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55화 (1,054/1,307)

# 1055

T―50 고등훈련기와 수리온의 부품 역시 위·변조된 시험 성적서가 제출된 바 있다.

“그래서 다 산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데?”

“체질 개선을 시켜 몸집을 줄인 다음 생산품은 업그레이드하도록 해야지.”

“업그레이드?”

“그래. 내 좋은 머리로 더 좋은 무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야. 문제점이 있으면 수정하고.”

“아!”

세계 최고의 IQ를 가진 현수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주영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최대한 자금을 만들 테니까 너는 그 돈으로 방산업체들을 매집해 봐.”

“알았다. 최선을 다하지.”

주영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의 방산업체는 국방부와 아주 긴밀해야 한다. 제품을 만들었을 때 사줄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령 방어를 위해 생산된 것들을 우선적으로 수출할 경우는 군납을 크게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 들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외국에서 수입하라고 하면 그만이다. 물론 이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통폐합된 이실리프 웨폰(Weapon)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군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의 성능과 기능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말은 안 했지만 몽골은 지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당연하고, 콩고민주공화국은 반군이 있으니 준비해야 한다.

에티오피아나 러시아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일에는 만일이라는 것이 있다.

이들 네 개의 조차령 방어에 필요한 양이 얼마나 많겠는가! 따라서 당장은 국방부와의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물론 서로 척지지 않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보다 좋을 것이다.

“참, 아까 보니까 윤성희 비서가 내게 뭐 할 말이 있는 거 같던데, 혹시 아냐?”

윤 비서는 현수와 주영의 공동 비서이며, 주영의 아내가 된 은정의 사촌동생이다.

“그랬어? 잠깐만.”

밖으로 나갔다 온 주영이 밀봉된 봉투 하나를 내민다.

“뭐냐? 이거 청첩장이냐? 혹시 윤 비서 시집가?”

“아냐. 총리실에서 네게 직접 전하라고 보낸 거래.”

“총리실?”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봉투를 받았다. 겉봉을 찢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현수의 얼굴이 굳는다.

“뭔데 그래?”

주영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자 현수가 보고 있던 것을 건넸다.

“MD 앤더슨에서 초청했으니 가보라고? 이게 무슨 소리냐? 근데 MD 앤더슨이면 혹시 미국 최고의 암센터 아니니? 근데 이걸 왜 총리실에서 전하지?”

“그러게.”

현수는 MD 앤더슨이란 글자를 보는 순간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의 부친의 췌장암 4기를 완치시킨 일을 떠올렸다.

MD 앤더슨에서 포기한 그를 데리고 가 온두라스에서 치료해 준 것을 알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건 아닐 것 같다.

외부로 소문이 번지면 귀찮은 일이 많을 것이니 절대 소문내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때 아폰테 사장도 나서서 거들었다. 현수를 멀고 먼 곳까지 불러들인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에르난데스는 일국의 대통령이고, 주변인들은 그를 보좌하는 인사들이다.

결코 입이 가벼울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현수가 비싼 대가를 받았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수는 받은 게 없다. 아폰테 사장의 부탁을 받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MD 앤더슨에서 초청장이 왔다.

누군가를 정중히 초빙하고자 하면 당사자에게 직접 초청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맞다.

현수를 지목해서 와달라고 했으니 이곳 이실리프 상사나 이실리프 무역상사, 또는 천지건설로 초청장을 보내면 된다.

그런데 MD 앤더슨은 총리실에 자신들의 뜻을 밝히고 현수가 미국으로 오도록 해달라는 청을 넣은 모양이다.

현수는 이실리프 정보 1국장 엄규백과 2국장 이성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떻게 해서 이 초청장을 총리실에서 보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다.

문자를 보내놓고 나니 괜스레 부아가 치민다. 총리실로부터 압력을 받은 느낌이 든 때문이다.

하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할 일도 많은데 감정 소모까지 하고 싶지 않은 때문이다.

“참, 희토류 원석 샘플 좀 종류별로 구해놔.”

“희토류 원석을?”

“그래. 내가 필요해서 그러는 거니까 묻지 말고 종류별로 조금씩만 구해봐.”

“끄응!”

주영은 침음을 토한다.

한국은 희토류 원석을 구매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1차 내지 2차 정제된 것을 쓴다. 따라서 희토류 원석을 구하려면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차라리 대량 구매라면 쉽다. 돈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소량만 구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다.

누구에게 지시하여야 하나 생각하던 주영이 눈을 크게 뜬다. 며칠 전에 읽은 신문기사가 떠오른 때문이다.

“야, 차라리 북한에서 구하는 게 더 쉬워.”

“북한에서?”

“그래. 북한에 매장되어 있는 희토류는 말이지.”

잠시 주영의 설명이 이어졌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국은 지나이다. 약 5,500만 톤이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최대 매장국은 독립국가연합(CIS)으로 매장량은 1,900만 톤이며, 3위는 미국으로 1,300만 톤이다.

매장량이 많으니 생산량 역시 지나가 가장 많다.

지난 2010년의 생산량은 13만 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97%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희토류 시장은 지나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인은 잘 모르던 희토류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0년 9월, 동지나해 일부 섬들을 둘러싸고 지나와 일본이 벌인 영유권 분쟁 때문이다.

당시 일본이 불법 조업 혐의로 지나 선원을 구금시키자 지나는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로 맞섰다.

일본은 구금시킨 선원을 석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적으로 희토류 때문이었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일컫는 희귀 광물이다.

