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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1140화 (1,139/1,307)

# 1140

7서클 유저라 해놓고 9서클 마법을 쓰면 의심을 받게 된다. 그 결과 50명의 9서클 마스터와 100명의 8서클 마스터에게 포위될 수 있다.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작전대로 잘돼야 하는데. 잘해보자.”

현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때 대결 진행자의 발언이 이어진다.

“오늘은 특별히 내기 돈을 미리 걸도록 하겠습니다. 상대가 누군지는 다 아시니 지금부터 10분간 시간을 드립니다.”

하늘같은 후작들에게 먼저 경기장에 나와 내기 돈이 다 걸릴 때까지 멍하니 서 있으라는 말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관중석이 엄청 시끄러워진다. 서로 의견이 다른 때문이다.

“무조건 에단 듀크 후작님이 이겨! 9서클 마스터라구!”

“그래, 그렇긴 해도 핫산 브리프 후작님도 만만치 않다고. 지금까지 모두 자기보다 상위 마법사를 상대했어.”

“난 핫산 브리프 후작님에게 걸 거야. 너는?”

“나는 에단 듀크 후작님의 승에 100골드.”

“나도 에단 듀크 후작님에게 220골드.”

“흐음! 난 핫산 브리프 후작님에게 20골드!”

“나는 에단 듀크…….”

관중석 한복판의 게시판엔 계속해서 내기에 관한 상황이 기록된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 정도 돈을 걸었는지 약간은 진정된 느낌이다.

“우와! 대단하군요. 오늘은 어제의 비율을 넘겼습니다. 핫산 브리프 후작님 대 에단 듀크 후작님 간의 내기 비율은, 놀라지 마십시오, 여러분!”

대결 진행자는 흥분한 음성이다.

“무려, 무려 41 대 1입니다. 대단하군요. 거의 모든 관중께서 에단 듀크 후작님에게 돈을 거셨습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에도 7서클 유저와 9서클 마스터 간의 대결이니 합당한 생각인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진행자는 잠시 에단 듀크 후작에게 시선을 준다. 자칫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단 듀크 후작은 여유만만하다. 하긴 9서클 마스터가 뭐 때문에 초조하겠는가!

“만일, 만일 말이지요. 핫산 브리프 후작님이 승리를 하게 되면 오늘 돈을 건 사람은 그야말로 팔자가 핍니다. 10골드만 거셨어도 무려 410골드를 배당금으로 받으니 말입니다.”

10골드는 드마인 백작가의 석 달 생활비이다.

410골드라면 거의 10년간의 생활비에 해당하니 누군가에겐 엄청난 액수이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관중들은 흥분된 음성으로 환호성을 터뜨린다. 돈은 다 걸었으니 어서 대결을 시작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결 진행자는 귀빈석을 힐끔 바라보곤 현수와 에단 듀크 후작에게 차례로 시선을 옮긴다.

“두 분, 준비되셨지요?”

“그렇다네.”

“그래.”

“부디 승리하시길!”

말을 마친 진행자는 뒤로 물러서서 곧바로 깃발을 든 자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휘리리릭―!

검은 깃발을 휘두른다. 바로 그 순간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잠시도 쉬지 않고 마치 메뚜기처럼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에단 듀크 후작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 본격적인 공격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여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대결을 위해 치밀한 작전을 짜온 바 있다.

그걸 구현시키기 위해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현수는 계속해서 공간이동을 하여 에단 듀크 후작의 전후좌우에서 명멸했다.

관중들은 이건 대체 무슨 수법을 쓰려는 건가 싶었는지 모두들 숨죽인 채 대결장만 지켜보고 있다.

같은 순간 에단 듀크 후작은 남몰래 구현시킨 와이드 센스 마법으로 현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무슨 수법을 쓰려는 건지는 몰라도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단숨에 제압할 속셈이기에 비릿한 조소를 베어 물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현수는 계속해서 에단 듀크의 주변을 맴돌았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그러던 어느 순간이다. 침잠된 눈빛으로 주변을 주시하던 에단 듀크 후작의 입술이 달싹인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그리고 너무 작은 움직임이기에 후작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안티 매직필드!”

샤르르르릉―!

현수의 움직임이 팔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진 순간 에단 듀크 후작이 구현시킨 마법이다. 곧이어 다시 달싹인다.

“윈드 캐너…….”

같은 순간 현수의 입술 또한 달싹인다.

“멀티 스토리지!”

“커윽!”

스팟―!

둘의 입술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모두의 눈이 번쩍 뜨일 일이 벌어졌다.

에단 듀크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에단 듀크 후작은 핫산 브리프가 마법을 쓰지 못하도록 장애장을 형성시킨 뒤 단숨에 제압하려 했다.

윈드 캐논은 신체를 단숨에 찢어발길 정도로 강력한 마법이다. 워낙 가까운 거리이므로 현수는 즉사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를 구현시키려던 바로 그 순간 현수의 입술도 달싹였는데 간발의 차이로 그게 먼저였다.

에단 듀크 후작의 등 쪽에서 아공간이 열렸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취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수법이기에 속절없이 현수의 아공간 속으로 빨려든 것이다.

그런데 너무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관중들의 눈엔 에단 듀크 후작이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뭐야? 갑자기 왜 사라져?”

“그러게. 핫산 브리프 후작님이 계속해서 블링크를 하니까 본인도 그렇게 하시는 중인가?”

“그래도 그렇지, 아예 안 보일 수는 없잖아.”

“그건 그래. 아무리 빨라도 문득문득 신형이 나타나지.”

“그러게. 그런데 왜 안 보이지?”

“대체 어딜 간 거야, 대결하다 말고?”

