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02화 (1,101/1,307)

# 1102

1장 몽땅 옮겨놔!

현수는 팔레트 위에 쌓인 금괴의 수량을 재점검했다.

각각 미국과 일본, 그리고 지나와 계약한 날짜에 정해진 장소로 보낼 것들이다.

확인 결과는 이상 무이다.

“흐음! 이제 되었나?”

자신이 한 일이 만족스러운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곤 동굴 밖으로 나왔다.

“아리아니, 노에디아 좀 오라고 해.”

“네, 주인님.”

현수의 부름을 받은 노에디아는 무슨 일이든 시키라고 허리를 숙인다. 아르센 대륙에 있는 동안 마나 샤워를 듬뿍 받아 그런지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

“노에디아, 이 동굴 입구를 막아줘.”

“완전히 무너뜨릴까요?”

“아니. 그냥 입구만 막아. 이런 동굴은 흔한 게 아니어서 나중에 관광지로 써도 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말을 마친 노에디아는 땅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잠시 후 땅거죽이 벌어지고 그 사이로 바위들이 솟아오른다.

우릉! 우르르릉―!

잠시 후, 동굴 입구가 완벽하게 막혔다.

땅속에 있던 바위인지라 흙이 잔뜩 묻어 있다. 잠시 이를 지켜보던 현수가 입을 연다.

“아리아니, 여기에 풀을 무성하게 자라게 해서 동굴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지?”

“그럼요. 맡겨만 주세요.”

아리아니는 모처럼 임무가 주어져 기쁘다는 듯 날갯짓을 하며 동굴 입구로 다가간다.

잠시 후, 연초록 싹이 돋는가 싶더니 쑥쑥 자란다.

아리아니는 엘리디아까지 불러내 더 빠른 생장을 할 수 있도록 수분 공급을 지시한다.

전 과정을 지켜본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서 살펴도 이곳에 동굴이 있었다는 걸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풀이 무성해진 때문이다.

“좋아, 가자!”

“네, 주인님!”

“참, 노에디아는 북한에 가서 정주에 있는 희토류들 다른 데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하는 거 잊지 마.”

“마스터,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희토류가 뭔지 모릅니다. 어떤 건지 알려주셔야 해요.”

“끄응! 그럼 일단 은백색, 또는 회색이 감도는 것만 옮겨.”

희토류 대부분이 이런 색깔을 띠기에 한 말이다.

“은백색과 회색이요?”

“그래, 일단 그런 빛깔이 나는 것은 전부 옮겨. 그건 할 수 있지?”

“그럼요!”

노에디아는 맡겨만 달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어디로 옮기죠?”

“함경도 청진 인근 산자락 아래에 묻어놔. 나중에 캐기 좋도록 가능한 얕게. 가능하지?”

“물론입니다. 그렇게 할게요.”

노에디아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후다닥 사라진다.

“아리아니, 쟤가 일 잘하도록 살피는 거 잊지 마.”

“그럼요. 걱정 마세요. 잘 감독할게요.”

아리아니는 앙증맞은 날개를 흔들며 환히 웃는다.

“좋아, 너만 믿을게.”

고개를 끄덕인 현수는 킨샤사 저택으로 텔레포트했다.

“하아암! 잘 잤어요?”

“그래, 굿모닝이야. 커피 한 잔 할 테야?”

“아뇨. 아기에게 나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커피 대신 시원한 물이나 한 잔 부탁해요.”

“그래, 알았어.”

임신한 후 부쩍 조심하는 게 참 좋아 보인다. 알아서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에 전에 없던 모성이 느껴져서이다.

연희와 즐거운 아침 식사를 마친 현수는 부모님과 강진숙 여사를 찾아가 문안 인사를 드렸다.

당연히 화제는 지현과 연희의 임신이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장모님도 매우 기뻐했다.

시간이 지나 하루빨리 손주를 보고 싶다며 환히 웃으셨다.

현수는 잘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과 장모님이 외국 생활에 몹시 갑갑해했는데 손주가 태어나면 한동안은 아이를 돌보느라 더 이상 한국이 그립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수는 저택 3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태어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실면적이 600평이다. 워낙 넓기에 비품창고 또한 상당히 크다. 이곳에 온갖 출산 용품과 육아 용품을 꺼내놓았다.

백두마트 신생아 용품 매대에 있던 것들이다.

마트를 세 개나 털었으니 얼마나 많겠는가!

약 40평이나 되는 창고의 선반은 금방 출산 용품과 신생아 용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바로 곁은 아이들 옷 방이다.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의복으로 채워졌다. 남아일지 여아일지 알 수 없어 골고루 꺼내놓았다.

그다음 방에 들어가선 이유식 등을 꺼내놓았다. 당연히 보존 마법이 걸려 있어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

자라면서 쓸 장난감을 꺼내놓은 방도 있다.

아이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대여섯 살 아이들이 가지고 놀 장난감까지 있다. 하여 텅 비어 있던 저택 3층은 아이들을 위한 물건으로 가득 채워졌다.

“흐음! 이 정도면…….”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가 동시에 출산을 해도 충분히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이 꺼내놓았다.

그리고도 아공간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후와! 엄청나네요. 자기 아공간은 대체 얼마나 넓기에 이 많은 물건이 들어 있었대요?”

연희는 끝없이 튀어나오는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보고 기가 질린 듯하다.

“넓지. 마음만 먹으면 이 집도 들어갈 거야.”

사실은 이 정도가 아니다. 현수의 아공간은 어마어마하게 넓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 이렇게 말한 것이다.

“세상에! 엄청나군요!”

