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1188화 (1,187/1,307)

# 1188

이 밖에 일반 체류자의 수효는 약 13만 명이다.

총 193만 명 중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약 16만 명이다. 이들 중 9만 명 이상은 일반 체류자인지라 언제든 귀국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7만 명은 이실리프 그룹에서 권유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폭력 성향이 있거나 이미 일본화되어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는 인간이 대다수이다.

이실리프 자치령에서는 재일교포뿐만 아니라 선량한 일본인도 받아들였다. 약 300만 명이다.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마인드를 가졌거나 일본의 과거사를 깊이 반성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그 가족이다.

다시 말해 지극히 양심적인 사람들만 골라서 받아들였다.

이들은 전원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에 소재한 자치령으로 보내졌다. 훗날 발생할 수도 있는 불상사를 대비하려 아예 아시아에서 멀리 떨어뜨린 것이다.

* * *

“자, 이렇게 모였으니 다 같이 건배합시다!”

김정은이 잔을 들자 북한의 실력자 전부가 술잔을 든다.

엘프주의 그윽한 향기가 진동하여 단숨에 잔을 비우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애써 참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 공화국의 안녕과 이실리프 그룹의 건재를 위하여!”

“위하여!”

일제히 잔을 들고는 단숨에 비운다.

쭈우욱―!

“캬하아∼! 이건 진짜! 와아! 정말 조오타!”

“그러게. 어디서 이런 명주를……! 근데 대체 어디서 이런 걸 구했지? 역시 위원장님이시네. 안 그런가, 동무?”

“길티요! 이거이야말로 명주 중에 명주디요. 내레 이거라면 술독에 빠져 살아도 좋겠시요.”

“내도 그러함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는 사이에 시중드는 이들이 다가와 다시 잔을 채운다.

“이번엔 우리 김현수 회장님이 건배사를 하갔습네다.”

모두의 시선이 현수에게 쏠린다.

“저는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한 가정을 위해 건배하겠습니다. 다 같이 지화자(지화자 :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평안한 시대에 부르는 노래, 또는 그 노랫소리.)!”

“지화자!”

쭈우욱―!

“크아아∼! 조오타!”

이번에도 원샷이다. 술맛이 워낙 좋아 조금이라도 더 마셔보려는 의도이다. 다들 안주를 집어 먹는다.

“이거 이거이 정말 좋습네다. 안 기렇습네까?”

“길티요! 등말이디 너무 좋습네다.”

두 번째 건배가 끝난 후 각각 석 잔 정도 더 마셨다.

엘프주는 도수가 상당한 술이다.

지구 기준으로 따지면 약 45도 정도 된다. 그래서 넘길 땐 목구멍이 화끈거리지만 곧이어 전신으로 활기가 번진다. 그리고 아무리 많이 마셔도 숙취가 생기지 않는다.

뿐만이 아니다.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에 취해 트림을 해도 거북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도수가 있다 보니 금방 취기가 오른다.

하여 북한의 수뇌부 200여 명은 모두가 알딸딸한 기분이 되었다.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황병서 노동당 총정치국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 그리고 리영길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 모두가 상당히 불콰해진 상태이다.

“위원장 동지,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아! 기러시라요. 황병서 총정치국장 동지!”

“네, 제1위원장 동지!”

김정은의 시선을 받은 황병서는 김영남과의 대화를 끊고 얼른 시선을 집중시킨다. 술을 마셨다는 걸 알기에 실수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김현수 회장 동지가 우리 공화국 인사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니 잠시 조용히 시키시라요.”

“네, 알겠습니다.”

허리를 숙여 예를 취한 황병서는 곁에 있던 비서들에게 귓속말로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삽시간에 장내가 정리된다.

모두들 술잔을 내려놓았고 시선을 집중시킨 것이다.

“자! 이제 한 말씀 하시라요.”

“네, 그럼.”

자리에서 일어선 현수는 기세를 뿜어냈다.

북한의 권력자들은 현수로부터 발현되는 카리스마가 놀라운지 다들 눈을 크게 뜬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매스 앱솔루트 피델러티.”

고오오오오오오―!

눈에 보이지 않는 마나가 뿜어나가 모든 이의 머리로 스며든다. 그와 동시에 눈빛이 바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저 한 사람을 바라보는 호감 어린 시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왕권을 가진 국왕을 알현하는 눈빛으로 바뀌어 있다.

세계수 아래의 결계 속에 머무는 동안 마나의 효율을 연구하던 중 앱솔루트 피델러티 마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피시전자로 하여금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게 하는 이 마법은 영구하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뇌 속으로 스며든 마나의 농도가 엷어지면 조금씩 정도가 덜해지게 되어 있다.

여러 곳에서 운영되는 자치령은 탈이 나선 안 된다.

북한처럼 억압받고 명령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별 문제 없이 지시에 따르겠지만 대한민국 등에서 온 사람들은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게 있으면 차별당했다 생각하고 온갖 불평과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의 품성이 걸레만도 못한 것들이 이런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자치령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곳이나 다름없으니 가급적 시행착오를 겪으면 안 되고, 불필요한 감정적 마찰 등이 발생되어서도 안 된다.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의 지역감정 같은 것을 결코 생겨선 안 될 일이다. 모두가 단결하여 일사불란하게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바쁜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대사회의 장점만 가진 살기 좋고 쾌적한 왕국을 건설해야 한다.

