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26화 (1,125/1,307)

# 1126

황태자의 수발을 들던 시녀들이 걸친 것과 거의 비슷한 의복을 걸친 여인들이 등장했다.

이번 영주 선발대회에선 신임 공작 2명, 후작 5명, 백작 16명, 자작 21명, 그리고 남작 88명이 결정된다.

새로 선발된 공작은 4명, 후작은 3명, 백작은 2명, 그리고 자작과 남작은 1명을 하사받는다.

이를 위해 마인트 대륙과 아르센 대륙에서 미녀 164명을 선발했다.

마인트 대륙의 경우는 미녀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평생 호의호식하는 귀족이 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반명 아르센 대륙 출신 미녀들은 납치, 또는 매매되어 이곳에 왔다. 본인의 뜻이 아닌 것이다.

하여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각종 교육을 받는다. 이곳에 적응시키기 위한 교육이다.

현수는 입장하는 미녀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폈다. 맞은편의 이마르 역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너무도 아름다운 미녀들이 계속해서 입장하고 있으니 사내의 본능이 그리 시킨 것이다.

대체적으로 흑발이 많다. 그리고 흑인 미녀도 보인다.

낮에는 유명 모델로, 밤에는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 뉴저지 출신 린제이 스콧(Lyndsey Scott) 같은 여인도 있다.

카리브 해의 아름다운 섬 마르티니크 출신의 완벽한 미녀 코라 엠마누엘(Cora Emmanuel) 분위기의 여인도 있다.

그렇게 100여 명의 미녀가 입장했다.

하나하나 들어설 때마다 관중들은 몸살 앓는 소리를 낸다. 하나라도 품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반응이다.

잠시 후, 머리카락 색깔이 다른 미녀들이 등장한다. 이제부터는 아르센 대륙에서 데려온 미녀들이다.

“우와아아! 머리카락 색깔 좀 봐! 보라색이야!”

“헐! 파란색도 있어!”

“으으! 금발이야, 금발! 저기 좀 봐!”

“와아! 빨개! 근데 얼굴과 몸매 모두 끝장이다!”

“헐! 너무 예뻐! 으으으! 한 번만 안아봤으면 좋겠다!”

관중들 모두 입장하는 미녀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어서 어서 마법을 연마하여 다음번 대회 때는 나도 꼭 출전해야지.”

“그래, 그동안 마법 연구를 게을리했는데 저런 미녀를 상으로 준다면 당연히 죽어라 연마해야지.”

관객들이 떠드는 동안에도 미녀들의 입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약 150명이 나왔는데 그중에 다프네는 끼어 있지 않았다.

‘이곳에 와서 화장 같은 걸 해서 내가 못 알아보는 건가?’

현수는 지구인이다.

여자들의 화장이 변장 수준으로 진화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새로운 화장술 때문에 다프네를 알아보지 못한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미녀들이 입장하고 있다.

“예쁘긴 예쁘군.”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이다.

현수는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를 아내로 맞이한 바 있다. 카이로시아와 로잘린, 스테이시와 케이트, 그리고 다프네도 아내로 맞이할 예정이다.

이 밖에 많은 미녀를 만나봤다.

예카테리나와 백설화, 그리고 헥사곤 오브 이실리프의 여섯 여인 또한 매우 아름답다. 다들 경국지색이라 할 만큼 극치의 아름다움을 품은 여인들이다.

그렇기에 현수의 눈은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지금 등장하는 미녀들의 미모가 놀랍다는 표정이다. 세상은 넓고 미녀는 많다는 말이 생각났다.

161번째 미녀는 은발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매우 인상적이다.

샴푸도 없는 곳임에도 바람결에 날리는 머릿결이 환상적이다. 마치 뉴질랜드 출신 수퍼모델 스텔라 맥스웰(Stella Maxwell)과 비슷한 분위기다.

“자! 다음은 162번째 미녀입니다. 이 미녀의 이름은 스타르라이트라고 합니다. 참고로 ‘스타르라이트’는 아르센 대륙어로 ‘별빛’이라는 뜻입니다.”

