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68화 (1,167/1,307)

# 1168

“그랴. 끊어.”

수화기를 내려놓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 든 탓이다.

통화를 마친 현수는 바로 이메일을 작성했다.

이실리프 계열사 전체의 근황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10시 30분을 약간 넘었다. 뉴욕은 5시간 늦으니 그곳 시각은 5시 30분일 것이다.

현수는 아공간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다.

♩♪♬♪♬♩∼ ♩♪♬♪♩∼ ♩♬♪♬∼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멜로디인 듯하여 잠시 이맛살을 좁힌 현수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뉴욕대 수학교수 미하일 그로모프 교수의 조카 윌리엄 그로모프에게 주었던 In the moonlight의 멜로디이다.

이것을 해금으로 연주해 놓아 잠시 낯설어한 것이다.

“Hello! This is Cameron. How can I help you?”

“Long time no see. This is your boss.”

“Excuse me! Who? Oh! My god! Meanwhile, why did not you call? Do you know how many times I’ve been waiting for? Really…….”

윌슨 카메론은 작심하고 있었는지 속사포를 쏘아댄다. 얼마나 걱정을 하며 기다렸는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I’m sorry. Really sorry. When I was…….”

현수는 윌슨 카메론에게도 기억상실 핑계를 댔다. 그러면서 거짓말하는 것이 몹시 미안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인트 대륙과 아르센 대륙에서 있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아무튼 애썼어요, 카메론. 근데 그쪽 일은 어때요? 궁금한데 곧바로 현황 보고 되겠어요?”

“네, 보스. 바로 이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확인하시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그러죠.”

“이번엔 잠수하시면 안 됩니다.”

“물론이에요. 조만간 그쪽으로 가서 한잔 살게요.”

“네, 기대해도 되죠?”

“그럼요!”

기분 좋게 통화를 마쳤다. 음성만 들어도 이실리프 트레이딩은 순항하고 있음이 느껴진 때문이다.

잠시 후, 이메일이 왔다는 신호가 보인다. 늘 준비하고 있던 모양이다.

현수가 이메일을 열어 보니 보안 메일이다. 하여 절차에 따라 변환 코드를 적용시켰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2018년 7월 현재 이실리프 트레이딩 현황

⊙ 자산 총액: 3조 2,866억 8,718만 2,279달러

이 밖에도 자산이 투자되어 있는 회사 목록은 상당히 많았다. 대충 헤아려 봐도 200개가 넘는다.

이 중엔 이름만 듣고도 어떤 기업인지 충분히 짐작되는 것들이 망라되어 있다.

코카콜라, 월트 디즈니, IBM, 존슨 앤 존슨, 네슬레, 스타벅스, 팀버랜드. 맥도날드, 펩시, 코스트코 등이다.

지분율은 거의 대부분 50%를 넘기고 있다. 언제든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해 놓았다.

목록을 보니 상당히 많은 유대인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윌슨 카메론 등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직원들은 전원 유대인이라면 이를 가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악착같이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린 듯하다.

“근데 돈이 엄청나게 늘었네.”

3년쯤 전엔 1,368억 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이것의 24배쯤 되는 금액으로 늘어나 있다.

“보너스는 제대로 챙겼을까?”

마지막으로 보낸 메일엔 매년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 거둔 수익의 1%를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하라고 했다.

그때 자본금은 약 1,368억 달러였다. 이를 잘 운용하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총 수익 금액의 1%라는 인센티브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닐 수 있다.

직원들이 미래에 받을 보너스를 기대하고 더 열심히 일해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쨌거나 3조 2,866억 8,718만 2,279달러는 엄청난 액수이다. 그간 환율에 변동이 생겨 1달러당 1,100원 대로 바뀌어 있다.

이걸 적용해 보면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자산총액은 무려 3,615경 3,557조 원 정도가 된다.

대한민국의 2015년 예산이 대략 357조 원이었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자산액은 이것의 10만 1,270배나 된다.

3년간 실종 상태로 있다 되돌아와 보니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 것이다.

보고서의 뒤 페이지를 보니 예상치 못한 항목이 보인다.

《 듀닥터 & 슈피리어 듀닥터 매출 현황 》

이것 역시 표로 작성되어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듀닥터와 슈피리어 듀닥터가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월별 판매량이 거의 매달 1.2배씩 늘고 있다.

이 밖에 디오나니아의 꽃에서 추출한 ‘디오나니아의 눈물’과 포인세를 원료로 한 ‘아르센의 공주’에 대한 보고 내용도 추가되어 있다.

이것들은 미국 내에서도 최고급 백화점이 아니면 입점을 하지 않았음에도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 되어 있다.

상당히 비싼 가격임에도 최고의 향수로 각광받고 있다.

하여 수입하자마자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 입점 예정이라는 안내문을 붙이면 백화점 밖에서 밤샘을 하는 대기자가 있다고 한다.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니 러시아에만 수출하던 ‘스피드’의 미국 수출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한다.

워낙 연비가 좋은데다 정숙해서 들여오기만 하면 파는 건 문제가 없다고 예상되어 있다.

친애하는 윌슨.

보내준 보고서 잘 보았습니다.

나는 윌슨 카메론을 비롯한 이실리프 트레이딩 직원들의 노고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충분히 짐작됩니다. 이런 성과에 대한 과실은 잘 분배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내가 자리를 비운 기간 동안 이실리프 계열사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면 합니다.

급하지 않은 일이니 시간 날 때 천천히 보내줘도 됩니다.

