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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096화 (1,095/1,307)

# 1096

사람들은 오징어는 다리가 열 개이고, 문어와 낙지는 여덟 개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오징어도 다리는 여덟 개이다. 다만 두 개의 기다란 촉완4)이 있어 열 개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크라켄 역시 두족류이다. 따라서 다리가 여덟 개이고 두 개의 긴 촉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크라켄은 서른두 개의 다리와 네 개의 촉완이 있다. 이것 모두를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어쨌든 바다 속으로부터 쾌속하게 솟아오르는 다리를 본 현수는 데이오의 징벌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찌잉! 찌이이이이잉―!

길이 20m짜리 검강이 또다시 뿜어져 나온다.

“야아압!”

쉐에에에엑―!

퍼퍽! 퍼퍼퍼퍽! 퍼퍼퍽―!

꿰에에엑! 꾸아아아악! 꽈아아아아―!

삽시간에 다리 아홉 개가 베이자 크라켄은 글자 그대로 지랄 발광을 한다. 엄청난 통증을 느낀 듯싶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녀석의 두 눈을 찾았다. 뇌를 찌르기 위함이다.

“저기다! 야압!”

퍼억―!

꿰에에엑! 꾸아아아악!

검강이 몸을 뚫고 들어가자 모든 다리를 꿈틀거리며 현수를 움켜쥐려 한다. 자신의 몸에 부상을 입힌 인간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 집요한 움직임을 보인다.

‘쳇! 아닌가?’

“야아압!”

퍼어억―!

또 검강이 녀석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그런데 또 아닌 듯 발광만 심해진다.

현수는 계속해서 놈의 눈과 눈 사이의 약간 위쪽을 찔렀다. 그럼에도 녀석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리를 휘둘러 현수를 잡아채려 한다.

‘깊이가 얕아서 그런가?’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현수의 신형이 갑자가 사라지자 크라켄의 다리들이 움직임을 멈춘다. 목표물이 사라지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그 순간 녀석의 머리 가까이 내려간 현수는 데이오의 징벌에 다시 한 번 마나를 주입했다.

찌잉―! 찌이이이이잉―!

퍼억―!

꿰에에엑―! 꾸아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발버둥을 친다. 그런데 조금 전과 확실히 다르다. 발광의 강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여기였군! 매직 캔슬!”

다시 허공으로 몸을 뺀 현수는 데이오의 징벌로 크라켄의 머리 부위를 겨냥했다.

“체인 라이트닝!”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콰쾅! 콰콰콰쾅!

아까보다는 확연히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강렬한 번개가 녀석의 머리 부위로 작렬한다. 그런데 움직임이 없다.

드디어 잡은 것이다.

“아공간 오픈! 입고!”

현수는 크라켄의 몸통을 아공간에 담았다. 잘린 다리들도 일일이 찾아 담았다.

크라켄의 사체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

고기는 고기대로 비싼 값에 팔리고, 눈알이나 촉수 등은 마법사들에게 고가로 팔려 나간다.

11장 이건 뱃삯이네

“후후! 별것 아니구만.”

현수는 나직한 웃음을 터뜨리며 뒤로 돌았다. 그 순간 뒤에서 다급성이 들린다.

“아앗!”

콰지직―! 풍덩―!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아아악! 사람 살려요!”

아직 당도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 크라켄이 촉수로 컨테이너를 휘감아 바다로 내동댕이쳤다.

안에 있던 여인들은 비명을 지르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침대며 소파가 뒤집히며 난리가 났다.

현수는 재빨리 검은 별의 전설호로 다가갔다.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케에에에엑! 촤라라라라라! 꾸에에엑! 꾸와아아아악!

조금 전의 라이트닝 퍼니쉬먼트는 데이오의 징벌에 인챈트되어 있는 마법이고, 이번 것은 10서클 대마법사인 현수가 직접 구현시킨 것이다.

그래서 조금 전보다 더 많은 벼락 다발이 새롭게 다가온 크라켄의 동체며 촉수로 쏟아져 내렸다.

당연히 비명 비슷한 괴상한 소리를 내며 움츠러든다.

한편 벼락의 일부는 애슐리 등이 들어 있는 컨테이너에도 떨어졌는데, 표면 자체가 도체인지라 내부로 흘러든 건 하나도 없이 모두 바다로 스며든다.

