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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040화 (1,039/1,307)

# 1040

“무기 판매는 원칙적으로 방위사업청과 협의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K―2 전차 흑표, 다연장로켓포 K―136 구룡, K―9 자주포 썬더, K―21 보병전투장갑차 등은 허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수의 말은 반은 사실이고 반은 아니다.

몽골은 내륙 국가이다. 이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려면 지나, 또는 러시아의 영토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순순히 허락할 리가 없다. 특히 몽골을 병탄하려 하던 지나는 극렬한 반대 내지는 방해를 할 것이다.

도입되는 무기가 누구를 겨냥할지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행하면 한국과 지나의 관계는 싸늘하게 식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인들은 대몽골 무기 수출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몽골에 무기를 도입시키려면 꼼수를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콩고민주공화국이나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의 이실리프 자치령 방어를 위한 것으로 도입한다.

이럴 경우 지나나 일본, 러시아 등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으니 비교적 쉽게 수출이 허락될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무기가 도입되면 적당한 장소에서 개조한다. 그리곤 아공간에 담아 가져오면 가능한 일이다.

“FA―50은 어떻습니까?”

러시아의 수호이 시리즈는 너무 비싸기에 한 말이다.

“그건 미국의 허락을 얻어야 수출하는 겁니다. 이곳으로 보내겠다고 하면 마지못해 허락은 하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그래서 한국산 신형 전투기를 도입할 겁니다.”

사실 FA―50은 제약이 많다.

처음부터 그렇게 계약을 하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더 좋은 레이더를 장착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일일이 미국의 허락을 받기로 한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허락 없이 유럽제 VIXEN 500E 레이더를 장착할 경우 T―50 자체의 생산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대한민국 공군은 암람 공대공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기를 요구하지만 장착되어 있는 APG―67은 그것을 유도할 수 없는 소형 레이더일 뿐이다.

“신형이요? 그게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건가요?”

무기 전문가는 아니지만 엘벡도르지는 하버드 출신이다.

따라서 신형 전투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참말이냐는 표정이다.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IQ는 세계 최고입니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저는 새로운 발상으로 신형 전투기에 관한 이론을 완성시켰습니다. 그것을 적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몽골 하늘에도 날아다니는 날이 올 겁니다.”

“아……!”

뭔지는 모르지만 대단할 것이란 예상에 터뜨린 탄성이다.

“참고로 제가 만들려는 신형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뿐만 아니라 가시광선 흡수 기능까지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스텔스는 알지만 가시광선 흡수라는 말은 처음이라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투기입니다. 스텔스 기능까지 있으니 몇 대만 있어도 몽골의 하늘을 지킬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투기가 날아가는 걸 상상하고는 나지막한 탄성을 낸다.

“근데 그게 가능한 겁니까?”

“영화 해리포터에 나온 투명 망토를 미국 뉴저지주 로체스터대학 연구진이 만들어냈다는 거 혹시 아십니까?”

“아, 그렇군요.”

엘벡도르지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현수 또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겠지만 현수는 천재 중의 천재이다.

익히기 어려운 몽골어를 불과 1주일 만에 모국어 수준으로 익혔다. 과학은 이보다 더 쉽게 익힐 것이다.

“대신 엄청나게 비쌀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F―22 랩터보다도 훨씬 비쌀지도 모릅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요.”

스텔스는 기본이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니 당연한 말이라 생각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그런데 랩터와 제원 차이는 어떻습니까?”

“그건 아직 미완인지라 정확히 대답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건 다음과 같습니다. 랩터는…….”

다음은 현수가 엘벡도르지에게 설명한 것을 요약한 것이다. 참고로 한국의 신형 전투기 명칭은 해동청이다.

랩터 : 마하 2.5, 항속 거리 3,219㎞, 전투 반경 2,177㎞

해동청 : 마차 3.0, 항속 거리 6,500㎞, 전투 반경 4,200㎞

현수의 설명을 모두 들은 엘벡도르지는 눈을 크게 뜬다.

“그게 정말입니까?”

미국이 자랑하는 F―22 랩터는 현존하는 최고의 전폭기이다. 그런 걸 월등히 능가한다는데 어찌 쉽게 믿어지겠는가!

지나와 몽골은 아주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어마어마하게 긴 전투 반경을 가졌다는 것이기에 특히 마음에 든다.

현수가 제시한 전투기는 사실 F―15K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다.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가져온 완벽한 설계도가 있으니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 공군이 사용하는 F―15K는 마하 3.0, 항속 거리 6만 8,400㎞, 전투 행동반경 44,400㎞이니 몽골에 줄 것보다는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

본체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그리스와 헤이스트 마법, 연료 탱크엔 공간 확장과 경량화 마법을 건 결과이다.

이실리프 자치령에 들여올 것들은 미사일을 더 많이 적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론적으론 20분의 1짜리 경량화 마법과 중첩 공간 확장 마법으로 현재의 20배까지 확장 가능하다.

참고로 F―15K는 11톤까지 장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적의 기갑부대를 궤멸시키기 위해 출격할 때는 MK―20 로크아이 클러스터탄 스물여섯 발을 장착한다.

이 밖에 목표물 탐색과 정확한 폭격을 가능케 하는 랜턴 포드 세트가 달리게 되고, 방어용 공대공 무장으로 AIM―9X 사이드와인더 네 발을 장착한다.

참고로 MK―20 로크아이는 라이터 크기의 대전차 자탄 247개가 담겨 넓은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폭탄이다.