통로 입구에 있던 사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적발미녀가 들어선다. 얼굴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모델 캔디스 스와네포엘(Candice Swanepoel)과 흡사하다.

“우와아아!”

관객들이 일제히 탄성을 터뜨린다. 빵빵한 가슴의 소유자가 등장한 때문이다.

스타르라이트는 미인대회 출신자처럼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입장했다. 그녀는 아르센의 농노의 딸이었다.

잘해봐야 다른 농노에게 시집갈 팔자였는데 납치되어 이곳에 이르렀다. 그리고 교육을 받는 동안 귀족의 여인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황제가 하사한 미녀는 무조건 아내로 맞이해야 한다. 아무 때나 버릴 수 있는 첩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제 팔자가 피었다 생각하였기에 환한 미소까지 머금고 등장한 것이다.

“자, 다음은 163번째 미녀의 입장입니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스타르라이트에게서 시선을 떼고 통로 입구를 바라본다.

“이 미녀의 이름은 아만다 프러페 반 도델입니다. 아르센 대륙 도델 왕국의 공주입니다. 누가 이 미녀를 차지할지 알 수 없지만 주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일 겁니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통로로부터 한 여인이 들어선다.

햇살 때문에 눈이 부신지 잠시 찡그리는데 묘한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굳이 지구의 누군가와 비교하자면 헝가리의 여신이라 불리는 바바라 팔빈(Barbara Palvin)처럼 생겼다.

“와아아아! 엄청 예쁘다!”

“헐! 여신이시다, 여신!”

“아! 부럽다, 부러워!”

“다음 대회엔 꼭 참석한다. 두고 봐라.”

귀빈석 중앙에 마련된 높은 의자에 앉아 있던 황태자는 미소를 머금었다.

본인이 의도한 그대로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영주 선발대회는 30년에 한 번 개최된다. 너무 텀(Term)이 길다.

그리고 건국 황제인 부친은 나이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점차 노쇠해 가는 중이다.

황태자는 황제로부터 조만간 양위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

300년이 넘도록 황제 자리에 있었더니 재미가 없어 양위한 후엔 방랑자처럼 대륙을 돌아보겠다고 했다.

어쨌거나 본인이 황제가 되면 영주 선발대회를 매 10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 것으로 법령을 바꿀 생각이다.

제국이 건국된 후 마법사들은 마법 연구를 등한시했다. 자극적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제대로 마법사들을 자극했다. 이전엔 일반 관중들이 미녀들을 보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전격적으로 미녀들을 공개하자 마법사들로부터 수컷의 욕망이 느껴진다. 다음번 영주 선발대회에 꼭 참석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일으킨 것이다.

다툼을 벌이고 있는 세력은 없지만 로렌카 제국을 위해선 좋은 일이다.

“자! 다음은 마지막 미녀입니다! 여러분! 눈을 크게 뜨고 보십시오! 어마어마합니다!”

사회자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통로 입구로 향했다. 대체 어떤 미녀가 나오기에 설레발을 떠나 싶은 것이다.

“이번에 나올 미녀는 아르센 대륙 라수스 협곡 출신입니다. 이름은 다프네(Daphne)! 아르센어로 ‘아름다운 요정’이라는 뜻입니다.”

모두들 통로 입구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잠시 후 안쪽으로부터 황금빛 드레스를 걸친 여인이 등장한다.

“우와아아아! 끝내준다, 끝내줘!”

“헐! 너무 예뻐! 여신 중의 여신이시다!”

“세상에, 저게 사람이야? 엄청 아름답다!”

“와아아! 정말 예쁘다! 미의 여신이야!”

사람들의 감탄사 속에서 등장한 여인은 다프네였다. 그런데 현수가 알고 있는 그 모습이 아니다.

그간 잘 다듬어서 그런지 너무도 아름답다.

우아함, 고상함, 고결함, 그리고 요염함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그야말로 절세미녀 중의 절세미녀로 바뀌어 있다.

