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36화 (1,035/1,307)

# 1036

“와아! 나도 찾았어요!”

테리나 역시 무언가를 주워 들고 좋아한다. 현수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마나에 대해 신경을 끊었다.

그리곤 물가로 내려갔다.

“대체 뭔데 그래?”

“이것 보세요, 이거! 예쁘죠? 그죠? 아이, 예뻐라!”

테리나가 들고 있는 것은 반투명한 조약돌이다. 에메랄드빛이다. 크기는 대략 3캐럿 정도로 보인다.

“이걸로 반지 만들어 끼울까요?”

손가락 위에 대보고는 몹시 흡족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별 가치 없는 작은 조약돌일 뿐인데 무엇이 이리 좋을까 싶다.

“그게 그렇게 좋아?”

“그럼요. 자기야랑 여기 와서 주운 거잖아요. 이건 기념품이에요. 예쁘죠?”

테리나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어려 있다.

문득 이곳에서 엔다이론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마스터를 만난 기념으로 소녀가 예물을 바치고 싶사온데 받아주셨으면 해서요.”

이 말을 하곤 호수의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위로 튀어 올라 발가벗은 몸에 묻은 물기를 털어냈다.

젖은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낼 때는 너무도 섹시하여 현수는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마스터, 소녀가 바치는 첫 정성이옵니다. 받으소서.”

엔다이론이 내민 건 깊은 바다 빛과 같은 사파이어 목걸이였다. 무려 150캐럿이나 되는 것을 중심으로 좌우로 일곱 개씩 알이 박힌 것이다.

100→80→60→40→20→10→5 캐럿 순이다.

모두 합산하면 780캐럿이다.

이것들의 주위엔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다. 이 가운데에는 1캐럿이 넘는 것이 많다.

팔려고 마음먹고 세상에 내놓으면 대체 얼마를 받아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보물이다.

지난 2012년에 스위스의 한 보석회사가 15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보인 바 있다.

커다란 원석을 반지 모양으로 깎은 것이다. 이것의 가격은 7,000만 달러라고 하였다. 한화로 840억 원이다.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그리고 사파이어는 알이 크면 값이 비슷해진다. 이걸 감안하면 엔다이론이 예물로 바친 목걸이는 최하 1억 달러짜리이다.

어쨌거나 테리나는 이리냐가 예물로 받은 사파이어 세트를 패용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것과 이것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못 느끼는 모양이다.

“테리나, 그거 진짜 에메랄드라고 생각해?”

“어머! 그럼 아니에요? 제가 보기엔 진짜 같은데…….”

테리나는 공부에 열중하느라 다른 여인들처럼 화장하고 치장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 보석의 종류는 알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리 살피고 저리 살펴본다.

현수는 결혼 예물을 신부들이 직접 고르게 한 바 있다.

지현은 다이아몬드 세트를 마음에 들어 했다.

반지는 5캐럿짜리 최상급 블루다이아몬드가 박혔는데 굳이 가격을 매기자면 약 2억 원 정도 한다.

약 1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매달린 목걸이는 330억 원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귀걸이 역시 블루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한쪽에 1캐럿이 조금 넘으니 1천만 원 정도 할 것이다.

팔찌는 미스릴이 주재료이고, 24개의 1캐럿짜리 블루다이아몬드와 여섯 개의 오렌지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다.

다이아몬드의 값만 따져도 3억 원은 가뿐히 넘긴다.

마지막은 브로치이다.

다이아몬드 이외에도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것의 가치는 100억 원 정도이다.

모두 빌모아 일족의 세공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실제로 이보다 훨씬 더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현수는 이것에 마법진 몇 개를 그려 넣었다.

반지엔 면역력 증진 마법인 임프로빙 이뮤너티와 늘 건강한 상태를 유지케 하는 바디 리프레시 마법진을 새겼다.

그리고 위기 상황이 되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케 하는 텔레포트와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진 또한 그려져 있다.

이 밖에 위기에 처했을 때를 대비한 체인 라이트닝 마법진도 있다. 마법이 구현되면 반경 10m 내에 있는 모든 생물체는 아주 짜릿한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은 도난을 대비한 귀환 마법이다. 현수가 주문만 외우면 언제든 아공간으로 회수된다.

