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084화 (1,083/1,307)

# 1084

친일반역자들을 데려다 놓고 대인 마법인 홀드 퍼슨과 킨 센스(Keen sense) 마법을 걸어놓는 것이다.

홀드 퍼슨은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고, 킨 센스는 감각이 고도로 예민해지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총알개미에게 당하면 보다 큰 고통을 느낄 것이다. 여기에 쥐 떼를 플러스하는 것은 어떤가 싶다.

악취 풍기는 굶주린 쥐 떼가 달려들어 신체 곳곳을 뜯어 먹는 고통 정도는 줘야 속이 풀릴 것 같다.

“그 정도로 되려나? 뭔가 조금 부족한데.”

친일파 놈들은 죽어서 쥐의 먹이가 되기 직전까지 끊임없는 고통을 겪게 하여야 한다.

하여 잠시 어떤 형벌이 좋을지에 대해 골몰하였다.

이때 멀리서 다가오는 일행이 있다.

왕리한 국장 일행일 것이다. 결계를 해지한 현수는 느긋하게 앉아 일행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왕 국장님, 오랜만입니다. 조금 늦으셨네요.”

“네, 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럴 수도 있죠. 고생 많으셨습니다.”

“네, 조금요. 그나저나 여전하시군요. 참, 동영상 잘 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네?”

대체 무슨 동영상이냐는 표정을 짓자 왕리한 지나 통상부 국장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축구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야구까지……! 대체 어떻게 운동을 하기에 그런 건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 그거요?”

핸더슨이 찍은 동영상은 신화창조 티저 영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간이 171.3㎞/h의 공을 던졌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현수는 계면쩍어 웃으며 금괴를 덮고 있는 위장막을 벗겼다. 누런 황금 1,000톤이 드러나자 왕리한의 눈이 커진다.

현수가 없었다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금 보유량은 104톤에 불과하다. 그래도 세계 34위에 해당된다.

지금 왕리한의 눈앞에 놓인 금괴는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어야 할 양의 9.6배에 해당된다.

당연히 이만한 황금을 본 적이 없다. 하여 눈을 크게 뜨고 있다. 금이 금 같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위장막을 접었다.

“예상보다 채굴과 제련이 빨랐죠? 모두 합쳐 1,000톤입니다. 확인해 보시죠.”

“네, 그럼…….”

왕리한 국장이 손짓하자 대기하고 있던 인원이 우르르 달려가 금괴를 확인한다.

한쪽에선 비중 테스트를 하고, 다른 한쪽에선 토치로 금괴를 녹여 검사한다. 가짜가 판치는 지나에서 온 사람답게 확실하게 확인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현수가 바라보고 있자 왕리한 국장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상대를 믿지 못해 이렇게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님, 잠시 이쪽으로 오시지요.”

왕리한 국장이 손짓한 곳엔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다.

“날씨가 많이 덥죠?”

왕 국장은 다한증 환자인지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훔친다.

“네, 여긴 정말 덥네요.”

왕리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수건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들고 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이건 뭡니까?”

“제가 전에 듣기로 금광 생산량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추가 구매 계약서입니다. 더 있으면 더 사고 싶어서요.”

“그래요? 금이 왜 이렇게 많이 필요… 아, 아닙니다. 나는 그냥 많이 팔기만 하면 되니까요.”

짐짓 너스레를 떤 현수는 계약서에 시선을 주었다.

“구매 의향 금액이 현 시세에 맞춰져 있군요. 요즘 계속해서 금값이 상승하는데…….”

“그렇죠.”

“현재의 금값 상승률을 감안하면 추가 구매를 요청하신 4,000톤의 평균 거래금액은 톤당 7,200만 달러가 적당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톤당 7,200만 달러요?”

