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64화 (1,163/1,307)

# 1164

신성력이 있음을 알지만 사용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기에 한번 마음껏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곳의 모든 식물에게 대지의 여신이신 가이아 님의 신성력을 아낌없이 베푸노라!”

쏴아아아아아아―!

기다렸다는 듯 현수의 몸으로부터 장엄한 기운이 뿜어져 나간다.

바이롯 재배지를 지나 수목원 지역까지 신성력이 스며든다. 곧이어 테마파크의 식물들 역시 혜택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자 지구 어디에서도 이처럼 생생한 식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싱싱해진다.

“바이롯 재배한 건 어디에 있어? 창고에?”

“아뇨. 보존 마법이 걸린 창고가 필요한데 그런 게 없어서 일단은 제게 위탁하신 아공간에 넣어두었어요.”

“아, 그래? 얼마나 많은데?”

“너무나 많아서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약 40억 뿌리 정도 될 거예요.”

“그래?”

현수는 눈빛을 빛낸다. 주영에게 큰소리를 칠 찬스가 온 때문이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테마파크는 어때?”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야간에도 개장해?”

“네, 워낙 손님이 많아서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만 문을 닫고 나머진 늘 열어요.”

“그래?”

“넓으니까 날아서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지.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플라이!”

투명 은신 마법과 비행 마법을 구현시키곤 이실리프 테마파크를 한 바퀴 휘돌았다.

아리아니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곳의 설계엔 연희의 입김이 매우 컸다고 한다.

리우데자네이루 재개발 공사를 위해 영국 이외에도 여러 나라를 둘러보면서 모아놓은 자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지건설이 자체적으로 수집해 놓은 자료가 더해져 완성된 것이 바로 이실리프 테마파크이다.

규모도 크지만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과 안전 설비들이 인상적이다.

“잘해놓았군. 다음은 의료원 보러 가자.”

“네에.”

“그전에 모습 좀 바꿀 수 있지?”

“그럼요. 어떤 모습을 원하세요?”

“그냥 평범한 동양인의 모습.”

“네, 알았습니다.”

휘리리릭―!

말 떨어지기 무섭게 아리아니의 모습이 바뀐다. 그런데 탤런트 김태희를 몹시 닮았다.

“이게 평범한 거야?”

아리아니의 기준으론 평범한 모습이라는 표정이다.

“아닌가요? 이 정도면 평범한 건데. 뭐, 마음에 안 드시면 또 바꾸죠.”

휘리리릭―!

이번엔 장나라이다. 다음엔 이연희의 모습이 되더니 그다음엔 강소라, 이태임, 송혜교 등의 모습으로 바뀐다.

다음은 한예슬, 박주미, 하지원, 채정안, 한지민, 박신혜, 오연서, 성유리 등으로 바뀌었다.

아내가 아니기에 데리고 다니기엔 부담스런 얼굴이다.

최종적으로 현수가 고개를 끄덕인 것은 강부자의 모습이 되었을 때다. 전혀 분심이 들지 않아 좋았다.

“그거 좋네. 가자.”

“쳇! 난 이 모습 싫은데. 할머니잖아요. 옷과도 언밸런스해요.”

얼굴은 강부자인데 피부는 20대인데다 글래머러스하니 부조화하다.

“남자는 안 돼?”

“되긴 되는데 싫어요. 난 여자란 말이에요. 치이!”

또 삐치려 한다.

“알았어. 그럼 내가 사진을 보여줄게.”

현수는 비교적 평범한 모습의 여자 탤런트 사진을 보여주었다. 드라마에서 주로 가정부 역할을 맡는 여인이다.

“치이! 너무 못생겼잖아요. 싫어요.”

“끄응! 그럼 어떤 모습이 좋은데?”

“그냥 내 모습이요.”

“그럼 사람들이 아리아니만 바라보잖아. 너무나 예뻐서.”

“정말요? 주인님 보시기에 저 예뻐요?”

현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정말 예뻐. 그래서 그 모습은 안 돼. 아리아니의 예쁜 모습은 나만 보고 싶거든.”

“헤헤! 그럼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안 보이게 할게요.”

