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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044화 (1,043/1,307)

# 1044

그럼에도 테리나는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뻐서 확연히 드러난다. 현수 역시 몽골 사람들보다는 큰 키이기에 돋보인다.

한참을 흔들고 자리로 가보니 테이블이 세팅이 되어 있다. 잔을 비우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나가서 춤추기를 반복했다.

술이 들어가서 그러는지 테리나의 춤사위는 점점 더 강렬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한 시간 반쯤 지난 후엔 조금 지친 듯한 모습을 보인다.

바디 리프레쉬 마법으로 피곤을 덜어줄까 하다가 말았다. 기분 좋은 피곤함, 느긋한 나른함이란 말이 떠오른 때문이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테리나 몰래 살펴보았는데 몽골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지나던 중 지나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을 씻고 돌아오니 녀석 중 하나가 테리나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있다. 테리나가 지나어를 못 알아듣자 영어로 수작을 걸고 있는 것이다.

“Hey! Miss. Let’s play with us.”

“No, I don’t care.”

“Come on, let’s play with us.”

“…Sorry! I don’t like this. Please leave.”

테리나가 계속해서 거절하자 사내는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쓴다.

“뭐야? 왜 튕겨? 같이 좀 놀자는데. 간만에 깔쌈해서 한번 품어줄까 했는데 이거 뭐 이래?”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색 좀 쓰게 생겼습니다, 형님.”

“그치? 근데 이 계집애 데리고 온 녀석은 어디 갔냐?”

보아하니 동네 건달이나 양아치 같다.

“화장실에 갔습니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형님? 이 계집애, 확 조져서 끌고 나가까요?”

“그럴까? 말로 해선 순순히 들을 것 같지 않은데. 그래라. 그럼 너희 둘이 데리고 나와.”

“알겠습니다, 형님. 마음 푹 놓으시고 차에서 기다리십시오, 형님. 아주 쌈빡하게 처리하겠습니다, 형님.”

기둥 뒤에서 놈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던 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남의 나라까지 와서 조폭 흉내를 내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감히 테리나를 끌고 가 못된 짓을 하려 한다.

당연히 가만 놔둬선 안 될 종자들이다. 하여 뭐라고 하려는데 한 녀석이 테리나의 뒤로 다가간다. 손에는 빈 맥주병이 거꾸로 들려 있다. 그걸로 후려갈기려는 모양이다.

현수가 튀어나가려는 바로 그 순간이다.

철컥철컥! 철컥철컥―!

“손들어!”

“꼼짝 마!”

“경찰이다! 움직이면 쏜다!”

웨이터인 줄 알고 있는 사내 넷이 권총으로 양아치들을 겨냥한다. 놀란 녀석들이 눈을 크게 뜬다.

이때 누군가 수갑을 꺼내더니 녀석들의 손목에 채운다.

줄줄이 사탕처럼 엮인 녀석들이 뭐라 떠들었지만 너무나 빠른 지나어인지라 현수도 알아듣기 힘들다.

“저희가 이자들을 연행해도 되겠습니까?”

“아! 대통령궁에서 파견하신 분들이시군요.”

넷 중 하나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네, 대통령님께서 두 분의 신변 안전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맙군요. 이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수형 생활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약이 있을 수 있으니 검사해 보시지요.”

“알겠습니다. 귀빈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알탁후약, 이놈들 혹시 마약을 소지했는지 검사해 봐.”

“네, 팀장님!”

경호원 중 하나가 양아치들의 주머니를 뒤진다.

금방 뭔지 알 수 없는 흰 가루가 든 봉지가 발견되었다. 담긴 양을 보니 설탕이나 밀가루는 아니다.

“마약 밀매는 어떤 형을 받습니까?”

“10년 이상은 감옥에서 썩어야 할 겁니다.”

“조금 적군요. 한 30년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수의 말에 경호원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귀빈의 뜻대로 될 확률이 매우 높을 겁니다.”

