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63화 (1,162/1,307)

# 1163

“새아기라뇨? 저 셋이나 있잖아요. 그런데 또요?”

사실 이 말을 할 땐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저쪽 세상에 다섯이나 더 감춰두고 있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아니다, 아냐. 내가 괜한 소릴 한 거야.”

“거 임자는 왜 아범한테 그런 소리를 해? 쟤가 어디 그럴 아이야? 그치?”

요 대목에서 말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네? 아, 네. 그럼요. 그나저나 손주들은 어때요?”

“에구, 요즘엔 현이랑 아름이가 자꾸 눈에 어려. 어릴 땐 할미랑 정붙이고 사는 것도 좋은데.”

모친께서 아쉽다는 표정을 짓자 기다렸다는 듯 연희가 끼어든다.

“어머니, 현이랑 아름이도 곧 올 거예요. 아범이 왔다고 하니 당장 비행기 탄다네요.”

“아, 그러냐? 잘했다, 잘했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듯 환히 웃으신다. 많이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나저나 먼 데서 온 거지? 가서 좀 쉬렴.”

“예, 그럴게요. 이따 저녁때 다시 올게요.”

“여길? 왜? 이렇게 얼굴 봤으면 됐지.”

“오래간만에 두 분과 같이 식사하고 싶어서요.”

“아, 그래? 그럼 그래라. 내가 된장국이라도 끓여놓으랴?”

“저야 그럼 좋죠.”

현수가 빈관을 나서자 외출했다 돌아온 피터스 가가바와 엘린 가가바가 와서 인사한다.

“에구! 정말 오랜만입니다, 가주님!”

“네, 진짜 너무하셨어요. 주모님들께서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몰라요.”

“네, 제가 조금 바빠서 연락도 못했습니다. 두 분 모두 괜찮으시죠? 다른 식구들도요.”

“그럼요. 가모님께서 얼마나 알뜰히 보살펴 주셨는데요. 다들 잘 있습니다. 그나저나 곧 저녁인데 식사 준비할게요.”

엘린 가가바는 후다닥 달려갈 기세이다.

“아닙니다. 오늘은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 한번 먹어보려고요. 그동안 어머니 손맛이 많이 그리웠거든요.”

맞는 말이다. 3년이 넘도록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그리고 순두부찌개 같은 것은 맛도 못 보았다.

“참, 자긴, 계란말이 좀 해줘. 그것도 맛본 지 오래되었어.”

“그래요. 알았어요.”

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이처럼 남편이 곁에 있으니 왠지 든든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현수는 홀로 산책을 나왔다. 오랜만에 왔으니 저택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볼 요량으로 나온 것이다.

연희는 칭얼거리는 철이를 평소보다 일찍 재우는 임무를 맡았다.

“어라, 농장이 다 되어 있네? 아리아니.”

현수가 나직이 불렀음에도 금방 반응이 온다.

휘리링―!

“치잇! 주인님, 너무하셔요. 왜 이렇게 오랜만이에요?”

여전히 앙증맞은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

“미안, 미안. 저쪽에 있을 때 일이 좀 있었어.”

“일이요? 무슨 일인데요?”

“응. 말하자면 긴데……. 조금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

아리아니는 다시금 현수의 전신을 훑어본다.

“어라? 그리고 보니 주인님, 좋은 일 있으셨나 봐요.”

“좋은 일?”

조금 전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고 했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니 의아스럽다. 하여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이젠 아주 완벽한 몸이 되셨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현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멀린의 레어에서 몸을 점검했을 때 이전과 다름없음을 확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으음! 이곳 식으로 표현하자면 주인님의 지금 몸은 유전자까지 완벽한 상태예요. 바디 체인지를 다시 겪었나 봐요.”

“내가 또 바디 체인지를?”

“네, 그래서 수명도 늘어난 것 같네요.”

“허어!”

1,300년을 산다고 했을 때에도 너무나 길다 생각했다.

