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52화 (1,151/1,307)

# 1152

1장 어쭈! 왜 대답을 안 해?

“자네는 누구냐고 물었다.”

황태자는 대답을 재촉했다. 그런데 뭐라 말한단 말인가?

다프네를 구하기 위해 아르센 대륙에서 온 이실리프 왕국의 국왕이자 백마법의 총수인 이실리프 마탑의 마탑주라 말할 수는 없다.

대체 무어라 말해야 하나 생각하는 순간 이미 포위망이 구축되었다.

전면에만 9서클 마법사가 20여 명이다.

오늘 작위식엔 모든 공작과 후작들이 참여했다.

현수를 제외한 공작이 80명이고 후작은 158명이다. 전원 이 자리에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퇴한 공작도 다수 참석해 있다.

모두 제국 원로원 의원들이다. 은퇴 공작이 되면 자동으로 원로원에 가입되며 오늘처럼 중요한 행사가 있거나 제국이 위기에 처하면 수도로 집결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오늘내일할 정도로 위중한 경우는 예외이다.

어쨌거나 이곳 어전에 집결해 있는 9서클 마스터의 숫자는 정확히 136명이다. 후작이지만 9서클 마스터에 이른 이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8서클은 약 300명이다.

“어서 말하라! 너는 핫산 브리프 본인이 아니지?”

핫산 브리프 본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니 눈앞의 인물은 누군가 신분을 위장한 것이다.

황태자는 자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자가 거수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곧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소문이 날 것이다. 하여 분노가 솟아오르고 있다.

현수는 필사적으로 위기를 탈출할 방법을 모색했다.

9서클 마스터와의 대결에서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숫자는 22명이다. 켈레모라니의 비늘이 있기에 압도적인 마나량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136명이 주변에 있다.

여섯 배나 많은 인원이다. 30명과의 심상 대결에서도 승산이 없었다. 그런데 어찌 감당하겠는가!

“다프네, 얼른 뒤로 물러가.”

“어림도 없지. 안티 매직필드!”

누군가 현수의 마나를 차단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저서클 마법사들은 마법을 쓸 수 없도록 마나 동결 마법을 구현시킨다.

“으읏!”

현수는 시간을 벌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휘청거렸다. 안티 매직필드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한 것이다.

“말하라! 자넨 누군가? 왜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핫산 브리프의 신분을 빌려 썼는가?”

현수는 뒤쪽의 에단 듀크 후작을 보았다.

‘에이, 쓰벌! 괜히 살려둬서.’

대결에서 이겼을 때 조금 더 아공간에 담아뒀으면 시체가 되었을 놈이다. 근데 승패에만 관심 있는 척하느라 죽기 전에 꺼내놓았더니 발목을 잡는다.

“어허! 어서 말하지 않겠는가?”

“……!”

“자네 능력이라면 굳이 신분을 위장하지 않아도 공작위를 받았을 텐데 왜 그랬는가?”

힐만 공작의 물음이다. 만일 현수가 반 로렌카 전선에서 파견한 거수자라면 황태자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드마인 백작은 몰락한 귀족이지만 명색이 제국의 백작이다. 그런데 그 딸과의 혼인을 선언했다.

황태자가 거수자와 귀족의 딸을 맺어준 셈이다.

“혹시 반 로렌카 전선 소속인가?”

황태자의 물음이다. 현수를 보고 물었는데 대답은 힐만 공작과 에단 듀크 후작이 동시에 한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반 로렌카 전선엔 5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그럴 리가 없지요. 그러기엔 너무나 뛰어납니다. 안 그렇습니까?”

둘의 대답에 황태자는 다시 현수를 바라본다.

“반 로렌카 전선 소속이 아니라면 대체 자넨 누군가?”

“……!”

현수는 아직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라트보라 남작의 입을 통해 제국의 정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노예의 자식까지 전부 정보국에 등록되어 있으며, 이동했을 경우 언제, 어느 길을 통해 어디로 갔는지까지 모두 기록되도록 조직되어 있다.

그래서 핫산 브리프의 신원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보국에 자료가 없는 인물은 전부 반 로렌카 전선 소속이다. 그들에 대한 호구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어설픈 이름을 대면 20분 안에 들통 난다.

