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32화 (1,131/1,307)

# 1132

“지금 집계 중인데 곧 2,000만 골드가 넘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허어!”

액수가 어마어마함에 놀랐는지 어서 진행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생각났다는 듯 다시 묻는다.

“그런데 나와 저자에 걸린 비율은?”

“핫산 브리프 자작님과 가엘라 키피터 자작님은 현재 12 대 1 정도 됩니다.”

“12 대 1? 그게 무슨 뜻이지?”

“누군가 핫산 브리프 자작님에게 돈을 걸었는데 핫산 브리프 자작님께서 승리하시면 그 사람은 자신이 건 돈의 12배를 승리 수당으로 받는 겁니다.”

“누가 누굴 이겨?”

가엘라 키피터 자작은 왜 예를 들어도 그렇게 드느냐는 표정이다.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가엘라 키피터 자작님께서 이기실 경우 12골드를 건 사람은 1골드를 추가로 받는 겁니다.”

“뭐라고? 왜 나한테 건 사람은 그렇게 조금 주지? 더 많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의 편을 들어주는데 너무 조금 준다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대결 진행자는 내기가 뭔지 모르는 자작에게 설명을 해줘야 마나 하는 표정이다.

그러자 자작이 또 한마디 쏘아붙인다.

“말해보게! 왜 내게 돈을 건 사람에겐 조금밖에 안 주고, 핫산 브리프 자작에게 건 사람은 훨씬 많이 주는 건가? 불공평하다 생각하지 않는가?”

“네?”

“핫산 브리프 자작이 운 좋게 여기까지 올라온 건 인정하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내게 건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줘야 한다는 말이네. 안 그런가?”

가엘라 키피터 자작은 핏대를 세워가며 성난 표정을 짓는다. 현수에게 집중되는 이목이 마뜩치 않은 때문이다.

이때 멀리 귀빈석에 앉아 있는 황태자가 혀를 차곤 힐만 공작에게 한마디 한다.

“저 친구 저거 아주 물건이구먼. 내기의 룰도 모르고. 안 그런가? 쯧쯧! 저런 자가 백작이 되려 하다니. 공작, 치부책에 기록해 두게. ‘가엘라 키피터 자작, 식견 짧음. 결코 중용해선 안 될 멍청이’, 이렇게 말이네.”

“네, 전하.”

힐만 공작은 소매 속의 수첩을 꺼내 황태자의 말을 그대로 기록한다.

황태자로부터 찍히는 이 순간 가엘라 키피터 자작은 대결 진행자에게 어서 해명하라면서 성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자작님, 내기에 대해 잘 모르시나 본데, 12 대 1이란 자작님이 이번 대결에서 승리하실 확률이 핫산 브리프 자작님보다 12배나 높다는 뜻입니다.”

“내가 12배 높다고?”

“네, 자작님의 승리가 당연하다 여기는 사람이 많으니 핫산 브리프 자작님의 승리에 돈을 건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 그런가?”

가엘라 키피터는 겸연쩍은지 슬쩍 음성을 낮춘다.

“관중들에게 자작님이 마음에 안 들어 한다고 핫산 브리프 자작님에게 돈을 걸라고 이야기할까요?”

“이, 이 사람아, 그게 무슨……. 알았네. 돈 다 걸릴 때까지 기다리지. 험험!”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가엘라 키피터 자작은 짐짓 뒷짐을 지고는 하늘을 바라본다.

“어허! 오늘 날씨 한번 기가 막히게 좋구먼. 죽기에 딱 좋은 날씨야. 그럼, 그렇고말고! 험험험!”

현수는 피식 실소를 짓는다.

조선시대 말기에 양반첩을 사고팔던 삼정이 문란하던 바로 그 시기에 돈으로 족보를 산 이가 제법 많다.

돈은 있는데 머릿속에 든 건 적고 관직은 탐나서 뇌물을 주고 고을 사또가 된 자 또한 많다.

이들은 들인 밑천을 회수하기 위해 학정(虐政)과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았다.

보아하니 가엘라 키피터 자작의 영지 또한 그러할 듯싶다. 영주가 저리도 무식하니 어찌 현명한 정치를 하겠는가!

“쯧쯧쯧!”

