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67화 (1,066/1,307)

# 1067

휘이익―! 퍼억―!

“좋은데? 조금 더 세게 가능하지?”

“……!”

엘리스가 던져준 공을 받은 현수는 대답 대신 방금 전보다 조금 더 세게 던졌다.

휘익―! 퍼억!

“좋아, 좋아! 이보다 더 세게 던질 수 있지?”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곤 조금 더 세게 던졌다.

방금 전보다 더 빠른 공이다. 그렇게 여섯 번을 던지니 제법 조준이 된다. 스트라이크 존을 찾은 것이다.

“아주 세게는 안 될까?”

“그러지.”

현수는 마음먹고 공을 던졌다. 온 힘을 다 기울이면 안 되기에 적당히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을 잊은 건 아니다.

쉐엑―! 퍼어억―!

“크으윽!”

엘리스가 신음을 토한다. 포탄같이 묵직한 공이 미트 속을 파고든 때문이다.

“하나 더! 가능하지?”

“근데 어디 아파? 왜 인상을 써?”

“아프긴! 괜찮아! 좋았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을 마친 엘리스는 곁에 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미트 속에 끼우고는 포수 마스크를 쓴다. 타자도 없는데 웬 마스크인가 싶지만 내색하지 않고 와인드업을 했다.

여전히 어설픈 투구 동작이다.

쒜에에엑―! 퍼어어억―!

“크으으으윽!”

엘리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를 수없이 받아왔다.

따라서 웬만해선 끄덕도 안 한다. 그럼에도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이맛살을 찌푸린다.

“아차!”

현수는 또 한 번 실수를 깨달았다. 공 던지는 게 즐거워 저도 모르게 점점 더 세게 던진 것이다.

“괜찮아?”

“으으! 손이 너무 얼얼해. 이봐, 자네 이름이 뭐지?”

“나? 나는 김현수라고 해.”

“현수 킴? 너 어디서 근무해?”

“아까 말했잖아. 한국에 있는 건설회사. 천지건설이지.”

“그래? 알았어. 이봐, 친구! 자네 공, 정말 묵직해. 메이저리그에 올 일 있으면 내게 연락해. 이건 내 명함이야.”

엘리스가 건네는 명함을 받았지만 현수는 명함을 줄 수 없어야 한다. 지갑은 호텔에 있고 현금만 챙겨온 때문이다. 하지만 아공간이 있지 않은가!

“잠깐만.”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찾는 척하며 아공간을 열어 명함 한 장을 꺼냈다.

“만나서 반가웠어, 친구.”

“메이저리그의 스타를 만나서 나도 좋았어.”

“근데 너는 어디서 묵어?”

“나? 나는 저기 저 호텔.”

현수가 가리킨 호텔을 바라본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머무는 곳과 같기 때문이다.

둘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현수는 시선을 돌려 연희를 찾았다. 여전히 조개 캐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에구, 저거 캐봐야 요리해 먹을 수도 없는데… 쩝! 괜한 생명체만 죽이는 일이잖아.”

연희에게 다가가 몇 마디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잡는 재미에 빠져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캔 조개는 모두 물속에 던져 넣어주었다. 이후엔 해변에서 일광욕도 하고 수영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늦은 오후, 호텔로 돌아온 일행은 단체로 마사지를 받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겼다.

정말 맛있는 식사였다.

식사 후엔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원래는 나이트클럽에 가기로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해변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많아 다들 피곤에 지쳐 수면을 선택한 것이다.

나이트클럽은 내일 가도 되기 때문이다.

구본홍과 스테파니는 예외이다. 둘은 일행 몰래 호텔을 빠져나갔다. 늦은 저녁의 해변을 즐기기 위함이다.

현수는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들고 모레 있을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같은 순간, 이 호텔의 다른 객실에선 두 사내가 모니터에 시선을 주고 있다.

“와우! 이게 정말이야?”

다저스의 포수 A.J Ellis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 동료인 핸더슨이 찍은 동영상 때문이다.