연희에겐 에메랄드 세트를 주었고, 이리냐는 사파이어를 받았다. 이것들 역시 지현에게 해준 것과 같은 마법진이 새겨져 있다. 물론 눈에 보이진 않는다.

현미경을 들이대도 소용없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가 보이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현수는 슬쩍 아공간을 더듬었다. 테리나는 7월생이다. 하여 7월의 탄생석인 루비를 찾은 것이다.

정열의 색인 붉은빛을 띠는 루비는 힘과 권위, 불과 피, 정열과 사랑, 그리고 부와 지혜라는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테리나가 조약돌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있을 때 현수는 아공간에서 꺼낸 루비를 슬쩍 발밑에 떨어뜨렸다.

그래놓곤 짐짓 테리나에게 말을 걸었다.

“흐음! 내가 보기엔 그건 아닌 것 같아. 내가 봐서 아는데 에메랄드는 투명하거든.”

“그래요? 그럼 어때요? 자기야랑 여기 와서 주운 건데.”

“그럼 나도 한번 찾아볼까?”

현수는 짐짓 조약돌들을 제쳐보며 무언가를 찾는 척했다. 그러면서 발밑의 루비를 자갈 사이에 밀어 넣었다.

테리나는 하나 더 찾아보려는지 허리를 숙인다. 이때 현수는 떨어뜨린 루비를 찾아낸 척했다.

“어라, 이건……?”

현수가 뭔가를 주워 들자 테리나의 시선이 따라온다.

“어! 이건 루비 같은데?”

“어머! 정말요? 어디 봐요.”

“자, 봐. 이 붉고 투명한 빛. 이건 루비가 맞아.”

현수가 건넨 3캐럿 정도 되는 루비를 받아 든 테리나는 눈빛을 반짝인다. 자신이 보기에도 조금 전에 주운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긴 빌모아 일족이 공들여 깎고 연마까지 마친 것과 호수가의 조약돌을 어찌 비교하겠는가!

“와아! 예뻐요. 어떻게 이런 걸 찾아내셨대요?”

“그냥. 마음에 들어?”

“네, 그럼요! 이거 저 주세요. 네?”

얼마나 비싼 건지 모르기에 테리나는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이처럼 갈구의 눈빛으로 현수를 바라본다.

“그래, 테리나 줄게. 가져.”

“와아! 고마워요!”

너무도 기쁜 나머지 저도 모르게 현수의 목을 휘감으며 안는다. 앞쪽에서 뭉클함이 느껴졌지만 어찌 내색하겠는가!

“테리나, 그거 내가 세공해서 반지로 만들어줄게.”

“어머! 정말요? 호호! 고마워요!”

테리나는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준다는 듯 손을 내민다. 이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스테파니가 다가왔다.

“대체 뭘 주웠기에 그래요? 저도 보여주세요.”

“응. 회장님이 루비를 주워서 주셨어.”

“루비요?”

스테파니의 눈이 대번에 커진다. 호숫가의 작은 조약돌이 예쁘기는 하지만 보석은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회장님, 그거 스테파니에게 보여주세요.”

자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할 수 없이 내어주니 얼른 집어 들고는 빛을 비춰본다.

“어머! 어머머머! 이거 진짜 루비예요, 진짜 루비! 와아! 알도 크다! 3캐럿은 되겠어요. 근데 마치 세공해 놓은 것 같아요. 이걸로 그냥 반지 만들면 예쁘겠다.”

스테파티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갈 수 없다. 하여 또 한 번 아공간을 뒤졌다.

페리도트(Peridot)가 좋을 것 같아 하나를 떨어뜨렸다. 이번 건 5캐럿쯤 되는 원석이다. 깎으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페리도트라는 보석은 연록색, 또는 초록색인데 이브닝 에메랄드라는 사랑스런 별명을 가졌다. 달빛 아래에선 짙은 녹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보석은 행복한 결혼과 지혜, 그리고 성실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흐음! 그럼 스테파니 것도 하나 찾아볼까?”

“저도 찾을게요.”

현수가 허리를 숙이자 테리나 역시 물속을 들여다본다.

루비에 정신 팔려 있던 스테파니도 뭔가를 찾으려 할 때 현수가 소리쳤다.

