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11화 (1,110/1,307)

# 1111

생각을 마친 이즈라 케볼트는 얼른 자신의 무구들을 챙겼다. 현수는 1서클 마법일 뿐이다. 5서클인 자신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니 단독으로 추적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같은 시각, 카이젠 누라하 자작은 맥마흔 정보처 요원의 전갈을 받고 가신 및 휘하들을 집합시켰다.

거수자 추격 및 체포 작전의 책임자가 된 때문이다. 거수자를 생포하고 그를 심문하여 나머지 일당의 위치를 파악한 뒤 이를 토벌하는 것이 영주의 임무 가운데 하나이다.

이를 성공리에 마칠 경우 상을 받지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처벌을 받기에 만사를 제쳐 놓고 서두른 것이다.

“뭐 해? 어서 어서! 빨리 빨리 움직이란 말이야!”

“네, 영주님!”

30년 전엔 6서클 마스터였지만 지금은 7서클 유저가 된 카이젠 누라하 자작은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음을 직감했다.

이번 임무를 완수하면 8서클 유저로 인정받는다.

이번에 있을 영주 선발대회에서 백작령을 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의 모든 행정업무를 중지시키고 출동을 지시했다.

“어서! 어서 가잔 말이다!”

“네, 영주님!”

휘하 마법사들은 군기 들린 신병처럼 카이젠 누라하 자작 앞에 도열했다.

참고로 이곳의 이름 체계는 ‘이름+영지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카이젠 누리하는 누라하 영지의 카이젠이라는 뜻이다.

현수에게 키스당할 뻔한 파티마 이브라힘은 이브라힘 영지의 파티마라는 뜻이다.

파티마의 부친도 용병이었다. 세 번째 임무 거절을 헤르마에서 했기에 그곳에 머무는 것이고, 자유 영지인지라 예전의 이름을 그냥 쓰고 있는 것이다.

“신고자 외 41명의 마법사, 출동 준비 완료입니다.”

“좋아, 출동하자!”

영주의 명이 떨어지자 일제히 말에 올라탄다.

아르센 대륙과 달리 이곳의 마법사들은 체력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마법사라 하여 허약하지 않다. 게다가 모두가 말을 탈 줄 안다.

플라이 마법보다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임을 인정한 때문이다.

“성문을 열어라! 출동이다!”

명이 떨어지자 육중한 성문이 활짝 열린다.

끼이익! 끼이이익―!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42필의 말이 달려가고 뒤를 이어 병사들이 쫓아나간다.

이번 작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모르므로 식량과 천막 등을 챙긴 마차가 무려 20여 대나 된다.

마차 뒤에는 도보로 쫓아가는 병사들이 있다.

앞서 나간 마법사들의 수발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현수는 제법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그랜드 마스터인지라 웬만한 사람이라면 달리는 속도이다.

가면서 생각해 보니 마인트 대륙은 정말 크다.

늙은 호박처럼 약간 찌그러진 둥근 땅덩이인데 반지름이 무려 3,000㎞나 된다.

동서로 6,000㎞이고 남북으론 5,600㎞ 정도 된다.

이 정도면 외곽인 바닷가에서 수도 맥마흔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 수많은 산과 강이 있기 때문이다.

산은 툭하면 고도 5,000m가 넘고, 어떤 강은 폭이 10㎞가 넘어 건너편이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물살은 세고, 수중 몬스터도 많다. 중간중간 사막도 있는데 고비사막보다도 훨씬 넓은 것이 즐비하다.

국가가 유지되려면 명령 계통이 엄정해야 하고 적절한 물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포탈 마법진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저나 엄청난 땅덩이군. 근데 아르센에선 왜 모를까?”

두 대륙은 약 3,000㎞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런데 수천 년이 지나도록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폭풍우에 휘말린 난파선 등이 있었다면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르센에선 이곳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이는 두 대륙 사이에 있는 바다의 해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간 정도 되는 곳에 아주 강력한 해류가 형성되어 있다. 하여 제아무리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쳐도 이곳을 지날 수 없기에 난파선조차 건너갈 수 없는 것이다.

