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25화 (1,124/1,307)

# 1125

13장 아! 다프네

“자!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됩니다. 이 대결은 운 좋게 2차를 부전승으로 오른 핫산 브리프 마법사와 2차에서 상대의 머리에 굵은 아이스 스피어를 박아 넣은 이마르 이사틴 마법사의 대결입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아아!”

“핫산! 핫산! 핫산! 핫산!”

“이마르! 이마르! 이마르! 이마르!”

오늘도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다.

관중들은 본인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대결에 임하는 마법사들의 이름은 연호하고 있다.

1차 선발은 14일, 2차 선발은 7일간 벌어졌다. 3차 선발은 4일에 걸쳐 치러지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현수는 마지막 경기에 나서게 되었다.

이제 이 대결에서 승리하면 남작이 되는 것이고, 패하면 짐 싸서 집에 가야 한다.

현수는 1차 선발 첫날 랜돌 프아킨과 대결하여 승리했다. 2차에선 제비뽑기를 잘해서 부전승으로 통과했다.

손목이 잘려 대회를 포기한 라만세가 상대로 결정된 때문이다.

3차에서도 부전승을 거둬 곧바로 남작이 될 기회가 있었지만 일부러 대결을 택했다.

1차와 2차 선발이 치러지는 21일간 현수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입수했다. 승자들이 머무는 숙소에 있으면서 다른 마법사들의 대화를 엿들은 결과이다.

전에도 단 한 번의 대결로 남작에 오른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평생을 남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했다.

실력이 의심스럽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현수가 대결을 선택한 것은 이 때문이 아니다.

마인트의 마법이 아르센의 마법과 약간 궤가 다른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곳의 마법들을 견식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자! 핫산 브리프 마법사와 이마르 이사틴 마법사는 대결장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사회자가 선수들을 호칭하는 것도 약간 달라져 있다. 귀족 결정전이므로 상당히 정중해진 것이다.

“핫산! 핫산! 핫산! 핫산!”

“이마르! 이마르! 이마르! 이마르!”

관중들이 큰 소리로 연호하며 선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현수는 선수 대기실을 떠나 대결장으로 향하는 통로를 걷고 있다.

이때 행정관들이 따라 걷는다.

“핫산 브리프 마법사님은 어디에서 오신 분이십니까?”

“올해 연세는 어떻게 되시고 가족 관계는 어떻습니까?”

“어느 분 밑에서 마법을 익히셨습니까?”

“……!”

무려 여덟 명이나 달라붙어 온갖 질문을 퍼붓는다. 둘 중 하나가 남작이 되기에 사전에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현수는 라트보라 남작으로부터 받은 핫산 브리프의 인적 사항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행정관들은 열심히 받아쓰기를 하며 따라온다.

그러다 눈부신 햇살 아래에 당도하자 관중석으로부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와아아! 선수 입장이다! 와아아아아아!”

“핫산 브리프 마법사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꼭 이기십시오.”

“저도요. 핫산 브리프 마법사님이 이기실 겁니다.”

지금껏 뒤따르던 행정관들이 일제히 물러선다. 곧 대결이 벌어지니 더 이상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겠다는 뜻이다.

“와와와와! 와와와와와!”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대결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먼저 입장한 상대는 예리한 시선으로 현수를 째려본다.

그에게 있어 현수는 넘어야 할 산이다. 이번 대결만 이기면 남작이 되어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된다.

워낙 큰 대륙인지라 남작령의 크기가 거의 대한민국 정도 된다. 따라서 이기기만 하면 왕처럼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현수를 꼭 이겨야 한다.

스웨덴의 남녀 혼성 4인조 그룹 ABBA의 노래처럼 ‘The winner takes it all’인 상황인 것이다.

핫산은 1차 대결 때 윈드 필드에 윈드 커터를 조합시켜 상대의 목을 베었다는 것 이외엔 알려진 바가 없다.

반면 자신은 천신만고 끝에 이 자리에 섰다. 1차 대결 땐 30분이 걸렸고, 2차에선 40분이나 걸렸다.

