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61화 (1,060/1,307)

# 1061

김종민 팀장이 깊숙이 허리를 숙인다. 나이를 떠나 깊은 존경심이 느껴진 때문이다.

“참, 여러분이 제작하는 헬기는 추락 방지 장치 및 미사일 추적 회피 기능이 추가됩니다.”

“미사일 회피라면 채프와 플레어를 의미하는 거죠? 그런데 추락 방지 장치는 뭡니까?”

“미사일 회피 기능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약간 다릅니다. 제가 고안한 것은…….”

잠시 설명이 이어진다. 적외선 흡수 및 냉각 장치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연구원들은 또 한 번 입을 벌린다.

다음으로 보게 된 것은 송광선 소령이 등장하는 추락 방지 장치에 대한 부분이다.

“끄응! 저게 말이 되는 건가? 어떻게 엔진이 꺼진 전투기가 허공에 떠 있지?”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것이라면 설마 반중력 장치를 고안해 내신 겁니까?”

이곳 연구원들도 확실히 두뇌가 뛰어나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반중력 장치에 대한 연구는 이미 끝나 있습니다. 마무리만 남았지요. 그것마저 끝나게 되면 고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끄으응!”

“헐!”

연구원들 모두 혀를 내두른다.

수천, 수만 명의 전문가가 달려들어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을 혼자서 다 해냈다는데 어찌 할 말이 있겠는가!

현수가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정찰용 무인기를 만들어내는 UAV 사업팀이다. 2001년에 송골매라 이름 붙은 무인기를 개발한 바 있다.

이곳에서 현수는 에어버스사가 개발한 무인항공기의 도면을 보여주었다. 아직 세상엔 발표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고정익항공기와 헬리콥터 기능을 합친 무인항공기 VTOL Quancruiser로 불린다.

네 개의 전기 리프트모터를 이용해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공중으로 올라간 다음 항공기 뒤쪽에 있는 추진프로펠러(Pusher propeller)를 사용해 비행하는 것이다.

이 추진프로펠러는 일정 시간 ‘공중 정지’가 가능하도록 돼 있으며, 네 개의 날개는 수직 이착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즉 이륙과 착륙은 헬리콥터처럼 별도의 활주로가 필요 없고 수 시간을 같은 공중에서 한 곳에 정지할 수 있는데다 필요에 따라 기존 항공기처럼 활공 모드로도 전환할 수 있는 첨단 무인항공기이다.

다음은 미국 노스롭 그루먼에서 개발한 스텔스 무인기 RQ―170 센티넬과 이의 후속기인 RQ―180이다.

AESA 레이더가 탑재되어 있고, 전자전 공격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도면도 보여주었다.

이것은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표면의 30㎝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어 첩보위성급 무인정찰기로 불린다.

잘 알려진 드론의 제작 도면도 공개되었다. 이 밖에 이스라엘 등에서 개발한 무인기들도 보여주었다.

연구원들은 눈에 불이라도 켠 듯 안광을 반짝이며 설명을 듣고 화면에 시선을 주고 있다. 이것들은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에게 이것들을 종합한 새로운 무인기 제작 임무를 부여합니다. 스텔스 기능과 미사일 회피 기능은…….”

설명을 마친 현수는 준비된 동영상들을 보여주었다. 모두들 입을 벌린 채 신음 비슷한 침음만 토해낸다.

당연한 일이다.

현수가 UAV 사업팀을 나서자 모든 연구원이 기립박수로써 환송했다. 문이 닫히자 즉각적인 토론이 시작되었다.

현수가 준 각종 자료를 보고 그것의 원리에 대한 의견들을 주고받은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면 거액의 성과급이 주어진다.

그래서 더 열성적이다.

현수가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위성사업팀이다.

“여러분에게 쎄트렉아이 팀과 더불어 우주기지 제작 임무를 부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우주기지는…….”

현수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위성사업팀원들은 어금니가 보일 정도로 입을 벌린다.

미국과 러시아 등 16개국이 참여하여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보다도 규모가 크다. 그런데 그걸 지상에서 제작한 후 한 번에 우주로 올린다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이를 가능케 할 반중력 장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모두들 눈을 크게 뜬다. 꿈에 그리던 기술인 때문이다.

“이실리프호라 불리게 될 우주전함엔…….”

전함에 장착될 각종 무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모두들 얼굴이 뻘게진다.

이것만 우주에 올려놓으면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전면전에서도 일방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음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실리프호가 우주에 안착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의 무력을 갖춘 나라가 된다.

우주전함에 장착된 레일건과 코일건만으로도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지나가 보유하고 있던 핵미사일 전부를 감당해 낼 수 있다. 이것들 모두가 동시에 발사된다 하더라도 100% 요격이 가능한 것이다.

공격을 받았으니 다음은 반격이다.

이실리프호에 장착되어 있는 이실리프의 창과 이실리프 미티어가 각 나라로 쏘아져 가면 거의 원시시대로 되돌릴 만큼 강력한 공격이 퍼부어진다.

마음만 먹으면 그 나라 인구 전체를 말살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우주전함에 그만큼 많은 양이 탑재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연구원들은 이실리프호의 규모가 반경 60m에 높이 5m 정도 된다는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란다.

용적이 약 56,520㎥짜리이니 국제우주정거장 ISS보다 47배 이상 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설계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넓다. 중첩된 공간 확장마법 때문이다.

최상급 마나석을 이용한 이 마법의 결과 이실리프호는 반경 150m, 높이 12.5m 정도로 늘어난다.

