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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122화 (1,121/1,307)

# 1122

퍼억―!

“끄아아악! 케엑! 끄윽!”

발바닥을 뚫고 올라온 창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던 마법사는 길고 긴 비명을 지르다 눈을 감는다.

항문을 뚫고 솟구쳐 오른 창이 목구멍까지 뚫고 턱에 박힌 때문이다.

“이런……!”

“으으, 으으으으!”

선두의 마법사는 꼬챙이에 꿰인 채 부들부들 떨며 나직한 신음을 토한다. 순식간에 생명이 빠져나가는 듯 안색도 창백하다.

“이런 간악한……!”

뒤쪽의 마법사는 동료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또 다른 기관이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뒤로 물러섰다. 바로 그 순간이다.

퍼어억―!

“허억! 케엑! 끄윽!”

양쪽 벽으로부터 굵은 창이 튀어나온다.

위의 것은 단숨에 두개골을 뚫고 반대편 벽에 닿고야 멈췄고, 아래쪽 것은 심장을 관통했다.

그보다 더 아래에서 튀어나온 창은 복부를 꿰뚫었다.

더 뒤쪽에 있던 마법사들이 황망히 물러선다. 그리곤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또 다른 기관이 발동될까 싶어 두리번거리며 촉각만 곤두세우고 있다.

잠시 후, 통로로 진입한 마법사들이 모두 물러갔다. 포기하고 철수한 것이 아니다.

약간이 시간이 지난 후 통로로 접어드는 인영들이 있다. 그런데 악취가 매우 심하다. 송장 썩는 냄새이다.

“라이트!”

누군가의 마법에 의해 통로 내부가 밝아지자 드러난 것은 십여 구 정도 되는 구울이다.

기다란 막대기로 문을 열자 창이 튀어나온다. 구울들을 뚫었지만 이미 죽은 시체인지라 반응이 없다.

잠시 시간을 두고 퍼런 운무가 실내를 채운다.

“아앗! 큐어 포이즌! 모두 물러나라!”

누군가의 명에 따라 통로로 접어들던 마법사들이 모두 물러났다. 자욱한 독무가 가라앉는 것은 대략 한 시간 정도 지나서이다.

다시 통로로 진입한 마법사들을 조심스런 발길로 통로 내부를 뒤진다. 이들은 로렌카 제국 특수첩보단 소속 마법사들이다. 지난 수년간 수도에 잠입해 있는 반 로렌카 전선의 간세들을 색출해 내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다.

최근 이들은 졸린 조랑말의 발굽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손님도 별로 없는데 문을 닫지 않고 오랫동안 영업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결과이다.

가장 먼저 주점 주인인 애꾸눈 푸시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조사를 시작했다. 푸시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

외출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주점 내부에만 머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낮에는 자고 밤에만 영업한다.

지난 석 달간 푸시에 대해 조사했는데 드러난 것이 없다. 강제 연행을 하면 금방 알 일이다.

잡아다 자백 마법을 쓰면 세 살 때 무슨 짓을 했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다.

그럼에도 잡아들이지 않은 건 누군가와 접선하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하나만 잡아들이는 것보다 둘 이상을 잡았을 때 더 큰 공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하나가 걸려들었다. 하여 첩보단원을 대거 투입했다.

그 결과는 기관 작동에 의한 사망이다. 분노한 마법사들은 구울을 동원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통로 곳곳에서 쇠뇌와 창살이 튀어나왔고, 바닥이 무너지면서 아래에 박아놓은 꼬챙이에 꿰뚫리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독무도 뿜어져 나왔고, 천장이 내려앉아 압사당하는 일도 빚어졌다.

잔뜩 긴장한 채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지만 번번이 허를 찔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약이 오른 특수첩보단은 단원들을 추가로 출동시켰다.

이 정도 안배를 해두었다면 대단한 인물이 은신해 있을 것이란 판단한 것이다.

많은 희생이 발생되었음에도 특수첩보단은 포기하지 않고 전진했다. 이리저리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진 통로를 따라 한참을 이동했을 때다.

선두에 있던 마법사는 세 개의 문을 앞에 두고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다 똑같은 문이다.