두 번의 대결을 거치는 동안 작은 부상을 입었다.

포션을 들이붓고 힐링을 구현시켜 상처는 아물었지만 걸을 때마다 은근한 통증이 느껴진다.

적어도 두 달은 요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끄응! 이거 때문에 패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운신이 편치 않다.

이를 상대에게 들켜선 안 되기에 겉으론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자! 두 분은 중앙으로 오십시오.”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대결장 중앙에 그려놓은 원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경기 규칙은 잘 아시죠?”

“그렇다네.”

“……!”

현수를 대꾸했지만 이마르는 고개만 끄덕인다. 그러면서도 현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6서클 마스터군.’

이마르의 심장 부위를 돌고 있는 여섯 개의 링을 파악한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트보라 남작의 말처럼 하향 안정 지원이 보편화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때문이다.

‘그럼 공작들은 뭐지?’

9서클 마스터가 되어야 참가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남작 선발대회처럼 하향 안정 지원을 했다고 하면 10서클 마법사들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뜻이다.

‘끄응! 9서클 마스터도 많아서 죽겠는데.’

마인트 대륙 역사상 어느 누구도 10서클의 벽을 넘지 못했음을 현수는 모르기에 나직한 침음을 토했다.

혹시라도 10서클 마법사가 있으면 어쩌나 생각한 것이다.

“이제 곧 대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저 깃발이 내려가면 공격을 하셔도 됩니다. 아셨죠, 두 분?”

“알겠네.”

“그러지.”

현수와 이마르가 대답하자 진행자는 얼른 물러선다.

그리고 관례처럼 시간이 흐른다. 누가 이길 것인지 내기 돈을 걸 시간이다.

현수는 마주 서 있는 이마르를 살펴보았다.

‘흐음! 종아리에 부상이 있군. 걷는 데 불편하겠어.’

이마르 역시 현수를 유심히 살핀다.

‘뭐야? 왜 마나 링이 몇 개인지 알 수가 없지?’

현수의 심장 부위를 살폈지만 마나 링의 숫자를 헤아릴 수 없자 이마르의 이마에선 진땀이 솟는다.

‘설마 7서클 이상인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남작이 아니라 자작이나 백작 자리를 노려야 하는데.’

마법사들은 자신보다 화후가 낮은 상대를 만나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다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

‘설마 7서클 이상이라면……. 미친! 왜 7서클 이상인데 겨우 남작을 하겠다고 나와? 자작이나 백작급으로 가야지.’

이 순간 이마르는 갑자기 오한이 느껴졌다. 현수로부터 싸늘한 한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기 때문이다.

‘으으, 으으으! 포기해야 하니? 눈앞이 고지인데 여기서 포기하면 30년을 기다려야 해. 포기할 수 없어. 죽든 살든 끝까지 가야 해.’

이마르는 슬며시 어금니를 깨물었다. 자꾸 물러서려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다.

뒤로 물러섰던 진행자가 깃발을 들고 있는 사내에게 신호를 보내려다 멈춘다. 아직 내기 돈 집계가 끝나지 않았다는 누군가의 신호를 받은 때문이다.

‘이제 저 깃발이 내려가면 새파랗게 젊은 저… 헉! 진짜 7서클인 거야?’

6서클인 본인은 나이가 62세이다. 그런데 서클 수조차 헤아릴 수 없는 현수는 25살 정도로 보인다.

아무리 천재라도 그 나이에 6서클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현수는 분명히 젊다.

얼굴에 주름이 하나도 없다.

‘설마……!’

깨달음을 얻어 7서클에 오르면서 바디 체인지를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마르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5서클과 6서클의 차이보다 6서클과 7서클의 차이가 훨씬 더 현격하다. 감히 대들 수 없을 정도의 차이이다.

현수가 예상대로 7서클 마법사라면 오늘 이 자리에서 자신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1차 선발에서 현수는 랜돌 프아킨의 목을 베어 죽였다. 그때 걸린 시간이 불과 1∼2분이다.