핸더슨은 엘리스의 재활과 훈련을 돕기 위해 구단에서 파견한 투수로 다저스의 더블A팀 소속이다. 포수인 엘리스가 감각을 잃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어쨌거나 현수가 엘리스와 공을 주고받을 때 핸더슨은 둘을 찍었다. 엘리스가 해변에서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훈련도 하고 있음을 구단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동영상엔 스피드건이 있다. 처음 던진 공은 시속 122㎞였다. 일반인치고는 상당히 빠른 속도이다.

그런데 차츰 수치가 올라간다. 2구에서 6구까지 속력은 각각 시속 126, 131, 134, 139, 140㎞였다.

현수의 표정을 보니 전력투구를 하지 않은 듯싶다.

이에 깜짝 놀란 핸더슨은 위치를 바꿨다. 가장 확실하게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한 것이다. 곧이어 142와 145가 나오더니 곧바로 152㎞가 기록되었다.

이때 엘리스가 더 세게 던지라는 주문을 넣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곤 와인드업을 했다. 물론 제대로 된 투구 폼이 아닌 엉성한 모습이다.

공이 글러브 속으로 빨려드는 순간 스피드건은 시속 158㎞라는 결과를 내놓았고, 핸더슨은 외마디 비명을 터뜨렸다.

“Oh! My god! Oh!”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속도이기 때문이다. 이때 엘리스가 현수에게 소리쳤다.

“Great! Finally, one more time!”

‘좋아! 마지막으로 한 번 더’라는 뜻이다.

현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손을 모았다. 그리곤 힘차게 공을 뿌렸다.

쒜에에엑―! 퍼어어억―!

“크으으으윽!”

총알처럼 날아간 공은 미트 정중앙에 틀어박힌다.

엘리스가 잔뜩 이맛살을 찌푸릴 때 핸더슨은 입을 딱 벌렸다. 스피드건엔 다음과 같은 숫자가 나와 있다.

171.3㎞/h!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 중 최고 강속구 투수는 아롤디스 채프먼(Aroldis Chapman)이다. 쿠바 출신으로 시속 100마일짜리 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뿌려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채프먼의 최고 기록이 170.6㎞/h이다. 물론 제대로 된 투구 폼으로 던진 공이다. 그런데 현수는 와인드업 자체가 엉성하다. 훈련 받은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엉성한 폼으로 세계 기록을 깨버렸다.

핸더슨은 투수이기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다.

만일 현수가 제대로 된 코치를 받는다면 180㎞/h, 또는 그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절정의 기량을 갖춘 메이저리거라 할지라도 이 공을 칠 수 있는 타자는 장담컨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배트를 휘두르기도 전에 미트 속으로 공이 파고들 것이기 때문이다. 투수와 포수 사이의 거리는 18.44m이다.

시속 180㎞라면 초속 50m라는 이야기이다.

투수의 리치와 포수의 포구 위치를 감안하면 던진 공은 0.34초 안에 미트 속을 파고든다.

타자가 이걸 어찌 구별해서 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현수가 던진 공은 초속과 종속이 거의 같다. 공에 담긴 위력이 끝까지 간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진정한 언터처블이다.

“해, 핸더슨, 이, 이거 스피드건이 망가진 거 아니야?”

“아니야. 다음 동영상을 보라구. 이전과 다음에 내가 던진 것들은 다 130㎞ 대잖아.”

“세상에 맙소사! 일개 회사원이 어떻게……! 그래, 맞아. 그래서 그토록 손이 아팠던 거야.”

아직도 손바닥이 얼얼하다는 느낌이기에 엘리스는 고개를 흔든다.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핸더슨, 이 영상, 구단으로 보냈어?”

“아직 아냐. 어떻게 해? 보내?”

“당근이지. 어쩌면 우린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한 보석을 발견한 건지도 몰라. 참, 이 공 종류가 뭐였어? 직구지?”

“뭐야? 포수면서 자기가 뭘 받은 건지도 모르는 거야?”

“그래. 맨 마지막 건 기억이 안 나. 너무 빨랐고 손도 아파서. 너도 몰라?”

“잠깐만. 느린 영상으로 보자.”

핸더슨은 동영상을 되돌려 보았지만 너무나 빨라 판독이 쉽지 않자 느린 영상으로 재생했다.

