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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139화 (1,138/1,307)

# 1139

지구에서라면 철수세미로 세 시간은 박박 문질러야 깨끗해질 곳이지만 마법 덕분에 금방 반들반들해진다.

이럴 땐 마법이 과학보다 낫다.

“아공간 오픈!”

요리 준비를 마친 현수는 아공간에 담긴 식재료 및 조리 도구를 이용하여 빠른 시간에 음식을 만들어냈다.

바질페스토 갈릭 피자, 베이컨으로 만 돼지고기 안심스테이크와 리조또, 그리고 커다란 오마르 새우를 통으로 사용한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뚝딱 만들어냈다.

그리곤 디저트로 고구마를 사용한 크램브륄레를 만들었다. 캐러멜 층을 깨면 아래에 아주 부드러운 고구마 맛 푸딩이 들어 있는 것이다.

현란한 조리 솜씨에 셀마의 눈이 커진다. 거의 40년간 음식을 만들어온 자신보다도 훨씬 더 능숙했던 것이다.

조리된 음식은 식탁으로 옮겨졌다.

드마인 백작과 싸미라, 그리고 무하드와 현수는 셀마의 시중을 받아가며 만찬을 즐겼다. 달달한 적포도주까지 곁들여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잠시 후, 토른과 셀마 역시 자신들만의 만찬을 즐겼다.

가장 마지막 디저트는 해태제과에서 만든 바닐라 맛 브라보콘이다. 당연히 눈을 크게 뜬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식사 후 현수는 백작의 연공실로 내려갔다. 내일 대결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당연히 결계를 쳤고, 타임 딜레이 마법 또한 구현되었다. 그 안에서 이실리프 마법서를 샅샅이 훑었다.

최하가 8서클 마스터인 상대를 오로지 7서클 이하의 마법을 조합하여 승리를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 * *

“자, 오늘의 두 번째 경기는 장안의 화제가 되신 핫산 브리프 백작님과 8서클 마스터이신 홀리오 고드니 백작님의 대결입니다. 여러분, 기대되십니까?”

“네!”

관중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귀빈석엔 황태자를 비롯한 황족들이 나와 있다. 이들 또한 눈빛을 반짝이고 있다.

오늘도 기적이 일어날까 싶은 것이다.

대결 진행자는 손에 들고 있던 대진표를 내린다.

“저도 오늘의 경기를 몹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진행자가 잠시 말을 끊자 관중들은 대체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런데 정말 아쉽게도 오늘의 두 번째 대결은 무산되었습니다.”

“뭐라고?”

“왜 무산되었는데?”

“핫산 브리프 님이 포기하셨어?”

관중석이 금방 소란스러워진다.

이때 황태자가 힐만 공작에게 귓속말로 묻는다.

“공작, 핫산에게 무슨 일 있나?”

“아닙니다. 조금 전에 보고 왔는데 별일 없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대결이 무산되었다고 하지?”

황태자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진행자가 입을 연다.

“오늘 제2대결이 무산된 이유는…….”

또 시선 완전 집중이다. 진행자는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듯 말을 잇는다.

“어제 제1대결에서 홀리오 고드니 백작님은 승리를 하셨지만 깊은 내상을 입으셨다 합니다. 하여 핫산 브리프 백작님과의 경기를 포기하셨습니다.”

“으아! 이런 젠장!”

“난 오늘도 핫산 브리프 님에게 돈을 걸었단 말이야.”

“설마 8서클 마스터가 7서클 유저에게 쫄아서 기권한 건 아니겠지?”

관중석에선 온갖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그런데 그중 하나는 아주 정확한 추측이다.

실제로 8서클 마스터인 홀리오 고드니 백작은 승승장구하는 현수에게 쫄았다. 하여 내상을 핑계로 기권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엄청 투덜댔다. 현수의 상대로 제비를 뽑은 자신의 손목을 잘라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꼬박 10년을 기다려야 다음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반면 홀리오 고드니 백작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의 도전자들은 암암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죽은 무스타 하로겐 백작의 사망 원인이 장기 파열이라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

심장, 간, 신장, 위는 물론이고 십이지장, 소장, 대장까지 모조리 파열되었다고 한다.