현수의 뜻에 따라 형량을 결정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자국민이 지나에 갔다가 마약소지죄로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받은 것에 대한 연설을 한 바 있다.

몽골 국민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가지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자국민을 남의 나라에서 죽이겠다고 하면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따라서 오늘 잡힌 네 녀석은 지나에게 보여줄 시범 케이스가 될 것이다.

실제로 현수가 떠난 후 이들은 재판을 받는다. 그리고 넷 모두 가석방과 감형이 없는 무기징역을 언도받는다.

죄목은 마약 소지 및 밀매, 인신매매, 강제 매춘 및 강간, 살인 미수 등이다.

이 중 살인 미수는 테리나로 인한 것이다.

현수와 테리나가 나이트클럽에 들어온 이후 경호팀은 만일을 위해 CCTV를 설치했다. 여기에 맥주병을 거꾸로 들고 테리나의 머리를 내려치려는 장면이 찍혔다.

이를 본 법무장관은 살인 미수를 적용했다. 그 결과가 노역이 동반된 무기징역이다.

몽골 정부는 이들을 아주 오랫동안 노역형에 처한다.

인간쓰레기가 사회에 나가 행패를 부리지 못하도록 잡아놓는 의미이다. 지나로선 몽골을 병탄하려던 과거가 있기에 자국민이 잡혀 있지만 나서지 못한다.

“대통령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 계실 겁니까?”

“아뇨. 이제 쉬겠습니다.”

자신들이 놀고 있는 걸 지켜보는 눈이 있는 걸 알게 되니 재미가 반감된다.

놀 만큼 놀았다 싶은 둘은 객실로 올라갔다.

샤워를 마친 테리나는 여느 때와 같이 슬립 마법 한 방으로 꿈나라를 헤매게 된다.

* * *

“어서 오시라요, 회장 동지!”

“네에, 반갑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지요?”

“길티요. 자자, 안으로 드시디요.”

“네!”

김정은의 뒤를 따라 들어간 현수는 딸기탄산단물이라는 음료수를 마셨다. 제법 달착지근하다.

“몹시 바쁜 거이야 자알 알디만 됴금 자주 오시라요.”

“네에, 죄송합니다. 앞으론 자주 오겠습니다.”

“기나저나 브레즈네프 동무는 날이 갈수록 예뻐디는군요. 좋은 사람 곁에 있어서 그런 거디요?”

“아! 네에,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테리나는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얼굴이 빨개진다. 왠지 어젯밤 꿈을 들킨 기분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신 나게 놀다 온 테리나는 샤워 후 곧장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꿈속에서 드디어 넘지 못하던 선을 넘었다.

상대는 현수이다. 그런데 얼굴은 기억 안 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꿈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한참 동안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너무도 생생한 느낌 때문이다.

왜 이런 생각이 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괜스레 부끄러워 저도 모르게 현수의 소매를 잡고 슬쩍 고개를 숙였다.

“이거 이거 브레즈네프 동무래 우리 김 회장 동지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갑네다?”

“……!”

이 대목에서 뭐라 대꾸하겠는가! 현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참, 이제 봄이 되어 한시름 놓았겠습니다.”

북한의 연료 사정을 고려한 말이다.

“길키 않아도 기케 생각하고 있었디요. 디난 겨울은 너무 추웠더랬습네다.”

지난번 방문 때 현수는 북한의 핵심 수뇌부에게 앱솔루트 피델러티 마법을 걸었다.

김정은을 비롯하여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및 그들의 부관 전부이다.

하여 현수가 무엇을 말하든 지금처럼 동의하는 말을 하게 된다.

물론 본인은 그걸 느끼지 못한다. 일종의 세뇌를 당한 것인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걸 보면 과연 마법은 마법이다.

“남한에서 열심히 목재펠릿 보일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만들고 있지요?”

