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76화 (1,075/1,307)

# 1076

그 결과 해당 언론사의 광고는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아마도 직원들 월급도 주기 힘든 상태일 것이다.

이는 현수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임직원 전부가 분개하여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천지그룹과 백두그룹, 그리고 태백그룹은 현수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동참한 것이다. 화들짝 놀란 언론사에서 화해하자는 연락을 취했지만 어림도 없다.

여론도 전혀 동정적이지 않으니 신갑제와 해당 언론사는 이제 철퇴를 맞을 일만 남았다.

그러는 동안 이실리프 신문사와 방송사를 준비했다.

쓰레기 언론사와 달리 사실 그대로를 보도하는 교과서적인 신문사와 방송사 설립이 발족 목적이다.

정권과 관계없이 한쪽으로 치우침 없는 보도를 하는 한편 그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두 회사의 대표는 저명한 경제학자인 시민운동가와 존경받는 인권변호사가 맡았다. 현수는 고문을 맡았다.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러시아 대통령이 임명한 국제협력담당 특임대사이니 정권이나 검찰이 불편부당한 압력 따위를 넣을 수 없는 존재이기에 끼워 넣은 것이다.

어쨌든 한국은 기레기가 너무도 많다. 아주 많이 정리해서 사회의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

오늘 이곳에 온 사람들 가운데에도 그런 자들이 섞여 있는 것 같다. 하여 현수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한꺼번에 물어보시면 대답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저희도 본사와 연락하여야 하니 질문지를 주십시오. 시간 내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현수는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하곤 곧장 객실로 향했다. 방금 말한 대로 본사에 연락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벙찐 표정으로 현수와 일행의 뒷모습을 보아야 했다.

“네, 천지건설입니다.”

“어라? 조인경 대리님 안 계십니까?”

“아! 조 대리님은 현재 신혼여행 중이십니다. 저는 천지건설 사장 비서실의 김연경입니다. 누구시죠?”

“참, 그렇군요. 저는 김현수 부사장입니다.”

“아! 네, 부사장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도 모르게 물은 말이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다. 그저 전화를 받고 있는 김연경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공사를 수주할 경우 천지건설의 위상은 가일층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김 비서님, 사장님께 먼저 보고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기다리고 계시죠?”

“아!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평상시 같으면 버튼을 눌러 현수에게서 전화 왔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김연경 비서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종종걸음으로 사장실 문을 열었다.

“사장님, 리우에 가신 부사장님 전화 와 있습니다.”

“아, 그래?”

신형섭 사장 역시 오늘의 결과를 고대하고 있었다.

수주했다는 낭보를 기다리며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긴장한 때문이다.

이는 신형섭 사장만 그런 게 아니다.

천지건설 본사 직원 전부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리우에서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연말에 지급되는 성과급은 물론이고 여름휴가비 자체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 그래, 김 부사장, 나 신형섭이네.”

“네, 사장님!”

“어, 어떻게 되었나?”

“그게 말입니다.”

현수는 일부러 말꼬리를 낮추고 말을 끊었다.

“…꿀꺽!”

신 시장은 과도하게 긴장한 듯 침 삼키는 소리를 낸다. 이때 현수의 음성이 이어진다.

“아쉽게도…….”

“아쉽게도? 그럼……?”

신 사장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다.

현수를 믿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적처럼 재개발 공사를 수주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천지건설 이창진 회장의 부인 박금순 여사의 친동생인 박준태 전무와의 파워게임은 이미 끝났다.

원 사이드하게 신 사장의 승리이다.

그렇기에 박 전무는 이전처럼 도전적이지 않다. 상호 협력하여 회사의 능력[Capacity]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은근히 이연서 회장의 아들인 이창진 회장과의 파워게임 양상이 되어버렸다.

둘의 임무는 분담되어 있었다.

이창진 회장은 자금 쪽을 담당하고, 신형섭 사장은 공사 관리 및 수주 쪽이다.

이전 같으면 금융권으로부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받아야 했다. 박준태 전무가 이곳저곳에 너무 많이 아파트 건설을 벌여놓은 때문이다.

이에 대한 담보제공 등은 이창진 회장이 맡았다.

그런데 지금은 국내 건설부문이 확연히 줄어 있다. 대신 해외 건설부문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었다.

하여 국내 아파트 건설에 속해 있던 인력이 대거 해외공사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수행되었던 공사는 하나둘 완공되어 가고, 분양 침체기에도 천지건설의 아파트들은 절찬리에 팔려나가 자금상환에 문제가 없다.

해외 건설부문에서 들어오는 공사대금은 원자재인 경우가 많은데 들여오는 즉시 팔려나가 현금화되고 있다.

이에 이연서 회장은 천지건설의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부채 비율을 낮추라는 것이다.

해외 건설부문에서 들어온 돈으로 금융권 대출을 갚다 보니 슬그머니 이창진 회장의 업무가 줄어들었다.

반면 신형섭 사장은 계속된 해외 공사수주로 점점 일이 많아지고 있다. 하여 사장 비서실 인원이 대폭 늘어났다.

이연서 회장도 자주 들러 신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니 파워게임 양상이 된 것이다.

만일 오늘 또 하나의 거대 공사가 수주되면 이창진 회장이 물러나는 대신 신형섭이 회장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이연서 회장 때문이다.

현수가 또 한 번 공을 세운다면 진급을 시켜야 하는데 신형섭보다 높일 수는 없다.

부사장 바로 위가 사장이니 신 사장을 부회장으로 진급시키고 현수를 사장에 임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신 부회장은 실무에서 배제된다. 이건 정열적으로 일하고 있는 신 사장의 기를 꺾는 일이다.

