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0
여자들이란 임신하면 저절로 모성애가 강해져 아이를 먼저 생각하니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끄응!”
“그래도 자기 바람피우면… 뭔 말인지 아시죠?”
“너무 앞서가는 거 아냐? 그리고 내가 그럴 사람이야? 자기들처럼 아름다운 부인이 있는데.”
“자긴 너무 세서……. 근데 참을 수 있어요?”
“당근이지. 자, 난 이제 잠깐 나가서 리노랑 셀다 보고 올게. 자기들은 쉬고 있어.”
현수는 아내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깥으로 나갔다. 아빠가 된다는 생각이 들자 조급한 마음이 든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을 보고 싶다.
휘이익―! 휘이이익―!
컹, 컹! 컹, 컹!
휘파람을 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노와 셀다가 왔다. 새끼들도 보인다.
“잘들 있었지? 셀다, 수고가 많았어.”
아공간의 고깃덩이를 꺼내 잘게 찢어주었다. 새끼 늑대들도 먹으라는 뜻이다. 배가 고팠는지 잘도 먹는다.
“하하! 녀석들!”
현수는 괜스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리노와 셀다가 부모가 된 것처럼 자신도 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을 하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수퍼포션을 복용시켰으니 웬만한 일로는 낙태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똑똑한 녀석들이 태어날까? 마나 감응도도 좋겠지? 마법사로 키울까? 쩝, 소문나면 안 되는데.’
지구에서 마법사로 사는 건 굉장한 우월감을 느낄 일이다.
참 마법 하나만 익혀도 안 되는 일이 없다. 모두의 마음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리노와 셀다, 그리고 새끼 늑대들과 시간을 보냈다.
* * *
“생각보다 훨씬 빨리 불러주셨습니다.”
“그렇죠? 광맥의 순도가 예상보다 훨씬 높아서 예정보다 빨랐습니다. 가져갈 준비는 다 된 거죠?”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현수와 마주하고 있는 사내는 본인이 미국 재무부 차관보라 한 CIA 비밀요원이며 특별요원인 게리 론슨이다.
NSA의 극동 담당 중간책임자이기도 하다.
이곳은 이실리프 자치령 반둔두 지역 중 한 곳으로 제법 널찍한 공지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오늘은 자치령에서 생산된 금괴 2,000톤을 미국에 인도하는 날이다.
론슨은 기기를 꺼내 이곳의 좌표를 확인하곤 어디론가 전송했다. 그리곤 웃는 낯으로 말을 잇는다.
지난번에 구현시킨 어펜시프 참 마법 때문일 것이다.
“다음 것도 조금 더 빨라졌으면 합니다.”
FRB가 보관하고 있던 금괴 모두를 도난당했다는 소문이 월가에 퍼지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태이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신인도를 유지하려면 가급적 빨리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서둘러 달라는 것이다.
현수 역시 돈을 받았으니 얼른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한 탕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입니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현재 캐내는 광맥의 순도가 상당히 좋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바로 알리지요.”
“고맙습니다.”
론슨은 눈빛을 빛냈다.
현수로부터 배려받는 느낌 때문이다. 론슨은 현수와의 거래를 성사시킨 후 FRB로부터 보너스를 받았다.
금괴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게리 론슨 덕에 한시름 던 때문이다. 예상보다 빨리 금괴를 보내주면 또 한번의 합법적인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게 현수의 덕이다. 그렇기에 론슨의 현수에 대한 호감도 수치는 매우 높다.
현수는 세계 최고의 IQ를 가진 사람이다. 게다가 축구의 신이며 야구의 신도 된다.
엄청나게 돈 많은 부자이고, 전 세계를 열광케 하는 곡을 써내는 천재적인 작사, 작곡가이다.
수학에도 일가견이 있고, 어느 누구도 복제가 불가능한 쉐리엔과 항온의류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건설 영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이미 신화적인 성과를 얻어냈다. 게다가 순도 높은 금광의 주인이다.
이런 사람과 인연을 맺은 것이 기분 좋다. 그렇기에 게리 론슨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전혀 첩보원답지 않은 모습이다.
“참, 미스터 론슨, 전에 내가 이야기한 것 기억하지요?”
“누가 회장님에 대해 조사를 명했는지 확인하라 한 것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알아보셨습니까? 사실대로 말하세요.”
“……!”
게리 론슨은 잠시 말을 끊었다. 이 순간 눈빛이 바뀐다. 론슨과의 첫 만남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하여 올웨이즈 텔 더 트루스 마법으로 속내를 알아냈다. 그리곤 이를 캔슬하고 새로 어펜시브 참 마법을 걸어 누가 본인을 조사하는지 알아오라고 했다.
그것에 대한 시동어가 바로 ‘사실대로 말하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동안 말을 끊은 것이다.
“물론입니다. 회장님을 조사하도록 명을 내린 사람은 NSA의 키스 알렉산더 국장입니다. 아울러 존 브레넌 CIA 국장 또한 회장님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국무부에선 없었어요?”
“있었지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회장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미국의 국무부는 외교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이 방대하다.
지휘계통은 장관―부장관―차관―차관보로 이어진다.
크리스토퍼 힐은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부서의 장이니 상당한 고위직이다.
어쨌거나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본인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하니 현수는 전혀 반갑지 않다.
지금이야 자신들과 상충됨이 없으니 가만히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어떻게든 자신의 행동을 제약하려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게 답니까?”