“찾았다!”

“뭐예요, 뭐?”

“뭘 찾으신 거예요?”

“으응, 이거. 색깔을 보니 에메랄드는 아니고 페리도트 같은데?”

현수가 집어 든 페리도트 원석을 본 스테파니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연다.

“페리도트는 8월의 탄생석인데 제 생일이 8월이에요, 회장님! 그거 저 주시면 안 돼요?”

“안 되긴, 스테파니 주려고 찾은 건데. 자, 받아.”

“어머! 고마워라. 잠깐만요.”

조금 전의 루비처럼 완벽하게 커팅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아름다운 빛을 띠고 있다.

보석에 일가견이 있는 스테파니는 이리저리 비춰보며 나름대로 감정을 한다.

“이거 페리도트 맞는 거 같아요. 제 생일이 8월이라 페리도트로 만든 귀고리가 있는데 이거랑 비슷해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스테파니가 허리를 90°로 꺾으며 감사의 뜻을 표하자 현수는 아빠 미소를 지었다. 괜스레 흐뭇한 것이다.

“스테파니, 내가 세공까지 해서 줄게. 뭐로 만들어줄까? 목걸이? 반지?”

“으음! 목걸이로 해주세요. 반지는 신랑한테 받아야 하니까요. 괜찮죠?”

“그럼, 그럼. 알았어. 내가 아주 예쁜 목걸이로 만들어달라고 할게.”

“호호! 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호수가의 보석 줍기는 이렇게 해서 끝나야 했다.

그런데 화장실에 갔던 윌리엄 기장과 케르자코프가 돌아오자 오히려 본격적으로 바뀌었다.

둘 다 아내에게 줄 보석을 찾겠다며 눈에 불을 켠 것이다.

결국 윌리엄 기장은 5캐럿 정도 되는 토파즈 원석을 케르자코프는 4캐럿 정도 되는 오팔 원석을 찾았다.

물론 현수가 슬쩍 떨어뜨린 것이다.

케르자코프의 경우는 눈앞에 있는 것도 못 찾았다. 물이 난반사를 일으켜 분별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얼른 호텔로 가고 싶은 현수가 슬쩍 끼어들지 않았으면 얼마나 걸렸을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일행이 떠난 뒤 일어났다.

같은 장소에서 네 개의 보석을 찾았다는 소문이 관광객들에 의해 번져 나갔다. 하여 현수가 있던 곳을 중심으로 난리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다 한 사람이 약 1캐럿 정도 되는 다이아몬드를 찾아냈다. 현수가 토파즈와 오팔을 꺼내면서 흘린 것이다.

질 좋은 블루다이아몬드를 주운 사람이 러시아어로 ‘심봤다’를 외쳤고, 모두들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이 다이아몬드는 오팔이 있던 곳 근처에 있었다. 그런데 물빛처럼 투명하여 현수의 눈에도 뜨이지 않았던 것이다.

알혼섬 불한바위 근처에서 보석이 발견된다는 소문이 나자 관광객들이 머무는 장소가 되었다.

약 한 달 후, 또 다른 사람이 다이아몬드를 줍는다.

이번엔 1.5캐럿 정도 되는 것으로 핑크다이아몬드이다. 이것 역시 현수가 흘린 것이다.

다음 날 불한바위 근처엔 보석이 발견되는 장소라는 입간판이 서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물론 이후로는 오랫동안 보석을 주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상 현수가 흘린 게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각각 하나씩의 보석을 갖게 된 일행은 희희낙락하며 호텔로 향했다. 일찍 자고 새벽에 피는 물안개를 본 뒤 이르쿠츠크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보석을 주운 기념으로 한잔하자는 말이 나왔다. 술은 테리나가 산다고 한다.

결국 호텔에서 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케르자코프는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니라며 고사했지만 같이 보석을 찾느라 애썼으니 합석하자 하여 같이 앉았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마시기 시작한 술은 12시가 넘도록 계속되었다. 남자들은 보드카를 마셨고 여자들은 발찌까 맥주를 선택했다.

“휴우∼!”

룸으로 들어온 현수는 먼저 샤워를 했다. 윌리엄 기장이 뒤를 이어 샤워하는 동안 창밖을 보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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