“그렇습네다. 남조선 이실리프 그룹에서 보낸 설계도와 시제품을 보고 부지런히 만들고 있습네다. 올겨울엔 많은 가정이 김 회장 동지의 덕을 볼 듯합네다.”

김정은의 말은 진심이다. 목재펠릿 보일러를 시험 설치하고 가동시켜 본 결과 상당히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바닥에 엑셀 파이프를 깔고 분배기를 설치하는 것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지만 시행토록 했다.

부족한 시멘트 대신 황토로 마감케 하니 공사비도 절감되고 건강에도 좋으며 열효율 또한 상승한다고 한다.

고질적인 연료난을 해결하는 일이며, 인민들의 생활을 개선시켜 주는 일인지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치적으로 소문나고 있다.

김정은은 절대충성 마법에 걸려 있는지라 이 일에 대한 후원을 남한의 이실리프 그룹 김현수 회장이 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여 북한에서 현수의 위상은 상당히 올라가 있다.

“벌써 설치한 곳도 있나 봅니다.”

“기럼요! 우리 공화국에서 가장 추운 중강진 지역부터 설치하는 듕이디요. 남조선에서 보내준 펠릿을 쓰고 있습네다.”

중강진은 압록강 중류 지역에 위치한 국경도시로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다.

압록강을 통해 운반된 목재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이곳의 1월 평균 기온은 ―20℃이며, ―43.6℃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 참고로 서울의 1월 평균 기온은 ―3℃이고 부산은 +3℃이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군요.”

“기럼요, 기럼요! 아주 됴타고들 합네다.”

실제로 목재펠릿 보일러를 설치한 이후 중강진 사람들의 삶은 나아졌다. 넉넉히 공급되는 펠릿이 있기에 집에만 들어가면 훈훈한 기운이 느껴져 한결 따뜻한 겨울을 보낸다.

“안주 기계공업단지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터 닦기 사업이 진행 듕이디요.”

“그럼 거기서 일할 분들은 준비가 되고 있는지요?”

“물론이디요. 공화국 내에서도 기쪽 방면에 특출한 재능이 있는 인물들로 선별하고 있는 듕입네다.”

“감사하군요.”

현수가 고개를 숙이자 김정은은 손을 내젓는다.

“무슨 말씀을……! 우리 공화국의 발뎐에 큰 도움이 될 일이니 의당 나서서 도와야디요. 안 그렇습네까?”

“그리 생각해 주시니 더욱 좋네요. 참, 몽골과 러시아 이실리프 자치령으로 보낼 분들도 선별되었습니까?”

“기렇습네다. 정치범수용소와 교화소에 있는 인민들과 빈민 중에 선별하여 대기시켰습네다.”

김정은은 체제에 반하는 인사들을 가둬놓은 수용소와 교화소 사람들과 빈민 중에 추려 80만 명을 골라두었다.

이들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식량 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현재의 북한 인구는 약 2,485만 명이다.

80만 명은 이들 중 3.2%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이들의 입이 덜어지면 나머지가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 있다. 하여 과감히 자치령으로 보낼 생각을 한 것이다.

“자치령의 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 일이 매우 고될 수 있습니다. 위원장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좋은 음식과 의복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한 체력이 필요하거든요.”

“……!”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에 뭔가 느껴지는 바가 있는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가혹 행위도 자제하라 해주십시오. 이제부터 그들이 먹고 입는 것은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네다. 기거이 공화국에서 할 일이디요. 곧 떠날 사람들이니끼니 디금부터라도 나은 대우를 하도록 하갔습네다.”

현수가 온전히 부담해 준다면 돈도 안 들어서 좋다.

하지만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마지막 부담을 약속한 것이다.

현수는 김정은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절대충성 마법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 본인에게 허위 보고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인원은 얼마나 됩니까?”

“한 80만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네다.”

“…많군요. 고맙습니다. 자치령 개발에 아주 큰 힘이 될 듯합니다. 그들이 일해서 수확될 곡식 중 상당량은 북한 사람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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