3서클 에어로 붐 마법을 쓴 듯하다. 그런데 그걸 상대의 체내에서 구현되게 하는 방법을 알 수 없다.

만일 핫산의 상대가 되는 제비를 뽑으면 본인 또한 모든 장기가 파열되어 죽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7서클 유저이지만 핫산 브리프와의 대결을 기피한 것이다.

관중석이 시끌벅적함에도 대회 진행자는 잠시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대략 5분쯤 지난 후 다시 큰 소리를 낸다.

“홀리오 고드니 백작님께서 대결을 기권하신 연고로 핫산 브리프 님은 이제 후작 예정자가 되셨습니다. 모두 축하의 박수를 쳐주십시오.”

“와아아아아아! 핫산! 핫산! 핫산!”

짝짝짝짝짝짝짝―!

핫산의 이름이 계속 연호되었고,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관중석의 황태자는 피식 실소를 짓는다.

“8서클 마스터를 쫄게 하는 7서클이라……. 재밌다, 재밌어. 하하하!”

황태자는 예상치 못한 스타 탄생이 반갑기만 하다.

영주 선발대회가 기대 이상으로 시선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안목과 영도력이 돋보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핫산 브리프가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은 신의 한 수로 호평받고 있다.

이럴 때 분위기를 업시키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하여 힐만 공작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즉시 마나 실린 음성으로 관중석을 제압한다.

“모두 조용!”

순식간에 고요해지며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황태자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현수를 바라본다.

“핫산 브리프 후작!”

“네, 전하!”

현수는 곧장 귀빈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의 승리를 축하하노라!”

“……!”

싸우지도 않았는데 승리했다니 조금은 계면쩍어 현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참으로 대단하도다. 남작에서 시작하여 자작, 백작, 그리고 후작위까지 올라왔다. 고작 7서클 유저인데.”

“네.”

“잘 알겠지만 내일부터는 공작위를 결정하는 대결이 있다. 그대는 이 또한 참가하겠는가?”

황태자는 현수를 빤히 바라본다.

참가를 해서 승리하면 더없이 좋지만 예서 멈춰도 된다. 자신은 진흙 속의 진주를 알아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허락하신다면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좋네, 좋아. 기대하지.”

황태자가 엄지손가락을 추켜들어 보인다. 그와 동시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와아아아아! 핫산! 핫산! 핫산!”

“내일 꼭 이기세요! 꼭이요!”

“핫산 후작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와아아아아! 핫산! 핫산! 핫산!”

“후작님, 내일 꼭 공작님이 되십시오!”

대기실에서 곧 실시될 자신들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던 후작위 도전자들은 거대한 환호성을 듣고 안색을 굳힌다.

핫산을 피한 건 다행이지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때 누군가 중얼거린다.

“핫산 브리프 후작이라……. 고작 7서클인데 정말 대단하군. 안 그런가?”

“그러게 말입니다. 홀리오 고드니 백작님이 발을 뺄 만한 상대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맞소. 나라도 그 제비를 뽑았으면 기권했을 것이오. 세상에 내장을 다 터뜨려서 죽이는 마법이라니…….”

“그나저나 빨리 했으면 좋겠는데 모두들 미친 것처럼 소리만 지르고 있으니……. 끄응! 마뜩치 않소이다.”

“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는데 이기든 지든 빨리 끝내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내 말이.”

곧 생사를 걸고 대결할지 모를 상대와의 대화였다.

* * *

“흐으음!”

드마인 백작의 연공실로 되돌아온 현수는 이실리프 마법서를 뒤적이며 나직한 침음을 토한다.

내일 대결은 명실상부한 9서클 마스터와의 대결이다.

마스터급 유저니 뭐니 이런 게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진짜 마스터를 7서클 이하의 마법으로 잡아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9서클 유저이면서도 마스터급이라는 평을 듣던 무스타 하로겐 백작과의 대결은 요행과 잔꾀의 승리이다.

