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9
코스닥 시가총액은 175조 6,000억 원이며, 코넥스 시가총액은 2조 974억 원이다.
이들을 다 합치면 약 1,430조 7,000억 원이다.
현재 이실리프 트레이딩이 운용하고 있는 자금은 3,615경 3,557조 원 정도 된다. 워낙 굴리는 규모가 크다 보니 풋옵션과 콜옵션 등을 뜻대로 조절할 능력이 생긴 결과이다.
아무튼 대한민국의 상장사 전부를 25,280번쯤 살 수 있는 돈을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모든 상장사의 주식을 100% 매입한 뒤 상장 폐지 후 개인 회사로 바꿀 수도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산은 약 5경 원으로 추산된다.
전에는 타의 추종을 불하하는 금액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실리프 트레이딩이 운용하는 자금은 이것의 723배에 달한다. 이제 돈으로는 어느 누구도 현수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기업들을 매수한 후 양심적이지 않은 일본인과 유태인들을 해고하고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다면 후안무치한 두 족속에 대한 처벌이 완성되는 것이다.
* * *
현수가 집무실에 들어서자 김정은이 반색을 한다.
“아이고, 어서 오시라요.”
“네, 반갑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지요?”
“내레 길티요. 기나저나 몸은 괜찮습네까? 어떤 놈들이 감히 우리 김 회장 동지에게 해를 가하여…….”
그간 올 수 없던 것에 대한 이유를 전화로 통화하였기에 김정은은 현수의 머리만 바라본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습니다.”
“앞으로 우리 공화국 전사들로 하여금 김 회장 동지의 신변 안전을 책임지라 하갔습네다.”
“에구, 안 그러셔도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푸틴 대통령님께서 스페츠나츠 출신 경호원들을 보내주셨습니다.”
현수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어가자마자 푸틴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 할 수 없이 기억상실 상태였다고 하자 즉각 추가로 경호원을 보내준다고 한 것이다.
“아! 기렇습네까? 그 친구들이라면 뭐…….”
김정은도 스페츠나츠 출신들의 능력은 인정한다는 뜻이다.
“자자, 예서 이럴 게 아니라 앉으시디요.”
“네, 그럼.”
현수가 소파에 앉자 문이 열린다. 그리곤 낯익은 여인이 소반에 장뇌산삼술과 안주 몇 가지를 들고 들어온다.
“오라버니, 그간 안녕하셨지요?”
“…그래, 설화. 오랜만이네. 잘 있었지?”
놀랍게도 술과 안주를 내온 사람은 백설화이다. 현수가 단번에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 때문이다.
전에도 예쁘기는 했지만 수수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옷과 화장술이 바뀌어서 그런지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남한의 톱 탤런트가 공들여 화장하고 가꾼 것처럼 화사하면서도 우아하고 지적이며 아름답다.
미인들에게 충분히 단련되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입을 딱 벌릴 정도로 변해 있다.
“네, 모두 오라버니 덕분이죠.”
쪼르르르―!
백설화는 김정은과 현수의 잔에 차례로 술을 따랐다. 아주 조신한 모습이다.
“자, 오랜만에 봤으니 건배부터 합시다.”
“네, 그러지요.”
살짝 잔을 부딪친 후 단숨에 마셨다. 40도짜리라 그런지 목구멍을 넘어갈 때 화끈한 느낌이 든다.
“후와! 이거 좋은데요.”
“길티요? 나도 좋아합네다. 자, 한 잔 더 합시다.”
현수와 김정은은 석 잔을 연거푸 비웠다. 백설화가 기다렸다는 듯 안주를 내민다. 잘 구워낸 양고기 꼬치이다.
“이것도 맛이 좋습니다.”
“다행입니다. 김 회장 동지의 입맛에 맞아서리.”
김정은은 몹시 흡족한 표정이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나직이 달싹인다.
“앱솔루트 피델러티!”