LED 모니터와 전기 모터, 배터리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활용되는 21세기 첨단산업의 필수 자원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일본으로선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2013년 10월, 미국의 소리(VOA)는 다음과 같은 보도를 한 바 있다.

영국계 사모펀드 SRE 미네랄스가 평안북도 정주(定州)의 희토류 개발을 위해 북한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와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말미암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소재한 합작회사 Pacific Century는 향후 25년간 정주의 모든 희토류 개발권을 갖게 되었다.

계약에 앞서 SRE 미네랄스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광산·지질 자문업체 HDR Salva에 탐사를 의뢰한 바 있다.

그 결과 정주에 매장된 희토류의 가치는 약 65조 달러(7경 8,000조 원)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면서 보고서에 덧붙이길 정주가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 지역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정주에 매장된 희토류의 양은 광물로 60억 6,497만 톤으로 추정한다. 이를 분리 정제하면 2억 1,617만 톤의 희토류를 얻을 수 있다.

SRE 미네랄스는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두 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 북한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듯 엄청난 매장량을 가졌지만 북한이 SRE 미네랄스와 손을 잡은 이유는 돈도 없지만 희토류 가공 기술 수준이 매우 낮은 때문이다.

어쨌거나 북한이 일본 등 가공 기술이 우수한 국가들과 손잡고 희토류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북한의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흐음! 그래?”

주영의 설명을 들은 현수는 턱을 쓰다듬었다. 지나 국안부 3국에서 가져온 파일의 내용이 떠오른 때문이다.

황해남도 청단군 덕달리 광산은 산의 정상 부근에 희토류 원광석이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다.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의 희토류 광산은 깊은 골짜기와 비탈이 급한 산릉선6)들로 되어 있다.

이 보고서의 말미엔 희토류 생산으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본토보다는 북한을 개발하는 편이 낫다고 보고자 의견이 붙어 있었다.

지나식 마구잡이 개발의 결과는 주변 계곡과 지하수까지 모두 오염될 것이 뻔하다.

“흐음. 희토류는 꼭 필요한 물질인데…….”

현수는 잠시 턱을 쓰다듬는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어가 북한의 희토류를 마음껏 퍼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때문이다.

“알았다. 희토류 샘플은 내가 알아서 구하지.”

생각을 정리한 현수가 한 말이다.

“나야 고맙지. 그거 구하는 게 쉽지 않거든. 우리 회사랑은 관련 없는 거라 어찌 구할지 난감했다.”

주영은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더 할 말 없어?”

“이제 없다. 개발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조달할 건지 물어보려는 거였으니까.”

“그래, 나하고 연락이 안 되는 상황에 돈이 필요하면 연희와 이리냐에게 연락해. 작은 돈은 지현에게 연락해도 되고 이실리프 무역상사에서 빼서 써도 돼. 그래도 모자라면 이실리프 트레이딩에 연락하고, 그거 가지고도 안 되면 계열사들의 협조를 얻어.”

“조만간 계열사 사장단 회의 한번 해야겠군.”

“그래, 내게도 연락하면 나도 갈게.”

“당연하지. 니가 있어야 하는 일이잖아.”

“오케이! 그럼 이제 끝이야?”

주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건물 밖으로 나온 현수는 이실리프 무역상사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현수를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이은정 사장이다.

“김수진 차장과 이지혜 차장은 어디 갔나 봐요?”

“네, 납품 받은 의약품과 슈피리어 듀 닥터 등을 확인하러 나갔어요.”

“다른 직원들은요?”

사무실이 휑해서 물은 말이다.

“다들 업무 때문에 나갔지요. 임소희 과장은 엘딕 때문에, 장은미 과장은 쉐리엔 때문에, 최미애 과장과 전혜숙 과장은 시장 조사를 나갔구요. 사원들은 모두 지원 나갔어요.”

현수는 은정의 안내를 받아 이전의 사장실로 들어섰다. 출입구엔 ‘회장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사무실 내부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장 김현수’라 쓰여 있던 아크릴 명패가 ‘회장 김현수’로 바뀌었고, 두툼한 양탄자가 깔려 있는 것이 달라진 것이다.

딸깍―!

“아, 이런……. 차 안 내와도 되는데.”

“무슨 말씀을……. 자주 오시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차라도 대접해야지요. 이거 몸에 좋은 해관차예요.”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해관은 혈관(管)에 맺힌 것들을 풀어주는(解) 차라는 뜻이에요. 천궁, 표고버섯, 맥문동, 구기자, 산약, 결명자, 우엉이 들어서 몸에 좋대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려는데 한약 냄새가 풍긴다. 고지혈증과 혈액순환에 좋은 천궁 냄새일 것이다.

후르릅―!

“흐으음!”

생각보다 향이 진하지 않고 맛도 괜찮다.

“명색이 사장인데 차를 내오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러니 비서 하나 뽑으세요.”

“비서요? 남들이 들으면 웃어요. 저 이제 막 대학 졸업한 나이예요. 근데 비서를 두면…….”

“나이와는 관계없죠. 그리고 야근이 잦다면서요? 신혼인데 그럼 되나요? 그러니 유능한 비서를 뽑아요. 이건 회장으로서 내리는 업무 지시입니다.”

“…네,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아주버님.”

“주영이도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 신혼은 신혼다워야 하지 않겠어요?”

“감사합니다.”

현수의 저의를 알게 된 은정은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한다.

“그럼 온 김에 업무 보고 받을까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은정은 준비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했다. 늘 준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모든 것이 쾌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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