“아닙니다. MD 앤더슨 암센터와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그리고 메이요 클리닉과 존스홉킨스 병원에서도 회장님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병원들이 자신을 찾는 것은 가에탄 카구지의 아들을 치료한 것과 아디스아바바 코리안 빌리지의 성자라는 소문 때문일 것이다.
‘병원 쪽은 그런데 CIA와 NSA, 그리고 국무부에서 날 조사하는 건 마음에 안 드네. 쩝!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 고민해 봐야 스트레스만 쌓인다. 하여 현수는 마음을 편히 먹자고 생각했다. 이럴 수 있는 건 현수가 마법사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수는 게리 론슨의 입을 통해 이런저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FRB와 포트 녹스의 금괴 도난 사건으로 인해 연방 준비은행과 미국 정부는 코너에 몰렸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소문이 번졌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의회 의결에 의한 청문회 내지는 특검이 진행될 수도 있다. 그 결과 금고가 비어 있음이 알려지면 세계적인 공황사태가 발발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누가 가져갔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은밀히 금괴 확보 작업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따라서 당분간 현수는 매우 안전하다. 물론 FRB와 포트녹스가 다시 금괴로 가득할 때까지 한시적이다.
이번에 2,000톤, 다음에 또 2,000톤을 가져가더라도 미국은 12,350톤의 금괴가 더 필요하다.
FRB는 8,000톤을 잃어버렸고, 포트 녹스는 8,350톤을 잃어버린 때문이다.
미국은 은밀히 금괴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거래가 불발되었다. 은밀성을 잃었거나 폭등하는 국제 금 시세를 그대로 적용하려 한 때문이다.
이는 일본과 지나 역시 은밀하면서도 대량 거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른 상태인지라 상대는 노골적인 갑(甲)질을 했고,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곤 게리 론슨으로 하여금 현수와의 추가 거래가 성사되도록 노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가는 보너스와 진급이다.
이에 게리 론슨은 흔쾌히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왔다. 현수에게도 득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 추가로 더 거래해 주실 수 있는지요?”
“네? 4,000톤이나 매입하는데도 금이 더 필요하단 말입니까? 미국에 뭔 일 있어요?”
짐짓 너스레를 떨어보는 현수이다.
“…아뇨! 일은요. 아시잖아요,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재무부에서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해서 그런 겁니다.”
“그래요? 재무부에서 왜……?”
현수의 말은 이어질 수 없었다. 게리 론슨이 시선을 떼고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들며 입을 연 때문이다.
“회장님, 유감스럽게도 저는 일개 차관보입니다. 그런 건 보스들이 알아서 결정하는 거죠. 따라서 저는 그 이유를 확실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건 말이 안 되는 대꾸이다.
차관보는 실무 책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자리이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재무부의 의도를 명확히 꿰고 있어야 한다.
당연히 금괴를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론슨은 어펜시브 참 마법에 걸려 있어 사실대로 불어야 한다. 하지만 현수가 ‘사실대로 말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어쨌거나 FRB와 포트 녹스가 비었다는 사실이 소문나면 금값은 폭등에 폭등을 거듭할 것이다.
이건 미국의 국익과 배치되는 일이다.
NSA에서 CIA로 파견된 비밀요원 겸 특수요원으로서 절대로 언급해선 안 될 말이다.
현수는 뻔한 속을 짐작했지만 짐짓 모르는 체했다.
“그래요? 아무튼 더 필요하다니 더 팔지요. 나야 팔면 좋은 거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더 필요한가요?”
“얼마나 더 캐낼 수 있는 겁니까?”
“호오! 얼마든지 산다는, 뭐 그런 뜻입니까?”
“그건… 네. 1만 톤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
“흐음! 미국에 뭔 일이 있기는 있군요. 하지만 뭐 내가 알아야 할 일이 아니니 이건 그냥 넘어가죠.”
“……!”
게리 론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음이다.
“요즘 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건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지나와 일본이 미친 듯이 금을 사들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국내의 수요조차 간신히 해결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금을 사기 위해 남몰래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미국과의 지난번 거래는 순도 999.9‰짜리 금괴 2,000톤에 1,153억 6,000만 달러로 거래했다.
톤당 5,768만 달러였다.
1차 거래 대금 1,153억 6,000만 달러와 2차 거래 대금의 20%인 230억 7,200만 달러는 이미 지급받았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에서 추가로 운용하게 된 1,384억 3,200만 달러가 바로 이 돈이다.
“2차 거래는 보름 후에 하고, 3차 거래는 다시 보름 후에 하는 걸로 합시다. 4차는 다시 보름 후에 하구요.”
“헐! 15일 만에 2,000톤씩이나 생산할 수 있는 겁니까?”
게리 론슨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생산에 놀란 듯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그렇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새로 발견된 건 기존보다 순도도 높고 광맥도 깊어서 가능합니다.”
“오우!”
게리 론슨은 진심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생각보다 빨리 금괴를 확보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말은 안 했지만 FRB에선 다각도로 인원을 파견한 바 있다. 맡겨진 임무는 국제 금 시세에 준한 금괴 매입이다.
물론 은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상태에서 누가 먼저 얼마나 많이 금을 매입하느냐에 따라 포상금이 책정되어 있다. 더 적은 가격에 더 많이 확보할수록 당연히 액수가 크게 설계되어 있다.
“얼마나 더 필요하십니까?”
게리 론슨은 지난번 조사 때 추가로 생산 가능한 양을 10,000톤으로 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