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82화 (1,081/1,307)

# 1082

미 국 : 16.6%

영 국 : 39.7%

독 일 : 19.6%

프랑스 : 19.9%

국가가 상당한 폭리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자치령은 이런 것이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자치령에서 맥주를 만들어 팔 경우 소비자가격은 ‘생산원가+유통비용’으로 끝이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의 자료엔 세계에서 가장 맥주 값이 싼 나라가 베트남으로 기록되어 있다.

500㏄당 59센트이다.

이실리프 자치령에선 이보다 싼 30센트, 즉 360원이면 500㎖짜리 캔 맥주를 살 수 있게 된다.

2014년 현재 중형 자동차인 소나타 2,000㏄급의 가격은 2,255만∼2,990만 원이다.

자동차를 자치령에서 생산할 경우 소비자 가격은 270만 6,000∼358만 8,000원이다. 이런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단돈 1원도 세금으로 부가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기름값이 싼 나라는 베네수엘라로 리터당 17원이다. 이실리프 자치령들 또한 이런 가격으로 휘발유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그 정도 돈만 있으면 자치령 개발이 가능하다 여기는 것이다.

어쨌거나 네이비 씰 팀은 경계 자세를 바꾸었다. 현수의 경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현수는 게리 론슨과 더불어 계약서 작성을 마쳤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 후 악수를 할 때 게리 론슨이 한 말이다.

“나도 생산된 물량을 빨리 처분하게 돼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 유지하도록 합시다.”

“네, 물론입니다. 상부에서 이르길, 각각의 자치령에서 얻는 지하자원을 미국도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더군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가격만 맞으면 지금처럼 가져갈 수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참, 말씀하신 면책특권에 대한 서류는 저희 대사관을 통해 이실리프 상사로 보낼 것이라 합니다.”

“신경 써주어 고맙습니다.”

현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때 멀리서부터 소리가 들려온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아! 오나 봅니다.”

시선을 들어 하늘을 보니 금괴 2,000톤을 운반할 치누크 헬기들이 당도했다.

보잉(Boeing)에 인수 합병된 보잉 버톨(Boeing Vertol)이 제작한 중량급 쌍발 수송용 헬리콥터인 이것은 최대 내부 적재량이 1만 2,944㎏이다.

한번에 12.9톤을 실을 수 있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한번에 10톤만 적재하기로 했는데 총 20대이니 한번에 200톤이 운반된다. 따라서 마타디항까지 열 번을 왕복해야 한다.

항속 거리가 1,207㎞인지라 오가며 급유를 받아야 하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일이다.

“미스터 론슨, 이제 인수서에 사인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현수가 가져온 금괴가 순도 999.9‰이며, 총량 2,000톤임은 이미 확인된 사항인지라 론슨은 두말 않고 인수서에 사인한다.

“나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현수가 손짓한 곳엔 모터바이크가 있다. 정글을 헤치고 갈 장비이다.

“그럼 다음에 뵙죠.”

현수가 가려는데 네이비 씰 대원 중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근데 어떻게 금괴를 이곳까지 가져다 놓은 겁니까?”

“그러게요. 금괴 2,000톤을 운반했는데 길이 너무 멀쩡해요. 그렇지?”

“그러게. 내가 봐도 그러네.”

누가 봐도 급조한 티가 확 나는 아주 좁은 도로를 바라보는 씰 팀 대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비포장도로이니 2,000톤을 운반했다면 움푹 파인 바퀴 자국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너무 멀쩡해서이다.

그러고 보니 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럴듯한 길 만들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하여 합당한 대꾸를 생각해 내야 한다.

“이 길 말고 다른 접근로도 있습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한 모양이다.

“아뇨. 없어요. 그리고 금괴 운반은 차량을 쓴 게 아닙니다. 작업자들이 등짐을 져서 옮긴 거예요. 알다시피 여긴 정글이라 차량 통행이 어렵잖아요?”

