?”

옥시온케리안은 물론이고, 라이세뮤리안도 아공간 마법과 텔레포트 마법을 모두 안다.

이 두 마법은 전혀 다른 성향과 구조이다.

따라서 융합이 몹시 어렵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아! 그건 적당한 명칭이 없어 그런 이름을 붙인 겁니다. 제가 만든 아공간 텔레포트 마법은…….”

현수는 고향인 코리아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이다.

10서클 마스터에 그랜드 마스터이며, 보우 마스터임에도 고향은 너무나 멀다. 튼튼한 배를 만들어도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모르니 망망대해를 떠돌다 늙어죽을 수도 있기에 시도조차 할 수 없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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