다니엘 튜더라는 인물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고,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을 지냈다.

한국에서 11년간 생활한 다니엘 튜더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발표했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은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이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대한민국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경제대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집중했다.

그에 따른 대가는 ‘무한 경쟁’이라는 강박관념이다.

이런 경쟁은 먹고살 만해져도 계속됐다.

단지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체면 인플레’, 새것이라면 일단 손에 넣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네오필리아(네오필리아(Neophilia) : 새것에 대한 애호증.), 외국에도 알려진 성형수술 열풍, 결혼 상대를 찾을 때조차 서로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엄친아·엄친딸의 신화 등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 사회를 끝없는 스트레스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다니엘 튜더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그가 겪어본 그 어느 나라보다도 ‘경쟁적인 사회’이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곳이라 평했다.

한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로 인하여 자치령에 이런 사회기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극도의 이기주의가 빚어낸 경쟁 일변도인 사회를 뜻한다.

내 자식만은 좋은 대학을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쓸모없는 부조화를 빚어낼 수 있다. 이러지 않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자신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충신과 간신은 있어도 되지만 다른 마음을 품는 역적이 나타나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앱솔루트 피델러티 마법의 마나 배열에 관해 연구했다.

그 결과가 바로 ‘매스 앱솔루트 피델러티’이다.

이것은 눈에 뜨이는 모든 이에게 구현되는 마법이다.

그리고 한 번 마법에 걸리면 시전자가 캔슬하기 전까지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치게 된다.

이전과 달리 시간 제약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충성도도 이전보다 훨씬 더 높다.

마나 배열이 효율적으로 바뀐 결과이다.

어쨌거나 매스 피델러티 마법이 구현되자 모두의 눈빛이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 두 번이나 절대 충성마법에 걸린 김정은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충성스럽게 바뀌어 있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열린다.

“나는 이곳도 남한처럼 잘사는 나라가 되길…….”

현수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지엄하신 국왕의 옥음을 듣는 표정이 되어 세이경청하는 자세를 취한다.

7장 폐하라 부르라

“방금 언급한 일들이 이루어지려면 공화국의 권력자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나는 내가 가진 재원과 배경을 총동원해서라도 이곳의 가난을 떨쳐내고…….”

현수의 발언은 계속되었다.

모두들 숨소리조차 죽이고 몰입하고 있다. 권력자들뿐만 아니라 시중드는 이들까지 모두가 그러하다.

매스 앱솔루트 피델러티 마법 때문만은 아니다.

현수의 전신으로부터 뿜어지는 자연스런 카리스마가 정신을 지배한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 세상 어느 나라도 건드릴 수 없는 왕국이 이곳에 건설되길 희망한다. 나는 내가 가진 재원을 총동원해서라도 이곳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다.”

“……!”

현수의 발언은 이어졌다. 자연스런 하대임에도 어느 누구도 이를 트집 잡지 않는다.

정신적 굴복 상태이기에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현수는 자연스레 장내를 둘러보며 북한 수뇌부들의 면면을 살폈다. 마법이 제대로 먹혔는지 확인한 것이다.

이때 누군가 질문한다.

“그럼 남한과 통일을 하게 되는 건가요?”

“으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현수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현수가 남북한의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일부 몰지각한 남한 사람들에 의한 갑(甲)질이다.

이건 결코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별로 잘난 것도 없는 인간성 후진 몇몇이 다만 돈 몇 푼 더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어찌 두고 보겠는가!

곳곳에서 분란이 빚어질 것이 뻔하다.

마찰이 심해지면 살인과 같은 폭력 행위가 빈번해질 것이니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미뤄야 한다.

두 번째는 남한의 견찰들 때문이다.

견찰이라 함은 ‘개 견(犬)’, ‘살필 찰(察)’을 의미한다.

남한엔 두 종류의 견찰이 있다.

권력자의 개가 되어 진실을 왜곡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두 조직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통일되어선 안 된다.

개만도 못한 존재들이 설치며 일반인들에게 온갖 부당한 짓을 할 터인데 어찌 두고 보겠는가!

권력자들의 앞에서 호가호위하는 견찰들은 반드시 쓸어버려야 할 사정 대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남한에선 이들이 남들을 사정한다.

한국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사회’이다. 이런 점이 고쳐질 때까지 통일은 유보이다.

세 번째는 남한의 일부 썩어빠진 정치인과 부정부패에 물든 관료들 때문이다.

남한에 A라는 기업이 있었다.

참고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나 많아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고 평가된다. 머슴[公僕]이 주인 노릇을 하는 공무원 천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A기업의 회장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써서 관급공사를 수주하여 회사를 키웠다.

결코 정정당당하게 기업을 운영했다고 볼 수 없다. 현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징벌도에 해당되는 인사이다.

어찌 되었든 이 인사는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에게 두루 뇌물을 썼다. 단위도 크다. 최하가 3,000만 원이고, 7억 이상도 수두룩하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준 경우도 있겠지만 상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 때문에 할 수 없이 건넨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어쨌거나 기업은 여러 눈치를 보며 힘들여 돈을 벌지만 정치인 및 고위 관료들은 아주 손쉽게 뜯어낸다.

뒷골목 양아치 같은 새끼들이다.

아무튼 A기업은 이렇게 하여 규모를 키웠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희생양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대상은 여럿이 있었다. 그런데 노골적인 뒷방 공작으로 A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 결과 A기업 회장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회사는 상장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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