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3
“당신 ‘Un homme sans peur’이라 불리기도 했죠?”
중간중간 알아듣지 못할 프랑스어가 들리자 누군가 짜증내며 소리친다.
“아! 대체 무슨 소리냐구! 말을 알아듣게 해!”
“Le dieu du feu는 사격의 신이란 뜻이고, Un homme sans peur는 두려움이 없는 사나이라는 뜻이야. 둘 다 프랑스어지.”
“근데 그게 뭐?”
“이곳 콩고민주공화국 군인들은 이 사람을 두려움이 없는 사나이라 부르고, 킨샤사의 경찰들은 사격의 신이라고 불러.”
“왜?”
다들 왜 그렇게 부르느냐고 이어서 설명하라 하자 현수를 알아본 대원이 다시 입을 연다.
잉가댐 건설 예정지까지 가는 동안 선두에서 서서 맹수들을 사냥한 이야기와 킨샤사의 호텔 비너스 인근에서 반군과의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팔꿈치만을 골라서 사격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외신에 보도된 내용인지라 상세히 알고 있는 듯하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씰 팀 대원들은 눈을 크게 뜨고 현수를 바라본다.
맹수 사냥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시가지 전투를 벌이면서 엄폐 및 은폐한 반군들의 팔꿈치만 골라서 쐈다는 말에는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약한 표범의 미간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정말입니까?”
“에구,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자자, 신경 쓰지 마시고 얼른 헬기나 내리게 하십시오.”
표범을 잡는 동안 헬기는 착륙하지 못하고 인근을 배회하고 있었기에 이를 짚어준 것이다.
“아차!”
대원 중 누군가가 무전으로 착륙해도 좋다고 이야기하자 치누크 한 대가 사뿐히 내려앉는다.
기다렸다는 듯 지게차로 금괴를 옮겨놓는 동안 조종사가 내려와 영문을 물었다. 표범을 사냥했다는 말에 놀라면서도 사체를 보고 싶다고 하여 비켜줬다.
“오오! 지저스! 이거 내가 가지면 안 되겠나?”
현수가 미간을 쏘아 잡은 표범을 본 조종사는 가죽이 탐나는 듯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이리저리 살펴본다.
“함장님도 좋아하시겠는데? 이거 가져가도 되나?”
대원들은 대꾸 대신 현수를 바라본다. 잡은 사람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생각한 모양이다.
“가져가십시오.”
“오오! 고맙소.”
현수에게 장난스런 경례를 올려붙인 조종사는 표범의 사체를 들으려다 포기한다.
“끄응! 이놈 참. 으으! 엄청 무겁네. 안 되겠어.”
씰 팀 대원들은 다시 경계 근무에 들어갔기에 조종사는 팔레트 하나를 가져와 60㎏짜리 수컷과 45㎏쯤 되는 암컷의 사체를 끙끙거리며 올려놓았다.
그리곤 요모조모를 살핀다.
잘 만하면 흠집 없는 최상급 표범 가죽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즐거운지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다.
잠시 후, 세 번째 헬기가 뜨고 네 번째가 내려앉았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회장님!”
씰 팀 대원들의 표정과 말투가 달라져 있다. 현수를 자신들보다 상급의 사격술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한 때문이다.
대원들은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리곤 주변의 나무토막을 주워 화톳불을 피웠다. 야간에도 작업이 이어지기 때문에 찾아오기 쉬우라고 불을 피운 것이다.
현수는 혹시 있을지 모를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아리아니를 은밀히 불러 지시했다.
실라디아와 엘리디아로 하여금 근방의 모든 맹수를 쫓아내도록 한 것이다. 노에디아와 이그드리아는 모기와 같은 곤충들을 처리했다.
작업은 밤새 이어졌다. 스무 대의 헬기가 열 번을 왕복하려면 최소 이틀은 걸릴 일이다.