왕리한은 예상치 못한 금액인 듯 눈을 크게 뜬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 금값이 급등하고 있잖습니까. 그리고 보름에 한 번씩 1,000톤을 거래하면 마지막 거래는 두 달 후가 되는데 그때 가격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7,400만 달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안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미국과 일본, 그리고 지나는 암암리에 금을 매입하려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입하려는 양이 워낙 많기에 금 시세가 급등하는 중이다.

현수는 주간별 국제 금 시세 그래프에 같은 기울기로 선을 그었다. 그러자 두 달 후 금값은 약 7,430만 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왕리한이 생각할 때 금 시세는 앞으로도 급등할 것이다.

현재의 기울기보다 조금만 더 가팔라지면 두 달 후 금값은 톤당 8,000만 달러가 될 수도 있다.

“그, 그렇지요.”

왕리한은 기울기가 더 가팔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럼 매입가가 더 오르기 때문이다.

현수는 잠시 왕리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뭔가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네?”

“추가 매입할 4,000톤에 대한 대금은 톤당 7,000만 달러로 하죠.”

“네에?”

갑자기 금액이 확 낮춰지자 왕리한은 무슨 의도냐는 표정으로 시선을 맞춘다.

“결재는 전처럼 위안화로 할 겁니까?”

“그, 그렇죠.”

왕리한은 말을 더듬는다. 지나에 달러가 없다는 소문이 나면 엄청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그럼 전처럼 추가로 0.5%를 더 주셔야 합니다.”

“그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왕리한이 고개를 끄덕인 것은 이유가 있다.

톤당 8,000만 달러가 될 수도 있음에도 7,000만 달러로 약 12.5%나 감액된 금액을 제시한다.

그런데 고작 0.5% 추가한 것을 따지고 들면 거래 자체가 틀어질 수 있음을 직감한 때문이다.

“그리고 대금은 전액 선입금 해주십시오.”

“네? 선입금이요?”

0.5%가 추가되었으니 톤당 7,035만 달러이다.

그렇다면 총액은 2,814억 달러이다. 한화로 337조 6,800억 원이다. 지난번 거래보다 약 22%나 올라간 가격이다.

대한민국 1년 예산에 버금갈 거금을 먼저 입금하라는 현수의 말에 왕리한은 잠시 말을 끊는다.

“아니면 매 거래할 때마다 그때의 국제 금 시세로 하셔도 됩니다. 그때는 금과 돈을 맞교환하는 걸로 하구요.”

현수가 짐짓 어찌 되든 괜찮다는 표정을 짓자 왕리한은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데서는 대량으로 금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 시세가 자꾸 올라가니 내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수요는 엄청난데 공급은 찔끔찔끔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금을 좋아하는 자국민은 계속 골드바를 찾는다.

금값이 계속 상승하고 국제 경기가 심상치 않으니 일찌감치 안전 자산인 금을 보유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이에 공상은행은 쩔쩔매고 있다.

은행장 이하 모든 중역들이 나서서 전방위로 골드바 구하기 작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국민의 요구 중 겨우 20% 정도만 만족시키는 상황이다.

현수는 국가가 아닌 개인이라 돈만 받고 물건을 주지 않을 경우 곧장 그에 합당한 보복을 가할 수 있다.

목숨을 앗을 수도 있고 콩고민주공화국과 러시아, 그리고 몽골과 에티오피아에서 얻은 조차지를 빼앗을 수도 있다.

그러면 충분히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을 마친 왕리한이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본국의 허락을 받아야겠습니다.”

“그러시죠.”

현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왕리한이 통화하는 동안 같이 온 자들의 금괴 품질에 대한 조사가 끝난 듯하다.

현수는 나서지 않고 느긋하게 앉아서 기다렸다.

“아, 오래 기다리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허락은 떨어졌나요?”

“그렇습니다. 원하시는 계좌로 즉시 선입금 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일정을 가능한 한 당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금에 대한 요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된 듯하다.

“그러죠. 저도 빨리 건네주는 편이 좋으니까요. 그나저나 품질은 어떻다 합니까?”

“아주 좋다고 합니다.”

