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12화 (1,011/1,307)

# 1012

그럼에도 어떻게든 고향과의 연결을 고심했다. 물려받은 영지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스승인 멀린이 창안한 ‘채널 어브 디멘션’이란 마법을 떠올렸다.

타 차원 간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이다.

차원과 타 차원도 연결하는데 어찌 코리아 제국과 연결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에 고심했다고 했다.

일반적인 통신마법으론 불가능할 만큼 먼 거리인지라 다른 방법을 모색하다 아공간 텔레포트 마법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아공간이 약 20㎦라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체를 1㎞ 깊이로 파낸 것과 같은 용적이다.

아무튼 이것을 이용하여 자신을 대신하여 영지를 꾸려가는 총관과 연결이 되었다고 했다.

그 결과 영지에 관한 서류를 전송받고, 필요한 물건 또한 받을 수 있으며, 저쪽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뻥이다.

현수는 이를 그럴듯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천지건설 해외영업부에서 작성해서 제출한 보고서 한 부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공사에 관한 것이다.

옥시온케리안과 라세안은 네모반듯하고, 크기가 일정하며, 눈처럼 흰 A4용지를 본 적이 없다.

이것 위에 인쇄된 질서정연한 활자도 생전 처음 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인쇄된 컬러사진은 너무도 생생하다.

최종 결재권자에게 제출하는 보고서인지라 해상도가 높은 컬러프린터를 사용한 결과이다.

현수는 결재란에 쓰여진 자신의 사인을 다른 종이에 그대로 재현했다. 본인의 필적이라는 것을 확인시킨 것이다.

“이건 제 영지개발에 관한 보고서로 제가 결재를 하고 이렇게 아공간에 넣으면 코리아 영지의 총관에게…….”

말을 마치곤 나직이 룬어를 영창했다.

물론 무지하게 복잡하고 긴데다가 엄청나게 빨라 옥시온케리안과 라세안을 기억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미리 메모리마법을 구현시켜 놓지 않았으니 드래곤이라도 별 수 없는 것이다.

“조금 전 그 서류는 제 아공간을 통해 코리아 영지로 갔습니다. 참, 이거……!”

아공간에서 부라보콘 세 개를 꺼냈다.

해태제과에서 만든 것으로 파스타치오 레볼루션이라는 제품이다. 파스타치오 향이 가득한 고소한 콘이라고 광고했던 것이다.

“자넨 어떻게 먹는지 알지?”

현수가 건넨 부라보콘을 받아 든 라세안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도 눈빛을 빛낸다. 전에 먹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로드는 제가 까드리지요.”

현수는 익숙한 솜씨로 껍질을 벗겨 건네주었다. 그리곤 본인 것도 얼른 하나 깠다. 한입 베어 물곤 로드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드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한입 베어 문다. 시원하면서도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지자 지그시 눈을 감는다.

수천 년을 살아왔지만 처음 경험하는 맛이다.

“후르릅! 후르르릅!”

곁에 있던 라세안은 연신 핥아댄다. 나이로 따지면 수천 살 먹은 할아버지이지만 먹는 모습은 초등학생 같다.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아깝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떻습니까? 맛이 괜찮지요? 부라보콘이라고 하는 건데요. 이건 바닐라콘이고, 이건 슈팅스타콘입니다. 이건 메타콘 스트로베리이고, 이건 누가콘, 이건 크런치킹콘입니다.”

현수는 부라보콘 이외에도 다른 회사 제품들도 보여주었다.

백두마트를 털 때 가져온 것이다. 이를 본 라세안의 눈빛이 확 달라진다. 노골적으로 탐욕이 섞인 눈빛이다.

옥시온케리안 역시 저건 어떤 맛일까 싶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때 라세안이 묻는다.

“처음 보는 게 많군. 다 다른 맛인가?”

“그렇지? 나도 요번에 처음 봤네. 우리 제국의 마법사들이 노력을 기울여 새롭게 만들어냈다고 하더군. 물론 다 다른 맛이야. 이건 딸기 맛이고, 이건…….”

