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7
통영함만 문제 있는 것은 아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첨단 함정이라는 유도탄 고속함인 조천형함은 76㎜ 주포 14발과 40㎜ 기관포 29발을 발사하다 사격 불능 상태 빠졌다.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의 전투 운영 시스템이 장착된 486 컴퓨터는 고장이 잦고, 율곡이이 이지스함은 바닷물 유입을 막는 마개가 없어 어뢰 기만탄7)이 바닷물에 부식돼 어뢰 방어 능력을 잃었다.
게다가 이 함정엔 꼭 필요한 탐지 능력이 없어 야간 조준 사격이 불가능한 대공 벌컨포가 배치되어 있다.
이는 야간에 넘어오는 저공침투용 AN―2를 잡아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오정섭 전 장관은 국방장관 시절 방산 비리를 파헤치려 은밀히 내사를 지시한 바 있다.
방산업체와 퇴역 장교들, 그리고 보급과 관련된 현직 장교들의 검은 커넥션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드러내 놓고 조사할 경우엔 모두가 숨어버려 제대로 된 파악을 할 수 없다 판단한 때문이다.
확인한 것은 전 방위로 부패가 만연해 있으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지시를 내릴 즈음 여성가족부 해체에 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옷을 벗은 것이다.
오정섭 전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저는 방산업체들의 통폐합을 통해 기술력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려 합니다.”
“방산업체들을 합친다고요?”
“네, 비슷한 것들끼리는 묶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발상입니다.”
현수의 말대로 되면 상호 보완도 가능하고, 한곳에서 개발된 기술이 다른 곳에도 접목될 수 있다.
하여 오정섭 전 장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해서 모든 무기의 국산화를 시도할 생각입니다. 국방부에도 납품하겠지만 이실리프 자치령의 방어를 위해서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겁니다.”
“그래주시면 좋지요.”
혁신적인 국산 무기를 가질 수 있다면 국방력은 높아지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모든 무기라 하셨는데 어떤 것들입니까?”
“전투화부터 스텔스 전투기는 물론 우주무기까지 모두 국산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주무기요?”
오 장관은 생각지도 않은 말이라는 듯 눈을 크게 뜬다.
“신의 지팡이나 신의 회초리, 또는 플라즈마 광자포에 대해 아십니까?”
“물론 압니다.”
“저는 자체 방어 능력을 갖춘 유인 우주무기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공군 출신이라 그런지 관심 깊다는 표정이다.
“두 개 분대 규모의 병력이 거주할 수 있는 원반형 우주선을 생각해 보십시오.”
“……!”
육군의 경우 1개 분대는 10∼12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20∼24명이 머물려면 작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 걸 만들어서 우주로 올린다니 놀랍다는 표정이다.
2014년 현재 미국과 러시아 등 16개국이 참여하여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이 있다.
이를 줄여 ISS라 부른다.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 여러 장치가 우주 공간에서 조립되고 있는데 6개의 실험실로 구성되며, 우주인 7∼10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되는 중이다.
2008년 4월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과학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은 길이 100m, 무게 300톤짜리 초대형 우주정거장 프리덤(Freedom) 개발을 계획한 바 있다.
유럽우주기구(ESA)와 캐나다, 일본과 같이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백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문제가 되어 개발은 취소되었다.
그 후 전체 규모를 축소한 것이 바로 국제우주정거장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현재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사업에서 빠져 있는 상태이다.
아무튼 ISS가 완성되면 총무게 460톤, 부피 1,200㎥, 길이 108m, 폭 74m, 태양열 전지판 120m가 된다.
그런데 현수가 생각하는 우주무기는 ISS처럼 우주에서 조립되지 않는다. 100% 지상에서 제작하고 반중력 마법을 이용하여 한 번에 띄울 것이기 때문이다.
반경 60m에 높이 5m만 되어도 약 56,520㎥짜리가 된다. 무게는 ISS보다 당연히 훨씬 더 무겁다. 축구장 면적의 약 8배에 해당된다. 참고로 축구장 면적은 7,140㎢이다.
이렇듯 어마어마한 것을 우주로 보내낼 수 있는 것은 완성 단계에 놓인 반중력 마법이 있기 때문이다.
크기와 무게에 구애받지 않으니 가능한 일이다.
이것엔 신의 회초리나 신의 지팡이 같은 우주병기는 물론이고 레일건이나 코일건 등도 갖추어질 것이다.
이것들은 방어 목적으로 사용된다.
다시 말해 누군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거나 이실리프 자치령들을 넘볼 때에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일본과 지나가 합작하여 남·북한을 동시에 공격하는 경우를 예상해 보자.
전쟁이 발발하면 이실리프호라 명명될 우주전함은 ‘이실리프의 창’이라 불리는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사한다.
발사 후 1초 만에 목표 지점 반경 10㎞ 내의 모든 생명체를 말살시키는 무기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약 314㎢이다.
참고로 서울시의 면적은 605.18㎢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단 두 번의 발사만으로도 서울을 지도에서 지울 수 있다. 물론 모두 사망이다.
다음은 ‘이실리프 미티어’이다. 적국의 주요 군사 시설에 길이 6m, 무게 100㎏짜리 텅스텐 탄심을 떨구는 것이다.
하나하나가 핵폭발에 버금가는 위력을 보일 것이다. 가히 운석 충돌과 다름없는 파괴력이다.
둘 다 요격 불가능한 무기이니 적국으로선 속수무책이다.
