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69화 (1,068/1,307)

# 1069

“왜요? 지금은 내 개인 시간입니다.”

참고로 매팅리는 1961년생이고, 허니컷은 1954년생이다.

“그래도 오셔야 합니다. 꼭 오셔야 합니다.”

웬만해선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매팅리 감독은 내키지 않는 대꾸를 해야 했다.

“끄응! 알았습니다. 금방 가죠.”

전화를 끊은 매팅리는 로리에게 시선을 준다. 2010년에 재혼한 아내이다. 현재 임신 중이다.

“로리, 구단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봐. 가봐야 하는데 자기 혼자 집에 갈 수 있겠어?”

“그럼요. 택시나 잡아줘요, 돈!”

“알았어. 미안해. 모처럼의 외식인데.”

“아니에요. 구단 일이 먼저지요. 가보세요.”

아내를 집에 보낸 돈 매팅리 감독은 곧장 구단 사무실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로 자신을 호출했는지 몰라도 아내와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받아 살짝 불쾌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구단 사무실에 당도함과 동시에 사라진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뭔가를 보고 있는데 그게 뭔가 싶은 호기심이 돋은 때문이다.

“아! 어서 오게.”

돈 매팅리 감독과 시선이 마주치자 네드 콜레티(Ned Colletti) 단장이 손짓하며 부른다.

“단장님! 연락받고 오는 건데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걸 보면 아네.”

단장의 손짓에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현수의 투구 모습이 보인다. 마침 마지막 공을 던지는 모습이다.

매팅리 감독은 엉성한 투구 폼을 보고 대체 왜들 호들갑인가 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내 눈을 크게 뜬다.

스피드건에 찍힌 171.3㎞/h라는 숫자 때문이다.

“헉! 세, 세상에……!”

수많은 유망주를 보아왔지만 이런 숫자를 결과로 보여주는 투수는 본 적이 없다.

“스피드건이 고장 난 겁니까?”

“아니. 핸더슨이 던진 걸 보니 그건 아닌 듯싶네. 마지막 공은 투심이라는군. 자네 의견은?”

“투심이요? 으으! 그럼 당연히 잡아야죠. 가만, 핸더슨이 보낸 거라면 설마 브라질에 있는 겁니까?”

“그래. 그래서 전용기를 띄우려 하네.”

단장이 직접 갈 모양이다. 감독은 살짝 고개를 숙인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즌 중이라 동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수를 잡아오기만 하면 월드시리즈로 가는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보여준 행동이다.

엘리스의 예감대로 조용히 지나가긴 틀린 모양이다.

같은 시각, 현수는 연희와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벌써 두 차례나 폭풍이 불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기에 연희는 열락에 겨운 표정으로 누워 있다.

오늘은 잠자기 틀린 것 같다. 새벽이 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조차 없이 늘어지게 될 것이다.

혼자서 현수를 감당할 때마다 느끼지만 마치 철인을 상대하는 것 같다. 지치지도 않는다.

그런 현수를 지현이나 이리냐 없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데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물론 바디 리프레쉬 마법 한 방이면 금방 기력을 되찾기는 하지만 그러면 나른한 피곤함을 만끽할 수 없다.

그래도 좋다. 둘은 밤이 새는지도 모르도록 정열을 불태웠다. 하지만 연희가 내는 소리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객실에 사일런트 마법을 걸어놓은 때문이다.

* * *

“이상으로 저희 천지건설이 준비한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공사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겠습니다. 지금껏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수가 정중히 허리를 숙이자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사업의 총책임자인 세르지우 카브랄(Sergio Cabral)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곁에는 실무 책임자인 에두아르도 파에스(Eduardo Paes) 리우데자네이루 시장과 주(州) 정부 건설부 국장 등이 배석해 있다.

에두아드로 파에스는 시장 취임 직후, 도시 내에 열린 공간이 있어야 함을 역설했다. 그리고 그 공간을 모든 시민이 이용하길 바란다고 천명했다.

그는 이 공간의 지하에 간선급행버스 체계를 갖추길 희망했다. 일종의 버스전용차선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통체증을 줄이고 대량 수송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건설비용은 지하철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현행 대중교통 이용률은 18%에서 63%로 상승 가능하다.

시장은 더 높은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구상했다.

보다 나은 시설을 갖추고 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와 보건소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열대우로 인한 산사태와 홍수에 대한 대비를 주장했다. 산비탈의 빈민촌을 정비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방금 전 현수의 프레젠테이션이 이러했다.

도시 중앙에 왕복 30차선 정도 되는 메인 스트리트를 건설하고, 좌우로 사통팔달의 20차선 정도 되는 서브 스트리트를 주장했다. 탁 트인 도시 경관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모든 도로는 막힘이 없다. 다시 말해 막다른 골목 없이 격자형 도로가 재개발 지역 전체에 깔리는 것이다.

메인과 서브 스트리트의 지하엔 도로가 개설된다.

차량 매연은 환풍기로 뽑아 올리고 사방에서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으니 공기오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도로의 아래엔 열대우를 받아 모으는 수로가 건설된다.

아울러 전력, 상하수도, 통신망 등을 위한 공동구도 갖춰진다. 도로에서 전봇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어지는 아파트는 고층화하여 인구는 수용하면서 넓은 토지를 남긴다.

이것을 이용하여 공원, 산책로, 공공시설을 짓는다.

외곽엔 각종 스포츠 시설과 연희가 제안한 놀이공원을 지을 예정이다.

재개발 실무 책임자인 시장의 입맛에 딱 맞는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호의 섞인 눈빛으로 바라본다.

