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9
아무튼 현수는 연구원들의 면면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오늘부터 저는 각 부서를 돌아볼 것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여러분의 전공 서적들을 읽고 나름대로 정리해 둔 것들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
KAI에 재직 중인 연구원들의 전공은 전자공학, 전기공학, 컴퓨터공학, 계측제어학, 물리학, 기계공학, 항공역학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그런데 그런 모든 전공 서적을 읽은 것처럼 이야기하니 모두들 뭔 소린가 하는 표정이다.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듣기엔 제가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저와 직접 대면하면 달라질 것이라 장담합니다. 이렇게 여러분을 뵈었으니 이제 순서에 따라 각각의 연구실을 방문하겠습니다. 제가 방문하는 동안 한 사람도 빠지지 마시고 자리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모두들 말이 없다. 어이가 없어서이다.
이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박사 학위 소지자이다.
학위를 받으려면 상당히 많은 전공 서적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며 새로운 것을 구상해 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각 분야의 전공 서적 몇 권을 읽고는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KAI 사장의 안내를 받아 연단에서 내려섰다. 그리곤 곧장 ‘고정익사업부’를 찾았다.
이 사업부는 크게 나눠 추진 계통과 조종석 부문, 그리고 항공전자 분야와 세부 계통으로 구분된다.
이곳에선 전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공군 특수비행팀을 위한 T―50B과 공격기 A―50, 그리고 TA―50과 파이팅 이글로 불리는 다목적 전투기 FA―50을 만들어낸 바 있다.
국산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은 상당 부분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기에 해외 판매를 할 때마다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서 오십시오. 고정익사업본부장 이충렬입니다.”
“반갑습니다.”
현수를 맞이한 이 팀장은 팀원들을 소개했다. 현수는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팀원들과 시선을 맞췄다.
혹시라도 앱솔루트 피델러티 마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연구원이 있나 싶어서이다. 물론 없었다.
인사를 마친 후 현수는 USB를 꺼내 컴퓨터에 끼웠다.
현수의 명에 따라 KAI의 컴퓨터는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는 폐쇄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는 상태다.
어떠한 경우라도 이것들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는다. 외부로부터의 해킹을 원천 차단시킨 것이다.
대외적인 업무에 사용되는 극히 일부 컴퓨터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이 컴퓨터엔 기밀에 속하는 자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내부 규약이 적용되는 중이다.
그리고 이것만을 관리 감독하는 직원을 따로 뽑았다. 이제부터는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전투기 엔진을 제작할 기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여 저는 외국의 전투기들을 보고…….”
현수는 마우스로 특정 폴더를 클릭했다. 그러자 화면 가득 엔진 도면이 뜬다.
“이건 미국이 자랑하는 F―22 랩터의 엔진 도면입니다. 이건 러시아 수호이 T―50 PAK FA의 엔진이군요. 이건 JAS―39E 그리펜의 엔진입니다. 다음은 이란이 외계인을 생포해서 제작했다고 소문난 F―313입니다. 흐음, 이건 F―35의 엔진이군요.”
첫 화면에 랩터의 엔진이 나타나자 연구원들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상위 전투기들의 엔진 도면이 차례로 화면에 올라온다.
치수와 재질 및 상세 내용까지 기록된 기술 도면 및 제작 도면이다. 이것만 있으면 실물 제작이 가능하다.
“자, 이건 제가 나름대로 구상해 본 엔진입니다. 지금껏 보신 엔진보다 효율이 더 높을 겁니다.”
“이, 이걸 진짜 회장님께서 설계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이 팀장의 물음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이걸 구상하느라 이틀을 밤새웠습니다.”
“……!”
모두들 입을 딱 벌린다. 신형 엔진을 설계해 내는 데 겨우 이틀밖에 안 걸렸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외부 시간으론 그러하다. 현수가 새로운 엔진을 구상해 설계하고 나와 보니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 걸린 시간은 360일이다.
IQ 300에 근접한 인류 최고의 천재가 거의 1년간 매달린 끝에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제작 과정을 보면 완성 단계에서 정교한 마법진을 그려 넣는다. 물론 어느 누구도 이것이 그려진 것을 눈치채기 힘들다.
모든 마법진을 그린 후 마지막으로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진 또한 그려 넣는다. 따라서 이 과정이 지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마나석을 박을 작은 구멍 하나만 눈에 띌 뿐이다. 중심이 되는 마법진은 연료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KAI에 오기 전 현수는 양평 저택에 머물렀다.
저택 옥상에 올라가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으로 결계를 치고 그 안에 들어가 타임 딜레이 마법을 구현시켰다.
아래층에 지현과 연희 등이 머물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현수가 그곳에 있음을 알지 못했다.
알면 수시로 내려가야 하기에 일부러 숨긴 것이다.
아무튼 그 안에서 록히드 마틴과 일본 내각조사처, 그리고 지나 국가안전부 제3국에서 가져온 자료들에 대한 분석 및 분류 작업을 실시했다.
방대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현수는 끈기 있게 작업에 임했다. 그러던 중 부족한 것이 많다 여겨져 몇몇 곳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일본의 내각조사처와 공안조사청을 차례로 방문하여 그곳의 자료들을 복사해 왔다.
이번엔 외장하드를 넉넉하게 가져갔기에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 내각조사처와 공안조사청의 위치는 국안부 3국에서 가져온 자료 안에 잘 정리되어 있었기에 찾기 쉬웠다.
