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52화 (1,051/1,307)

# 1052

1장 건물 짓는 거 어때?

“왜 보자고 한 거야?”

“어, 왔어?”

현수가 들어서자 주영이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곤 곁의 캐비닛(Cabinet)에서 서류를 꺼내 온다.

“거기 앉아봐라.”

“그래.”

현수가 소파에 앉자 맞은편에 앉은 주영이 두툼한 서류를 내민다.

“뭐냐, 이게?”

“이실리프 그룹 현황서야. 계열사 별로 간단히 정리한다고 한 건데 하다 보니까 두꺼워졌다.”

표지를 넘기니 계열사의 명칭과 현재의 관리자가 나열되어 있다.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01. 이실리프 무역상사 ━━━━ 이은정 사장

02. 이실리프 상사 ━━━━ 민주영 사장

03. 이실리프 어패럴 ━━━━ 박근홍 사장

04. 이실리프 브레인 ━━━━ 이준섭 전무이사

05. 이실리프 정보 ━━━━ 엄규백 국장

06. 이실리프 뱅크 ━━━━ 김지윤 행장대리 전무이사

07. 이실리프 트레이딩 ━━━━ 윌슨 카메론 대표

08. 이실리프 펠릿 ━━━━ 김현수

09. 이실리프 우주항공 ━━━━ 전 KAI 대표이사

10. 이실리프 스페이스 ━━━━ 전 퍼스텍 대표이사

11. 이실리프 코스모스 ━━━━ 전 쎄트렉아이 대표이사

12. 이실리프 메디슨 ━━━━ 민윤서 사장

13. 이실리프 코스메틱 ━━━━ 태청후 사장

14. 이실리프 모터스 ━━━━ 박동현 사장

15. 이실리프 엔진 ━━━━ 김형윤 사장

16.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 ━━━━ 조연 대표

17. 천지약품 ━━━━ 이춘만 사장

18. 이실리프 솔라파워 ━━━━ 주윤후 사장

19. 이실리프 애니멀 메디슨 ━━━━ 민윤서 사장

20. 이실리프 저작권관리협회 ━━━━ 주효진 변호사

21. 이실리프 콩고민주공화국 자치령 ━━━━ 김현수

22. 이실리프 러시아 자치령 ━━━━ 김현수

23. 이실리프 몽골 자치령 ━━━━ 김현수

24. 이실리프 에티오피아 자치령 ━━━━ 김현수

25. 이실리프 우간다 자치령 ━━━━ 김현수

26. 이실리프 케냐 자치령 ━━━━ 김현수

* 각 자치령 내 사업부

자원, 광업, 석유화학, 농산, 축산, 농장

“이실리프 펠릿은 뭐냐? 펠릿 공장?”

“천지그룹 이연서 회장님께서 천지펠릿을 네게 넘기셔서 우리 그룹에 포함된 거야.”

“……!”

본인이 회사에 세운 공이 지대하다는 건 알지만 이연서 회장은 참 많은 것을 주었다.

제주도 섭지코지에 있는 유니콘 아일랜드의 별장 50채와 양평의 저택 부지만으로도 엄청난 액수이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자본금이 들어간 천지펠릿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넘겼다고 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이실리프 펠릿의 사업 영역은 보일러와 펠릿 생산 및 유통이다. 자본금 100%가 네 소유이고.”

“그러냐?”

“이런 말 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난 네가 참 부럽다. 끝장나는 미녀 셋을 아내로 둔 것만으로도 그런데 처조부가 재벌이니……. 아, 그렇다고 나도 너처럼 아내를 셋이나 갖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알지?”

주영은 손톱 날을 세운 은정을 떠올린 듯하다.

“짜식, 겁먹기는. 벌써부터 공처가냐, 아님 아직 젊은데 밤이 무서워진 거냐?”

“공처가는 무슨, 밤이 무서운 거다. 참, 네가 결혼식 전에 내게 준 거 있지? 보라색 나는 액체.”

“…으응, 바이롯?”

그러고 보니 바이롯의 효능이 어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푸틴과 메드베데프, 그리고 가에탄 카구지는 효과 만점이었다고 하는데 그들 모두 장년인이다.

