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53화 (1,152/1,307)

# 1153

고오오! 번쩍번쩍! 콰아앙! 쒜에엑! 화르르륵! 지직! 지지직! 화아아아! 퍼엉-!

“앱솔루트 배리어! 배리어! 앱솔루트 배리어!”

“파이어 랜스! 라이트닝 레인! 기가 라이트닝! 윈드 캐논! 트윈 싸이클론! 록 블래스터!”

공격받은 자들은 조직적으로 방어막을 중첩시키고, 공격하는 자들은 비교적 마나 소모량이 적은 마법으로 바꿔 난사한다. 당하는 현수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자신이 퍼붓는 공격은 거의 모두 무위로 돌아간다.

전능의 팔찌는 더 이상의 앱솔루트 배리어를 형성시키지 못하고 있다. 켈레모라니의 비늘 또한 계속된 방어막 구현 마법 때문에 마나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본신의 마나량 또한 팍팍 줄어드는 중이다.

‘으으! 이러다간 당한다.’

현수가 이런 생각을 품고 있을 때 특수첩보단 고위 단원들이 현수의 여인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홀드 퍼슨!”

“어머낫!”

“크흐흐, 하나 잡았다.”

아만다 프러페 반 도델 공주가 가장 먼저 특수첩보단원에게 제압되었다. 다음 순간 싸미라 역시 움직임을 멈춘다. 스테츄 마법에 걸린 것이다.

“으앗! 왜 이래요?”

위험을 느끼고 도주하려던 스타르라이트도 특수첩보단원에게 잡혀 발버둥 치고 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같은 순간, 도로시 칼라 폰 발렌틴 역시 홀드퍼슨에 의해 굳어 있다.

“이잇! 이이잇!”

다프네는 자신에게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녀석이 접근하는 걸 보고 있다.

“홀드 퍼……!”

여기까지 들었을 때 현수가 준 펜던트의 줄이 확 빠져나간다. 그 순간 보라색 마나석에서 환한 빛이 뿜어진다.

“아앗! 대규모 마나 유동이다! 잡아라!”

누군가의 고함 속에 환한 빛이 다프네를 감싼다.

고오오오오-!

파아앗-!

“헉! 어디 간 거야?”

“이건……? 초장거리 텔레포트야!”

“맞아! 엄청난 마나 유동이야! 좌표 확인해!”

현수가 다프네를 위해 준 펜던트엔 몇 가지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첫째는 초장거리 텔레포트 마법진이다.

텔레포트될 장소는 아르센 대륙 중 이곳 마인트 대륙에서 가장 가까운 콘트라이다.

파이젤 백작이 다스리는 곳이니 당도만 하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드리안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이 바로 다프네이기 때문이다.

한때 실종된 다프네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에 초상화가 걸렸다. 그렇기에 웬만하면 다프네의 얼굴을 알아본다.

지금은 초절정 미모를 가진 상태이다. 그리고 걸치고 있는 의복도 최고급이다.

명색이 공작 작위식이다. 그리고 다프네는 공작에게 주어질 상이었다. 그러니 때 빼고 광낸 다음 온갖 치장까지 한 상태이다.

온몸을 보석으로 휘감고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공작부인에 걸맞은 티아라, 목걸이, 팔찌, 반지, 귀고리, 브로치 등으로 한껏 멋을 냈는데 모두 떼어서 팔면 대략 6억 원의 가치이다.

따라서 콘트라에 당도하면 곧장 파이젤 백작에게 연락이 갈 것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펜던트에 새겨진 또 하나의 마법진은 체인 라이트닝이다. 누구든 다프네를 위협하여 극심한 공포나 불안감을 느끼게 하면 이에 감응하여 구현된다.

마지막으로 이 펜던트엔 텔레포트가 일어난 후 발생되는 마나 유동을 흐트러뜨리는 컨퓨징 마법진이 그러져 있다.

마법의 조종이라 불리는 드래곤조차 어디로 텔레포트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마법으로 지난밤에 현수가 창안한 것이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 마법은 이실리프 마법서에 당당하게 기록되어 있다. 7서클 마법이다. 상당히 어려운 개념이 중첩되어 있기에 의외로 높은 서클의 마법이 된 것이다.

어쨌거나 다프네를 제외한 네 여인 모두 특수첩보단에 체포된 상태이다. 현수는 밖에 있어 모르는 사실이다.