샤르르르르―!
눈에 보이지 않는 마나가 김정은에게 스며들자 눈빛이 바뀐다. 방금 전까지는 대등한 느낌이었는데 금방 복종의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안주 기계공업단지가 완공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길티요. 공화국 인민들의 노고가 컸디요.”
“그렇습니까?”
들은 이야기가 있지만 부러 모르는 척했다.
“우리 인민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단지 건설에 열을 올렸더랬습네다. 그 덕에 천지건설에서 만들어온 공정표보다 훨씬 빨리 마무리되었디요.”
김정은은 한시라도 빨리 공사를 완공시키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무려 1년 이상 조기 완공이었다. 인력과 장비 투입을 아끼지 않은 결과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기계, 전기, 전자, 화학, 건축, 토목, 재료, 설비 등 공학 계열 기술자들이 엄선되었다.
완공되는 순서에 따라 배치된 이들에겐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각종 소재 및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로 주어졌다.
이것에 대한 기술 지원은 이실리프 그룹이 맡았다.
주영은 현수가 보낸 메일을 보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각 분야 한국인 기술자들을 뽑았다.
물론 아무리 똑똑해도 결코 이실리프 그룹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자들은 제외했다.
다음이 그 대상이다.
1. 친일파의 직, 방계 자손 전부
2. 특정 종교 광신자
3. 특정 웹사이트 회원
4. 부정부패와 관련된 공무원 및 정치인
5. 극우, 또는 극좌 성향인 자
6. 인간성 불량인 자
특히 여섯 번째 항목 때문에 이실리프 그룹에서도 말이 많았다.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하여 악질 고리사채업 종사자, 불량식품 제조업 관련자, 환경오염사범, 성범죄자, 밀수범, 고의 세금 체납자, 조폭, 깡패, 양아치, 학교 폭력 가해자 등을 꼽았다.
어쨌거나 이실리프 기술연구소는 계열사 및 안주 기계공업단지에 각종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간섭을 피하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이 아닌 반둔두 지역 모처에 자리 잡고 있다.
워낙 은밀히 진행된 일인지라 전 세계 어떤 첩보기관도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다.
이곳엔 현수가 일본 내각조사처와 지나 국안부, 미국의 록히드 마틴 비밀연구소 등에서 수집해 온 자료가 제공되었다.
현수가 차원이동을 하기 전에 킨샤사 저택 서재에 남겨놓은 하드디스크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실리프 기술연구소에선 이것을 바탕으로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각종 소재 및 부품을 100% 국산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 개발 및 지원을 했다.
부족한 자료는 이실리프 정보 국외 담당 부서에서 구해왔다. 전에는 국내 담당 1국과 2국은 400명씩, 국외 담당 3국과 4국엔 각기 162명씩 배치되어 있었다.
당시엔 국내 첩보 수집이 시급했기에 균형이 맞지 않았다. 그런데 자치령 개발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국외 담당이 대폭 늘어났다. 5, 6, 7, 8, 9, 10국은 모두 국외 담당이며, 각 국마다 600명씩 인원이 배치되었다.
국외 담당만 4,80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국내를 담당하는 1국과 2국도 600명이 채워졌다. 이실리프 정보는 6,000명이나 되는 대조직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훈련은 여러 자치령을 돌면서 실시되었다.
국내법 및 국제법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의 훈련은 몹시 고되었다. 하지만 실전을 방불케 한 훈련은 모두를 특급첩보원으로 양성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훈련을 마친 후 일선에 배치된 요원들은 필요로 하는 기밀을 구해오고 첩보를 수집했다.
이렇게 해서 수집된 소재 및 부품에 관한 각종 기밀 자료는 이실리프 기술연구소로 보내졌다.
이곳에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법(製法)을 고안하거나 더 나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안주 기계공업단지로 보내졌다.
하여 일본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소재와 부품의 대부분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양산 체재에 들어간 것도 있다.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과 소재이다.
