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9
그렇기에 기분이 상당히 업되어 있는 것이다.
2장 쓰레기 처리 방법
“해군의 수색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저기 저 바다에 떠 있는 건 불법조업을 하던 지나 어선의 잔해입니다.”
기자가 손으로 가리킨 곳엔 많은 잔해가 둥둥 떠 있다.
이곳은 울릉도 인근 오징어 어장이다. 평상시 같으면 많은 오징어잡이 채낚시 어선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어부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채낚시이다.
야간에 조명등을 밝혀 배 주변으로 몰려드는 오징어를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고 물레처럼 감아올리는 방식이다.
지나의 불법조업 어선들은 쌍끌이 어망을 사용한다. 두 척의 배가 어망을 펼친 후 바다를 훑는 것이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바닥까지 훑을 수 없지만 서해는 저인망을 사용하여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린다.
며칠 전 이곳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지나 어선들이 갑작스런 폭풍우와 격랑에 휘말려 모조리 침몰하였다.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의 군함과 순시선까지 몰려들어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생존자는 제로이다.
어부 전원이 익사 내지는 실종이다.
한국, 일본, 지나에선 의문의 기상 현상으로 인해 2,000척이 넘는 어선이 침몰한 이 사건에 대해 집중 보도하였다.
오늘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국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약 3,000여 명의 희생자 시신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저 바다엔 아직도 3,000여 명이 빠져 있습니다. 사고 발생 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생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수색의 손길은 오늘도 분주합니다. 이 배의 함장이신 김영태 대령을 잠시 모셔보겠습니다. 함장님, 지금 저 바다에…….”
해군 제1함대 기함인 광개토대왕함까지 동원된 것은 일본과 지나에게 보여주기 위함만은 아니다.
시신 수가 워낙 많아서 큰 배가 필요했던 것이다.
“저희 해군은 이번 지나 어선 침몰 사고…….”
김 대령은 의례적인 답변을 하고 물러갔다. 카메라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들을 줌으로 끌어당겨 보여준다.
스티로폼 박스 등이다.
같은 내용의 보도가 서해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쪽은 동해와 달리 지나의 엄청난 수의 배가 보인다. 지나에서 파견한 구조선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잔잔하던 바다가 격랑으로 변하여 무려 7,020척의 배를 삼켜 버렸다. 지나 당국의 조사에 의하면 무려 91,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껏 약 6만 구의 시신을 건졌고, 나머지 3만 1,300여 구를 인양하기 위해 그야말로 샅샅이 뒤지는 중이다.
수색 결과 생존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얼마나 격랑이 세었는지 침몰된 배를 인양해 보니 완파에 가깝게 부서진 상태이다.
지나 쪽 사람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수색 작업을 하고 있고, 해경 함정 쪽은 상황만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서해에선 같은 유형의 침몰 사고가 있었다. 격렬비열도 쪽은 전멸이었지만 NLL 인근 해역 쪽에선 세 명이 생환했었다.
지나의 언론은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대비해 방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럴 확률은 제로이다.
실라디아와 엘리디아가 현수의 명령에 따라 단 하나의 생존자도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색 작업이 끝나면 해저에 침몰되어 있는 어선들은 물론이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쓰레기까지 모조리 청도 앞바다에 몰아넣을 예정이다.
전에 없던 일인지라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쓰레기는 대답이 없을 것이다. 그런 쓰레기 중에 상당량은 한국에서 배출된 것이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해로 유입되는 쓰레기는 1년에 약 18만 톤이다. 15톤 트럭 1만 2,000대 분량이다.
장마철이나 태풍 때 한강과 임진강에서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외국에서 오는 쓰레기도 많다. 그중 76.6%는 지나로부터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바다 쓰레기는 바람과 조류를 타고 움직이면서 물고기의 산란장을 파괴하고, 선박의 스크루에 말려들어 사고 위험을 높인다.
하여 해수부에선 씨클린호 이외에 29척의 바다 쓰레기 정화선을 풀어놓았지만 수거되는 것은 전체의 절반 정도이다.