“핫산 브리프 후작님이 너무 정신없게 하니까 빡쳐서 집에 가셨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지금 공작위를 놓고 대결하는 중이야. 아무리 빡쳐도 그렇지.”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관중석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시끄럽다. 물론 이해될 수 없는 현상 때문이다.

같은 순간 귀빈석의 황태자는 감탄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단하군! 역시 핫산이야! 하하! 하하하!”

“네, 오늘은 공격 마법을 하나도 안 썼습니다.”

“그치? 정말 기발해! 하하! 너무나 기발해서 웃음만 나온다! 하하하! 하하하하!”

황태자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손으로 무릎을 친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수법으로 9서클 마스터를 단숨에 제압한 것이 너무도 기가 막혀서이다.

힐만 공작 역시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평생 마법을 수련하면서 살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기 때문이다.

“핫산 브리프! 공작이 될 것 같습니다!”

“그치? 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하하!”

황태자와 힐만 공작이 웃음을 터뜨리자 곁에 있던 정비와 차비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전하,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요?”

“그래요. 너무도 궁금해요. 지금 핫산 브리프 후작이 이긴 건가요? 에단 듀크 후작님은 어디 가신 거예요?”

주변의 시선이 황태자와 힐만 공작에게 쏠린다.

그중엔 9서클 마스터도 있다. 너무도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보지 못한 이가 여럿 있는 것이다.

황태자는 주변의 9서클 마법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이런 것도 못 보느냐는 표정으로 입을 연다.

“방금 전 핫산 브리프 후작은 에단 듀크 후작을 아공간에 넣었다. 그 상태로 놔두면 숨을 못 쉬니 죽겠지.”

말을 마친 황태자는 대결장을 손으로 가리킨다. 이 순간 현수는 아공간을 열어 에단 듀크 후작을 꺼내놓고 있다.

8장 먼저 고르게!

“헉! 허어어억!”

에단 듀크 후작은 얼른 숨을 몰아쉬었다.

시커먼 아공간에 담긴 이후 지금껏 호흡을 할 수 없었으니 산소가 필요한 것이다. 9서클 마스터라도 공기가 없으면 못 산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대회 진행자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살피더니 이내 깨달은 바가 있는 듯하다.

“핫산 브리프 후작님 승!”

“와아아!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관중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핫산 브리프가 이겼다는 말에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린다.

이때 현수는 에단 듀크 후작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대단하군. 내가 졌네.”

에단 듀크 후작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저서클 마법인 블링크와 아공간 마법은 결코 공격 마법이 아니다.

그런데 겨우 그걸 조합하여 9서클 마스터인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넣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조금 더 아공간에 뒀으면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펼친 안티 매직필드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건 타이밍이 절묘하여 마법이 구현되기 직전에 본인이 아공간으로 빨려든 때문이라 생각했다.

7서클 마법사는 결코 9서클 마법사의 안티 매직필드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 통념이자 상식이다.

그렇기에 전혀 의심치 않는 것이다. 현수 입장에서는 실로 고마운 착각이다.

어쨌거나 관중석은 또 한 번 떠들썩해진다.

“와아아! 와아아아! 핫산! 핫산! 핫산! 와아아아아!”

1 대 41이었으니 거의 대부분이 내기 돈을 잃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자신이 승리를 쟁취한 기분이 든 때문이라 환호성을 터뜨리는 것이다.

같은 순간 나직한 탄성을 내는 이가 있다. 드마인 백작가의 하인 토른이다.

“세상에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오늘도 어제에 이어 10만 골드를 걸었다. 그런데 410만 골드를 배당금으로 받게 되었다.

어제 받은 배당금 10만 골드를 쓸 데가 있다면서 싸미라로부터 받아 은밀히 건넨 것이다.

토론은 어마어마한 금액인지라 부들부들 떨었다.

이에 현수는 잃어도 자신이 다 채워 넣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어쨌든 현수가 시킨 대로 핫산 브리프의 승리에 10만 골드를 걸었다. 사실 10만 골드를 잃을 것이라 생각했다.

7서클이 어찌 9서클 마스터를 이기겠는가!

상식이 있다면 이길 수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승리를 쟁취했다.

이제 배당금을 포함하여 420만 골드를 받을 것이다.

수수료로 1%를 떼어주는데 그 금액만 4만 2,000골드이다. 약 42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핫산! 핫산! 핫산! 핫산!”

연호하는 소리가 관람석을 뒤흔드니 답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수는 두 손을 흔들며 한 바퀴 돌았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관람석의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자, 이제 곧 3대결이 시작됩니다. 관중 여러분께서는 진정하고 착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대결 진행자의 말에 모두가 착석한다.

“자, 그럼 두 분 후작님을 모시겠습니다. 알몬 만스크 후작님, 그리고 케리 브랜들린 후작님! 대결장으로 나와 주십시오. 다들 아시다시피 두 분 모두 9서클 마스터이십니다.”

대결 진행자의 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현수는 통로를 따라 승자 대기실로 향한다.

삐이꺽―!

“아! 후작님, 소인은 황실 시종 스테파노입니다. 먼저 승리를 감축드립니다.”

“그래, 고맙네.”

보아하니 자작위를 가진 시종인 듯싶어 존대와 하대의 구별이 모호한 말을 썼다. 상대가 귀족이기는 하지만 자신은 최소 후작위 이상이기 때문이다.

“황태자 전하께오서 귀빈석으로 오르시라는 전갈이 있었사옵니다.”

“그런가? 알았네.”

현수는 스테파노의 뒤를 따라 귀빈석으로 향했다.

“오오! 어서 오게. 승리를 축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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