현혹 마법의 대가 앞에서 현혹 마법을 쓸 것이라 누가 예상했겠는가! 신의 한 수가 되어버린 그것 덕분에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내일 붙을 상대는 전격 계열의 대가이다. 그야말로 섬전과 같은 속도로 마법을 구사한다고 소문나 있다.

초급 마법사나 다름없는 드마인 백작의 말이다.

현수는 고심고심하며 내일을 대비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 똑, 똑―!

“누구?”

“후작님, 소녀 싸미라이옵니다. 오지 말라 하셨지만 꼭 전해드릴 것이 있어 왔사옵니다.”

“흐음! 들어오시오.”

저녁을 먹으면서 많이 친해진 느낌이기에 불러들였다.

삐이꺽―!

“죄송해요. 방해하지 말라 하셨지만 이건 꼭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싸미라는 쟁반 위의 서찰을 건넨다.

봉해져 있는 그것의 겉봉엔 ‘필승 비결’이란 큰 글씨가 쓰여 있다. 곁엔 작은 글씨로 ‘초록꽃 156송이’라 쓰여 있다.

반 로렌카 전선에서 황궁에 심어놓은 라트보라 남작이 보낸 것이 틀림없다.

“이걸 왜 내게 전해야 한다 생각했지?”

현수의 시선을 받자 싸미라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이걸 가져온 사람이 말하길 이걸 보시면 공작이 되실 확률이 더 높아질 거라고 했어요.”

“그래?”

“네, 이걸 전한 사람이 말하길 부군은 모든 마법사의 희망이래요. 그러니 내일 꼭 이겨달라고 말하면서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어요.”

싸미라는 확실히 순진하다. 봉투 속에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갈 독 가루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꼭 이기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인 듯하다.

“알았어. 수고했어.”

“네, 그럼 이만. 참, 내일 꼭 이기세요.”

“그래, 이길게.”

싸미라가 나간 후 현수는 서찰을 살펴보았다. 누군가 먼저 열어본 흔적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아무런 이상도 없는 서찰이다.

찌이익―!

겉봉을 찢자 곱게 접은 서찰이 드러난다.

“흐음!”

예상대로 라트보라 남작이 보냈다. 하지만 발신인은 푸시라 쓰여 있다. 졸린 조랑말의 발굽 바텐더 이름이다.

현수는 서찰의 내용을 눈여겨보았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특급 정보였기 때문이다.

다 읽은 뒤엔 불태운 뒤 비벼서 완전히 소거했다.

* * *

“자, 오늘의 마지막 경기는 여러분께서 고대하고 고대하던 바로 그 경기입니다.”

“와아아아아! 핫산! 핫산! 핫산!”

관중석이 또 들썩인다.

“맞습니다. 저서클 마법사들의 희망인 핫산 브리프 후작님과 명실상부한 9서클 마스터이시며 죽음의 신이라 불리는 에단 듀크 후작님 간의 대결입니다.”

“와와와와와! 와와와와와와와와!”

대기실의 현수는 생각해 둔 바를 복기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번과 달리 약간 긴장된 표정이다.

10서클 마스터이지만 7서클 이내의 마법만으로 대결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 팔을 묶고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에단 듀크 후작과의 대결은 목숨을 건 실전이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영주 선발대회가 구경하는 이들과 승자에겐 잔치이지만 패하는 자는 잘해야 목숨 보전이다.

지금까지의 대결에서 상당히 많은 인원이 죽거나 다쳤다.

현수도 여럿을 죽였다. 목숨을 해치지 않고 상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단 듀크 후작은 인정사정없는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그러니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물론 정말 급해지면 본인도 9서클 마법을 쓰면 된다. 당연히 상대를 압도할 것이다. 상대는 마스터가 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수는 9서클 궁극 마법을 난사할 만큼 충분한 마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대가 구현해 낼 수 있는 앱솔루드 배리어는 횟수의 제한이 있다.

그러니 무조건 승리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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