한편, 바깥의 대결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수많은 마법이 마구잡이로 난사되면서 양쪽 모두 마나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황태자는 신분에 대한 변명도 하지 않고 공격하고 있는 현수를 노려보고 있다. 체면에 큰 손상을 입은 때문이다.

“힐만 공작!”

“네, 전하!”

“후작들도 투입하게.”

“존명!”

“죽이진 말라고 해. 물어볼 게 있으니까.”

명령이 떨어지자 그 즉시 지시하러 가던 힐만 공작의 등에 대고 황태자가 한 말이다.

“알겠습니다.”

“아, 방금 전 지시는 취소! 녹신녹신할 때까지 패거나 반쯤은 죽여도 되네. 그저 숨만 붙여놓아.”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공작들의 뒤쪽에서 포위망을 구축한 채 현수를 노려보던 후작들이 몇 발짝씩 더 다가선다.

제국이 건국된 이후 가장 강한 거수자가 황궁에 난입해 있는 상태이다. 아마도 많은 공작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아공간에 담긴 지 벌써 30분이나 지난 때문이다.

현재 100명이 넘는 9서클 마법사가 공격을 퍼붓고 있지만 아직 제압되지 않고 있다.

만일 현수를 생포하는 공을 세운다면 승작과 동시에 이미 죽어버린 공작의 영지 중 하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후작들은 의욕이 충만한 상태이다.

“모두 공격하라!”

“와아아! 파이어 랜스! 라이트닝! 룬 플레어!”

“크흑! 앱솔루트 배리어!”

갑자기 사방에서 공격을 퍼붓는다. 그런데 숫자가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공격보다 방어가 우선이다.

현수는 잽싸게 앱솔루트 배리어를 펼쳐놓고 바깥 상황을 살펴보았다. 후작들까지 모두 덤벼들어 이제는 거의 400여 명에게 둘러싸였다.

그러던 중 구울과 좀비, 그리고 데스 나이트들을 보게 되었다. 누군가 소환해 놓고 대기시킨 상태이다.

“이런……!”

현수는 상대의 속셈을 읽었다.

어둠의 군단이라 할 수 있는 구울과 좀비, 그리고 데스 나이트로 공격하는 동안 포위망을 구축한 채 쉬면서 마나를 보충하겠다는 의도이다.

물론 본인은 어둠의 군단과 대결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소모되는 마나를 보충시킬 방법이 없다.

“빌어먹을! 어쩐지 예감이 이상했어.”

지구에서부터 느끼던 불길한 예감이다. 꼭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차원이동을 하기 전에 계열사 전부를 점검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다 어젯밤 최고의 불안감을 느꼈다. 하여 만일을 대비해 펜던트를 만든 것이다.

혹시라도 다프네에게 문제가 생기는가 싶어서 그랬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 이런 위기에 처할 것이라 그렇게 불안했던 모양이다.

“모두 후퇴! 데스 나이트 진격!”

“리치들도 진격!”

“……!”

네크로맨서 계열은 죽음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리치가 되길 선택한다. 최소 9서클이 조건이다.

길 안내를 맡은 카트린느를 억류했던 ‘아무리안 델로 폰 타지로칸’이 그중 하나였다. 참고로 아무리안 델로 폰 타지로칸은 켈레모라니의 가디언이었다.

현수는 다가서는 리치와 데스 나이트들을 보았다. 리치는 아홉뿐이지만 데스 나이트는 300이 넘는다.

정복전쟁 당시 죽은 기사들로 만든 데스 나이트들이다.

“끄으응! 아공간 오픈!”

나직이 침음을 토한 현수는 아공간을 열어 데이오의 징벌을 꺼내 들었다.

물러선 공작과 후작들은 현수의 손에 들린 검에 시선을 주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뭐야? 마법사가 웬 검을 들어? 자네 마검사인가?”

힐만 공작의 물음이다. 하나 현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데스 나이트들 때문이다.

죽은 자이기에 아공간에 담으면 안 된다.

그곳을 난장판을 만들어놓을 것이고, 바깥으로 꺼내는 즉시 공격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호흡이 필요 없는 로봇이 공격 명령을 받은 것과 같다. 따라서 아공간이고 어디고 간에 현수만 보이면 달려들 것이다.