아까 씰 마법을 걸어두어 물 한 방울 들어가지 않고 둥둥 떠 있는 상황이다.

현수는 새로 온 놈의 어마어마한 덩치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에 죽인 놈보다 훨씬 큰 것이다.

새롭게 다가온 크라켄은 느닷없는 전기 자극에 화들짝 놀라 촉수들을 거둬들인다.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다음 순간 자신에게 아픔을 준 대상을 찾는다.

허공에 떠 있는 현수를 발견한 놈은 흉포한 눈빛으로 째려본다. 그러면서도 바다 속으로 은밀히 촉수들을 이동시킨다. 일제히 솟구쳐 오르게 하여 현수를 단번에 움켜쥐려는 속셈이다.

현수는 놈이 웅크리고 있을 때가 공격의 적기라 생각하였다. 하여 나직이 입술을 달싹였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추라라라랏! 촤아아아아! 퍼어어억! 촤아아아아!

현수의 신형이 허공에서 꺼진 바로 그 순간 은밀히 다가오던 촉수들이 일제히 솟구쳐 오른다.

“으읏! 이건……!”

화들짝 놀란 현수는 재빨리 신형을 뽑아 올린다. 그리곤 촉수와 촉수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다음 순간 현수의 신형이 크라켄의 머리 부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

“야아압!”

찌잉―! 찌이이이이이이잉―!

데이오의 징벌로부터 길이 20m짜리 검강이 솟아난다.

퍼어억―!

꾸와아아아악! 꿰에에에엑! 꾸아아아아아!

느닷없는 통증에 놀란 녀석의 촉수들이 사방을 휘감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자 사방팔방을 휘감는 것이다.

“안 죽어? 그럼 다시 한 번! 야아압!”

푸우욱―!

또 한번 검강이 녀석의 몸속을 파고든다.

꾸아아아아아! 꾸와아아아아악! 꿰에에에에에엑!

비명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는 촉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므라지기를 반복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제발 좀 죽어라!”

푸우욱―!

또 한 번 검강이 크라켄의 몸속을 파고든다.

이번엔 그대로 뽑지 않고 크게 팔을 휘둘렀다. 뇌의 크기가 얼마만 한지 알 수 없으니 그냥 휘저어버린 것이다.

꿰에에에에엑―!

긴 비명을 지른 녀석의 움직임이 확연히 느려진다. 이번엔 제대로 찌르고 베어낸 모양이다.

“휴우! 이제야 끝인 모양이네. 그놈 참 크기도 하다.”

조금 전에 죽인 놈은 눈대중으로 보았을 때 길이가 500m를 약간 넘는 듯하다. 그런데 이번에 잡은 놈은 그보다 훨씬 더 길다. 아무리 안 돼도 최하 900m는 넘어 보인다.

“세상에 이렇게 큰 놈이라니!”

성체 드래곤보다 더 덩치가 크고 길다.

이러니 중간계의 조율자라는 드래곤의 말도 따르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놈도 일단 아공간에 담아야겠지? 아공간 오픈!”

현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시커먼 구멍이 열린다.

이제 입고라는 말만 하면 거대한 동체가 아공간 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이다.

마치 블랙홀로 빨려드는 커다란 행성처럼.

구멍은 작은데 크라켄의 덩치가 커서 그렇다.

그런데 현수가 입고라고 외치려는 바로 그 순간 죽은 줄로 알았던 크라켄이 눈을 번쩍 뜬다.

그와 동시에 촉수들이 현수를 향해 뿜어진다.

촤아아! 촤아아아! 쒜에엑! 촤아악! 촤아!

서른두 개의 다리와 네 개의 촉완이 현수의 전후좌우를 완벽하게 감싼 채 쇄도한다.

“이런! 이야아아압!”

쒜에에에에에엑!

퍼퍽! 퍼퍼퍼퍼퍽―! 파팍! 퍼퍼퍽! 파파파팍―!

서른두 개의 다리와 네 개의 촉수 중 열여섯 개가 시퍼런 검강에 의해 베어지자 또 괴상한 소리를 낸다.

꿰에에에에엑! 꾸아아아악! 꽈아아아아아아아!

몹시 고통스러운지 지랄 발광을 할 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케에에에엑! 촤라라라라라! 꾸에에엑! 꾸와아아아악!