“지난번엔 왼쪽 벽과 앞쪽 문이 기관 작동을 일으켰고, 그전엔 앞쪽과 오른쪽의 것이 그랬으니 이번엔 왼쪽과 오른쪽이겠지? 그렇다면 이번엔 앞쪽 문이 안전하겠네.”

“내 생각도 그러하네.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 같네.”

“좋아, 앞쪽 문을 열겠네. 다들 주의하게.”

“그래. 조심스레 열게.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얼른 뒤로 물러나고. 우린 20m쯤 떨어져 있겠네.”

“그래.”

선두의 마법사는 긴장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동료 마법사들은 20m쯤 떨어진 곳에서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중 하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인다. 문을 열 테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그리곤 눈앞의 문을 잡아당겼다.

끼이익―!

“……!”

아무런 반응도 없다. 열어도 문제가 없는 문이었나 보다.

하여 선두의 마법사는 뒤쪽의 동료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이 순간이다.

쿠아앙―! 촤아앙! 쿠아아앙! 와르르르! 쿠아아아앙!

“헉!”

뒤쪽에 있던 동료들의 머리 위에서 폭발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그들의 앞에서 쇠창살이 솟아오른다. 그리곤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케엑! 아악! 끄윽! 아악! 살려줘! 켁!”

사실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계속되는 폭발음과 무너져 내리는 소리 때문이다.

선두의 마법사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방금 전까지 응원의 눈빛을 보내던 동료 모두 압사당하는 현장을 지켜봤으니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나직이 중얼거릴 때다. 열린 문 저쪽으로부터 무언가가 쏘아져 온다.

쐐에에엑! 파직―! 퍽! 퍼퍼퍽!

“케엑! 크헉! 으악!”

여섯 개의 창이 마법사의 몸을 뚫어버렸다. 그 순간 나직한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쓰러졌다.

다음 순간 강력한 폭발음이 이어진다.

콰앙! 와르르르! 쿠아앙! 와르르르―!

쓰러진 마법사의 몸 위로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떨어져 내리더니 두개골을 빠개 버린다. 허연 뇌수가 시뻘건 선혈과 같이 흘러나왔지만 아무도 보는 이는 없다.

같은 순간, 수도 맥마흔을 감싼 성벽 위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음에 이어 성벽의 한 부분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 때문이다.

“아앗! 성벽이 무너진다! 대피하라! 대피하라!”

“어서 피해! 아앗! 이쪽도 무너진다! 어서 물러나!”

높이 15m짜리 성벽은 폭도 15m 정도 되었다.

두께가 너무 얇으면 외부의 충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기에 누가 봐도 견고하게 쌓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성벽이 갑작스레 무너져 내리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병사들은 황급히 대피했다. 곧이어 맥마흔엔 비상령이 발동되었다. 그러는 동안 지하에선 폭발음이 이어지고 있다.

콰릉! 콰르르르릉! 콰릉! 콰르르릉!

성벽에 가까이 지어져 있던 건물 몇 채가 폭삭 주저앉았다. 놀란 사람들이 황급히 대피하고 있지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사상 초유의 테러 사태에 직면하여 다들 우왕좌왕하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끄응! 30년도 넘게 걸린 건데…….”

현수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던 라트보라 남작이 살짝 이맛살을 찌푸린다.

“내일부터는 그곳에 나갈 일도 없겠군. 그럼 당분간은 쉬는 건가?”

통로가 무너졌으니 이제 졸린 조랑말의 발굽은 자동 폐업이다.

“흐음! 이사도 해야 하는군. 손님이 가고 나면 조금 바쁘겠어. 그럼 그동안엔 좀 쉬어야겠네.”

나직이 중얼거리곤 빵과 물을 챙긴다.

이 저택엔 벙어리 시녀 하나가 있을 뿐이다. 오로지 청소와 빨래만 한다. 아침과 점심은 황궁에서 먹고 저녁은 졸린 조랑말의 발굽에서 직접 조리해 먹기 때문이다.

“줄리에게 준비를 시켜야겠군.”

수도 맥마흔에는 수십 개에 달하는 상단이 있다.