― 이실리프 그룹 회장 김현수.

이메일을 보내놓고 점검할 사항들을 다이어리에 표시해 놓았다. 워낙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점검할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기에 메모 내용은 상당히 길었다.

똑, 똑, 똑―!

“누구? 들어와.”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지현이 들어선다. 연한 보라색 실크 잠옷 차림이다. 약간 짧은데다 속이 비친다.

몸매가 확연히 드러나는 디자인인지라 불끈하는 느낌이다.

“저예요. 많이 늦었는데 안 잘 거예요?”

“자야지. 이것만 하고 곧 갈게.”

“기다려요?”

“졸리면 자고.”

“아니에요. 안 자고 기다릴게요.”

지현이 돌아간 뒤 약 15분간 더 메모를 했다.

할 일이 넘치도록 널려 있는 느낌이지만 서둘러 마무리했다. 언제 오나 하면서 지현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지현의 방에서 훈풍이 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희의 방에서도 교성이 흘러나온다.

그러고 잠시 잠잠한가 싶더니 새벽 무렵엔 이리냐의 방에서도 열락의 바람이 불었다.

짹, 짹, 짹―!

현수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더 따랐다. 생각해야 할 일과 준비할 것이 많아 밤을 샌 것이다.

인터넷으로 많은 걸 확인했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화가 제법 많았다.

그중 하나는 국제 금 시세가 크게 요동친 것이다.

지난번 차원이동 때 시간 차 이동 마법을 이용하여 미국과 일본, 그리고 지나와 피터 로스차일드가 원하는 만큼의 금괴가 가도록 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엔 매 15일에 한 번씩 2,000톤의 금괴를 보냈다. 최초의 거래를 포함하면 일곱 번이니 거래된 금괴의 총량은 14,000톤이나 된다.

이것을 받은 미국 정부와 FRB는 순도와 더불어 여러 가지를 조사했다. 그러는 동안 반둔두 지역의 노천금광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실시되었다.

순금에 가까운 금맥이 동굴 바닥에 노출된 채 발견된 것은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천금광을 실제로 방문하고 사진까지 찍어온 게리 론슨의 증언을 바탕으로 최첨단 위성까지 동원하여 조사했다.

그런데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자 상당히 많은 비밀 첩보원까지 동원하여 조사하였다.

이때만 해도 반둔두 자치령이 지금처럼 개발된 상태가 아닌지라 은밀한 침투가 얼마든지 가능하던 시기였다.

미국이 위성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금괴를 인도해 준 장소 인근엔 어떠한 도로도 없다. 이는 차량 등을 이용한 운반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력에 의한 운반 작업만 남았다.

하여 최초 조사 범위는 금괴 인도 장소를 중심으로 반경 1㎞로 잡았다.

이보다 멀면 인력으로 운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금괴는 매번 2,000톤씩 거래되었다.

이것을 운반하기 위해 1,000명의 인부가 동원되었다면 1인당 2,000㎏을 담당해야 한다.

한 번에 운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10,000명이 동원되었다 하더라도 1인당 200㎏이니 이것 역시 불가능한 무게이다.

10,000명이 한 번에 40㎏씩 운반하였다면 다섯 번은 오가야 한다. 도로가 없는 곳이니 안전을 위해 20㎏씩 짊어졌다면 열 번씩 왕복해야 한다.

이 정도 인원이 이동했다면 당연히 흔적이 남아야 한다. 없던 길도 새로 생길 판이다. 그런데 첩보원까지 침투시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금괴 거래 장소 인근엔 인적이 없다.

어떤 방법으로 운반하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하여 다각도의 조사가 실시된 것이다.

어쨌거나 의심 지역 전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어디에도 금광 및 제련소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하여 조사 반경을 조금씩 늘려가며 조사했다.

최초엔 반경 1㎞였는데 조금씩 늘리다 보니 10㎞까지 조사했다. 아무런 결과가 없자 조사를 멈췄다.

대신 거래일을 기준으로 이전 며칠간 하루 종일 위성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금괴를 운반하는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금괴를 인도하는 날이 되면 새벽 무렵에 모든 것이 세팅되어 있곤 했다. 빛이 가장 적은 순간에 이루어진 일이다. 처음엔 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았다.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성은 멀쩡했다.

하여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첩보원을 파견했지만 끝내 어떤 방법으로 운반했는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

어쨌거나 인도된 금괴엔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하여 은밀하게 수송 작전을 벌여 포트 녹스와 FRB 지하 금괴보관소에 나누어 보관했다.

금괴를 가져가면 그 즉시 송금하는 거래가 이어졌는데 마지막이 조금 이상했다.

최종 거래를 위해 마타디 항에 정박했던 배는 미국 제2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채핑턴호이다.

무사히 선적 작업을 마치자 채핑턴호는 곧바로 뉴욕으로 향했다. 그런데 기기 이상으로 원래의 항로를 벗어났다.

버뮤다 삼각지대로 들어서 버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거센 파도 때문에 배가 심하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침몰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자기 손가락조차 식별하기 힘든 자욱한 안개 속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배의 흘수가 확 내려갔다.

안개 속에 머문 시간은 불과 5분이다. 그런데 이 지역을 벗어난 뒤 모두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적되어 있던 금괴 2,000톤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이 상황은 곧바로 상부에 보고되었다. 마타디 항을 떠나는 순간부터 위성으로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미국 정부는 사고 해역으로 조사선을 급파하려 했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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