“뭐야? 그것도 가능해?”

“그럼요. 뭐든 안 되겠어요?”

아리아니는 현수를 놀려먹은 게 재미있다는 듯 배시시 미소 짓는다. 그런데 정말 예쁘다.

“알았어. 안 보이게 해. 가자.”

스르르르릉―!

현관으로 다가서자 자동문이 스르르 열린다. 한 발을 들여놓으려는데 위와 양옆에서 바람이 분다.

“아! 이건 에어 커튼이래요. 이 병원의 내부 공기는 전부 정화되거든요.”

“정화?”

“네, 병원 내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대요.”

“그래? 그거 잘 생각했네.”

고개를 끄덕이곤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돈을 많이 들여서 세심하게 시공했다.

신형섭 천지건설 회장은 이실리프 의료원 및 주변 시설을 건설함에 있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전 세계에서 환자가 몰려올 것이니 천지건설의 쇼룸을 짓듯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하여 투입된 것이 유니콘 아일랜드 건설팀이다.

천지건설 직원 중 마감 공사에 관한 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장인 집단이다. 현수가 보기에도 정말 괜찮다 싶다.

“좋네.”

나직이 중얼거리곤 곳곳을 둘러보았다. 응급실로 들어가자 방금 들어온 환자 가족들이 난리법석이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통사고 환자이다.

응급담당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간호사에게 뭔가를 지시한다. 간호사가 가져온 것은 흰색 튜브이다.

겉면에 미라힐Ⅹ라 쓰여 있다.

이것 약간을 짜 넣고는 더 볼 것 없다는 듯 다른 환자에게로 향한다. 부상자 가족은 왜 치료를 하다 말고 가느냐고 붙잡으려다 눈을 크게 뜬다.

찢어진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실리프 메디슨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미라힐을 생산해 낸다. Ⅰ∼Ⅹ까지인데 회복 포션 농도에 따라 붙은 이름이다.

미라힐Ⅰ은 10%짜리, Ⅱ는 20%짜리이다. 증상에 따라 사용하는데 방금 전에 사용한 Ⅹ는 100% 회복 포션이다.

아주 급한 환자에게만 쓰는 것이기에 심각해 보이던 상처가 급속도로 아물고 있다.

이실리프 메디슨은 미라힐 시리즈에 대해 특허출원을 한 바 없다. 누구든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서 쓰라는 뜻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지구에 없는 물질이 두 가지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합성도 불가능하다.

지난 2013년에 대한의약품은 미라힐Ⅰ과 미라힐Ⅱ에 대한 신약 허가를 신청한 적이 있다.

광범위 진통제 홍익인간과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 전문 진통제 NOPA, 그리고 청향에 대한 것도 신청했다.

당연히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일 기적의 신약이다.

하여 낙관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결과를 접했다.

대한민국 식약청이 다국적 제약사 등의 로비 및 압력을 받아 이를 전부 반려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까다로운 임상 결과를 추가로 요구했다.

속사정을 알게 된 대한의약품은 신약 허가를 포기했다.

하여 홍익인간과 NOPA는 에티오피아 아와사 지치령에서, 미라힐 시리즈는 콩고민주공화국 반둔두 자치령에서 생산하는 중이다.

이실리프 의료원이 완공된 후 미라힐 시리즈가 놀라운 효능을 보였다.

미라힐Ⅰ∼Ⅵ는 외상 환자와 수술 환자에게 집중적으로 사용되어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상처가 아물고 난 뒤 흉터가 전혀 없어 특히 성형외과 쪽 수요가 어마어마하다.

미라힐 Ⅶ∼Ⅹ은 암환자 전문 치료제로 사용된다.

Ⅶ는 1기 환자에게, Ⅹ는 말기 환자에게 투여된다.

미라힐Ⅹ를 투여 받은 거의 모든 말기 암환자는 새 생명을 얻었다. 하여 기적의 치료제로 소문이 났다.