아직 청년이라 할 수 있는 주영에겐 어땠는지 궁금하다.

“어때? 그거 효과 좋았지?”

“야! 그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거야.”

“으잉? 그게 무슨 소리야?”

“니가 준 그거! 그거 니 말대로 첫날밤에 먹었다. 그리고 다음 날 짐승이란 소릴 들었어.”

주영은 그때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는 표정이다.

첫날밤이 되자 주영은 현수의 말대로 바이롯을 들이켜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그야말로 밤의 폭군이 되어 쩌렁쩌렁한 포효를 터뜨렸다.

그날 순결을 잃은 은정은 짓밟힌 백합이 되어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하지만 폭군에게 자비심이란 없었다.

주영은 밤이 꼴딱 새도록 은정을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날이 밝은 뒤에야 간신히 잠든 은정은 하루 종일 침대에 있다 밤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그리곤 곧바로 각방을 선언했다.

색에 미친 짐승이랑 살다간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으니 회복될 때까지 접근 금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영은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둘만의 보금자리에서 맞이한 첫날 주영은 다시금 은정에게 덤벼들었다.

그런데 어찌 신혼 첫날밤과 같을 수 있겠는가!

마음의 준비까지 한 은정은 주영의 어이없는 골문 앞 헛발질이 계속되자 은정의 모친과 할머니는 몸에 좋다는 걸 다 사다 먹였다. 어서 손자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워낙 일이 많아 퇴근하면 파김치가 되어 축 늘어진 때문이다.

실제로 주영은 격무에 시달렸는데 본인의 체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 가끔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자 주영은 고개 숙인 남자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이제 겨우 나이 서른에!

주영이 현수에게 꼭 회사로 다시 오라고 한 이유 중 하나가 바이롯이다. 그게 있으면 현 상황을 탈피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신혼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거 좀 구해주라. 응? 그거 어디서 파냐?”

현수는 피식 웃었다. 주영의 현 상황이 일순간에 파악된 때문이다.

“그거 자주 먹으면 제명에 못 죽는데?”

“야! 그걸 어떻게 자주 먹냐? 그럼 은정 씨가 먼저 제명까지 못 산다.”

첫날밤이 지났을 때 은정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까지 했다. 그때를 떠올린 주영의 입가엔 미소가 매달려 있다.

그때뿐이었지만 강력한 왕권을 가진 전제군주라는 느낌이 든 때문이다.

“그거 시중에서 파는 거 아냐.”

“그럼… 설마 이실리프 바이롯이라는 회사도 생기냐?”

주영의 얼굴에 확연히 생기가 감돈다. 그룹사에서 바이롯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래볼까? 근데 부작용이 있어서…….”

바이롯의 효능은 분명 탁월하다.

부작용이라면 지나친 성생활로 인한 기력 저하뿐이다.

그런데 그 정도가 조금 심할 수 있는 게 문제다. 누구나 과도한 행위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롯을 대량생산하여 파는 건 어렵지 않다.

킨샤사 저택 뒤쪽에 조성될 바이롯 농장의 면적은 10㎢에 이른다. 약 302만 5,000평이다.

연구소 단지로 25,000평, 관상을 위한 각종 식물 재배지 및 도로 용지 등으로 100만 평을 잡아도 순수 재배지만 200만 평이다.

바이롯은 색깔만 보라색일 뿐 모양새는 영락없는 당근이다. 이 작물은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은데 관행농사의 경우 1,000평에 20㎏짜리 700박스가 수확된다.

당근은 130g 이상을 상품으로 선별되고, 100∼130g짜리는 중품, 100g 이하는 하품으로 친다.

바이롯은 크기에 비해 비교적 가벼워 하나당 125g이다.

따라서 200만 평의 농지에서 수확되는 바이롯은 약 2억 개가 될 것이다.

평균 생장 기간이 3개월 정도라 킨샤사 농장에선 일 년에 4모작까지 하여 연간 약 8억 개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숲의 요정 아리아니와 가이아 여신의 신성력과 정령들의 능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을 때의 숫자이다.