현수는 아침 식사로 전투식량을 먹고 물러났다. 보름 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 * *
앙골라 북부에 자리한 담바(Damba)는 다이아몬드의 주산지이다. 내전이 벌어졌을 때 정부군과 반군이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인 바 있다.
담바 인근엔 콴고 강이 있는데 은젠토(N’zeto)를 지나 아프리카 동쪽 바다까지 흐른다.
실라디아로 하여금 적당한 장소의 좌표를 확인한 현수는 텔레포트로 이곳에 당도하여 울창한 수림 한가운데에 금괴가 담긴 상자들을 꺼내놓았다.
그리곤 파라솔 하나를 꺼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리아니는 울창한 숲이 마음에 드는 듯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중이다. 현수는 느긋하게 앉아 다이어리를 꺼내놓고 앞으로의 일정을 메모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자 반중력 마법의 나머지 부분을 완성시켰다.
얼마 남지 않은 마무리 작업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난해한 부분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여 지구 최고의 IQ를 가진 현수는 무려 여섯 시간 동안이나 앱솔루트 배리어 속에 머물러야 했다.
물론 타임 딜레이 마법이 구현된 상태이다.
1 : 180이니 외부 시간으론 겨우 6시간이지만 내부에선 무려 45일이나 침식도 않고 온전히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온갖 수학적 지식과 고도의 계산 능력, 그리고 완벽한 추론력이 없다면 결코 이루어내지 못할 성과이다.
아무튼 6대 수학 난제보다도 훨씬 난해하던 마법 하나를 완성시켰다. 새로운 마법을 창안해 낸 것과 다름없는 위대한 일이다.
덕분에 우주전함 이실리프호만 완성시키면 완벽한 우주병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런 발사체도 필요 없으며 특별한 발사 장치가 필요한 것도 아니므로 소리 소문 없이 우주의 강력한 무기 하나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수는 자신이 완성시킨 반중력 마법을 이실리프 마법서에 기록해 두었다. 고도로 정밀한 마법진을 그려야 하기에 일단 9서클 마법으로 분류하였다.
현수는 기분 좋게 결계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왕리한 일행은 약속한 시간에 당도하지 않았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기에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여 다시 결계를 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미처 분류하지 못한 정보들을 차근차근 살펴보기 위함이다.
자료들은 잡다했다.
일본 내각조사처와 공안조사청에서 가져온 것과 지나 국안부 1국과 2국에서 가져온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양이다.
여기에 보잉과 록히드마틴, 그리고 Area 51과 파인 갭 등지에서 가져온 것들도 섞여 있으니 어찌 분량이 적겠는가!
현수는 8시간 동안 결계 안에 머물렀다. 내부 시간으로 무려 60일간이나 자료 분류 작업을 한 것이다.
덕분에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그중엔 한국 정치인들에 관한 것도 많았다.
일본 내각조사처에서 가져온 자료에 많이 있었는데 언론인과 정치인, 그리고 고위 관료와 장성급 군인 중 누가 친일파인지를 확실히 구분해 낼 수 있는 자료이다.
‘욱일회(旭日會) 명단’이란 제목의 자료이다.
‘욱일’이란 본시 ‘아침에 떠오르는 밝은 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명단을 읽어보니 밝은 태양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야기한 제국주의 일본의 전범기인 욱일기에서 따온 말이었다.
욱일회 명단을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골수부터 친일파인 자들의 명단’이라는 뜻이다.
현수와 악연인 여당 사무총장 박인재와 같은 당 소속 홍신표 의원의 이름은 당연히 끼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각자의 가계에 대한 기록이 있다.
여당 사무총장이면서 차기 대권을 꿈꾸는 박인재의 아비는 A급 친일파이다.
친일인명사전에도 등록되어 있는 악질 중의 악질이다.
어미는 대표적인 친일 언론인 조아일보 사주의 고모이다.
장인은 독립군들을 소탕하던 만주군관학교 출신이며, 제주 4·3사건1)의 무자비한 진압자이다.