현수는 사장 자리를 수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자신이 보유한 이실리프 그룹사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이다.

이창진 회장을 다른 계열사 회장으로 발령내고, 신 사장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시간이 널널한 부회장 자리에 현수를 앉히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

신 사장이 회장이 되면 천지건설은 최고경영자가 확실히 챙기는 기업이 되니 이연서 회장 입장에선 이 카드가 아주 쓸 만하다.

그러려면 현수가 공사를 수주해야 한다. 그런데 대답이 이상하니 신 사장의 맥이 풀린 것이다.

사실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크다. 하여 축 늘어지려는데 다시 현수의 음성이 이어진다.

“네, 아쉽게도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공사는 우리 천지건설이…….”

“그럼 다른 데가 되었나? 어디? 벡텔? 아님 호흐티에프? 우리보다 서열이 낮은 회사가 된 건 아니지?”

신 사장은 수주를 포기했다. 다만 천지건설보다 못한 회사가 수주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적어도 변경할 거리는 생기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니죠. 아쉽게도 우리 회사가 이번 공사를 수주했으니까요.”

“뭐, 뭐라고?”

“이 공사, 우리가 수주했다구요.”

“정말? 리얼리? 진짜야?”

“하하! 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만세! 만세! 만세!”

신 사장은 전화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했다. 입구에서 신 사장을 보고 있던 김 비서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수주를 못한 줄 알고 다소 굳어 있던 얼굴이다.

문밖의 비서실 직원들도 신 사장의 만세삼창을 들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곧 사장 비서실 키폰이 모두 들렸다. 천지건설 전 직원에게 낭보가 퍼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다.

“만세! 만세! 만세! 으하하하!”

천지건설 본사 빌딩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만세 소리에 지나치던 행인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늘은 한일전 축구경기가 벌어지는 날도 아니기 때문이다.

“뭐지? 왜들 저래? 단체로 어떻게 됐나?”

행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던 길을 간다. 이 순간 인터넷에 속보가 전해졌다.

천지건설이 전 세계 유수의 건설사를 모두 제치고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공사를 턴키베이스로 수주했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모르기에 일단 제목만 올린 것이다.

사람들은 이 공사의 규모 등이 어떤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김현수라는 기사를 보고는 눈빛을 빛낸다.

최하 수십억 달러짜리 공사라는 것을 눈치챈 결과이다.

현수는 ‘기적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추가로 얻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그리고 인터넷은 천지건설이 새롭게 수주한 공사에 관한 기사로 도배되었다.

천지건설, 새로운 신화를 쓰다!

168㎢에 달하는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공사 수주.

총 공사비 1,550억 8,000만 달러(186조 1천억 원)짜리 초대형 공사 수주.

유사 이래 최대 규모!

2014년 국토부 해외공사 수주 목표 700억 달러를 단숨에 두 배 이상 초과 달성!

수훈갑은 이번에도 김현수 부사장!

월드컵 출전은 포기!

곧 천지건설 사장으로 진급할 듯!

누가 이 사나이를 막을 수 있을까?

거침없는 수주기관차!

대한민국 최고의 영업사원 김현수!

인터넷엔 온갖 기사와 루머로 도배되었다.

같은 순간,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에선 깊은 밤임에도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현수가 출전하지 않겠다는 뉴스가 특보로 전해진 것이다. 깊은 밤이지만 금방 잔칫집 분위기로 떠들썩해진다.

이들 세 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등도 환호 일색이다.

축구의 신이 뛰는 경기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자국이 우승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탄식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

KFC 기술이사 중 하나이다.

“으으! 안 되는데. 월드컵을 들어볼 절호의 찬스였는데……. 으으! 나 때문에……. 어쩌지?”

머리를 쥐어뜯는 이는 현수에게 무례를 범한 기술이사이다. 자신 때문이라 오인하고 있다.

“제엔장! 제에에엔장!”

투덜거리는 이는 이번 월드컵에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고 브라질 월드컵 티켓을 산 사람이다.

현수가 뛰는 경기를 보려고 산 것이다.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는데 이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판이다.

같은 순간, 현수와 일행은 제트기를 타고 귀국하는 중이다. 최규찬 부장, 박진영 과장 등 모두가 곯아떨어져 있다.

파티를 한 때문이기도 하고 현수가 딥 슬립 마법을 건 때문이기도 하다.

“결혼식은 잘 치러졌대?”

지난 5월 5일 한창호 건축사는 천지건설 사장 비서실 조인경 대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태백조선소 신조선박 수주상담부 부장 강전호는 CMA 오머런 세바스티앙 부회장의 비서 베아트리체 바네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장은 현수의 양평 저택이었고, 주례는 천지그룹 이연서 그룹 회장이 맡았다.

저택의 정원은 두 쌍의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공간이기에 아주 성대하게 치러졌다.

현재 두 부부는 신혼여행 중이다.

민주영과 이은정이 그랬던 것처럼 킨샤사 저택과 모스크바 저택, 그리고 융프라우의 별장으로 갔다.

이번 결혼식에 아폰테 사장은 본인의 자가용 제트기를 제공해 주었다. 현수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네, 자기가 없어서 섭섭했다고는 해요.”

“세바스티앙 부회장이랑 아폰테 사장님은?”

“빈관에 머무신대요. 자기 오면 보고 간다고.”

“그래? 그럼 귀국하는 즉시 집으로 가야겠네.”

“네, 가요. 우리의 집으로.”

『전능의 팔찌』 45권에 계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