사랑하는 이들과 얼마나 많은 이별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늘었다니 어이가 없다.

“흐음! 한 1,500살까지는 사시겠네요. 헤헤! 아리아니는 그래서 좋아요.”

“……!”

생각해 보니 수명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해 줄 수 있는 존재는 몇 안 된다. 아리아니와 물, 불, 바람, 그리고 땅의 최상급 정령뿐이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지현, 연희, 이리냐, 철이, 현이, 그리고 아름이도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 것이다.

“끄응!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군.”

가족들을 리치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나직하게 침음을 낸 것이다.

“그나저나 아리아니, 여기는 어떻게 된 거야?”

현수의 시선에 드넓은 바이롯 재배지가 보이고 있다.

“주인님이 가시기 전에 이곳에 바이롯을 재배한다고 하셔서 제가 진행시켰어요.”

“아리아니가? 어떻게?”

아리아니는 현수의 눈에만 뜨이는 존재이다. 4대 정령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번듯하게 거대한 수목원을 조성해 놨으니 의아한 것이다.

마인트 대륙으로 가기 전에 구상한 거의 그대로이다.

휘리링―!

아주 작은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현수의 눈앞에 절세미녀가 나타난다.

“으읏!”

이제 겨우 스무 살쯤 된 갈색머리 미녀는 완전히 발가벗고 있다. 현수는 저도 모르게 한 발 물러섰다. 너무도 관능적인 모습 때문이다.

이때 절세미녀가 손을 내밀어 현수의 팔을 잡는다.

“주인님, 저예요. 아리아니.”

“아리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전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때는 형상은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의 팔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잊으셨어요? 드래곤 로드께서 제게 육신을 취할 수 있는 권능을 주셨음을.”

“아! 그럼…….”

“네, 그동안 어떤 모습이 좋을까 되게 고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주인님께서 사랑하시는 여인들의 공통된 모습을 생각해 봤어요.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그랬는데,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지현, 연희, 이리냐, 카이로시아, 로잘린, 스테이시, 케이트, 그리고 다프네의 모습이 조금씩 엿보이는 듯하다.

“……!”

“참, 잠깐만요.”

아리아니는 아공간에서 브래지어와 팬티, 그리고 원피스 하나를 꺼내 몸에 걸친다.

“이제 됐어요. 저 괜찮아요?”

패션쇼라도 하는 듯 한 바퀴 몸을 돌려서 보여준다.

신장 170㎝, 체중 52㎏ 정도 되는 날씬한 몸매이다.

가슴은 불룩하고 허리는 잘록하다. 그리고 둔부는 적당히 펑퍼짐하다. 물론 위로 올라붙은 예쁜 히프이다.

“예쁘다, 정말.”

아리아니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그 자체로 보인다. 게다가 백치미까지 더해지니 너무 매혹적이다.

“호호! 정말이요? 아이, 좋아라.”

아리아니는 현수의 품을 파고든다. 뭉클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아, 아리아니!”

화들짝 놀란 현수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자 아리아니는 심호흡을 한다.

“흐으음! 이게 주인님의 체취군요. 하아아! 좋아라!”

“아, 아리아니!”

“네, 주인님. 저 예쁘죠?”

“그, 그래. 근데 좀 떨어져 줄래?”

“물론이에요. 저는 말을 잘 들으니까요.”

두어 발짝 물러선 아리아니는 별빛 같은 시선으로 현수를 바라본다. 아주 그윽한 눈빛이다.

“저는 언제까지나 주인님 거예요. 언제든 안으셔도 돼요.”

“아리아니!”

“근데 아쉽게도 생식 기능은 없어요.”

“……!”

심하게 다행이다.

안 그렇다면 써큐버스도 울고 갈 절세 미모를 가진 아리아니에게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색은 할 수 없다. 아리아니의 질투심 때문이다.

“그, 그래. 그나저나 여기는 어떻게 된 거야?”

“제가 이렇게 했어요. 주인님께서 내린 지시라 하였구요.”