홍신표의 아비 역시 A급 친일파이다. 역시 친일인명사전에 등록되어 있다. 왜정시대 때 순사였는데 독립군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가한 악질 중의 악질이다. 고문 과정에서 알게 된 첩보로 독립자금을 꿀꺽한 바 있다.
어미는 남편이 가져온 돈으로 서민들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업을 하여 담보로 잡은 토지를 집어삼킨 년이다.
이 밖에 여성 정치인 가운데에도 친일파가 있다.
이년의 외조부 역시 왜정시대 때 순사였다. 독립군과 그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악질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사위인 이년의 아비에게 학교를 설립해 주었다.
학교 사업으로 돈을 벌자 6개 법인으로 무려 17개 학교를 설립했다.
이들 학교에선 온갖 종류의 불편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사학 비리가 만연해 있다. 돈 받고 교사를 임용하는 건 애교에 가까울 정도로 썩은 내가 진동한다.
현수는 내친김에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솎아내야 할 인사들의 명단을 기록해 두었다.
29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무려 49명이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전체 중 약 16.4%이다.
현역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이미 정계를 은퇴하였거나 밀려나 있는 인물 가운데에도 상당히 많은 수가 있었다.
일일이 따져보니 전·현직 국회의원 중 447명이 친일파이다. 대한민국의 국익보다는 일본과의 관계 내지는 일본의 이익을 우선시하던 놈들이다.
이런 놈들에게 국정과 입법을 맡겼으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16대 국회 때 ‘친일재산환수법’이 상정되었다. 친일 행위로 얻은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겠다는 법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100% 찬성표를 던졌고, 한나라당은 149명의 의원 중 100명이 반대하였으며, 자민련도 9명이 반대했다. 그 결과는 부결이었다.
17대 국회 때 다시 이 법이 상정되었다.
열린우리당 100% 찬성, 민주노동당 100% 찬성, 민주당 100% 찬성이었고, 한나라당은 100% 반대했다.
개표 결과 가결되었지만 반대한 자들은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며 역사의식은 있는지 심히 의심스런 자들이다.
어쨌거나 욱일회 명단에 기록된 자들의 총 수효는 3,137명이다.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법조인, 관료, 군인, 경찰, 교사 등이다.
욱일회 명단 이외에도 ‘働き手名簿’란 것도 있다.
はたらきて めいぼ(하타라키테 메이보)라 읽히는 이것은 ‘유능한 일꾼 명부’라는 뜻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국내 조폭 가운데 일본에서 명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폭력을 휘두를 자의 이름이 많다.
그런데 아주 구체적이다.
**지역 **파, 행동대장, 특기, 성명, 나이, 주소, 전화번호, 가족 사항 등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조폭뿐만이 아니다. 비교적 사회적 지위가 낮은 자들이 망라되어 있다. 유사시 유인, 납치, 암살 등의 역할 중 어떤 것을 맡아 할 수 있는지도 기록되어 있다.
이 명부에 있는 자의 수효는 4,113명이나 된다.
이들의 명령을 받아 실제 행동을 할 조무래기들은 뺀 숫자이니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대한민국에서 숨 쉬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된다.
현수는 이 명단을 따로 뽑아두었다.
시간 날 때 대한민국으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킬 생각이다. 이들이 갈 곳은 지옥도이다.
실종 처리된 일본의 각료들과 재특회 놈들이 당한 것과 똑같은 고통을 겪으며 비명을 지르다 죽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일본 놈들에게 있어 한국은 다른 나라이니 집어삼키려는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놈들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나라에다 대고 반역을 행한 자들이다.
그것도 국민은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어서 한 짓이다. 그런데 고작 총알개미가 주는 고통만으로 끝내려니 왠지 찝찝하다.
“흐음! 아서궁(餓鼠宮) 정도면 되려나?”
아서궁은 사람의 손발을 결박한 뒤 굶주린 쥐들과 함께 관 속에 넣고 뚜껑을 덮어버리는 형벌이다.
현수의 생각은 이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