랜돌은 6서클 유저이다. 그런 그가 너무도 맥없이 목숨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자 전신에서 소름이 돋는다.

현수가 7서클이라는 걸 확신한 때문이다.

‘으으! 잘못하면 죽는다!’

은은한 공포감이 엄습하자 이마르는 슬쩍 한 발 물러섰다.

저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다. 이 순간 진행자가 깃발을 든 사내에게 다시 한 번 신호를 준다.

하여 힘차게 깃발을 내리려는 순간이다.

“멈추시오!”

누군가의 고함에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황태자 전하께서 행차하셨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도록 하시오.”

마나가 실린 고함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선다.

황태자는 차기 황제가 될 인물이다. 당연히 예를 갖춰야 하는 대상이다.

잠시 후, 화려한 예복을 걸친 황태자가 관람석으로 들어서자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연주되는 곡은 황태자 찬가이다.

빰빠∼! 빠빠빠빰∼! 빰빰 빠빠빠빠∼!

웅장하면서도 제법 괜찮은 멜로디이다.

하긴 제국의 음악가들이 작곡한 것 중 고르고 골랐을 것이니 괜찮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현수는 멜로디를 기억에 담았다. 지구로 가면 다이안에게 줄 또 다른 곡이 생긴 때문이다.

황태자 찬가가 연주된다는 것은 이 행차가 공식적인 행보라는 의미이다.

약 3분에 걸친 연주가 끝나자 푸른 융단이 깔린다. 이곳에선 파란색이 귀빈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황태자는 수행원들의 안내를 받아 천천히 걸었다. 그런 그의 좌우엔 두 명의 아리따운 시비가 따른다.

그 뒤로 두 명의 공작과 네 명의 후작이 보인다. 걸치고 있는 예복의 색깔만으로도 작위를 구분할 수 있다.

황제와 황태자는 보라색을 입는다.

공작은 검은색, 후작은 붉은색, 백작은 파란색, 자작은 초록색, 남작은 주황색이다.

공작은 두 어깨에 금색 견장 수술을 달았고, 비스듬히 붉은 띠까지 매고 있다. 허리띠는 황금색인데 아주 잘 닦여 있어 햇살을 반사시키고 있다. 후작은 은색 견장 수술이고 연보라색 띠, 그리고 은색 허리띠를 매고 있다.

제법 괜찮아 보이는 복식이다.

황태자의 수발을 드는 시녀들은 흰색 원피스를 걸쳤는데 파란 허리띠가 포인트처럼 보인다. 걷는 동안 물결치듯 부드럽게 흔들리며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다.

둘 다 상당히 미인인데다 불룩 솟은 가슴, 그리고 잘록한 허리와 급격하게 발달된 둔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황태자가 관중석 중앙에 위치한 귀빈석 한가운데에 설 때까지 모두들 기립해 있다. 그게 예의이기 때문이다.

“나, 로렌카 제국의 황태자 슐레이만 로렌카는…….”

황태자의 말이 시작되자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유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황태자와 황제는 후작위와 공작위가 결정되는 때만 행차하는 것이 관례이다.

“…하여 이번 대회에 상으로 주어질 미녀들을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아아!”

황태자의 말이 끝나자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린다. 그러는 사이에 병사들이 들어와 두 줄로 도열한다.

다른 한쪽에선 관중석의 관객들을 뒤로 밀어냈다. 미녀들이 들어설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기꺼이 뒤로 물러섰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절세미녀들을 감상할 기회를 얻었으니 오히려 영광이라 생각한 것이다.

“들어오라!”

황태자의 명이 떨어지자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황태자 찬가보다는 덜 웅장하지만 이번 곡 역시 멜로디가 아주 좋다.

대결장 중앙에 서 있던 현수는 시선을 돌려 여자들이 입장하는 쪽을 바라보았다. 다프네가 올까 싶어서이다.

“우와와!”

“화아! 엄청나다, 엄청나!”

“세상에! 여신급이야! 엄청 예뻐!”

여자들이 입장하자 관람석이 술렁인다. 곧이어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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