현수는 지나 첩보원들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시로 바뀌는 비밀번호의 패턴까지 알아낸 것이다.
다음은 지나의 국안부 제1국과 2국 방문이었다.
이곳의 위치는 내각조사처의 자료에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어 식은 죽 먹기로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이곳들의 공통점은 각별한 보안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현수의 방문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와 퍼펙트 카피 마법 덕분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로그인한 기록이 남지 않으니 알아차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먼저 보잉과 NASA의 연구소를 차례로 방문했다. 이곳들 역시 자료를 몽땅 베껴갔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비밀 공군기지 Area 51이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정부는 극구 부인했지만 이곳엔 추락한 UFO가 있었으며, 그것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현수는 그곳에 있는 UFO를 모두 아공간에 넣어왔다.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므로 외계의 기술이 적용된 것이라 여기기를 바랄 뿐이다.
그곳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또한 고스란히 복사해 왔다. 그리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내장한 USB를 꼽아두고 왔다.
컴퓨터의 전원을 올림과 동시에 모든 자료에 대한 덮어쓰기가 진행되는 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는 지나 국안부 자료에 있던 것이다.
국제적 전쟁, 또는 분쟁 발생 시 상대국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원래는 부팅과 동시에 CPU를 100% 활용하여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덮어쓰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현수는 이것을 손봤다.
사용자가 눈치채기 힘들도록 사용하지 않는 폴더의 파일 먼저 덮어쓰기가 진행되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동안 작업과 관련되지 않은 폴더의 자료가 상대적으로 용량이 작은 TXT 파일로 덮어쓰기 된다.
현수는 여기에 인위적으로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빼지 않는 이상 전원도 꺼지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깔아놓았다.
마우스나 키보드를 이용한 시스템 종료를 불가능하게 해놓은 것이다.
메인 화면 등의 변화 없이 진행되는 일인지라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 아무리 빨라도 20초 이상 걸린다.
이 정도면 덮어쓰기 1회가 완료된다.
이상을 발견하고 전원을 끄기 위해 계속해서 버튼을 누르는 데 10초가 추가된다면 1회 덮어쓰기가 또 진행된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플러그를 뽑게 되는데 이러는 동안 또 한 번의 덮어쓰기가 진행된다.
최초 1회를 제외하곤 전원을 넣으면 매 10초마다 한 번씩 덮어쓰기가 진행되므로 사실상 자료 복구가 불가능해진다.
안전모드도 불가능하고 포맷도 불가능하기에 사실상 하드디스크를 전량 폐기해야 한다.
상당히 고약한 바이러스라 할 수 있다.
이걸 심어둔 이유는 미국이 더 이상 외계의 문물을 연구하여 무기 패권을 차지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때 현수가 사용한 USB는 모두 일본산이다. 미국과 일본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한 조치이다.
다음은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했다.
중부 사막지대 엘리스스프링스 남서쪽에 위치한 파인 갭(Pine Gap)을 찾아간 것이다.
이곳은 미국의 첩보기관 CIA, NRO, NSA가 협동하여 운영하고 있는 비밀기지이다. 그리고 호주 한복판에 있지만 호주의 국회의원들조차 드나들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마하 285(시속 348,840㎞)로 비행하는 UFO를 격추시킬 뻔한 플라즈마포가 이곳에서 발사된 때문이다.
1991년 9월 15일 밤 8시 30분경, 애리랜드 주의 한 방송국에선 ‘NASA의 우주 풍경’이라는 프로그램을 생방송했다.
이것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전송하는 호주의 대기권 밖 우주 경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우연히 방송된 화면엔 직경 1㎞ 크기의 UFO가 고속으로 비행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외계로부터 지구로 접근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잠시 후에 벌어졌다.
지구로부터 무엇인가가 쏘아져 갔는데 그 속도가 무려 마하 500이었다.
참고로 마하 1은 소리의 속도로 340㎧이다.
마하 500이면 초속이 170㎞이다. 이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612,000㎞/h나 된다.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이다.
F―22A 랩터의 최대 속도가 마하 2.5쯤 되니 이보다 200배나 빠른 것이다.
아무튼 호주 사막지대에서 쏘아진 것에 놀란 UFO는 황급히 도망쳤고, 이 또한 생방송되었다.
NASA는 얼음 조각이라고 발표했지만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플라즈마 포탄으로 의심되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얼음 조각이 비행할 수 없는 각도로 방향이 바뀐 때문이다.
어쨌거나 시속 612,000㎞로 비행하는 것은 지금도 가지지 못한 기술이다. 따라서 미국이 습득한 외계의 기술이라 여겼기에 파인 갭을 방문한 것이다.
현수는 플라즈마포로 의심되는 것 일체를 아공간에 담아왔다. 물론 그곳의 컴퓨터 또한 그러하다.
하여 파인 갭은 현재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적어도 100명 이상의 인원이 침입하여 컴퓨터의 본체 및 중요한 실험 재료들을 싹쓸이해 간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Area 51의 경우는 네바다주 전체의 차량 이동에 대한 조사를 하는 한편, 이착륙한 모든 항공기에 대한 은밀한 조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파인 갭 역시 기지를 중심으로 반경 50㎞ 내의 모든 것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NRA, CIA, NRO 관계자들은 연일 회의를 계속하며 누구의 소행인지에 대해 조사를 지시하고 있다.
경찰은 물론이고 군인들까지 총동원된 조사이지만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