“헐! 투심(Two―seam fastball)이야.”

“뭐? 투심으로 시속 171.3㎞가 나왔다고? 미친……!”

투심은 포심에 비해 비교적 낮은 속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투수의 손을 떠난 야구공은 포수의 미트까지 가는 동안 공기 저항을 받게 된다.

포심은 1회전에 공기의 벽을 네 번 깨뜨리지만 투심은 두 번만 깬다. 투심이 포심보다 공기 저항을 더 받는다는 뜻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약간 흔들려 보이고, 스피드도 포심보다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수가 포심을 던질 경우 171.3㎞/h보다 빨라질 확률이 매우 높다. 엉성한 폼이 그러하니 제대로 된 와인드업까지 갖추면 시속 190㎞짜리 공을 던질 가능성도 있다.

이게 현실이 되면 메이저리그의 어느 누구도 현수의 공에 배트를 댈 수 없다. 0.32초 만에 끝나기 때문이다.

흔히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미트까지 0.4초가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시간이 20%나 줄어들면 어떻겠는가!

타자는 공이 총알보다 빠르다고 느낄 것이다.

제아무리 운동감각이 탁월하다 하더라도 스윙이 시작될 때 공은 이미 미트 속을 파고든 후이다.

눈으로 보고 구종과 구속을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감각으로 친다는 말을 하겠지만 이건 눈을 감고 휘두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현수가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고 등판한다면 일반적인 카메라가 아니라 적어도 초당 1,000frame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가 필요할 것이다.

엘리스는 믿을 수 없는지 계속해서 동영상을 재생해 본다.

뭔가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있으면 그걸 트집 잡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영상은 너무도 정상적이다.

“세상에 맙소사! 일개 회사원이 어떻게……! 아, 명함!”

엘리스는 반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은 현수의 명함을 얼른 끄집어낸다.

“천지건설 부사장? 헐! 뭐야? 새파란 애송이 같았는데.”

엘리스가 보기에 현수는 갓 스물을 넘긴 청년이었다. 그렇기에 쉽게 접근했고, 공을 던져보라고 제안한 것이다.

엘리스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천지건설을 검색해 보았다.

9장 이건 추가 조건입니다

“헉! 뭐야! 천지건설이 세계 9위 건설사라고? 근데 아까 그 친구가 그런 회사의 Vice president라고?”

누군가 전 세계 건설사의 순위를 정해놓았는데 천지건설은 당당하게 세계 9위에 올라 있다.

참고로 세계 1위 건설사의 2012년도 해외 매출액은 427억 7,200만 달러이다.

세계 10위는 132억 9,160만 달러이다.

참고로 삼성엔지니어링의 2012년 해외 매출액은 86억 5,190만 달러이고, 현대건설은 78억 1,400만 달러였다.

다음은 엘리스가 보고 있는 세계 건설사 순위표 중 상위 10위까지이다.

비고란에는 각 회사에 대한 전망이 기록되어 있는데 천지건설의 경우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세상에 맙소사!

듣보잡이던 천지건설이었는데 지금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TOP 10에 올랐어.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공사를 수주할 경우 단숨에 세계 1위로 성장할 초, 초, 초기대주!!

이 공사를 수주하면 천지건설의 주식은 블루칩을 뛰어넘은 진정한 골든칩이라 할 수 있어.

빨리 천지건설 주식을 사라고! 완전 강추야!

칩은 원래 카지노에서 현금 대신 사용되는 것이다.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파란색이 가장 고가라 주식시장에서 재무 구조가 건실하고 경기 변동에 강한 대형 우량주를 지칭할 때 블루칩이란 표현을 쓴다.

그런데 건설사 순위표를 만든 사람은 골든칩이란 표현을 썼다. 칩 자체가 황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니 천지건설의 주식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화들짝 놀란 엘리스는 현수의 명함을 보고는 영문명으로 구글링을 했다.

“헉! 지, 진짜?”

사진과 함께 가장 먼저 뜬 것은 현수가 세계적인 히트곡 ‘지현에게’와 ‘첫 만남’의 작곡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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