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0
보도 통제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이럴 즈음 현수는 영국 요크셔 지방의 초원 위에 자리 잡은 멘위드 힐을 찾아갔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RAF(영국 공군 소속 작전기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국가안보국 NSA 영국지부이며, 약 71만 평에 달하는 땅은 사실상 미국의 영토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광범위한 감청 작업이 진행됨을 알기에 컴퓨터들을 교란시켰다. 매스 체인 라이트닝 마법을 써서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게 한 것이다.
원상 복구하려면 돈도 많이 들겠지만 소요되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일련의 방문을 마친 현수는 다시 결계 안에 들어가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해 분류했다.
나중에라도 출처를 의심받을 수 있기에 삭제할 것은 삭제하면서 파일들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지나어와 일본어, 그리고 영어는 모두 한글로 번역했다.
지금 보여주는 것이 그중 일부이다.
“이 엔진의 특성은 고효율이라는 겁니다. 이것이 장착되면 전투기의 항속 거리는 6만㎞ 이상이 될 겁니다.”
“저어… 말씀 중에 죄송한데… 연료 탱크를 몇 개 추가했을 때의 값입니까?”
“제가 설계한 신형은 기존 엔진에 비해 연료 소모량이 약 12분지 1밖에 안 됩니다. 따라서 추가로 연료 탱크는 장착하지 않습니다.”
“네에? 세상에 맙소사!”
“마, 말도 안 돼!”
“세상에 이런 엔진이 어디 있습니까? 뻥이죠?”
모두들 한마디씩 하지만 현수는 개의치 않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엔진 도면이 보이던 화면이 다른 것으로 바뀐다.
5장 KAI에서
“이건 제가 설계한 신형 레이더입니다. 지상과 위성을 이용한 것으로 탐지 거리는 500㎞ 정도 됩니다.”
“네에?”
이 팀장을 비롯한 모두가 대경실색하는 표정이다.
F―22는 195㎞, F―35는 165㎞. F―15K는 161㎞, 유로파이터는 160㎞, 라팔은 140㎞가 최대 탐지 거리이다.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지만 현수는 표정 변화 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조금 길죠? 참고로 제가 말한 500㎞는 말벌 크기의 비행체를 탐지해 낼 수 있는 거리입니다.”
“헉!”
스텔스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랩터의 반사 면적이 말벌 크기이니 500㎞ 거리에서 F―22를 포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놀라운 일이다.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스텔스기가 아닌 전투기의 경우는 1,000㎞ 밖에서도 식별 가능합니다.”
“끄으응!”
누군가 침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현수의 다음 말이 궁금한 때문이다.
“이것의 성능은 실제로 제작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 다음은 전파 및 음파 흡수 장치에 대한 것입니다.”
“네? 뭘 흡수해요? 그럼 스, 스텔스라는 겁니까?”
확실히 똑똑한 사람들은 다르다.
현수는 경악성을 터뜨린 연구원을 바라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건 제가 개발한 것으로 이 장치를 부착하면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됩니다.”
“헐!”
모두들 입을 딱 벌린다. 스텔스 기술을 혼자서 개발했다니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이때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묻는다.
“진짜 회장님이 그걸 완성시킨 겁니까?”
“네! 제가 설계했습니다. 자, 이 화면을 보십시오. 이건 적외선도 흡수되므로 적의 미사일 추적을 따돌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완벽한 스텔스기가 가능한 기술입니다.”
“방금 완벽하다 하셨습니까?”
“네, 외부에 미사일을 아무리 많이 장착해도, 폭탄창을 열어도 절대 레이더에 잡히지 않습니다.”
“세상에 맙소사! 완벽한 스텔스라니!”
“이런 게 가능하기는 한 거야?”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아무튼 회장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거의 혁명에 가까운 거야.”
“맞아! 이건 혁신을 넘어선 혁명이야!”
공식적인 자리이니 결코 농담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연구원들의 얼굴은 점점 뻘게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설명은 이어진다.
“다음은 냉각 장치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엔진의 열에 대한 제어가 시작됩니다.”
“열 추적 미사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뜻입니까?”
확실히 똑똑해서 설명하기도 쉽다. 현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제가 개발한 기술이 적용되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완벽한 스텔스기가 되며, 열 추적 및 적외선 추적이 불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적의 미사일 공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끄으응!”
“세상에 그런 전투기가 어디 있답니까?”
“맞아! 말도 안 돼!”
모두들 한마디씩 하지만 현수는 표정 변화 없이 설명을 이어간다.
“다음은 가시광선 흡수 장치에 관한 것입니다. 원리를 설명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현수의 설명이 이어진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나온 투명 망토를 예로 들며 이동 가능한 유닛을 전투기에 부착시키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모두들 입을 딱 벌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간다.
“이걸 켜짐 상태로 놓으면 눈으로는 전투기를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의 단점은 아군끼리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끄응!”
누군가 신음을 토한다. 생각지도 못한 기술에 놀란 때문이다. 현수는 그를 힐끔 바라보곤 말을 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였으니 이 장치는 추후에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때 실험해 보시면 알 일입니다.”
“이동 가능한 유닛이라 했는데 어디에 부착합니까?”
누군가의 물음이다.
“전투기 아무 곳이나 부착시키면 됩니다. 따로 전원을 연결하지 않도록 소형 배터리를 넣었으니까요.”
“그거 열어봐도 됩니까?”
연구원 입장에선 당연한 말이다.
“장치를 열어 외기에 노출되면 회로가 망가집니다. 따라서 절대 열어보시면 안 됩니다.”
“…보안 때문입니까?”