용적이 약 883,125㎥ 정도 되니 설계보다 15배 이상 커지는 것이다. ISS랑 비교하면 약 736배가 크다. 따라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무기 및 식량 등을 보유할 수 있다.

KAI를 나선 현수는 퍼스텍과 쎄트렉아이를 차례로 방문했다. 그곳에서도 모두들 입을 벌린 채 아무런 소리도 못 내는 사람이 많았다.

당연한 일이다.

현재는 나뉘어 있지만 조만간 조직을 통폐합하겠다는 말에 모두들 찬성했다.

어느 회사에서 근무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 *

“반갑습니다. 이실리프 그룹의 김현수입니다.”

“아, 네, 저도 반갑습니다. 박형석이라 합니다.”

현수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KSTAR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던 노(老)과학자의 얼굴에 서린 씁쓸함을 읽을 수 있었다.

혼신의 노력을 다해 만든 가장 선진화된 핵융합로에서 플라즈마를 형성시키기 직전에 자리를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0여 년에 걸친 연구 결실을 보기 직전에 그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2008년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함께 연구를 이끌던 연구원들도 같이 정리되었다.

그때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원장,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상임감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원장,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원장, 국가핵융합연구소(NFRI) 소장도 해고당했다.

이들은 무능하거나 문제가 있어서 해고된 게 아니다.

전임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이유로 정치논리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강요당한 것이다.

멀쩡한 강에 헛된 삽질을 가해 홍수 조절 기능을 잃게 하고, 생태계를 교란시켰으며, 수질 악화를 초래하게 만든 무능과 부정부패로 점철된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다.

박형석 박사가 해고된 후 전임 대통령은 일본인 연구진 셋을 투입하였다.

그 결과 우리 연구진이 10여 년 동안이나 애써서 쌓아올린 노하우가 전부 일본에 공개되었을 것이다.

현수는 언론 보도가 아닌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여 이실리프 브레인 이준섭 대표에게 당시 해고당한 연구진 전부에 대한 추적을 당부했다.

국가에서 버린 고급 두뇌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네, 이렇게 박사님을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그간 어찌 지내셨는지요?”

무슨 뜻인지 어찌 모르겠는가!

“그냥 학교에 있었습니다.”

연구소에서 밀려난 후 제대로 된 연구 시설조차 없는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는 뜻이다.

“박사님을 왜 뵙자고 했는지 혹시 짐작하시는지요?”

“글쎄요? 김 회장님이 여러 기업을 운영하는 건 알고 있지만 나와는 별로 연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왜 보자는 건지 짐작도 못하겠군요.”

박형석은 왜 만나자고 했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제가 여러 곳에 자치령을 운영하게 된 건 아시는지요?”

“네, 몽골과 러시아,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이지요?”

“맞습니다. 각각 대한민국 영토 전체보다 조금 더 큽니다. 이 밖에 절반 크기의 에티오피아 자치령도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박형석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개인이 나라보다도 큰 농장을 셋이나 개발한다는데 어찌 감탄하지 않겠는가!

“제가 개발하려는 곳은 청정한 지역입니다. 아시죠?”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현수와의 만남 이전에 박형석은 현수에 대한 기사들을 읽어보았다. 무슨 이유로 만남을 청했는지 알 수 없어서이다.

자신과 전혀 연관이 없음에도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과학과 기술에 투자를 권하기 위함이다.

현수가 상당히 돈이 많음을 알기에 국가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닦는 데 보탬이 되어달라고 말할 참이다.

“박사님을 제 자치령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네? 그곳에 학교라도 만들려는 겁니까?”

“학교는 당연히 만들어야지요. 그보다는 박사님께서 연구하신 것에 대한 결실을 볼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청정한 에너지가 필요한 때문이기도 하구요.”

“그게 무슨……?”

박형석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현수의 말대로라면 핵융합 장치를 이용한 발전 설비를 갖추겠다는 뜻이다.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 사업이다.

현수가 천지건설 부사장이며 연봉이 300억 원의 부자인 것은 언론에 보도된 상태이기에 알고 있다.

이실리프 그룹에 여러 계열사가 있으니 각각으로부터 상당한 수입이 발생될 것이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소를 만들고 유지할 정도는 못 된다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본다. 이럴 때는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저의 자치령들에 핵융합 장치를 만들어주십시오.”

“……?”

“모든 비용은 제가 대겠습니다.”

“핵융합 발전 설비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알고나 하는 말입니까?”

몰라서 이런 말을 한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잘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를 만드는 데 총사업비가 약 100억 유로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형석은 고개를 끄덕인다.

“잘 아시는군요. 그런데 그건 실험로입니다.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상업용이 아닙니다.”

“그것도 알고 있고, 1억℃를 컨트롤하는 것이 문제인 것도 알고 있습니다.”

“흐음! 그래요?”

박형석은 팔짱을 낀다. 이런 행동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현수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어디 한번 해보고 싶은 대로 해보라는 냉소적 의미일 수도 있다.

“100조 원이 든다 해도 저는 비용을 댈 수 있습니다. 믿어지십니까?”

“솔직히 믿을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빌 게이츠의 재산이 760억 달러라 알고 있습니다. 100조 원은 이보다 훨씬 많은 돈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제게 그만한 돈이 있습니다.”

“……?”

6장 가자! 브라질로!

박형석이 현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칭 세계 최고라는 젊은이의 얼굴이 너무도 당당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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