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81화 (1,080/1,307)

# 1081

이는 개인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추산이다. 현수와 함께 반둔두에 소재한 금광을 돌아본 후 내린 결론이다. 첩보원이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기에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기존의 1차와 2차 거래 이외에 추가로 1만 2,000톤쯤 가능할까요?”

이 정도면 미국이 잃어버린 것의 약 98%이다. 나머지 350톤은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구했다.

그렇기에 찔러보는 듯 제시한 것이다.

“흐음…….”

현수는 짐짓 추가 물량을 계산하는 척했다. 쉽게 고개를 끄덕여도 안 되고, 안 된다고 해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지체하곤 가지고 있던 서류를 뒤적이는 척했다.

이 서류의 표지엔 ‘채굴 일지’라는 표찰이 달려 있다.

게리 론슨은 잠시 숨죽인 채 현수가 서류를 확인하는 걸 지켜보았다. 약 3분 후 현수는 서류를 덮었다.

“기존의 거래 이외에 보름 간격으로 2,000톤씩 다섯 번까지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2,000톤씩 다섯 번이면 앞으로 10,000톤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르긴 해도 최고로 많은 물량 확보일 것이다. 이제 승진은 확보되었다.

다음은 가격이다.

3장 금괴 수송 작전

“그런데 가격은 얼마로……? 참고로 이건 요즘 금 시세 현황입니다.”

게리 론슨은 준비한 서류들을 내밀었다.

말한 그대로 국제 금 시세 현황인데 일 단위로 꺾은선그래프로 표시되어 있다.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금값은 상승하고 있다. 불안한 국제금융시장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약 8% 정도 상승했다.

미국과 거래 금액은 금괴 2,000톤에 1,153억 6,000만 달러였다. 이보다 올라 현 시세는 1,248억 2,000만 달러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금값은 계속해서 상승할 듯싶다. 꺾은선그래프는 점점 가파른 기울기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수는 짐짓 계산기를 꺼내 뭔가를 계산하는 척했다. 게리 론슨은 잠자코 구경만 하고 있다.

현수가 얼마를 요구할지 궁금해 군침만 삼키고 있을 뿐이다.

“3차부터 7차까지 다섯 번 더 거래합시다.”

“좋습니다!”

“다섯 번의 거래를 동일한 가격으로 계약하려면 현 시세보다는 높아야겠지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현 시세의 상승 속도를 감안하여 거래 금액을 제시해 주십시오.”

돈을 내는 건 FRB, 아니면 미국 정부이다.

게리 론슨의 주머니에선 단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서 말해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현재의 금값 상승률을 감안하면 다섯 번의 거래를 평균했을 때 톤당 7,100만 달러는 받아야 하는군요.”

기존에 비해 약 23.1% 정도 상승된 가격이다. 워낙 수요가 크기에 가파르게 금값이 상승함을 의미한다.

게리 론슨은 동의한다는 등의 별다른 대꾸 없이 바라만 본다. 이에 현수가 말을 이었다.

“미스터 론슨, 금괴 1톤당 7,000만 달러면 만족하시겠습니까? 이는 총 거래 대금 중 25% 정도는 선입금을 해야 가능한 가격입니다.”

보증금을 내지 않으면 다른 구매자에게 팔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7,000만 달러라면…….”

게리 론슨은 암산을 하는 듯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좋습니다. 그 가격에 금괴 10,000톤을 매입하지요. 거래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총거래 금액의 25%를 선입금 하도록 하겠습니다.

“톤당 7,000만 달러씩 10,000톤이면 총 7,000억 달러이다. 한화로는 840조 원이다.

이 중 25%라면 1,750억 달러이다.

계약금이 천지건설이 오랜 공을 들여 간신히 수주한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공사 전체 금액보다 훨씬 많다.

현수와 게리 론슨은 어마어마한 금액임에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화끈한 거래군요. 좋습니다. 그 가격에 계약을 하죠. 대신 또 하나의 조건이 있습니다.”

“뭐죠?”

“미국에서의 면책특권을 부여해 주십시오.”

“그게 왜 필요하신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현수는 거물이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에 의해 국제협력담당 특임대사에 임명되었으니 당연히 면책특권을 가졌다.

그렇기에 방금 전의 요구는 사실상 아무런 힘을 쓰지 않아도 해결될 일이다. 신임장을 제출한 상대국 대사에게 면책특권을 주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현수는 상대가 오해한 듯싶어 말을 이었다.

“제가 요구하는 건 제가 아니라 제 가족에 관한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누구와 누구입니까?”

“제 아내와 이제 태어날 아기들 정도면 되겠습니다.”

부모님은 반둔두 자치령에 머물 것이고, 권철현 고검장 부부는 에티오피아 아와사 자치령을 맡을 확률이 높다.

미국에 드나들 일이 없으니 굳이 이들의 면책특권은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이 요구는 별반 필요 없는 것이다. 유사시 미국으로 몸을 피할 수도 있다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다.

게리 론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가 미국과 대립되는 관계를 갖지 않으려는 것으로 이해한 까닭이다.

“알겠습니다. 계약서 작성은 어찌할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본국과 통화 좀 해야겠습니다.”

“뭐, 그러시죠.”

현수가 내키는 대로 하라는 표정을 짓자 게리 론슨은 약간 떨어진 곳으로 가 위성통화를 시도했다.

상당히 먼 거리지만 현수가 엿듣기 마법을 구현시키면 충분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별반 특별한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는 제법 길었다. 하긴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계약이다.

당연히 단번에 결정될 리 없다. 론슨은 통화를 마치고 잠시 쉬었다가 다른 곳과 통화하면서 이것저것을 메모한다.

론슨과 동행한 사내들은 정글을 헤치고 온 차에서 간이 텐트를 꺼내와 정글 안쪽에 설치하곤 경계 근무에 돌입했다.