“그럴 목적으로 그렇게 만든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구원들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보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다음은 추락 방지 장치에 대한 겁니다.”
“네에? 추락 뭐요?”
자신이 뭘 잘못 들었다 생각했는지 눈이 커진 연구원이 한 말이다.
“날개가 있는 것은 추락한다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이제부터 우리가 제작하는 비행체는 추락할 수 없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런 게 어떻게 있을 수 있습니까?”
“맞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가능한 겁니까?”
현수는 질문을 한 연구원에서 시선을 주며 살짝 웃어주었다. 설명하기 쉽게 말을 이끌어줘서 고맙다는 뜻이다.
“반중력 장치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네에? 서, 설마 그 기술을 완성하신 겁니까?”
“말도 안 돼! 그런 걸 어떻게……?”
“그러게. 그건 꿈의 기술인데…….”
이구동성으로 감탄사 아닌 감탄사를 터뜨린다.
털썩―!
너무도 놀랐는지 뒤쪽의 누군가는 주저앉기까지 한다. 오금에 힘이 빠진 때문일 것이다.
모두들 뻥이라고 대답해 주길 바라는 표정이지만 현수는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반중력 장치를 설계해 냈습니다. 이것이 장착된 전투기는 엔진이 망가지고 날개까지 모두 파손되어도 지면으로부터 일정한 고도에 멈추게 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끄으응!”
“네, 기체의 크기에 따라 고도 지정이 가능한데 F―15K의 경우는 20m 상공에서 멈추도록 설치했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마우스를 클릭했다.
“에구! 제 말을 믿지 못한다 하셨으니 이 동영상을 봐주십시오. 참고로 이 동영상은 F―15K가 운용되고 있는 K―2기지에서 찍은 겁니다.”
말을 마친 현수는 플레이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정지된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필승! 공군 제11전투비행단 102전투비행대대 제1편대장 송광선 소령입니다.”
아주 씩씩한 모습으로 경례를 올려붙인 송 소령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잠시 쏘아보고는 자신의 뒤에 있는 애기를 손으로 가리킨다.
“지금 보시는 이 F―15K는 이실리프 그룹 김현수 회장님께서 손수 개조 작업을 해주신 저의 애기입니다. 다음 도표를 봐주십시오.”
말을 마친 송 소령은 준비된 표를 들어 보인다. 켄트지 전지에 차트 글씨로 쓰인 표이다.
“자, 잘 보셨습니까? 제 명예를 걸고 이 표가 사실임을 증언합니다. 다만 마지막 사항만은 사진으로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보시죠.”
송 소령은 준비된 사진을 들어 보인다.
F―15K 한 대가 허공에 떠 있고 이삿짐센터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사다리차를 타고 파일럿 한 명이 내려오는 연속 사진이다.
전투기는 캐노피(Canopy)가 열려 있는 상태이다.
“얼마 전 작전 중 불의의 사고가 발생되어 기체가 추락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때 추락 방지 장치를 가동시켰고 그 결과가 지금 보시는 사진입니다.”
다시 맨 처음 사진으로 되돌아가 있다.
캐노피가 밑으로 열려 있는 상태에서 조종사가 사다리차로 옮겨 타는 장면이다. 원래대로라면 추락 방지 장치를 가동시킴과 동시에 사출좌석 레버를 당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조종사는 현수를 믿었다. 그렇기에 이런 장면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제 명예를 걸고 이 사진에 아무런 조작이 없었음을 증언합니다. 아울러 추락 방지 장치를 발명해 내신 김현수 회장님께 공군을 대표하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필승!”
송광선 소령이 경례를 마친 것을 끝으로 동영상은 끝났다.
“세, 세상에!”
“진짜였단 말이야? 말도 안 돼!”
“헐! 벌써 완성된 기술이라니…….”
“대체 회장님은……! 와아, 진짜 천재다!”
모두들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여기에 설계도 등을 남겨두겠습니다. 이걸 참조하셔서 새로운 전투기를 만들어주십시오.”
“네!”
“제가 원하는 건 수직이착륙기입니다. 고도 조절이 가능한 반중력 장치는 완성 단계에 있으니 나머지만 연구해 주시면 됩니다. 추가되는 기술은 완성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모두들 희대의 천재만을 바라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현수는 가볍게 미소 짓고는 다음 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엔 회전익 팀이다.
“어서 오십시오. 회전익 개발부 김종민 본부장입니다.”
이 팀에선 KUH 수리온을 만들어냈다. 세계 11번째이다. 수리온은 육군 병력 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기동헬기이다.
김 팀장은 살짝 대머리가 벗겨진 50대 초반이다. 현수는 반갑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네, 반갑습니다.”
이번에도 모든 연구원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사전에 이렇게 하도록 지시를 내려놓은 것이다.
그리곤 이 팀 역시 입이 딱 벌어지도록 해놓았다.
이번 동영상의 주인공은 해군 제2함대 소속 고복현 소령이다. 멋진 제복 차림이다.
“허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말도 안 돼! 완벽한 스텔스 헬기라니!”
“소음 수치 좀 봐! 저 정도면 거의 안 들리는 거야!”
“헐! 30데시벨? 저건 거의 도서관 수준이야!”
“끄으응!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화면 가득한 세계 각국의 첨단 헬기들의 제작 도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연구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제가 여러분께 원하는 것은 100% 우리 기술과 우리 부품으로 이루어진 헬기를 제작해 달라는 겁니다. 치누크처럼 화물을 운송하는 것도 필요하며, 블랙호크 같은 것도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성능 좋은 소방용 헬기 또한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