현수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그런데 가엘라 키피터 자작이 마침 이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겸연쩍은 판인데 비웃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가엘라 키피터 자작은 현수를 노려본다.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한 시선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괜히 나서서……. 쩝! 뭐 내 일은 아니니까. 근데 요즘은 무식해도 백작을 시켜주나?”

“네, 네 이놈!”

분노한 가엘라 키피터 자작이 고함을 지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슬쩍 한 걸음 물러선다.

“에구, 어느 영지인지 몰라도 영지민이 불쌍하다. 틀림없이 나한테 패할 텐데 앞으로 30년을 또 어떻게 버틸까?”

“뭐라? 방금 뭐라 했느냐? 자작위를 얻었다고 하여 다 똑같은 자작인 줄 아느냐? 나는 20년이 넘었다.”

슬쩍 찔러봤는데 죽자고 달려든다. 아주 좋은 반응이다.

자고로 대결에 임하기 전에 써먹으면 가장 좋은 계책이 격장지계라 하였다. 상대로 하여금 평정심을 잃게 하니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수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화가 난 가엘라 키피터 자작이 뭐라 한마디 하려는 순간이다.

휘리릭―!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깃발을 힘차게 내린다.

“와와와와와와와와와아!”

기대감에 찬 관중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썬더 인 클라우드!”

고오오오! 번쩍! 콰아앙!

“헉! 배리어, 배리어!”

현수에게 달려들어 뭐라 한마디 하려던 가엘라 키피터 자작은 황급히 물러서며 방어 마법을 구현시켰다.

갑자기 자욱한 운무가 피어오르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자 본능적으로 물러선 것이다.

이 순간 배리어가 생성되었는데 바로 이때 한 줄기 벼락이 가엘라 키피터 자작의 등을 가격했다.

배리어가 앞에만 형성된 때문이다.

“케헤엑!”

수백 볼트의 전류가 전신을 휩쓸자 바르르 떤다.

통상적으로 사람이 감전되어 고통을 느끼는 수준은 20㎃ 이상이다. 더 이상의 전류가 흐르게 되면 마비가 오며 50∼ 100㎃ 이상일 경우 죽을 수도 있다.

방금 전 가엘라 키피터 자작의 몸을 도체 삼아 흐른 전류의 세기는 약 30㎃이다. 짜릿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근육이 오그라들자 가엘라 키피터 자작은 주저앉을 뻔했다.

하나 명색이 8서클 마스터에 가까운 대마법사이다.

“큐어! 큐어!”

두 번이나 연속하여 치유 마법을 시전한다.

샤르르르―!

마나가 스며들며 체내의 이상을 바로잡으려는 바로 그 순간 현수의 입술이 다시 달싹인다.

공격하기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상황인지라 어느 누구도 현수의 입술을 보지 못했다.

“매직 캔슬! 매직 캔슬! 썬더 인 클라우드!”

고오오오! 번쩍! 번쩍! 콰앙! 콰아앙!

“으읏! 배리어! 배리어!”

파직! 파지직―!

“크흑! 커헉!”

이번엔 두 줄기의 벼락이 자작의 신형을 타고 흐른다.

8서클 마법사가 구현시킨 마법이니 10서클인 현수는 아주 쉽게 그것을 취소시켰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다.

자욱한 운무 속에서 이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벼락에 정통으로 가격당한 가엘라 키피터 자작은 그 즉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더불어 근육이 위축되면서 경련이 일어났다. 당연히 서 있을 수 없다.

털썩―!

이때 다시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썬더 인 클라우드!”

고오오오! 번쩍! 번쩍! 콰앙! 콰아앙―!

“끅! 크흐흑! 커흑!”

이번에도 배리어는 벼락을 막아내지 못했다. 앞만 막았는데 전후좌우에서 벼락이 친 때문이다.

가엘라 키피터 자작은 일렁이는 운무 속에서 여섯 개의 벼락에 격중되었다. 단숨에 70∼120㎃에 이르는 전류가 흐르자 자작의 심장이 멈추었다.

8서클 마법사라 할지라도 인간인 이상 이 정도 전기 쇼크는 감당해 낼 수 없다.

쿠웅―!

육중한 무엇인가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현수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진회색 운무를 해제시켰다.