“안주 기계공업단지가 성공리에 건설된 것은 우리 공화국과 남조선을 위해서도 아주 큰 성과라 평가합니다.”
“네, 그래야지요.”
“숙천유전의 개발은 어떻습니까?”
“현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유전이 있을 만한 곳을 탐사하고 있디요.”
북한은 유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상당히 많이 매장되어 있음도 알지만 퍼 올릴 자본과 기술이 없어서 남들에게 구걸하다시피 해서 연료를 얻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이실리프 그룹에서 자본과 기술을 모두 제공하고 있으니 조만간 펑펑 쏟아져 나오는 원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김정은의 표정은 매우 밝다.
“그렇군요. 제가 한번 나가서 보겠습니다.”
“김 회장 동지가 나서기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이라 생각합네다. 설화야!”
“네, 제1위원장 동지.”
“김 회장 동지 잘 모셔야 하는 거 알디?”
“…네에, 그럼요.”
“너는 우리 공화국이 김 회장 동지에게 준 선물이라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야. 그러니 성심을 다해 수발을 들도록.”
“네, 알겠습니다.”
행간의 의미로는 잠자리 시중을 잘 들으라는 뜻이다.
어찌 모르겠는가!
백설화는 현수를 힐끔 바라보곤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로그비노프 북핵담당 특임대사의 수양딸이 된 후 백설화는 현수에 관한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껏 살면서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고 높은 이가 김정일 부자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상념이 송두리째 깨졌다.
현수가 북한 영토보다 훨씬 넓은 자치령을 세 개나 가졌으며, 다른 하나는 북한 크기와 엇비슷하다는 이야길 들었다.
북한의 실권자인 김정은은 언제든 푸틴으로부터 버림을 받을 수 있지만 현수는 세상에 어떤 일이 빚어져도 푸틴 및 메드베데프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인물이라는 것도 알았다.
김정일 부자는 상대도 안 될 부자 중의 부자이며 거물 중의 거물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완전 무소식이었다. 하여 수양아버지가 된 로그비노프에게 행방을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현수와 연락이 닿지 않아 북한 및 러시아 정부가 찾던 중이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미국 정부를 의심했다. 그러지 않고는 이처럼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설화는 몹시 걱정했다. 그런데 현수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없자 죄스런 기분이 들었다. 하여 지난 3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정성스레 치성을 드렸다.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하면 계절에 관계없이 찬물로 수욕을 하여 몸을 정갈히 한 후 108배를 올렸다.
절을 하는 동안 간절한 마음으로 현수가 무병 무탈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러는 동안 저도 모르게 애증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현수에 대한 사랑이 점점 더 깊어진 것이다.
눈을 빼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안구를 뽑아낼 수도 있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도 현수가 칼을 물고 죽으라 하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럴 마음이다.
그렇기에 현수를 바라보는 눈에는 짙은 사랑이 담겨 있다. 현수는 모르지만 맞은편에 앉은 김정은은 이를 알아차렸다. 그리곤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널 닮은 아이가 둘쯤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
“네? 아, 네에. 그, 그럼요.”
백설화의 대꾸엔 몹시 부끄럽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으잉? 설화 너 결혼하니?”
느닷없는 아이 이야기였기에 현수가 물은 말이다.
“네? 아, 아뇨! 결혼 안 해요!”
“근데 설화가 무슨 아이를 낳는답니까?”
현수의 시선을 받은 김정은은 대답 대신 웃기만 했다.
“하하! 하하하!”
“……!”
대체 왜 웃는지 몰랐기에 현수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현수와 김정은은 여러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이실리프 펠릿과 공조하여 공화국의 겨울철 난방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다.
비료와 식량, 그리고 원유까지도 이실리프 그룹에서 밀어주어 부족하긴 하지만 더 이상 남에게 손을 내미는 구차함을 겪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