그제야 네이비 씰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이 극심했다. 두 대의 험비를 끌고 왔는데 길이 없어서 오는 내내 벌목하느라 힘들었던 것이다.

성능 좋은 전기톱을 사용했음에도 워낙 우거져서 잠시도 쉬지 못했다. 습지도 많아 차에서 내려 일일이 확인하느라 거의 걸어오다시피 했다.

죽인 악어의 숫자만 50여 마리나 된다.

한번은 표범의 공격을 받아 대원 하나가 심각한 부상을 입어 후송된 상태이다. 생각해 보니 이곳까지 오는 건 웬만한 훈련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하여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무튼 현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는지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때맞춰 치누크 헬기들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급하게 만들어진 공터는 20대가 동시에 내려앉을 만큼 넓지 못했다. 하여 10분 간격으로 한 대씩 내려앉았다.

다행히 첫 번째 헬기가 지게차와 드럼통을 매달고 와서 금괴를 싣는 작업은 순조로웠다.

두 번째 헬기가 출발한 직후 씰 팀 대원들은 잔뜩 긴장한 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표범들이 접근해 오고 있다고 경고해 온 때문이다.

표범의 존재를 알아낸 사람은 헬기 조종사이다. 일부러 저공비행을 하여 근방의 맹수들을 쫓아내려다 알게 된 것이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게리 론슨과 현수는 씰 대원의 안내를 받아 험비에 탑승했다. 표범이 아니라 사자가 달려들어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내게도 총 한 자루를 주십시오.”

“…그러죠.”

게리 론슨이 건넨 것은 베레타 M92이다. 9㎜ 탄환 15발이 장탄된 자동권총이다.

철컥―!

국방과학연구소 소화기개발팀에서 복무할 때 수없이 만져본 것인지라 아주 능숙하게 장전을 했다.

게리 론슨은 권총을 잡은 현수의 그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끄덕인다. 한국의 모든 남성은 일정 기간 군복무를 해야 함을 떠올린 것이다.

“그나저나 표범이 올까요?”

“배가 고프면 오겠지요.”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게리 론슨은 창밖을 유심히 살핀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여 약간은 어두워진 상태이다. 하지만 아직은 사물을 충분히 식별할 만큼은 된다.

“꿀꺽.”

긴장했는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살짝 움직인다.

“마나 디텍션.”

샤르르르르―!

눈에 보이지 않는 마나가 뿜어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우선은 저쪽이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건 두 마리다.

그런데 씰 팀 대원들은 반대쪽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헬기 조종사가 알려준 방향이다.

철컥! 쿵―!

“아! 나가시면 안 됩니다!”

현수가 차에서 내리자 게리 론슨이 자지러질 듯 놀라며 소리친다. 이에 놀랐는지 씰 팀 대원들이 뒤를 돌아본다.

이때 현수는 손짓으로 표범이 다가오는 방향을 알려주었다.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헬기 조종사가 알려준 것과 다른 방향이기 때문이다.

표범은 은밀히 다가와 거리를 좁힌 후 느닷없이 달려들어 숨통을 물어 죽이는 사냥 방법을 쓴다. 그렇게 하여 목숨을 끊으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여 배를 채운다.

현수는 가만히 서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표범 두 마리를 바라보았다. 놈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발각되었다는 걸 알지 못하는 듯 조심스레 다가오고 있다.

얼마나 은밀한지 수풀도 흔들리지 않고 발 디디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드래곤 피어!”

샤르르르―!

“……!”

조심스레 접근하던 녀석들이 흠칫거리며 멈춘다. 그리곤 자세를 낮추는가 싶더니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다.

느닷없이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는데 그 순간 본능적인 두려움이 엄습하자 뒤도 안 돌아보고 도주한 것이다.

“그래, 굳이 죽일 필요는 없지.”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는 자세를 바로 하곤 뒤로 돌았다.