그러자 국내 암환자 거의 대부분이 킨샤사로 향했다. 국내 병원에선 구할 수 없는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NOPA와 청향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CRPS 환자 대부분과 폐질환 환자 거의 모두가 콩고민주공화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실리프 의료원에 당도만 하면 CRPS 환자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천식, 진폐증, 규폐증, 폐기종 등으로 고생하던 폐질환 환자들은 더 이상 가쁜 호흡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청향과 더불어 미라힐 시리즈를 처방 받으면 아예 완치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상황인지라 국내 병원에도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이에 대한 이실리프 메디슨의 답변은 명쾌했다.

불가(不可)!

어떤 경우에도 대한민국의 의료기관에는 납품하지 않을 것이며, 식약청 승인도 포기했으므로 다시는 같은 이야기를 꺼내지 말기 바랍니다.

―이실리프 메디슨 대표이사 민윤서.

당연히 비난이 빗발쳤다. 하여 민 사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리곤 이전에 승인 신청을 했을 때 어떻게 반려했는지에 관한 내용을 조목조목 밝혔다.

그러자 당시 담당자 몇 명에 대한 처벌이 내려졌다. 좌천 내지 감봉이다.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이다.

그래놓고는 처벌이 완료되었으니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이실리프 메디슨은 다시 한 번 ‘불가’라는 두 글자짜리 답변서를 보냈다.

그러자 이실리프 메디슨이 생산하고 있는 모든 일반 의약품에 대한 제조 허가를 취소할 수 있음을 경고받았다.

이에 대한 이실리프 메디슨이 관계 기관에 보낸 답변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 제약사의 생산 품목에 대한 허가가 취소된다면 이실리프 메디슨은 즉각 폐업할 것이다.

아울러 사업장을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옮길 것이다.

― 이실리프 메디슨 대표이사 민윤서.

여차하면 문을 닫아버리겠다는 뜻이다.

혹시나 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받은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유감스럽게도 채무가 전혀 없다.

하긴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영업을 하고 있는데 빚을 질 일이 있겠는가!

게다가 상장도 폐지된 업체이다. 경영권을 압박할 만큼의 주식 매집이 불가능한 것이다.

하여 전격적인 세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무리 털어도 먼지 안 나오는 기업이며, 모범 납세자로 표창장을 수여해야 할 기업이라는 것만 밝혀졌다.

식약청에선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한 가지 위안은 이실리프 메디슨이 공급을 거절한 것이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라힐 시리즈와 홍익인간, NOPA, 그리고 청향은 이실리프 자치령이 있는 국가 이외엔 공급되지 않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지나, 일본 등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 몽골, 콩고민주공화국,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사용될 뿐이다.

이를 구하기 위해 여럿이 노력했지만 허사이다.

미라힐 시리즈와 홍익인간, 그리고 NOPA와 청향은 그곳에서 사용하기에도 부족할 만큼 공급량이 적기 때문이다.

사실 억만금을 줘도 외부 반출은 안 할 것이다. 그러면 영구히 공급을 끊겠다는 약정서가 있기에 내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첩보원들이 파견되었다.

병원의 약 창고를 털려고 특급 첩보원들이 총 들고 야간 잠입을 시도한 것이다. 하여 몇몇 곳에서 미라힐 시리즈 등에 대한 도난사건이 있었다.

이것을 입수한 곳에선 같은 약을 복제해 내려 애를 썼다.

그런데 성과가 없다. 비슷한 것을 만들기는 했는데 핵심이 빠져서 효능의 100분의 1 정도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읍소작전이 시도되었다.

그런데 최종 결재권자인 현수가 3년이 넘도록 무소식이다.

하여 미라힐 시리즈와 홍익인간, 그리고 NOPA와 청향은 이실리프 의료원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선생님, 응급 환자입니다.”

“어떤 환자야?”

“공사 현장에서 낙상하여 갈비뼈가 골절된 상태입니다.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르고 있습니다.”

“알았어. 미라힐Ⅲ 100㏄ 가져와.”

“네!”

간호사가 약을 가지러 달려간다. 현수는 고개만 끄덕이고 물러섰다. 미라힐Ⅲ라면 능히 치료할 수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흐음! 이제 효소가 없겠구나.’

떠나기 전에 상당히 많은 양을 만들어주었지만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면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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