모두 군복을 걸치고 있는데 인원은 16명이다.

두 명의 장교와 14명의 부사관, 또는 병으로 구성된 네이비 씰(Navy Seal) 팀에서 파견한 한 개 소대인 듯싶다.

잠시 후, 이곳엔 수송헬기 CH―47D 치누크 20대가 올 것이다. 그리고 이곳과 마타디항 사이의 어딘가에 중간 기착지를 만들어 연료 공급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마타디항엔 미 해군 함정이 대기할 것이다.

“오래 기다리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금액이 크니 당연하죠.”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이 정도로……. 그나저나 어떻게 되었습니까? 결정된 건가요?”

“네, 그렇게 하라고 하는군요. 계약서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한데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지요.”

현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론슨은 일행이 있는 텐트로 갔다.

“마나 디텍션!”

마나를 뿜어 반경 2㎞ 내의 상황을 살폈다.

현수는 텔레포트로 이곳에 당도하여 아공간에 담긴 금괴 2,000톤을 꺼내놓았다. 따라서 이곳에 금괴가 있음을 알고 탈취하려는 세력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사방을 살핀 건 만일을 위한 경계이다. 근방에 반군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흐음!”

반경 500m 내엔 자그마한 짐승 이외엔 없다. 범위를 더 넓혀보니 악어와 표범 등이 느껴진다.

“상당히 수가 많네. 어쩌지?”

악어는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안전하다.

하나 표범은 아니다. 은밀히 접근하여 기회를 엿보다 순식간에 숨통을 끊어놓을 맹수이다.

현수는 네이비 씰 팀원들을 살펴보았다.

누군가의 습격엔 대비하고 있지만 맹수들의 접근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듯 움직인다.

“놈들이 얼마나 있지?”

다시 한 번 디텍션 마법으로 생체들의 숫자를 파악했다.

약 800m 떨어진 습지엔 악어 30여 마리가 있다. 악어는 이쪽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표범들은 바람에서 인간의 냄새를 맡은 듯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아프리카 표범[Panthera pardus pardus]의 수컷은 몸무게 60㎏ 정도 되고, 암컷은 35∼45㎏이다.

상당히 덩치가 크다. 거의 대부분 단독생활을 하는데 다가오는 녀석들은 모두 쌍을 이루고 있다.

“흐음! 여덟 마리군.”

다가오는 방향도 제각각이라 경계심을 늦추면 당할 우려가 있다.

“어쩌지? 말을 해줘야겠지?”

부산스럽게 정글을 드나들며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는 군인들을 본 현수는 나직이 혀를 찼다.

모두들 총을 들고는 있지만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표범을 눈치채지 못하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묘안이 떠올랐다.

마타디항에 기항 중인 해군 함정은 뉴욕으로 간다. 곧장 가려면 버뮤다 삼각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중미 카리브 해에 위치한 이곳은 세계 10대 금지 가운데 하나로 미국의 마이애미와 버뮤다 제도, 그리고 푸에르토리코 섬을 잇는 삼각형 지대를 이르는 말이다.

1609년 이후 이곳을 지나던 배 17척과 비행기 15대가 실종되었다. 여러 나라에서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흐음! 그렇군.’

현수는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하여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사이 계약서가 준비되었다면서 텐트로 오라고 한다.

“미스터 론슨, 이 주변엔 표범이 많아요. 일행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아! 그렇습니까? 잠시만요. 참, 이 계약서 내용 좀 검토해 주십시오.”

게리 론슨이 내민 계약서는 전과 다를 바 없다.

15일 간격으로 금괴 2,000톤을 이곳에서 인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톤당 7,000만 달러이며, 총 7,000억 달러 중 25%에 해당하는 1,750억 달러를 지정 계좌로 입금해 준다고 되어 있다.

현수는 다섯 개의 계좌번호를 썼다.

이실리프 뱅크 러시아 자치령 지점, 몽골 자치령 지점, 콩고민주공화국 반둔두 자치령 지점, 에티오피아 아와사 자치령 지점과 한국의 이실리프 뱅크 본점이다.

이렇듯 분산시킨 이유는 각각의 자치령을 개발하는 자금으로 쓰기 위함이며, 민주영으로 하여금 원활한 인력 및 장비 수급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함이다.

각각의 지점엔 350억 달러씩 입금토록 했다. 한화로 42조 원이다.

잔금은 금괴가 인도될 때마다 즉시 송금토록 했다.

금괴 2,000톤이 인도될 때마다 1,050억 달러를 다섯 개 계좌로 나눠 각각의 계좌로 보내도록 한 것이다.

210억 달러씩 다섯 번이면 각 계좌로 보내는 총액은 1,400억 달러이다. 한국 돈으로 168조 원이니 개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비용이 충당될 것이다.

자치령의 크기에 비해 금액이 적어도 개발이 가능한 이유는 세금을 한 푼도 물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한국에선 차를 구매할 때 6가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보유 기간 동안엔 추가로 6가지 세금이 더 부과된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구매할 때 특별소비세, 특별소비세부가세, 부가세, 취득세, 등록세, 도시철도공채를 부담한다.

보유 단계에선 자동차세, 자동차교육세,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가 붙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세금에 세금이, 그 세금에 또 세금이 부과되는 것도 있다. 다시 말해 내야 할 세금을 기준으로 거기에 또 다른 세금이 붙고, 다시 이것에 다른 세금이 또 부과되는 것이다.

담뱃값 4,500원을 살펴보면 제조원가와 유통 마진 1,182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액이 세금이다.

소비자가격의 73.7%가 세금인 셈이다.

640㎖짜리 맥주의 나라별 세금은 다음과 같다.

한 국 :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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