지잉, 지이이이잉-!

데이오의 징벌로부터 20m짜리 검강이 뿜어지자 마법사들 전부가 놀란 표정이다. 10서클이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그랜드 마스터라는 걸 알게 된 때문이다.

“그, 그랜드 마스터?”

“세상에 맙소사! 그랜드 마스터라니!”

“그럼 10서클 대마법사에 그랜드 마스터까지 겸한 거야?”

누군가 경악성을 토하자 다른 누군가가 말을 보탠다.

“수도로 온 10서클 마법사는 보우 마스터이기도 하다고 했어. 그걸 추가해야 해.”

“그게 말인 돼? 인간이 어찌……! 드래곤인가?”

“아니. 드래곤은 확실히 아냐. 그런 기운이 전혀 안 느껴져. 근데 이상해. 저자의 가슴에 두 개의 기운이 뭉쳐 있어.”

전투하느라 억제하던 것을 풀어놓으니 단번에 알아차린 모양이다.

“허어! 그러고 보니… 저건 뭐지? 하트가 두 개야?”

“말도 안 돼. 그런 인간이 어디에 있어? 키메라도 심장이 두 개인 것은 모조리 실패했잖아.”

로렌카 제국의 황제는 아무리 애를 써도 10서클에 오르지 못했다. 혹시 마나가 부족한가 싶어 휘하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심장이 두 개인 키메라를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그게 만들어지면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한 마법사로 하여금 마법을 익히게 해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여 안정적으로 두 개의 심장을 갖게 되면 본인 또한 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수술은 집행되지 못했다.

지엄한 황제의 명에 따라 무려 72만 8,000명의 목숨을 소모해 가며 이식 수술을 실시했지만 단 한 건도 성공하지 못한 때문이다.

결국 두 개의 심장을 갖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으로 체크되었다. 하여 현재는 심장 이식에 관한 연구를 중단했다.

어쨌거나 데이오의 징벌에 마나를 불어넣어 검강을 생성시킨 현수는 다가서는 데스 나이트들의 허리를 쓸어갔다.

“야아압!”

쉐에에에에엑-!

파팟! 파파파팟! 파파파파팟!

데이오의 징벌이 데스 나이트들을 스쳤다. 그러자 묘한 소리와 함께 마치 검은 안개가 스러지듯 흐트러진다.

“키이! 코오! 케에! 커흐! 아흐!”

데스 나이트의 무력은 생전의 능력에 따라 다르다.

위력은 한 등급 정도 줄어들지만 웬만해선 소멸되거나 부상당하지 않아 상대하기가 몹시 까다로운 존재이다.

현수를 에워싼 데스 나이트 중 절반가량은 생전에 소드 마스터였다. 그러니 그랜드 마스터인 현수를 당해낼 수 없어 순식간에 소멸당한 것이다.

이는 데이오의 징벌이 가진 특수함이 부가된 때문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짝인 ‘전쟁의 신’ 데이오는 어둠의 무리와는 상극인 관계이다.

아르센 대륙에선 툭하면 벌어지는 것이 전쟁이다.

국가와 국가의 전쟁이 있고, 같은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영지전 등이 있다. 당연히 출전 전에 ‘전쟁의 신’에게 기도를 하거나 염원을 전달하는 번제를 지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데이오는 잊힌 신이 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빛과 어둠 사이의 전쟁을 관장하는 신이기 때문이다.

2장 리치들과의 혈전

아르센 대륙엔 어둠의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브론테 왕국 하나뿐이다. 그런데 최근엔 잠잠했기에 데이오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못하는 신이 되었다.

어쨌거나 데이오의 징벌엔 척사(斥邪)의 기운이 부여되어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베이기만 했음에도 데스 나이트들이 맥없이 소멸당한 것이다.

흑마법사들도 어둠의 일부로 간주되기에 데이오의 징벌에 의해 상처를 입으면 영혼마저 소멸당한다.

문제는 현수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로렌카 제국의 흑마법사들도 아직 모른다.

이곳에선 전쟁의 신 ‘데이오’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현수는 그런 기능이 있을 것이란 추측도 못하기 때문이다.

“데스 나이트, 전원 후퇴!”

누군가의 명이 떨어지자 겁 없이 전진하던 데스 나이트들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일제히 물러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