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21화 (1,020/1,307)

# 1021

작업이 마쳐지자 리듀스 마법으로 축소시켰다.

4번의 축소마법 결과 두께 0.75㎜, 가로세로 75㎜짜리 철판으로 줄어들었다.

크기는 줄었지만 중량까지 감소한 것은 아니다. 질량 불변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이것의 무게는 무려 135.67㎏이나 된다.

그런데 이것을 복제하기 위해 사용될 스테인리스 철판은 두께 0.35㎜, 가로세로 100㎜짜리이다. 마법으로 축소시킨 것이 아니기에 가볍다.

그래서 원본과 사본이 확연히 구별될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무거우므로 경량화 마법을 사용하여 40분의 1인 3.4㎏으로 무게를 줄였다.

다음엔 아공간에서 재단된 STS304 철판 200장을 꺼냈다. 이 저택엔 상당히 많은 방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빈관과 경호동이 지어지는 중이다. 둘 다 이바노비치가 전액 부담하여 건설 중이다.

이를 위해 양쪽 옆의 낡은 저택들이 헐렸다.

그것들까지 완공되면 방의 숫자가 상당히 많을 것이기에 미리 준비한 것이다. 어쨌거나 새로 꺼낸 철판은 가로세로 10㎝짜리이다. 현수는 이것을 원본 위에 차곡차곡 쌓았다.

“퍼펙트 카피!”

샤르르르릉―!

이 마법이 구현되자 모든 철판에 원본과 똑같은 문양이 그려지고 같은 위치에 구멍이 뚫린다.

부드러운 천을 꺼내 철판 위의 쇳가루를 닦아내곤 마나석들을 박아 넣었다. 이 작업은 정밀을 요하기에 배율 ×20인 루페(Lupe)와 핀셋이 동원되었다.

일련의 작업을 마치곤 새로운 설계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마음대로 실내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지만 마법진이 드러나는 것을 감추기 위한 설계이다.

겉보기엔 가정에서 사용하는 보일러 온도조절기처럼 설계했다. 내부엔 기판이 들어간다.

이것의 용도는 마법진이 작동될 때 LED등이 켜지도록 하는 것뿐이다. 건전지를 사용하여 원격으로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그간 읽었던 전기, 전자, 계측, 제어 관련 전문서적의 지식이 머릿속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회로도를 완성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흐음! 호기심 때문에 뜯어볼 인간이 많겠지?”

회로도에 따라 기판을 제작하면 자연스레 자폭마법진이 그려진다. 이것은 일종의 감응진으로 빛의 세기가 급작스레 변화하면 터진다.

기판만 망가질 정도로 약한 폭발력을 가졌다. 따라서 터져도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흐음! 좋군. 근데 누구에게 제작을 맡기지?”

컴퓨터를 켜곤 전기용품 제작사들을 검색했다.

시각을 확인했는데 오전 6시 25분이다. 시차를 계산해 보니 서울은 낮 12시 25분이다.

전화기를 끌어당겨 검색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착신음이 들리더니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네! 감사합니다. 전자기기 제작전문 율인전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젊은 아가씨인 듯싶다.

“네, 전자기기 제작을 의뢰하려고 하는데요.”

“아! 그러세요? 어떤 종류의 전자기기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울러 수량은 어느 정도 되는지요?”

갑자기 반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현수가 전화를 건 율인전자는 영세한 회사로 불경기의 여파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뱅크가 없었다면 진즉에 망했을지도 모른다.

율인전자에선 돈이 필요하여 모든 시중은행을 방문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사장 본인이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대부업체로부터 연 34%짜리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

납품된 것을 결재받기만 하면 금방 갚을 수 있기에 높은 이자율을 무릅쓴 것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서 큰 부담이 되었다.

1년 전 어느 날, 제법 규모가 큰 중견기업으로부터 제작의뢰를 받은 전자기기를 납품했는데 전량 반품되었다.