연희는 새삼스런 눈으로 현수를 바라본다. 남편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 얻은 것 같아 기쁘고 행복하다.

하여 저도 모르게 환히 웃음을 짓는다.

“웃지 마!”

“네? 왜요?”

연희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너무 예뻐서 자기를 안고 싶어지니까.”

“어머……!”

연희의 입가에 있던 미소가 금방 사라진다.

지현도 없고 이리냐도 없는데 혼자서 현수를 감당하려다간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시달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알았어요. 그럼 산책이나 나가요.”

“아니. 난 할 일이 좀 있으니 자긴 쉬고 있어.”

“할 일이요?”

“응. 이 근처에 병원을 지어야 하거든.”

연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본인의 처소로 물러난다.

현수는 서재로 들어가 이실리프 의료원의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 아내들이 임신을 했으니 최고 급선무가 의료원 설립이 된 것이다.

이 공사의 총책임자는 민주영이다.

그렇지 않아도 상당히 많은 업무 때문에 바쁘다 하겠지만 수시로 이곳에 와서 쉬라는 의도도 있다.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매뉴얼대로만 진행하면 아무런 하자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체계가 잘 잡혀 있다.

이실리프 상사의 운영도 체계가 잡혀 있기는 하지만 주영이 완전히 손을 떼는 순간 마비된다.

주영이 전권을 부여받은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에 머무는 동안엔 원격 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영과 이은정은 두 번째 신혼여행을 즐기게 될 것이다.

잘 꾸며진 빈관은 7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으니 불만은 없을 것이다.

현수는 이실리프 의료원의 마스터플랜을 짰다.

최고급 기자재와 최고 실력을 가진 의료진으로 구성될 초대형 의료원을 만드는 것인지라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것이다. 건설 부문은 돈만 있으면 되는 일이지만 의료진 구축은 돈만으론 어렵다.

기반 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까지 와서 근무하려는 의사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한 대책은 이미 수립되어 있다.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과 MD 앤더슨 암센터, 그리고 메이요 클리닉과 존스홉킨스 병원의 의사들을 빼올 생각이다.

제의만 하면 너도나도 지원하게 될 것이다.

가에탄 카구지의 막내아들은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을 앓고 있었다.

온두라스 대통령의 부친은 췌장암 4기였고, 지앙리쥐 아폰테 사장의 아내 엘리자베스는 비소세포암 3B기였다.

이들 셋의 공통점은 모든 의료기관이 손을 놓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불치 판정을 받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셋 다 아주 활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을 맡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선 현수를 ‘코리안 빌리지의 성자’라고 부른다. 러시아 무스크하코 마을 사람들도 성자라고 부르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이 두 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취재했다. 믿어지지 않는 기적의 연속인 때문이다.

현수로부터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을 소상히 이야기해 주었다. 늘 그렇듯 점점 침소봉대되어 실제보다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다.

하여 현수에겐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코리안 아스클레피오스(Korean Asklepios)’가 그것이다.

참고로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의술(醫術)의 신(神)이다.

라틴어로는 아이스쿨라피우스(Aesculapius)라고 한다.

호메로스는 인간이며 의사라고 하였다.

하지만 훗날의 전설에서는 태양을 관장하는 아폴론(Apollon)의 아들이라 전해지고 있다.

언론의 보도를 접한 서방 의료기관들은 코리안 빌리지와 무스크하코 마을을 방문하여 재차 조사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전통의학으로 치료한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자문역을 맡은 한의사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한의학에 대해 여러 가지를 이야기했다.

서방의 의료기관들은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접하고 기(氣)와 오행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동양의 신비스런 의술을 좀 더 연구해 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한의학의 범주를 벗어난 시술도 있었다는 것이다.

코리안 빌리지의 환자 중 하나는 담낭의 기능을 완전히 잃은 사람이 있었다.

현수는 마비 마법으로 복부를 마취시킨 후 담낭을 떼어냈다. 그런데 수술한 자국이 없다.

째고 꿰맸다면 그 흔적이 남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런 흔적도 없이 담낭만 제거되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인지라 의사들은 흥분했다.

대체 어떤 방법을 썼는지 알고 싶은데 현수를 만날 방법이 없다. 이미 평범함을 넘어선 존재가 되었기에 아무리 면담 신청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던 것이다.

현수에게 의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라고 할 수 없기에 주영이 중간에서 모든 인터뷰 요청을 차단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실리프 의료원 건설의 총책임자는 민주영이다. 본인이 바쁘면 누군가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될 것이다.

현수는 게리 론슨과 왕리한, 그리고 가와시마 야메히토와 통화를 시도했다. 예상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여 미리 받아둔 비밀 연락처로 편지를 발송했다.

민주영도 연결되지 않아 이메일을 보냈다.

주영이 이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이실리프 의료원과 주변 신도시 건설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그 기간은 연희와 지현이 출산하기 전까지이다.

업무를 부여하는 김에 무스크하코 마을에서 올 사람들을 위한 ‘러시안 단지’ 또한 지으라고 하였다.

이 일은 ㈜천지건설에서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현수 입장에선 또 하나의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셈이다.

물론 아제르바이잔이나 리우데자네이루의 그것보다는 규모가 작다. 그래도 1,000세대짜리 아파트 단지 열 개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크니 충분히 달려들 만한 일이다.

다음엔 계열사마다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했다. 이상하게도 뭔가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든 때문이다.

고서클 마법사의 예감은 틀리지 않으니 틀림없이 뭔 일이 벌어져도 벌어질 것이다.

본인이야 10서클 마법사이고, 그랜드 마스터이니 전쟁의 한복판에 있어도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갑작스레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계열사 경영진은 모두가 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염려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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