“이런 모습을 보여줬단 말이야?”

“아뇨. 이 모습은 오로지 주인님에게만 보여드려요. 러시아 무스크하코 마을에서 온 사람들 앞에선 다른 사내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잘했네. 아주 잘했어.”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칫 연희나 지현 등의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실리프 수목원이라 이름 붙은 이곳에선 바이롯이 생산되고 있다.

7장 이실리프 단지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가 저택 인근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한 면적은 약 20㎢이다.

600만 평을 약간 넘기는 면적이다.

참고로 이 크기는 서울시 마포구 전체보다 약간 작다.

이 중 30만 평엔 10,000병상짜리 최첨단 이실리프 의료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전까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가장 큰 병원은 100병상짜리 ‘건국 50주년 기념 병원’이었다. 따라서 콩고민주공화국 입장에선 엄청난 의료 발전이 이루어진 셈이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의료원 인근 부지에 의과대학 건물을 짓고 있다. 우수한 의료진이 있을 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여 초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는 중이다.

의료원 인근 70만 평은 의료진을 위한 주거 시설과 환자 및 보호자를 위한 숙박 시설과 위락 시설로 꾸며져 있다.

일종의 미니 신도시인 셈인데, 근린 생활 시설 거의 전부가 갖춰져 있다. 도서관, 극장, 쇼핑센터 등등이다.

100만 평 규모인 이실리프 의료원 인근 200만 평엔 이실리프 테마파크가 만들어져 있다.

이는 에버랜드 리조트 전체 면적과 거의 비슷한 크기이다.

참고로 에버랜드 리조트는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숙박 시설 홈브리지, 자동차 경기장 스피드웨이, 에버랜드 교통박물관, 호암미술관, 글렌로스 골프클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 새롭게 추가될 아쿠아리움과 수목원을 포함한 것이 에버랜드 리조트이다.

이실리프 테마파크는 놀이동산과 워터파크, 아쿠아리움과 골프장, 그리고 숙박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정령을 이용한 이실리프 분수 쇼이다.

물의 하급 정령 운디네는 허공으로 솟은 물을 떨어지지 않게 하여 물방울로 만들어진 왕관, 또는 티아라 같은 형상을 잠시 동안 보여준다.

운다인은 물로 이루어진 공룡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를 걷는 모습 등을 구현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공룡이나 검치호가 매머드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얼룩말이 초원을 달리는 모습과 이를 사냥하려는 사자의 모습 또한 만들어낸다.

야간엔 현란한 조명까지 어우러지니 아이들이 보면 환장할 모습이다.

이실리프 의료원에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나 보호자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번지고 있다.

그 결과 세계 곳곳에서 이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오는 관광객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중이다.

큰 규모의 수영장도 여러 개가 있기에 일종의 바캉스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머지 300만 평 중 25,000평엔 바이롯 재배를 위한 연구 단지가 있고, 100만 평은 관상을 위한 각종 식물 재배 및 도로가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200만 평은 몽땅 바이롯 재배지이다.

이 중 외부인에게 공개된 곳은 바이롯 재배지와 연구 단지를 뺀 나머지 100만 평이다. 따라서 이실리프 테마파크는 에버랜드 리조트 전체의 약 1.5배 크기이다.

이것을 모두 조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1년이다. 천지건설의 기술진이 이루어낸 성과이다.

이들이 물러간 이후 땅의 최상급 정령 노에디아는 인근에 분산되어 있던 전단토를 이곳으로 끌어모았다.

바이롯은 흰색 흙인 전단토에서만 생장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1년에 4모작을 하고 있는데 연간 생산량은 약 20억 뿌리이다. 당연히 흉작이란 것은 없다.

물과 땅의 정령의 힘만으로도 충분한 일인데 아리아니와 질 좋은 유기비료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가이아 여신의 축복뿐이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가이아 여신의 신성력까지 베풀어주시면 24억 개로 수확량이 늘어날 거예요.”

“그래? 그럼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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