색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F361DC를 주문했는데 이보다 약간 연한 #FFB2F5로 제작되었다.

담당자가 눈 수술을 받고 얼마 안 된 상황이어서 착오가 생긴 것이다.

전혀 다른 색이 아니라 원하던 것보다 약간 연한 색이며, 이는 제품의 성능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므로 납품받아 달라 애원했다.

이에 상대 회사 상무라는 사람이 와서 납품단가를 75% 할인한다면 고려해 보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농담이 아닌 진담임을 분명히 했다.

상무라는 작자는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득달처럼 달려들어 이빨을 들이대는 하이에나 같은 놈이었다.

율인전자 최지원 사장은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달라는 말에 분노하여 기기를 전량 폐기해 버렸다.

당시 받은 대출금은 1억 원이었는데 부품공급 업체 결재대금과 직원들 급여를 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정이 연이어 발생하여 점점 더 많은 대출을 받아가며 돌려막기를 해야 했다.

그 결과가 3억 5천만 원이라는 부채이다.

이것에 대한 이자만 연간 1억 1,900만 원이다.

이걸 12개월로 나누면 매월 991만 6,666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거의 1천만 원이다.

일감은 나날이 줄어들었지만 직원들은 자를 수 없다.

어려울 때 고난을 함께하고 견뎌줬는데 회사가 어렵다고 무 자르듯 내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이실리프 뱅크가 설립되었고, 사장은 용기를 내어 찾아갔다. 무담보, 무보증에다 저리로 융자를 해준다 하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방문한 것이다.

상담자가 너무 많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참고 견뎠다. 약 다섯 시간이다.

드디어 상담창구에 앉았을 때 최 사장은 거절당해도 투덜거리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아무런 담보도 없이 돈을 빌리러 왔으며, 본인의 신용상태가 조만간 불량 등급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참고로, 2014년 현재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다음과 같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들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11.72%이고, 9개 주요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5.27%에 달한다.

이실리프 뱅크 행장대리 전무이사가 된 김지윤은 영업 시작과 동시에 대출금리를 연 4.5%로 고시했다.

6개 시중은행 1∼3등급 신용대출 금리의 평균치이다.

이는 변동 금리가 아니라 고정 금리이다.

따라서 대출자들은 본인이 원금을 모두 갚을 때까지 매월 얼마의 이자를 내야 하는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금리가 변동되어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도 피할 수 있다.

이실리프 뱅크 상담 창구에서 대출받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진실만을 이야기한다.

현수가 직접 골라서 보낸 의자에 올웨이즈 텔 더 트루스 마법진이 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담창구의 직원들은 매뉴얼에 따른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고려하여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본점에서 정한 점수 이상이 되면 즉시 대출이 실시된다.

보증인이 있어야 한다거나 보증 보험 가입을 해야 하는 등의 절차 없이 본인 확인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업자 대출인 경우는 사업자등록증과 납세증명서만 지참하면 된다.

아무튼 최지원 사장은 4억 원을 대출받았다.

3억 5천만 원은 대환대출이므로 그 자리에서 상환되었다.

대출총액은 5천만 원이나 늘었지만 최 사장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연 4.5%짜리 신용대출이니 1년 이자 총액이 1억 1,900만 원에서 1,800만 원으로 줄었다.

매월 1,000만 원 가깝게 지불해야 했던 이자도 월 150만 원으로 확 줄어들었다.

게다가 이실리프 뱅크는 연체가 되어도 독촉전화를 하지 않는다. 믿고 빌려줬으니 양심껏 상환하라는 뜻이라 한다.

최 사장은 이실리프 뱅크로부터 빌린 돈을 모두 상환하기 전까지 최우선 순위가 이자 상환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아울러 앞으로는 이실리프 뱅크에서만 거래하리라 마음먹었다.

나중에 신용카드 업무를 개시하게 되면 모든 카드를 부러뜨리고 오로지 이실리프 카드만 사용할 것도 다짐했다.