“매직 캔슬!”

“……!”

“아앗! 가엘라 키피터 자작님이 쓰러지셨다!”

“헐! 자작님은 8서클 마스터급이라 했는데!”

“말도 안 돼! 7서클이 또 8서클을 이겼어!”

“우와! 나 120골드 벌었다!”

“난 360골드라고! 핫산 자작님이 또 이길 줄 알았어! 하하! 하하하! 난 이제 부자다!”

360골드라면 한화로 3억 6,000만 원에 해당된다.

30골드를 걸었다가 12배나 되는 배당금을 받게 되자 저절로 웃음이 나는 듯 호탕하게 웃는다.

“와하하하! 핫산 백작님 만세! 만세! 만세!”

가엘라 키피터 자작과의 대결에서 이기면 백작위를 얻는 것이니 어느 누구도 이 사내에게 뭐라 하지 않는다.

같은 순간, 무조건 이길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가엘라 키피터 자작이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이도 많다.

배당금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짭짤한 부수입이 생길 것이라 예상하여 수백 골드를 건 이들이다.

“난 망했다, 망했어!”

“끄응! 나도. 자넨 얼마 잃었나? 난 280골드나 잃었어.”

“난 850골드야! 우리 상단에 물건 들일 돈인데 나 이제 어떻게 하지? 행수님이 알면 공금 횡령했다고 날 잡아 죽이려 할 텐데.”

“휴우우! 난 다음 달에 장가가는데 신혼집 살 돈 다 날렸네. 마누라 될 여자에게 뭐라고 하지? 끄응!”

관중석에선 환호성과 더불어 탄식이 멈추지 않는다.

“핫산! 핫산! 기적의 사나이 핫산!”

누군가 핫산의 이름을 연호하자 금방 거대한 파도처럼 관람석을 뒤흔든다.

2011년 4월 1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은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트에서 숙적 첼시와 만났다.

UEFA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이 벌어진 것이다.

첫 골은 치치리토가 넣었다. 전반 43분의 일이다.

후반이 되자 토레스가 들어가고 드록바가 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드록바의 동점골이 터져 나왔다.

1 대 1 동점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잠시 후,

라이언 긱스가 패스를 했고, 이 공을 받은 박지성은 지체 없이 슛을 했다. 곧이어 첼시의 골망이 흔들렸다.

드록바의 동점골이 터지고 불과 1분 만의 일이다.

박지성이 세리머니를 하는 동안 올드 트래포트의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지성 찬가’가 울려 퍼졌다.

Don’t sell my Park!

My Ji Sung Park

I just don’t think you understand

and if you sell my Park

You’re gonna have a riot on your hands!

박지성을 팔지 마요

나의 박지성을

당신은 이해할지 모르겠어요

만약 박지성을 판다면, 나의 박지성을

우린 폭동을 일으킬 거예요

참고로 이 경기의 결과 맨유는 4강에 진출했다. 박지성이 승리의 1등공신인 게임이었다.

로렌카 제국의 수도 맥마흔에 위치한 대경기장의 관중석이 그때와 같다.

7서클 마법사 핫산이 8서클 마스터급 가엘라 키피터 자작을 쓰러뜨렸다. 사용한 마법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다.

하지만 관중들은 알고 있다. 핫산 브리프 자작이 사용한 마법은 분명 5서클 이내의 것이다.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운무 속에서 잠시 번쩍이는 빛이 있었다.

분명 2서클 클라우드, 혹은 포그 계열 마법이다.

번쩍인 빛 또한 2서클 라이트닝, 또는 3서클 체인 라이트닝일 것이다.

두 개의 마법을 섞어 자신보다 훨씬 상위에 있는 가엘라 키피터 자작을 자빠뜨렸다. 그리고 아직 움직임이 없다.

4장 맥마흔의 요정

관중들의 환호성이 점점 커져갈 때 대결 진행자는 가엘라 키피터 자작에게 다가가 숨을 확인하고 맥을 짚었다.

그리곤 두 팔을 교차하여 X자를 만들어 보이곤 현수 쪽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핫산 브리프가 가엘라 키피터 자작을 누르고 백작위를 차지하는 순간이다.

“와아아아아! 핫산! 핫산! 핫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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