아르센 대륙에서의 현수는 점점 더 능숙하게 뻥을 친다.

“근데 값은 여전히 비싸다 하는가?”

전에 말하길 하나당 1,000골드라 하였다. 한화로 약 10억 원이다. 맛은 좋지만 먹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다.

아무리 아껴 먹어도 하나 먹는데 3분밖에 안 걸렸다. 너무 맛있어 저도 모르게 광속으로 핥는 때문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180초에 10억 원이니 초당 555만 원어치씩 먹는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아무래도 그렇지.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만 걱정 말게. 자네와 약정했던 건 안 바꿀 테니.”

지난해 8월에 현수는 라세안과 다프네와 함께 라수스 협곡을 지나갔다.

그때 부라보콘 하나당 100골드짜리 만드라고라와 일대일 물물교환을 약속했다. 지금 그 이야기를 한 것이다.

한 개당 500∼600원짜리 자유시간은 쉐리엔 100㎏과 교환하기로 했었다.

“약정? 둘이 무슨 약정을 했는가?”

옥시온케리안의 물음에 현수가 대답했다.

“아! 그건 이것 하나와 만드라고라 한 뿌리를 교환하기로 한 겁니다. 이것 말고 이런 것도 있는데.”

말을 하며 자연스레 자유시간을 꺼내 들었다. 봉지를 까서 건네자 이건 뭔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겉보기엔 조금 그렇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한번 씹어서 삼켜보십시오.”

“……!”

현수가 입으로 씹는 시늉을 하자 그대로 따라서 씹어본다.

6장 점점 늘어가는 뻥!

초콜릿에는 자당(蔗糖), 페닐에틸아민, 테오브로민이 들어 있다. 뿐만이 아니다. 황홀감을 느끼게 하는 아난다마이드(Anandamide)도 들어 있다.

그렇기에 이걸 먹으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

“……!”

물론 옥시온케리안은 초콜릿이 처음이다.

그리고 체질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더 민감하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듯하다.

뭔가를 청하려면 이런 때가 최고이다. 하여 빙긋이 미소 지으며 현수가 입술을 떼었다.

“로드께서 이실리프 자치령에 대한 인가를 주시면 매년 부라보콘 100개와 자유시간 100개씩을 드리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받고?”

먼저 반응한 것은 라세안이다. 그리곤 다시 말을 잇는다.

“여기 말고 라수스 협곡으로 자치령을 옮기게. 원하는 넓이만큼 할양해 주겠네. 그리고 자네가 원하면…….”

부라보콘 100개를 공짜로 제공한다는 것에 흥분한 모양이다. 50개씩만 줘도 된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에 옥시온케리안이 슬쩍 말을 끊는다.

“그 제안 받아들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자치령이 어찌 발전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난제 중 하나가 풀린 기분인지라 현수의 입가엔 자연스레 미소가 어린다. 이때 옥시온케리안이 정색하며 말을 잇는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반응한 것은 이번에도 라세안이다.

“조건! 난 그런 거 없어도 되네. 라수스 협곡으로 오게. 매년 50개씩만 줘도 되네.”

“끄응! 자넨 조금만 기다려 주게. 로드께서 말씀하시지 않나. 라세안!”

라세안은 옥시온케리안의 굳은 표정을 보곤 이내 물러앉는다. 할 말 있으면 먼저 하라는 뜻이다.

옥시온케리안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라세안을 힐끔 바라 보곤 현수에게 시선을 돌린다.

“조금 전에 부라보콘과 자유시간이라 했습니까?”

“네! 감사의 뜻으로 매년 100개씩…….”

현수의 말은 중간에서 잘려야 했다. 로드가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연 때문이다.

“그런 건 안 줘도 됩니다. 아까 말한 대로 자치령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표정을 보니 안 받아도 된다는 건 체면상 한번 해보는 이야기인 듯싶다.

“아! 네에.”

“대신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전투기, 미사일, 그리고 핵배낭이나 차르 봄바, 그리고 벙커… 뭐라고 했죠?”