또 한 번 번개의 향연이 베풀어진다.

크라켄은 잘린 상처를 통해 뇌까지 전해지는 번개의 자극을 견딜 수 없는지 온몸을 부르르 떤다.

그리고 잠시 후 녀석의 움직임이 멈췄다.

수천 년간 Sea of Ferocious Devil의 강자로 군림하던 녀석의 최후이다.

“아리아니! 아공간 아직 열려 있어?”

“네, 주인님!”

“좋아! 입고!”

현수의 입술이 달싹이자 거대한 동체가 아공간 속으로 빨리듯 사라져 버린다.

“쩝∼! 조금만 일찍 알았으면 다리가 잘리지 않은 놈을 사냥할 수 있었는데.”

아쉽지만 뭐 어쩌겠는가!

“마나 디텍션!”

마나를 뿜어내 해저로부터 오는 놈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다행히 더는 없는 듯하다.

“좋아! 아공간 다시 오픈! 입고!”

이번에 집어넣은 것은 바다 위에 떠 있던 컨테이너이다.

현수는 검은 별의 전설호 갑판으로 내려갔다.

“아공간 오픈! 컨테이너 출고!”

컨테이너는 원래 있던 자리에 얌전히 놓였다.

“매직 캔슬!”

봉인 마법이 해제되자 문은 손쉽게 열린다. 예상대로 소파며 침대, 식탁, 의자들이 나뒹굴고 있다.

문이 열리고 현수가 들어서자 애슐리와 보나, 그리고 캐롤이 일제히 달려들며 현수의 품에 안긴다.

“히잉! 마탑주님!”

“흐흑! 죽는 줄 알았어요!”

“고맙습니다, 마탑주님! 흐흑!”

크라켄에 의해 컨테이너가 바다에 빠졌을 때 많이 무서웠을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빛 한 점 없는 아공간에 들어갔을 때에도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사라지자 긴장이 풀리면서 저도 모르게 현수의 품으로 달려든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흐흑! 네, 고맙습니다, 마탑주님!”

“저도요! 마탑주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맞아요! 저도 은인으로 생각해요!”

애슐리와 보나, 그리고 캐롤은 너무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아서 그러는지 아까처럼 꼼수를 부리려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 이제 여기 청소 좀 하자. 애슐리, 보나, 그리고 캐롤! 내가 여길 치울 테니 잠깐 나가 있어줄래?”

“네, 알았습니다.”

“참, 고든 선장더러 이제 나와도 된다고 해.”

“네, 그렇게 전하겠사옵니다.”

셋이 물러간 후 현수는 침대와 소파, 그리고 탁자와 의자 등을 원위치로 옮겼다.

충격 때문에 의자 두 개가 부서졌을 뿐 나머진 멀쩡하다. 매트리스가 먼저 떨어지면서 완충작용을 한 듯하다.

“마, 마탑주님!”

“아! 나왔나? 크라켄은 이제 없네.”

“네? 어, 어디로 갔습니까? 도망가게 한 겁니까?”

고든 선장은 바다를 바라보며 크라켄의 흔적을 찾는다.

두 마리나 되는 놈을 모두 사냥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하는 모양이다. 하긴 이럴 만도 하다. 크라켄은 해양 몬스터중 가장 강한 괴물 중의 하나인 때문이다.

“컨테이너를 옮겨야겠군. 선원들을 불러주게.”

“네? 아, 알겠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키니 따라야 한다.

고든 선장은 선원들을 불러 현수의 지시대로 고물 쪽을 비웠다. 컨테이너가 들어갈 만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배의 중앙 부위는 말끔히 치웠다.

이곳에 있던 것은 모두 좌현과 우현 쪽으로 몰아놓았다. 이물 쪽으로 옮긴 것들도 상당하다.

“흐음! 이제 자리가 비었군. 모두 물러서게.”

“네, 마탑주님.”

현수의 명에 따라 모두가 물러선다. 그리곤 대체 뭘 하려고 이러나 싶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공간 오픈! 크라켄 출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검은 별의 전설호의 흘수5)가 확 늘어난다. 무게가 늘어난 때문이다.

“헉! 저, 저건……!”

고든을 비롯한 선원 전부 눈을 크게 뜨고 뒤로 물러선다. 집채보다도 훨씬 큰 크라켄의 사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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