이런 일을 매년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여 서해의 바다 쓰레기 전부를 지나 해안으로 옮겨놓도록 한 것이다. 정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지나를 비롯한 다른 나라 해양학자들은 고개만 갸웃거리게 될 것이다. 과학적 입증이 불가능한 때문이다.
현수는 뉴스를 보며 쉐리엔 주스를 마시고 있다. 지현과 연희는 현수의 좌우에 앉아 미소 짓고 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런 아주 행복한 순간인 때문이다.
아폰테 사장과 세바스티앙은 한국에 온 김에 관광이나 하겠다고 나갔다.
현수가 보는 앞에서 바이롯 한 병과 마나포션 한 병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런데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곧장 스위스와 프랑스로 가고 싶지 않다.
현수가 장담한 바이롯의 효능을 한순간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때문이다.
현재는 경주에 있는 한옥 호텔인 라궁(羅宮)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이틀을 머문 뒤 제주도 섭지코지의 유니콘 아일랜드 별장에서 머물 예정이다.
현수가 보유하고 있던 50채 중 세 채는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에게 고르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실리프 상사 민주영 사장, 이실리프 메디슨 민윤서 사장, 이실리프 메디슨 연구소장 김지우 박사, 이실리프 어패럴 박근홍 사장, 천지약품 이춘만 사장, 이실리프 엔진 김형윤 사장, 이실리프 모터스 박동현 사장에게 각기 한 채씩 선물한 바 있다.
50채 중 열 채의 임자가 정해진 것이다.
나머지 40채는 이실리프 계열사 사장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한 채당 최하 50억은 내야 분양받을 수 있는 것이니 아마 기함할 것이다.
다음은 별장을 받을 것으로 확정된 명단이다.
이실리프 브레인 이준섭 대표
이실리프 엔터테인먼트 조연 대표
이실리프 코스메틱 태청후 대표
이실리프 솔라파워 주윤우 대표
이실리프 저작권 관리협회 주효진 대표
이실리프 트레이딩 윌슨 카메론 대표
이실리프 뱅크 김지윤 행장대리 전무이사
이실리프 몽골자치령 통령 오정섭
이실리프 몽골자치령 행정수반 남바린 엥흐바야르
이실리프 러시아자치령 통령 송지호
이실리프 러시아자치령 공동 행정수반 유리 파블로첸코
이실리프 러시아자치령 공동 행정수반 안드레이 자고예프
이실리프 콩고민주공화국자치령 통령 김성률
이실리프 에티오피아자치령 통령 강병훈
Y―STAR 총책임자 박형석 박사
신형섭 천지건설 사장과 권철현 고검장이 각각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 행정수반직을 수락하면 하나씩 선물할 예정이다.
이 밖에 이실리프 우주항공(전 KAI)과 이실리프 스페이스(전 퍼스텍), 그리고 이실리프 코스모스(전 쎄트렉아이)의 대표이사들에게도 한 채씩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신혼여행 중인 한창호·조인경 부부와 강전호·베아트리체 부부에게도 하나씩 줄 생각이다.
이실리프 정보엔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채를 배정해 두었다.
이렇게 배분되는 게 23채이니 17채가 남는다.
이것들은 추가로 이실리프 계열사 대표가 될 사람에게 주어질 것이다. 물론 현수가 본인의 사람이라 판단하였을 경우의 일이다.
그러기 이전까지는 계열사에서 사용하도록 했다.
현재 회사에서 중요한 접대를 하거나 임직원들에게 포상으로 휴가를 줄 때 임시 사용 권한을 부여한 상태이다.
유니콘 아일랜드의 별장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이다. 국내의 5성급 호텔보다 훨씬 더 고급스런 시설과 서비스를 받는다.
굳이 따지자면 6성급 이상, 7성급 이하 정도가 될 것이다.
각각의 별장은 매일 청소되고 정리정돈이 이루어진다. 늘 최상의 상태가 유지되도록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다.