다프네는 수많은 관중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살짝 고개를 숙인다. 이 순간 한줄기 바람이 그녀의 귓전을 스친다.

귀밑머리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모든 사내가 꿈꾸는 환상 그 자체이다.

‘아! 다프네!’

다프네를 발견한 현수는 얼른 그녀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관중석으로 뛰어올라 가려 했다.

하지만 이내 자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프네의 뒤를 이어 대략 30명의 사내가 등장했는데 모두가 검은색 예복을 걸치고 있다.

금색 견장수술과 붉은 띠, 그리고 황금색 허리띠는 그들 모두 9서클 마스터인 공작이라는 의미이다.

곧이어 60명의 후작이 들어선다.

그간의 심상 대결을 통해 30명의 공작과 맞붙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데 그들보다는 못하지만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진 8서클 마스터가 대거 등장하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다프네는 아르센력으로 지난 9월 초에 라수스 협곡 입구에서 납치당했다. 그리고 지금은 4월이다.

약 8개월이란 시간은 촌스럽던 다프네를 절세미녀로 바꿔놓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현수는 멍한 시선으로 다프네를 바라보았다.

아름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말처럼 미(美)의 여신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프네는 이 자리에서 서 있는 것이 불편하다는 듯 천천히 걸어 다른 여인들 틈으로 끼어들었다.

사람들의 시선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미녀들 중엔 웃음을 띤 여인이 많다. 곧 귀족의 아내가 될 신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프네는 웃지 않고 있다.

하인스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 하인스 님, 어디에 계신가요? 여기가 어딘지는 몰라도 저를 구하러 와주시면 안 되는지요?’

다프네는 현수의 얼굴을 떠올리며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 모습 또한 너무도 아름답다.

현수는 마나에 의지를 실어 자신이 이곳에 있음을 알리려다 말았다. 30명이 넘는 9서클 마스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제기랄!’

현수는 나직이 투덜거렸다.

10서클 마스터가 되고 그랜드 마스터에 보우 마스터까지 이루었기에 세상 어디에도 거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 듯한 때문이다.

현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황태자가 의자에서 일어선다. 뒤쪽에 서 있던 여인들 모두 착석한 상태이기에 자연스레 황태자의 움직임이 눈에 뜨인다.

“오늘 나는…….”

잠시 황태자의 발언이 있었다.

‘헐!’

모든 이야기를 들은 현수는 입을 딱 벌렸다.

뉴질랜드 출신 수퍼모델 스텔라 맥스웰과 헝가리의 여신이라 불리는 바바라 팔빈,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모델 캔디스 스와네포엘을 닮은 여인과 다프네는 신임 공작만이 선택할 수 있다는 말 때문이다.

신임 공작은 두 명이다. 최종 결정이 나면 제비뽑기를 하여 먼저 네 명을 고를 수 있다.

이때 이들 넷 중 적어도 두 명 이상은 반드시 골라야 한다. 물론 넷을 다 골라도 된다.

‘끄응!’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냈다.

대회에 참가하기 전 제출된 서류엔 7서클이라 기록되어 있다. 서클 제한이 있으니 공작과 후작위 선발대회엔 참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프네를 무리 없이 되찾으려면 공작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두 개의 제비 중 먼저 고를 수 있는 걸 뽑아야 한다.

문제는 기 제출된 서류를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라트보라 남작에게 부탁하면 될까?’

행정업무를 맡고 있으니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9서클 마스터로 수정하면 우스워진다.

9서클 마스터면서 5서클 마스터의 자격만 갖추면 선발될 수 있는 남작위에 도전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끄응!’

현수가 또 한 번 나직한 침음을 낼 때 대결 진행자가 다시 나온다.

“핫산 브리프 님, 그리고 이마르 이사틴 님, 잠시 대결이 중단되었습니다. 속개하려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괜찮소.”

“……!”

이마르는 고개만 끄덕인다. 진행자가 물러나 깃발 든 사내에게 신호를 보내려는 순간이다.

“황태자님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현수의 느닷없는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전능의 팔찌』 47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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