그런데 현수는 이곳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쉽게 대답을 할 수 없다. 하여 머뭇거리는데 누군가 소리친다.

“황태자님, 대답 안 하는 걸 보면 거수자가 분명합니다! 일단 잡아서 고문을 하면…….”

“어허! 방금 공작위를 받았네. 그런데 고문이라니…….”

힐만 공작이 먼저 나섰다. 황태자의 체면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잡읍시다. 고문은 안 하더라도 심문은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게 수사의 원칙이고.”

“……!”

힐만 공작도 이 대목에선 할 말이 없는 듯 침묵한다. 그러자 누군가 다시 소리친다.

“뭐 합니까? 어서 체포합시다!”

“웹(Web)!”

누군가 거미줄 마법을 건다.

9서클 마스터가 안티 매직필드를 구현시켜 놓은 상태이니 2서클 마법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한 것이다.

“어라! 움직여? 홀드 퍼슨!”

“스테츄!”

이번엔 둘이 동시에 마법을 건다. 그런데 어찌 잡혀주겠는가! 현수는 다시 몸을 피했다.

“안티 매직필드!”

“안티 매직필드!”

두 명의 공작이 다시 마나 동결 마법을 건다. 곧이어 누군가의 마법이 구현된다.

“홀드 퍼슨!”

“매직 캔슬!”

현수가 마법을 취소시키자 곧바로 경악성이 터져 나온다.

“아앗! 10서클 거수자다!”

“으읏! 전원 공격!”

9서클 마스터 두 명이 구현시킨 안티 매직필드에서 마법을 썼다. 스스로 10서클 이상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자 모든 공작이 현수의 주위를 면밀히 둘러싼다.

“제기랄! 멀티 스터리지!”

“헉! 아앗! 큭!”

현수 주변 25m 이내에 있던 20여 명의 공작이 순식간에 아공간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다른 공작들은 화들짝 놀라며 물러선다. 특히 에단 듀크 후작은 아예 멀찌감치 뒤로 물러난다.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닌 때문이고, 멀티 스터리지 마법에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썬더 스톰! 파이어 랜스! 플라즈마 볼!”

현수를 향해 마법이 난사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전능의 팔찌에서 앱솔루트 배리어가 생성된다.

“이런! 이 간악한 놈! 실력을 감췄다니”

“룬 풀레이어! 파이어 월! 스파이럴 아이스!”

또 마법이 난사된다.

티팅! 파팡! 타타탕!

앱솔루트 배리어에선 연신 소리가 난다. 전후좌우에서 쇄도하는 각양각색의 마법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장소가 넓지 않아 8서클이나 9서클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현수는 상관없지만 상대는 자칫 동료를 해칠 수도 있기에 쉽게 쓸 수 없는 것이다.

삽시간에 이십여 번의 공격을 받은 현수는 당하고만 있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점점 더 공격의 빈도가 많아지고 강도가 세지기 때문이다.

상대가 방심하는 틈을 타 주변에 있던 22명을 아공간에 넣었지만 아직도 114명의 9서클 마스터가 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9서클 마스터는 딱지치기해서 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은 멀티 스터리지라는 마법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막기만 하다간 결국 마나 고갈로 죽는다. 게다가 공격은 최상의 방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번쩍! 번쩍! 콰쾅! 콰콰콰쾅!

“으앗! 앱솔루트 배리어! 앱솔루트 배리어!

금방 열두 개의 배리어가 중첩된다. 천하의 9서클 궁극 마법이라도 이렇게 막히면 효과를 못 낸다.

포탄 중에 열화우라늄탄이라는 것이 있다.

천연 우라늄에서 원자력발전 원료인 U-235를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인 U-238을 재료로 만든 것이다.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사용한 이것은 2㎞ 거리에서 발사되어 T-72의 전면장갑과 후면장갑을 한 번에 뚫어버렸다.

이처럼 강력한 포탄이라 할지라도 장갑 두께가 12m쯤 된다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

공작들이 형성시킨 앱솔루트 배리어는 1m짜리 장갑을 열두 겹이나 중첩시켜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라이트닝 퍼니쉬먼트는 허공에서 산화되고 만다.