왕리한은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말을 마친 왕리한이 손짓하자 준비해 놓은 트럭으로 금괴 운반을 시작한다. 작업 인원은 40여 명이다.

보안 유지 때문에 인원수가 적다고 한다. 그런데 지나인 아니랄까 봐 인력으로 상차 작업을 한다.

40명이 1,000톤을 운반하는 것이니 1인당 25톤을 운반해야 한다. 금괴 하나당 10㎏으로 제작하였으니 한 번에 두 개를 운반하는 것이 고작이다.

1인당 1,250번이나 왕복해야 상차 작업이 끝나는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겠는가!

잠시 이를 지켜보던 현수가 한마디 했다.

“지게차 한 대 가져다 놓는 게 좋을 겁니다.”

“…네, 그러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왕리한 역시 어느 세월에 다 싣나 하는 표정으로 작업자들을 바라본다.

이곳으로부터 콴고강 강가까지 운반하면 거기서 다시 한 번 인력으로 하차하여 선적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그때 또 1,250번을 왕복하면 파김치처럼 늘어질 것이다.

왕복하는 거리를 10m로 잡았을 때 20㎏에 해당하는 금괴 두 개를 들고 25㎞를 걷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작업하는 걸 보면 금괴와 트럭 사이의 거리는 거의 30m이다. 울창한 밀림 때문이다.

콴고강에선 이 거리가 더 길어질 것이다. 차에서 배까지 아무리 적게 잡아도 40m는 될 것이다.

평균 잡으면 왕복 거리가 70m이다. 이걸 2,500회 반복하면 175㎞로 맨몸으로 걷기도 힘든 거리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안다.

20㎏짜리 군장을 메고 100㎞를 행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그런데 그 거리의 거의 두 배를 걸어야 한다. 날씨는 덥고 금괴는 무겁다. 게다가 땅은 비 때문에 진창이다.

하여 작업자들은 벌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얼마나 힘든지 헐떡이는 숨소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현수의 귀에도 들린다.

“헉헉! 쓰벌, 이거 더럽게 무겁네.”

“그러게! 헉헉! 이렇게 무거운 줄 알았으면 꾀병이라도 부려서 빠지는 건데.”

“그래! 그놈의 휴가가 뭔지. 빌어먹을! 내 다시는 이런 작업에 지원 안 한다.”

이들은 지나의 특수부대 소속 중사와 상사들이다.

아프리카 구경을 하는 동안 잠깐 동안 작업하면 각각 보름간 휴가를 준다는 소리에 혹해서 이번 일에 지원했다.

오는 동안은 좋았다. 생전 처음 외국으로 나와 다소 들뜬 기분으로 밤마다 좋아하는 술을 마실 수도 있었고, 동료들과 마작을 즐길 수도 있었다.

이 작업만 마치면 임무 끝, 휴가 시작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고되다. 그렇기에 투덜거리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현수는 땀에 절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작업자들을 보곤 작별 인사를 했다.

“다음엔 꼭 지게차를 준비하시길.”

“네, 그러겠습니다.”

5장 추가 구매 하겠습니다

“또 뵙습니다.”

일본 중앙은행 외환 담당 팀장 가와시마 야메히토가 깊숙이 허리를 숙인다.

“네, 반갑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현수는 금괴를 담고 있는 컨테이너를 활짝 열어젖혔다.

번쩍이는 금괴가 드러나자 가와시마 야메히토의 눈빛이 번쩍인다. 드디어 금괴를 구한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암암리에 금괴 확보 작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다.

금값이 계속 오르니 보유자가 내놓지 않으려는 때문이다. 웃돈을 준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그 끝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것은 달러화가 아닌 엔화로 결재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베노믹스 때문에 가치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엔화는 안전한 자산이 아닐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1974년 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의 유가는 배럴당 20달러였다. 2014년 1월의 달러 가치를 기준으로 한 인플레이션 보정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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