긴장된 눈빛으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던 씰 팀 대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그리곤 잠시라도 민간인의 의도에 놀아난 자신들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현수가 거짓말을 한 거라 생각한 것이다.

이 순간이다.

씰 팀 대원들 옆에서 검은 물체 하나가 튀어 오른다. 목표물은 가장 가까이 있는 대원의 목덜미이다.

타닥! 토옷!

“으읏!”

타앙―!

느닷없이 튀어 오른 검은 물체는 긴장된 표정으로 엎드려 있는 대원의 목을 물려고 쇄도했다. 이를 느낀 대원이 손을 들어 제지하려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털썩―!

“으으으!”

검은 물체가 바로 곁에 떨어지며 노린내를 풍기자 대원은 화들짝 놀라며 얼른 뒤로 물러난다. 그리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지막한 신음을 토한다.

모든 대원의 시선이 쏠려 있을 때 현수가 소리친다.

“왼쪽이요!”

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탕!

요란한 총성이 울렸지만 표범을 맞추진 못했다.

표범도 놀라고 대원들도 놀라 잠시 멈칫거릴 때 현수가 들고 있던 베레타가 불을 뿜는다.

탕, 타앙―!

털썩! 털썩―!

또다시 도약하던 두 마리 표범의 동체가 떨어지며 낸 소리다.

씰 팀 대원들은 누구의 총에 의해 놈들이 죽었는지를 알기에 놀란 표정으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다. 이때 현수가 우측 전방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두 마리! 나무 위에 있소!”

“……!”

시선을 돌린 대원들은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표범을 발견하곤 일제히 방아쇠를 당긴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털썩! 털썩―!

인간을 사냥하기 위해 접근하던 표범 두 마리가 이승을 하직하는 소리다.

둘이 떨어지자 대원들은 다시 현수를 바라본다. 또 다가오는 녀석들이 있느냐는 표정이다.

현수는 대원들의 오른쪽을 가리켰다.

“50m 전방! 수풀 속에 은신해 있소.”

두르르르! 두르르르르르!

총들이 일제히 화염을 뿜어낸다. 그러자 현수가 가리킨 방향으로 강철의 비가 쏟아졌다.

“그만!”

“……!”

현수가 소리치자 방아쇠에서 손을 뗀다.

“이제 없소.”

“정말입니까?”

“근방에는 없습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대원들은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핀다. 잠시 후 죽은 표범들의 사체가 한 군데로 모아졌다.

피 냄새를 맡으면 다른 짐승들이 올 수 있기에 한 군데에 묻으려는 의도이다.

그러다 누군가 나직한 침음을 낸다. 현수의 총에 의해 죽은 표범 두 마리를 본 때문이다.

“허어, 세상에!”

미간 정중앙에서 흘러나온 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짐작된다. 권총으로 살아서 움직이던 두 마리 모두 미간을 맞춘다는 건 웬만한 솜씨로는 어림도 없다.

“이봐, 여기 좀 와봐.”

한 대원의 손짓에 다른 대원들이 몰려든다. 그리곤 현수가 잡은 표범을 보곤 모두들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나름대로 사격술에 일가견이 있는 대원들이다.

모두 40발을 사격하였을 때 36발 이상 명중시키는 실력을 가졌다.

‘피’ 나고 ‘알’ 배기며 ‘이’ 갈리는 PRI 훈련의 결과이다.

그 결과 자타가 인정하는 특등 사수가 되었지만 권총으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라고 하면 정지된 표적이라 할지라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현수는 움직이는 맹수를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 모두 미간을 쏘아 명중시켰다.

신의 경지에 이른 사격술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4장 사격의 신

“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현수가 피식 웃는다.

“운이 좋았던 겁니다.”

굳이 자신을 드러낼 이유가 없기에 한 말이다. 그런데 대원 중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혹시 당신이 ‘Le dieu du feu’인 겁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은 대원이 물었지만 사내는 대꾸하지 않고 현수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