그렇다 하여 공격을 멈출 수는 없다.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제자리에 서서 방향만 바꿔가며 이십여 번의 궁극 마법을 구현시켰다.

“으앗! 앱솔루트 배리어! 앱솔루트 배리어! 앱솔루트 배리어! 앱솔루트 배리어! 앱솔루트 배리어!”

공작들이 구현시킨 배리어가 삽시간에 10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잠시 뜸을 들인 현수는 배리어가 걷힐 즈음 다시 마법을 난사했다.

“썬더 인 클라우드! 썬더 인 클라우드! 썬더 인 클라우드! 썬더 인 클라우드! 썬더 인 클라우드!”

번쩍! 콰앙! 번쩍번쩍! 콰아앙! 번쩍!

시커먼 운무 속에 갇힌 공작들은 느닷없이 무작위로 명멸하는 번개에 화들짝 놀란다.

“으읏! 배리어! 블링크! 앱솔루트 배리어!”

각자 긴급한 상황을 해소하고자 몸을 피하거나 방어막을 구현시킨다. 이때다.

“멀티 스터리지! 멀티 스터리지!”

“헉! 크윽! 으으읏! 으앗! 헥! 이이잇! 아앗!”

갑작스런 강력한 흡인력에 의해 몇몇 공작이 현수의 아공간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이런! 모두 바깥으로!”

누군가의 고함에 전원 밖으로 튀어 나간다.

좁은 곳이라 본신의 능력을 전부 발휘할 수 없었고, 뭉쳐 있어서 멀티 스터리지같이 말도 안 되는 마법에 두 번이나 당했음을 파악한 것이다.

현수도 밖으로 나갔다. 다프네 등 아무 죄 없는 여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놈이 나타났다. 전원 공격!”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헬 파이어!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블레이즈 템페스트! 퓨리 오브 더 헤븐!”

쑤아앙! 번쩍! 고오오! 화르르륵! 쎄에에엑! 슈우욱-!

각각의 마법이 구현되면서 파공음을 낸다.

“앱솔루트 배리어!”

현수가 방어 마법을 펼치는 순간 전능의 팔찌가 위기를 감지했는지 방어막을 펼친다. 그리고 켈레모라니의 비늘 또한 앱솔루트 배리어를 형성시킨다.

콰앙! 쿠아앙! 파파파팍! 퍼엉! 콰아앙! 퍼퍼퍼퍽-!

“퓨리 오브 더 헤븐! 헬 파이어! 헬 파이어! 헬 파이어! 파이어 랜스! 파이어 애로우! 플레어! 윈드 스톰!”

현수가 반격하자 일제히 방어막을 펼쳐 중첩시킨다.

상대가 10서클 마법사라는 걸 알게 되자 철저히 거리를 뗀 채 연합 작전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공격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블링크나 텔레포트를 하고 싶은데 그럴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 틈을 벌려고 공격을 난사하는 것이다.

블링크는 이동 거리가 짧다. 반면 텔레포트는 장거리가 가능하다. 이런 집중 공격을 피할 때 아주 유용하다.

문제는 이것들을 구현시켰을 때 아주 잠깐이지만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9서클 마스터가 100명 넘게 있다.

0.1초라도 허점을 보이면 그 순간 끝이다. 어느 놈이 어떤 마법을 구현시켰는지도 모르고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번쩍번쩍! 번쩍번쩍!

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쾅!

쉴 새 없이 공격하다 보면 틈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몸은 하나고 적은 100이 넘는다. 그리고 공격할 수 있는 방향은 하나이지만, 공격당하는 방향은 셋이다.

공격을 받은 자들은 앱솔루트를 중첩시켜 마법을 무효화하고, 반대쪽에 있는 자들은 쉴 새 없이 현수를 공격한다.

저절로 반응하는 전능의 팔찌와 켈레모라니의 비늘이 있기에 탈 없이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게 다행이다.

“헬 파이어! 라이트닝 퍼니쉬먼트! 라그나 블래스트! 라이트닝 레인! 체인 라이트닝! 파이어 레인! 익스플러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