원양을 오갈 선박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이곳 로렌카 제국에선 아르센 대륙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아르센보다 발달된 선박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약 300년 전에 존재한 두 명의 마법사 때문이다.

알리와 케인이라 불리던 이들은 로렌카 제국의 초대 공작이다. 다시 말해 9서클 마스터들이다.

이들은 술자리에서 내기를 했다.

알리는 바다 건너편에 미지의 대륙이 있을 것이란 의견이었고, 케인은 마인트 대륙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주장했다.

둘이 내기에 건 금액은 황금 10톤이다.

지구에서도 그러하지만 이곳에서도 매우 큰 금액이다.

알리 공작은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무작위 좌표로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도착지가 망망대해가 될 수도 있기에 목숨을 건 도박이다.

하여 아공간에 작은 배를 한 척 실었다.

물론 식량과 물도 충분히 넣었다. 텔레포트를 했는데 바다가 나타나면 얼른 배를 타면 된다 생각한 것이다.

수십 번의 텔레포트를 시도한 끝에 블랙일 아일랜드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다시 장거리 텔레포트를 해보았다.

수백 번의 텔레포트 끝에 우연히 아드리안 공국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도시 콘트라를 알게 되었다.

알리 공작은 용병으로 신분을 위장한 뒤 대륙을 횡행하면서 안전 좌표를 확인했다.

알리 공작은 아드리안 공국을 지나 미판테 왕국을 방문했다. 이어서 테리안 왕국과 브론테 왕국 또한 가보았다.

이 과정에서 아르센 대륙에 관한 많은 정보가 축적되었다. 그렇게 10년을 돌아다니다 마인트 대륙으로 되돌아왔다.

내기를 한 케인 공작은 알리가 찍어준 좌표로 텔레포트를 해보았고, 흔쾌히 황금 10톤을 건넸다.

이렇게 하여 아르센 대륙에 관한 것이 마인트 대륙에 전해진 것이다.

현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동안 로렌카 제국 곳곳에 비상이 걸렸다.

누라하 영지로부터 수도 맥마흔에 이르는 길목의 모든 영지에 거수자 체포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누구든 거수자를 체포하는 공을 세우면 상을 받는다.

하여 모든 길목에 감시의 눈길이 배치되었다. 아울러 거수자가 은신해 있을 만한 곳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공작이 아닌 영주들 모두 본인이 직접 나섰다.

현수를 체포하면 조만간 있을 영주 선발대회에서 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가다간 한 달도 더 걸리겠군. 속력을 내야겠어. 아공간 오픈!”

현수는 아공간에 담긴 오토바이를 꺼냈다. 대림에서 만든 VJF―125 모델이다.

백두마트를 털 때 누군가 타던 것이 딸려온 것이다.

이것의 연료 탱크는 14.85리터짜리인데 약 10리터가 남아 있다. 리터당 약 30㎞를 달리니 300㎞를 갈 수 있다.

그런데 맥마흔까지의 거리가 3,000㎞나 된다.

당연히 연비 향상 작업이 필요하다. 하여 익숙한 솜씨로 엔진을 손봤다.

그 결과 주행 거리가 3,600㎞로 늘어났다.

“흐음! 수냉식이니 엔진 냉각수 온도를 조절해야겠군.”

차갑게 식혀주는 아이스 마법보다는 항온 마법이 좋을 듯하여 냉각수 탱크에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배기통에도 같은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30분만 지나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워짐을 알기 때문이다.

“다음은 논 노이즈 마법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특유의 시끄러운 엔진음을 낸다. 하여 이를 줄이기 위해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흐음, 에어 퓨리파잉 마법진도 그려야겠지?”

이곳의 청정 공기를 가급적 오염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 때문이다.

헬멧을 꺼내 쓰고는 오토바이에 올라 시동 키를 돌렸다.

부르릉―!

단번에 시동이 걸린다. 그런데 소리가 너무 작다. 흡족한 기분이 든다.

“그럼 한번 가볼까?”

부웅, 부우우우웅―!