하나당 무게는 221㎏이다.

마법이 적용될 경우 로크아이는 520발, 사이드와인더는 80발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정도면 폭격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F―15K 다운그레이드라 하더라도 마법이 적용되어야 가능한 기체이다. 도입할 때에도 아공간을 써야 한다.

지구에 하나밖에 없는 아공간이다. 게다가 이 아공간엔 진짜 드래곤의 사체도 들어 있다.

어찌 이것의 사용료가 싸겠는가!

랩터의 가격은 대당 3,600억 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1년 국방비 예산이 천조 원에 달한다 하여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도 겨우 187대만 운용하고 있을 정도로 비싼 기체이다.

현수는 F―15K 다운그레이드형도 이 정도 가격을 받을 생각이다. 참고로 F―15K의 도입 가격은 약 1,000억 원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신형 전투기를 한국 공군에게 공급하고, 사용 중인 기체를 인수받아 개조하는 것은 2,600억 원에 공급하면 적당할 것이다.

현수는 눈빛을 빛내고 있는 엘벡도르지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사실입니다. 그 정도 성능은 충분히 나올 겁니다.”

“아! 정말 대단합니다.”

2004년쯤 삼성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 이건희 회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

이를 뒤집으면 이런 말이 된다.

“한 명의 멍청이가 만 명을 굶겨 죽인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전임 대통령 중 하나는 이 말에 100% 부합된다.

많은 전문가가 반대했음에도 살짝 명칭만 바꿔 무리하게 일을 추진해서 무려 30조 원을 날렸다. 더불어 환경까지 엄청나게 훼손시켰다.

자원외교를 하겠다며 뻔질나게 외국으로 돌아다니면서 날린 건 40조 원이다. 방위력 개선사업을 하겠다며 투입한 40조 원은 권력형 비리 사건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멍청한 놈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으니 기다렸다는 듯 국민이 낸 혈세를 100조가 넘게 날린 것이다.

그러는 동안 이놈의 친인척을 비롯한 졸개들은 온갖 비리 사건에 연루되었다.

대통령 하나를 잘못 뽑은 결과치곤 뼈 아프다.

어찌 되었든 엘벡도르지에게 있어 현수는 수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천재로 인식되고 있다.

절대적으로 친해둬야 할 사람으로 분류된 것이다.

“저에게 시간을 주시면 대통령님과 약속한 일들이 이루어질 겁니다. 믿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김 회장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네, 그 믿음에 부응토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수가 대통령궁을 빠져나온 건 늦은 밤이다. 급히 준비된 만찬 석상에서 술잔을 주고받다 보니 길어진 것이다.

“괜찮으세요?”

테리나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현수는 엘벡도르지 대통령과 폰착 차강 비서실장, 그리고 몽골의 거의 모든 각료로부터 술잔을 받았다.

모두가 꽉꽉 술을 채운 잔이고, 현수는 단 한 잔도 거절하거나 빼지 않고 단숨에 비웠다.

향후 현수가 몽골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여 각료 거의 전부가 참석하였기에 상당히 많은 술을 마셨다.

하지만 현수는 멀쩡하다.

“그럼. 괜찮지. 그나저나 어디로 간다고?”

“칭기즈칸 호텔이래요. Presidential Suite라는 룸을 예약해 두었다고 그걸 쓰래요.”

이곳에 도착하여 숙박 장소를 정해놓지 않았다고 하자 몽골 정부가 잡아준 호텔이다.

오늘을 비롯하여 언제든 그곳을 써도 좋고, 모든 비용은 몽골 정부가 지불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대통령궁에서 내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다.

“그래? 고마운 일이군.”

“자기야는 몽골의 귀빈이래잖아요. 정말 대단해요.”

테리아의 이 말은 진심이다. 현수는 러시아에서도 언제든 푸틴과 독대할 수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내무장관이 알아서 챙겨주는 사람이고 북한에서도 같은 위상이다.

아제르바이잔이나 에티오피아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현수를 무시하거나 고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테리나는 이르쿠츠크에서 있었던 불쾌한 기억이 떠올라 아미(蛾眉)를 찌푸렸다.

알혼섬에서 돌아온 날 밤, 메리어트 호텔 총지배인이 가져온 축구공에 사인해 주고 객실로 올라가기 직전 불청객의 방문이 있었다.

그는 현수를 보자마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 자네가 그 김현수야? 대체 얼마나 잘났기에 오라는 데도 안 온 거야? 엉?”

시비 걸 듯 지껄인 자는 술에 취한 듯 보였다. 막 객실로 올라가려던 현수는 상대의 예의 없음에 짜증이 났다.

“그런데 누구십니까?”

“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지, 아, 그건 알 거 없고, 왜 오라는데 안 왔어? 엉? 외국에 나오면 외교관 말을 따라야 하는 거 아냐?”

보아하니 현수를 불렀다는 그 영사인 듯싶다.

“제가 그 말을 따라야 할 이유가 있는 겁니까?”

“당연하지! 당신, 대한민국 국민 아니야? 나는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외교관이야. 그러니까 오라고 했으면 와야지 뭐가 잘났다고 안 온 거야?”

매일 자기 앞에서 설설 기는 사람들만 상대했는지 상당히 고압적인 느낌이 들어 매우 불쾌했다. 하지만 참았다.

“…영사님이신가 보네요. 보아하니 약주가 과한 듯합니다. 술이 깨면 그때 다시 보죠.”

말을 마친 현수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기에 테리나에게 객실로 가자는 듯 눈짓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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