다른 나라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보았지만 천지건설보다 공기가 짧은 회사는 없었다. 완성된 도면은 아니지만 고층 아파트와 빌라 등의 다양한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한지를 이용한 창호를 설치하여 습기를 제어한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리우는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수의 설명에 의하면 한지는 자연 조명 효과와 커튼 역할, 그리고 자연 환기와 습도 조절 기능을 가진다.

쾌적한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현수는 웃음 띤 얼굴로 주지사와 시장 등을 바라본다.

“오랜 시간 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리셉션을 준비했습니다. 자리를 옮겨주시겠습니까?”

“그럽시다.”

자리를 옮기니 잘 차려진 뷔페가 준비되어 있다. 호텔 조리사들의 솜씨로 만든 것이라 맛이 좋았다.

현수도 다른 사람들처럼 접시를 들고 음식을 덜어 주지사와 시장이 앉은 테이블로 향했다.

“여기 앉아도 되지요?”

“그럼요. 물론입니다.”

시장이 환히 웃으며 앉으라는 손짓을 한다. 자리에 앉은 현수는 주지사에게 시선을 주었다.

“저희 회사 프레젠테이션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아, 그럼요.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장님께서도 그러셨나요?”

“네, 저도 잘 듣고 보았습니다. 특히 공기가 짧은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런데 정말 가능한 겁니까?”

“물론입니다. 한국은 수도권에 인구가 과밀해 있습니다. 하여 주변에 신도시 건설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방면엔 경험이 많지요.”

현수는 일산, 분당, 동탄, 김포 등을 떠올렸다.

“그렇군요.”

시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대한 자료가 있어 읽어본 바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잘 들었습니다. 수고가 많았네요.”

“검토 잘 부탁드립니다.”

매혹 마법을 걸면 공사를 수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왠지 반칙하는 기분이 든 때문이다.

“그나저나 월드컵 준비는 다 되었지요?”

“그럼요. 거의 다 되었으니 차질은 없을 겁니다.”

“브라질이 우승하겠지요?”

“…그러길 바라지요. 그런데…….”

시장은 혹시 잘못 건드리나 싶은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혹시 김 부사장님도 이번 월드컵에 출전합니까?”

현수의 동영상은 이곳 브라질에도 번져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축구의 신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린다.

브라질의 수많은 스타 선수보다도 월등한 기량을 갖췄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자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경기에서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네이마르, 헐크, 티아고 실바, 다니엘 알베스, 하미레스, 오스카, 루카스, 다비드 루이스 등이 포진되어 있으니 이런 생각을 가질 만하다.

그런데 조별 예선에서 한국과 브라질이 각각 1위로 통과하고, 이후의 경기에서 두 나라 모두 승리한다면 두 팀은 결승전에서 맞붙게 된다.

네이마르 등의 경기력이 좋기는 하지만 축구의 신 김현수만은 못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터넷엔 누군가 현수의 경기를 세밀히 분석해 놓은 결과가 있다.

점수로 매겨놓았는데 현수를 100으로 보았을 때 메시, 호날두, 네이마르 등은 70∼80점대에 속해 있다.

킥의 정교함, 패스의 정확성, 드리블 속도, 킥의 위력, 볼 점유 능력 등 모든 항목이 그러하다.

이것에 대한 댓글들을 읽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결과에 승복한다. 혹자는 70∼80이 아니라 60∼70 정도가 맞는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것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이 많다. 누구나 현존 최고의 축구선수가 현수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승전에서 한국을 만날 경우 브라질의 우승 전망은 매우 어둡다. 냉정하기로 이름난 도박사들의 예상은 브라질이 5 : 2로 패할 것이라고 한다.

10장 출전 안 합니까?

현수는 아니라는 대답을 기다리는 주지사와 시장을 바라보곤 싱긋 미소 지었다.

“아까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하나 빼먹은 게 있는데 지금 말씀드려도 될까요?”

“천지건설의 공식적인 제안입니까?”

“아뇨. 이건 제 개인적인 제안입니다.”

“흐음! 그래요? 그럼 들어나 봅시다.”

주지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장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어떤 제안인지는 모르지만 메모해 두려는 것이다.

“이번 재개발 공사가 우리 천지건설로 정해지면 저는 월드컵 출전에서 빠지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둘 다 반색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네, 브라질에서 개최하는 대회이니 개최국인 브라질이 우승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잘 차려놓은 잔칫상을 뒤엎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하하! 하하하!”

주지사가 웃음을 터뜨리자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시장은 자리에서 일어선 후 포크로 컵을 두 번 두드린다.

챙, 챙―!

시선이 집중되자 시장은 환히 웃는다.

“주지사님과 나는 방금 전에 김현수 부사장님으로부터 추가 제안을 받았습니다.”

모두들 그게 무엇이냐는 표정이다.

프레젠테이션이 완벽하게 진행되었기에 추가 제안이란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 부장은 물론이고 박진영 과장, 구본홍 대리, 유민우 대리, 그리고 연희까지 현수를 바라본다.

무엇을 추가로 이야기했는지 궁금한 것이다.

“천지건설이 재개발 사업권을 따낼 경우 김 부사장님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우와아아!”

브라질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손님들의 시중을 들어주기 위해 나와 있던 웨이터들까지 소리를 지르며 환호한다.

축구의 신이 이번 월드컵에 나올 경우 브라질이 우승 후보국 명단에서 빠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장님, 그냥 천지건설로 결정하죠. 그럼 우리가 우승입니다. 안 그래요, 여러분?”

누군가의 고함이다.

“맞습니다. 천지건설로 정하세요. 공기도 가장 짧고 디자인도 좋았잖습니까? 공사비도 저렴할 겁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기밀 사항이 터져 나온다.

재개발 사업권을 누구에게 주느냐는 약 100가지 항목에 대해 매겨진 점수로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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