대림 VJF―125가 마인트 대륙의 대지 위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논 노이즈 마법이 구현되는 중이기에 별다른 소리를 내지 않아 좋았다.

변변한 도로조차 없는 곳이기에 현수는 시선을 집중시킨 채 엑셀을 당겼다.

바아아아아아아앙―!

일반적으로 80∼90데시벨 정도의 소리가 나야 한다. 그런데 20데시벨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소리가 난다.

이 정도면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눈치챌 수 없는 스텔스 오토바이라 할 수 있다.

6장 스텔스 오토바이를 타고

오토바이가 달리기 시작하자 긴 흔적이 남는다.

현수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앞쪽의 상황을 살피기에도 바쁜 때문이다.

조금 전 현수는 제법 빠르게 걷고 있었지만 가장 근접한 추적자인 이즈라 케볼트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말을 타고 쫓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는 오토바이 때문에 둘 사이는 점점 벌어지는 중이다.

지구의 경주마는 시속 60∼70㎞의 속도를 낸다. 물론 단거리 달리기 속력이다.

이곳은 철 관련 산업이 발달되어 있지 못해 말발굽이 없다. 말발굽은 자동차의 타이어와 같은 것이다. 달릴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고 발에 물집이 생기지 않게 한다.

이런 게 없는데다 경주를 하는 게 아닌지라 이즈라 케볼트는 시속 20∼25㎞의 속력으로 질주하는 중이다.

조금 전까지 현수는 약 10㎞/h의 속력으로 걸었다.

하여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런데 지금은 약 60㎞/h의 속력으로 쏘아져 가는 중이다.

당연히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진다. 게다가 말은 지치지만 현수가 탄 오토바이는 그러지 않는다. 따라서 이즈라 케볼트는 현수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부아아아아앙―!

현수가 탄 오토바이가 긴 흔적을 남기며 마인트 대륙의 대지 위를 달린다.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마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만한 폭이고 바닥은 며칠 전에 내린 비 때문에 질척인다.

촤아아아아∼!

오토바이가 바닥의 물을 가르며 달리자 물보라가 인다. 덕분에 흔적이 끊긴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시속 60㎞로 두 시간 정도 달렸으니 100㎞ 이상은 이동한 듯싶다. 현수는 오토바이에 문제가 생기면 본인만 피곤하기에 잠시 휴식을 취했다.

손을 대보니 항온마법진이 훌륭히 임무를 완수하고 있어 엔진과 배기통은 뜨겁지 않다.

“흐음! 차나 한 잔 할까?”

아공간에서 커피믹스를 꺼내 한 잔 만들었다. 커피의 카페인은 각성 효과를 높여줄 것이다.

후르릅!

한 모금 마시고 사방을 둘러보는데 먼 곳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 협곡이 시작되는 곳이다.

“뭐지?”

몬스터는 아닐 것이다. 햇빛이 반사되는 걸 보면 잘 벼려놓은 병장기를 들고 있다.

간혹 오크들도 인간으로부터 노획한 무기를 사용하지만 날을 갈거나 녹을 떨구는 일을 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인간일 것이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현수는 다시 헬멧을 썼다. 그리곤 질주를 재개했다.

부아아아아앙―!

달리면서 보니 병사들이 숲으로 들어간 듯하다.

‘아하! 몬스터 토벌을 하러 온 모양이군. 그렇다면 얼른 통과하는 것이 상책!’

제 마음대로 생각을 굳힌 현수는 협곡 입구로 방향을 잡았다. 숲 속에 몬스터가 우글대는데 굳이 그쪽으로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아아아앙―!

“으앗! 저, 저게 뭐냐?”

“헉! 괴물이다! 근데 엄청 빨라!”

“몬스터인가 보다! 모두 공격하라!”

“파이어 애로우!”

“윈드 스톰!”

“라이트닝 볼트!”

숲 속에 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난사하고 병사들은 화살을 쏘거나 창을 던진다.

“이건 뭐야? 쉴드!”

부아아아아앙―!

스트롤을 당기자 대림 VJF―125는 더욱 빠른 속도로 쏘아져 간다. 협곡 내부로 들어서자 양쪽에 마법사와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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