아리아니와 현수, 그리고 물과 불, 바람과 땅의 최상급 정령들이 개입되면 약 16억∼24억 개가 생산된다.

물론 질 좋은 유기 비료도 한몫한다.

푸틴에게 선사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250㎖짜리 듀 드롭 타입 스윙 병에 담긴 바이롯 15병이다.

하나의 병에 125g짜리 바이롯 한 개를 갈아 넣었다. 이걸 이틀에 반병씩 한 달간 복용토록 했다.

이렇게 섭취했을 경우 바이롯의 효능은 1년이다. 바이롯 약 7.5뿌리가 만들어내는 효과이다.

총생산량이 20억 개일 경우 약 2억 6,600만 명의 사내가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게 된다.

지구의 인구 70억 명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적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여자에겐 해당 없고, 아이와 노인, 그리고 혈기 왕성한 청년들에겐 불필요한 물건이다. 따라서 밤이 무서운 남자 중 상당수를 구제해 줄 양은 된다.

문제는 마나포션이다.

1인당 한 병은 복용해야 기력 저하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을 복용하면 100년 묵은 천종산삼 한 뿌리를 정성스레 달여 마신 효능도 얻을 수 있다.

천종산삼 하나의 가격이 대략 1억 원 정도 하니 마나포션은 이보다 훨씬 더 비싼 값에 팔아야 한다. 천종산삼보다 더한 효능을 가진 때문이다.

게다가 마나포션의 주요 원료인 만드라고라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스윙 병에 담긴 바이롯 15병과 마나포션 1병을 세트로 한 가격은 최소한은 1억 5,000만 원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단품으로 팔 경우는 병당 최하 2만 원 이상은 받아야 할 것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비아그라 한 알이 1만 4,000원에 유통되는 것을 참조한 가격이다.

참고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방대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비아그라를 복용한 4,000명의 남자 가운데 9명이 1∼2개월 안에 사망하였다. 사망률 0.225%이다.

이러한 사망률은 기존 의약계에서 부작용이 심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인 0.01%보다 20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9명의 사망자 중 7명은 관상동맥 협착증이나 심근경색증, 암 등 선행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나머지 2명은 뚜렷한 선행 질환 없이 갑자기 심근경색증에 의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것에 비해 바이롯은 효능도 더 뛰어나고 기력 저하 이외엔 뚜렷한 부작용이 없다.

그러니 비아그라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맞다.

아무튼 하나당 2만 원씩 연간 20억 뿌리가 팔린다면 이실리프 바이롯의 총매출액은 40조 원이다.

재배 및 상품 생산에 필요한 인원은 러시아 무스크하코 까마귀 마을에서 이주한 800가구 4,000명으로도 충분하다.

가구당 평균 월수입을 500만 원으로 잡을 경우 매월 지출되는 임금은 40억 원이다. 임금 이외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을 160억 원으로 잡을 경우 월 200억 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평균 월 매출액은 3조 3,300억 원 이상이다.

모든 것을 제하고도 매달 3조 3,100억 원씩 순이익이 발생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다.

가격을 인상하면 당연히 순이익이 커진다.

예를 들어 하나당 2만 5,000원씩 받으면 매월 4조 1,466억 원이 순이익이고, 3만 원이면 4조 9,800억 원이다.

연간 순이익은 49조 7,600억 원과 59조 7,600억 원이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2013년 순이익은 약 18조 원이었다.

“근데 부작용이라는 게 뭐냐?”

“먹어보고도 몰라?”

“모르겠던데? 그런 것도 있어?”

아직 기력이 왕성한 나이인지라 주영은 바이롯의 효능을 톡톡히 보았지만, 부작용은 체감하지 못한 듯하다.

“그걸 복용하면 평상시보다 횟수가 늘어나. 그러니까 다음날이 되면 지치지. 그게 부작용이야.”

“야, 그게 어떻게 부작용이냐? 그렇게 움직였으니까 당연히 그런 거지.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회사나 만들어. 야, 내가 그 회사 사장도 겸직할까?”

“미친! 힘들어 죽겠다며? 일 좀 줄여달라며?”

현수가 비아냥거렸지만 주영의 입가엔 웃음이 배어 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