그중 마필드 상단이 있는데 수도와 인근 도시를 오가며 생필품과 곡물을 취급하는 중소 규모의 상단이다.

이 상단은 반 로렌카 전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장사보다는 첩보수집 및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발족된 것이다.

아무튼 이 저택은 마필드 상단의 소유이다.

약 30년 전에 매매를 통해 소유권을 넘겨받았는데 현재는 상단의 행수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르쥬가 이곳에 입주한 것은 약 3년 전이다. 남작은 퇴근할 때마다 조르쥬와 똑같이 변장하였던 것이다.

조만간 특수첩보단은 무너진 통로를 복원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곳이 파악될 것이다.

따라서 번거롭기 싫으면 이사를 해야 한다.

수도엔 마필드 상단이 소유한 집이 여러 채 있다.

거의 대부분이 성벽 근처에 있다. 지하 통로를 통해 성 밖으로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라트보라 남작은 이맛살만 잠깐 찌푸렸을 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 조사 대상이 본인이 아닌 조르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필드 상단에는 조르쥬가 근무한다.

반 로렌카 전선의 일원이 아닌 직원일 뿐이다.

실제로 이 저택에 기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바빠서 한 달에 한 번도 드나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외부 상행에 동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리바이가 확실하다.

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맡은 업무는 누구를 조사할 것인지 명단을 작성하여 상부에 기안하는 것이다.

평민들로 구성된 실무진이 현장조사를 통해 명단을 올리면 그를 살펴보고 무리가 없는지 가늠한 뒤 직속상관인 백작에게 보고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따라서 마필드 상단의 조르쥬가 명단에 올라오면 슬쩍 빼버리면 그만이다.

같은 순간, 현수는 결계 안에 머물고 있다.

대단위 공격 마법을 만들어야 한다. 9서클 마스터가 100명이 넘는다니 포위되면 꼼짝없이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처럼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끄응! 매스 안티 매직 필드로도 제압이 안 되겠군.”

10서클엔 미치지 못하지만 9서클 마스터 역시 절대자의 반열에 오른 존재이다. 따라서 웬만한 공격은 다 막아낼 수 있다. 게다가 상대의 숫자가 월등히 많으므로 마법을 시전하는 중에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흐음! 용언 마법부터 가닥을 잡아야 하고 브레스 같은 것도 만들어야 해.”

현수는 드래곤과 인간의 마법을 융합시키는 작업부터 착수했다. 이실리프 마탑의 마법은 룬어의 영창이 가급적 짧다는 것과 마나의 효율이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짧고 더 높은 효율의 마법이 필요하다.

“흐음! 브레스라. 화염방사기 같은 건데 훨씬 더 규모가 큰 거지?”

아공간에도 화염방사기가 있기는 하다. 레드마피아가 콩고민주공화국 반군에게 공급하려던 것이다.

화염방사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1898년에 독일에서 개발되었는데 액체연료를 고압가스로 분사함과 동시에 점화하여 화염을 뿜게 하는 것이다.

화염 도달거리는 개인휴대용은 약 50m, 차량탑재용은 약 70m이다. 1,000∼1,200℃ 정도이니 살상 효과가 매우 크다.

“근데 블링크나 텔레포트로 피해 버리면 그만이잖아. 배리어 마법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고. 끄응! 브레스는 포기다. 그럼 뭐가 있지?”

현수는 현대의 무기들을 떠올려 보았다. 당연히 핵폭탄이 가장 먼저이다.

“차르봄바 한 방이면 끝인데. 쩝! 그건 구할 수가 없군.”

차르봄바는 러시아어로 폭탄의 황제라는 뜻이다. 50MT짜리 두 개를 만들어 그중 하나를 시험한 바 있다.

일본에 투하되었던 핵폭탄의 약 2,500배의 위력을 가진 이것을 터뜨리면 맥마흔을 단숨에 끝장낼 수 있다.

9서클 마스터가 100명이 아니라 100만 명이 있다 하더라도 모조리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걸 구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푸틴과 아무리 친해도 이걸 내주진 않을 것이다. 금괴를 무지막지하게 안겨줘도 안 줄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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