“벙커버스터입니다.”

벙커버스터(Bunker Buster)는 지하에 숨어 있는 적군의 벙커를 무력화하는 것과 적의 지하구조물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현재 철근콘크리트(RC)에 대한 관통력은 60m 이상이며, 2015년까지 100m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옥시온케리안은 차르 봄바보다 벙커버스터에 의해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구조물이 박살 나는 것을 인상 깊게 보았다.

차르 봄바는 너무도 위력이 크기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아무튼 거의 모든 드래곤의 레어가 동굴 속에 있다.

만일 현수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척을 졌을 때 벙커버스터로 공격하면 꼼짝없이 말살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무기들을 언급하면서 슬쩍 벙커버스터를 강조한 것이다.

“아무튼 그런 무기들을 이곳 아르센 대륙에선 만들지도 말고, 사용하지도 않겠다는 약속은 해줘야겠습니다.”

“…그러지요. 적어도 아르센 대륙에선 개발하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을 것임을 마나에 맹세합니다.”

위저드 로드가 마나를 언급했다. 만일 약속을 어기면 마법을 잃는 불상사를 겪게 된다.

이 세상 모든 마법사가 가장 꺼리는 일이다.

그렇기에 현수가 마나를 언급하자 옥시온케리안은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슬쩍 물러앉는다.

“그, 그렇지. 그건 그러네. 내 생각도……. 그건 너무 끔찍한 것들이잖아.”

라세안은 그간 느꼈던 핵배낭의 공포가 가시는 느낌을 받는 중이다. 말은 안 했지만 혹시라도 현수와 반목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다프네와 맺어주려고 했던 것이다. 사위가 되면 장인을 죽이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이좋게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로드!”

“나도 좋은 이웃이 되도록 노력하겠소.”

“구경만 하지 마시고 가끔 놀러 오십시오.”

“그러리다.”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이다. 이쯤해서 말했던 것들을 꺼내놓으면 더욱 화기애애할 것이다.

“아공간 오픈!”

부라보콘 300개와 자유시간 300개를 꺼냈다.

“이건 자치령 인가와 관계없이 제가 로드를 만난 기념으로 드리는 겁니다. 사양치 마시고 받아주십시오.”

“…고맙소! 기꺼이 받으리다. 그나저나 보관은 어찌해야 하는 건지요?”

“항온마법진을 쓰셔도 되고 보존마법을 사용하셔도 될 겁니다. 아공간에 넣어두셔도 변질은 안 될 겁니다.”

“아! 그렇소?”

옥시온케리안은 부라보콘과 자유시간을 자신의 아공간에 담았다. 같은 순간 라세안이 부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휴우! 쉐리엔은 날이 풀려야 날 것이고, 만드라고라는 캐어놓으라 했는데 다 되었나 모르겠네.”

현수는 라세안의 말을 듣는 순간 짚이는 것이 있었다.

“자네, 혹시 몬스터들에게 그걸 찾아서 캐어오라고 명을 내린 건 아니겠지?”

현수는 이내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하긴, 오크나 트롤 그리고 오우거 같은 놈들이 그걸 어찌 캐겠나, 안 그래?”

“당연하지! 어찌 그런 놈들에게 만드라고라를 캐어오라고 하겠나?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지.”

라세안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근데 조금 묘하다. 뭔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그럼 혹시 다른 몬스터에게 시켰나?”

“그래! 오크나 트롤, 오우거 같은 놈들보다 덩치도 작고 재빠르면서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녀석들에게 시켰지.”

“누군데?”

셋 중 오크가 가장 작다. 그런데 그보다 더 작다면 고블린일 것이다.

고블린은 굴이나 광산 지하에 사는 몬스터로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신장이 불과 30㎝ 정도 된다.

산 속엔 많은 몬스터가 서식하지만 오크나 고블린 정도만 만드라고라를 상처 입히지 않고 뽑아낼 수 있다.

발이 아닌 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놈들 돌아다니라고 모든 몬스터를 내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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