아폰테 사장과 세바스티앙 부회장으로 하여금 이틀간 라궁에 머물도록 한 것은 한옥을 체험해 보라는 배려와 함께 이들이 선택한 별장을 누군가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둘도 중요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포상을 받아 휴가를 즐기고 있는 임직원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에 이들의 휴가가 끝나는 이틀간 라궁에서 머물도록 한 것이다.
물론 비용은 현수가 낸다. 천지건설과 이실리프 그룹의 화물운송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 주는 것에 대한 보답이다.
“자기,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저두요!”
말을 마친 지현과 연희가 현수의 품으로 파고든다.
이런 행복을 선사해 준 장본인이며 너무도 사랑하는 남편이기 때문이다.
“나도 좋아!”
현수는 두 여인을 더욱 세게 보듬어 안았다.
너무도 현숙하며 상냥하고 섹시한 두 여인이다. 게다가 음식 솜씨도 매우 좋다.
어찌 사랑해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택 2층의 침실에 잠시 열풍이 불었다.
“배가 고픈데 뭐 좀 해먹을까?”
“뭐가 먹고 싶은데요?”
“그냥 아무거나. 맛있는 걸로.”
“맛탕 어때요? 떡볶이는요?”
연희의 말을 받은 건 지현이다.
“난 순대가 먹고 싶은데.”
“……!”
현수는 대꾸 대신 지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말없이 맥문을 쥐었다.
“마나 디텍션!”
샤르르르릉―!
맥문을 통해 체내로 들어간 마나는 곧장 자궁으로 향했다. 예감 때문이다.
‘…오오! 역시……!’
자궁에 웅크리고 있는 마나 덩어리가 느껴진다. 임신이다.
“왜요? 어디 안 좋아요?”
지현의 걱정스런 표정을 읽은 현수는 환히 미소 지었다.
“축하해. 임신이야.”
“네? 저, 정말요? 아무런 증상도 없는데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임신 3개월이면 입덧이 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현은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
“임신 맞아. 내일이라도 병원에 가서 검사… 아냐. 그럴 필요 없겠다. 임신이 확실해. 그리고 내가 보니까 아기는 정상이야. 당분간 조심하면 될 거야.”
“정말요? 정말 병원에 안 가봐도 되는 거예요?”
지현의 물음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신혼여행 가서 가장 먼저 뭐 했지?”
“열흘간 체질 개선시킨다고……. 그래서 괜찮은 거예요?”
“그래, 우리 아기는 무조건 정상이야. 그리고 체질이 개선되어 입덧을 안 하는 걸 거야.”
“축하해요.”
연희가 끼어들며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살짝 어두워 보이기도 한다. 지현만 임신하고 본인은 아직 못했다고 생각한 때문일 것이다.
“자기도 이리 와봐.”
“네? 저도요?”
현수는 연희의 손목을 잡고 같은 방법으로 살펴보았다.
‘으잉? 연희도?’
연희 역시 지현과 다르지 않다. 임신이다.
“자기도 임신이야. 둘이 똑같아.”
“어머! 축하해!”
그렇지 않아도 본인만 임신이면 어쩌나 생각하던 지현이 환히 웃는다.
“정말요? 정말 저도 임신한 거 맞아요? 저도 입덧 같은 거 한 번도 안 했는데.”
“응, 맞아. 그러니까 이제부터 조금 조심해. 과격한 운동 같은 거 하지 말고. 둘 다.”
“알았어요.”
지현이 먼저 고개를 끄덕인다. 연희도 따라서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다는 듯 현수를 바라본다.
“근데 자기, 이제 어떻게 해요?”
“뭘?”
“우리 둘 다 임신이고, 지금 초기이니 당분간은 각방을 써야 하잖아요.”
“……!”
현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러하다. 임신 초기에 조심하지 않으면 낙태의 위험이 있다는 건 전 국민이 아는 상식이다.
“러시아에 가 있을까?”
“이리냐도 혹시 임신 아닐까요?”
“헐……!”
셋 다 임신이면 불타는 침실은 이제 끝이다. 아이 낳을 때까지 셋 다 접근 금지를 선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