직원이라고 해봤자 10명도 되지 않는 소기업이지만 급여통장을 바꿀 것이다.

이실리프 뱅크야말로 정말로 서민을 위한 은행이라는 것을 절감한 때문이다.

어쨌거나 운전자금으로 5,000만 원을 더 대출받아 상황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운영은 점점 어려워졌다.

불황의 늪이 너무 깊고, 긴 때문이다.

오늘도 최 사장은 어떻게든 일감을 따러 오전 내내 돌아다녔다. 돈이 돌아야 하기에 덤핑도 불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럴 일조차 없었다. 그러다 점심나절이 되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회사로 왔다.

점심을 먹기 위함이다.

현수가 건 전화를 받은 미스 양이 식사 담당이다.

오늘은 미역국을 끓였다. 직원 중 하나의 생일인 때문이다. 늘 1식 3찬이었는데 특별히 제육복음이 추가되었다.

기본 반찬은 감자조림과 볶은 김치, 그리고 자반이다.

미스 양은 직원들에게 배식하던 중 전화를 받았다. 하여 한 손엔 국자를 들고 있다.

“사장님! 주문한다는 전화예요.”

“아! 그래?”

막 도착하여 자리에 앉아 밥을 먹으려던 최 사장은 얼른 일어나 전화를 받아 든다. 밥보다 수주가 먼저인 때문이다.

“율인전자 최지원 사장입니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사장님이시군요. 제가 제작하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 드렸는데 견적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도면과 사양서만 보내주시면 금방 뽑아드리겠습니다.”

아주 시원스런 답변이다.

사실 견적을 내는 것도 돈이 드는 일이다.

영업하려 다녀야 할 시간을 소모해야 하고, 본인이 가진 전문지식도 공짜로 생긴 건 아니기 때문이다.

“참! 납품받으실 수량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이거 아주 중요합니다.”

“양이 많을수록 단가가 낮아지요?”

“그럼요. 양이 많을수록 낮아지는 거 맞습니다.”

최지원 사장은 제발 양이 많기를 바랐다. 찔끔 몇십 개 내지 몇백 개를 주문해도 해주기는 한다.

예전에 일이 많을 땐 몇십, 몇백 개는 쳐다도 안 봤지만 지금은 아니다. 소소한 것들이라도 모조리 주워 담아야 직원들 월급 주고 이자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수는 초도물량으로 몇 개를 주문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이곳 모스크바 저택에서만 쓸 건 아니다.

양평 저택과 킨샤사의 저택도 써야 한다.

새로 지어질 이실리프 의료원의 모든 병실에도 필요하다. 아주 잠깐이지만 현수는 많은 것을 떠올렸다.

“사장님 이건 제가 몰라서 여쭙는 건데요, 초도물량으로 몇 개 정도를 주문하면 단가가 낮아지는 겁니까?”

“네? 그건…….”

이런 반문은 지금껏 처음이다. 하여 최지원 사장은 잠깐 말을 잇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짧았다.

“확실한 건 도면과 사양서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거 먼저 보여주시겠습니까?”

“그렇죠? 알겠습니다. 도면과 사양서부터 팩스로 넣어드리지요. 그걸 보시고 이 번호로 전화 주십시오.”

“네, 그러지요. 그게 먼저인 거 맞습니다. 팩스를 넣어주시면 최대할 빨리 산출해 보고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곧장 팩스를 넣었다.

“이게 제대로 들어가야 할 텐데.”

화질이 나쁘면 견적을 내는 데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아 걱정되었지만 어쩌겠는가!

삐이익! 삐이이이익―!

팩시밀리 특유의 음을 내며 서류들이 전송된다. 원본을 챙겨 아공간에 넣은 현수는 서재에서 나왔다.

침실로 들어서니 마침 이리냐가 일어난다.

“잘 잤어?”

“하아암―! 네에, 자기야는요?”

“나도 당연히 잘 잤지. 몸은 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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