같은 동안 12개 방위에 설치되어 있는 레일건, 또는 코일건으로부터 쏘아져 나간 탄두들은 적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등을 요격한다.
다음은 적국으로부터 발진한 전투기 사냥이다.
지나가 보유한 2, 3, 4세대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조기경보기 등 전투항공기 5,200대가 동시에 떠도 모조리 떨굴 수 있다.
직경 1㎝짜리 텅스텐 구슬이 산탄총에서 쏜 것처럼 탄막을 형성하며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릴 것이다. 너무나 빠르고 작아서 요격 불가능하며 도주 역시 불가하다.
다음은 텅스텐 탄알로 의한 적국의 모든 위성을 쓰레기로 만드는 것이다. 파괴된 쓰레기는 메탈 계열 마법으로 끌어들여 하나로 뭉친 후 바다에 떨어뜨리면 된다.
이것만으로도 적국의 모든 도발 의지를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주요 도시인 도쿄와 오사카, 그리고 나고야에 이실리프의 창을 사용할 경우 약 5,200만 명이 말살된다.
전체 인구 1억 2,700만 명의 40%가 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으로 하여금 참을 수 없게 할 경우 그간 수없이 한반도를 침탈하였고, 계속된 영토 야욕을 보인 자들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될 것이다.
2014년 현재 지나의 인구 1,000만 이상인 도시는 13개로 다음과 같다.
중경 2,884만, 상해 2,301만, 북경 1,961만, 성도 1,404만, 천진 1,293만, 광주 1,270만, 보정 1,119만, 합이빈 1,063만, 소주 1,046만, 심천 1,035만, 남양 1,026만, 석가장 1,016만, 임기 1,003만 명이다.
총 1억 8,421만 명이다.
지나 인구 전체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과 일본 국민 전부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들 전부 비슷한 시기에 저승의 고혼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광범위하게 무기를 써서 인구 서열 30위에 해당되는 남경까지 이실리프 미티어의 혜택을 입는다면 추가로 1억 4,612만 명을 지구의 인구수에서 뺄 수 있다.
대도시 30개가 사라지면서 약 3억 3,000만 명이란 인구가 줄어들면 지나는 당나라 시절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 역시 한반도를 끊임없이 괴롭힌 것으로도 모자라 동북공정을 획책하는 자들에 대한 적절한 징벌이다.
아무튼 이런 상황은 이실리프호가 완성되고 지나와 일본이 동시에 한반도를 노릴 때 벌어질 것이다.
“김 회장님, 우주전함을 우리 힘으로 쏘아 올리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겁니까?”
오정섭의 눈빛이 조금 더 강렬해진 느낌이다.
“우리 힘이 아니라 제 능력입니다, 장관님.”
“아!”
오정섭 전 장관은 또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공군에 어떤 혜택을 주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때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다른 나라들은 로켓을 쓰지만 저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이실리프호를 우주로 보낼 겁니다.”
“어떤 방법인지 혹시…….”
극비가 될 수도 있기에 말끝을 흐린다.
“반중력이라는 말은 들어보셨는지요?”
“그, 그 기술이 완성된 겁니까?”
반중력[Antigravity]은 중력과 반대인 성질을 말한다.
중력에 대해 반작용하는 힘이라기보다는 중력을 차단하거나 제어하는 힘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작가인 허버트 웰스(Herbert George Wells)가 저술한 ‘달세계 최초의 인간’이란 소설에 나온 반중력 합금 ‘케이배릿’이 그 시초이다.
이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인류는 반중력을 제어할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군 출신인 오정섭은 미국 등지에서 반중력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들어본 바 있기에 눈을 크게 뜬다.
“한 95%쯤 완성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차분히 연구할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오 전 장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현수가 인류 최고의 두뇌를 가졌음을 알고 있으니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니 몽골의 이실리프 자치령을 맡아주십시오. 여기서 국방부장관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속이 편하실 겁니다.”
현수의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국방부장관직을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편할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치열한 권력 다툼도 없을 것이고, 추진하려는 일에 딴죽을 걸고 나설 세력 또한 없다.
자치령 발전에 저해되는 요인이 발생되면 언제든 제거하면 그만이다. 목숨을 빼앗는 게 아니라 추방을 의미한다.
사법부는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합당한 지위를 부여해도 스스로 권력의 시녀가 된다. 그렇기에 따로 사법부를 두지 않고 자신이 제어하도록 했다.
무엇이든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고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어떤 면에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자치령은 절대왕권으로 유지되는 왕국과도 같은 곳이다. 모든 토지와 자원에 대한 소유권이 100% 현수에게 있으며, 법령과 규제를 만들고 삭제할 권리 또한 그에게 있다.
그러므로 현수가 적극적으로 밀어주거나 권한을 위임하면 그야말로 뜻대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 당연히 한국 국방부장관직을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편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오 전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깊숙이 허리를 숙인다.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일 뿐이지만 현수의 기술과 의지, 그리고 자본이 더해지면 완전한 새 세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음을 알기에 수락한 것이다.
오정섭 전 장관은 남바린 엥흐바야르 전 몽골대통령과 협력하여 새 세상을 만들어보라는 제안이 고맙다.
그렇기에 현재의 한국 대통령으로부터 장관직을 제수받을 때보다 허리를 더 깊숙이 숙였다.
현 대통령의 권력은 2018년 2월 25일까지만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